• 최종편집 2024-03-29(금)
 
“천직은 하나의 명작이 아니라, 인생 전체라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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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직업 선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새로운 고민이 하나 다가온다. ‘과연 내 직업이 천직인가’라는 고민이다. 우선 먹고살기 위해 하나의 직업을 택해 대충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뜬금없는 고민이다.
일자리 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천직을 찾기 위한 여정을 결코 마다하지 말라는 저자의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 천직이란 단시간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걸고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러기 위해서는 고통스런 연습기간을 견뎌내야만 하고, 전혀 엉뚱한 일을 하다가 돌아오기도 하며,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아야 하고, 다양한 일을 하면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그동안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나타났다가 스러졌다. 그럼에도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저자는 성공이란 평생에 걸쳐 무엇을 남기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관계없는 일처럼 보이던 것이 의외로 나중에 도움이 되고, 그러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찾고, 비록 미완성으로 끝날지라도 하나의 족적을 남기는 것이 바로 천직의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여타 자기계발서가 살아가면서 무엇 하나라도 뚜렷이 이루어야 성공이라고 강조하는 것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 《일의 기술》 || 저자인 제프 고인스(Jeff Goins)는 강연가이자 저자이며, 파워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이 전세계에서 400만 명이 넘을 정도다. 저서로는 《난파》 등이 있다. CUP, 2016. 13,8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요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젊은이들은 물론 노후를 대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취업할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천직’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가 아닐까 하는 고민을 안고 좌담을 시작했음을 먼저 밝힌다.
 
#천직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
김길구 : 세대를 막론하고 취업과 관련된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입니다. 한때는 아이들이 어른을 가르치는 세태라고 해서 관심을 끌었던 신인류[돈 탭스콧,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1998)]가, 이제는 일자리를 두고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직업에 대한 고민이 한층 깊어져가는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김현호  : 이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카피를 의미 있게 읽었습니다. ‘일의 기술이라 쓰고 삶의 기술이라 읽는다.’ 단순한 자기계발서라고 하기에는 영성적 사명으로서의 일에 대해 강조하고, 영성적으로 땀의 평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수성 : 천직이란 단숨에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생의 여정으로 찾아가야 하는 것이라면서 결론을 맺는데 대해 공감했습니다.
김길구 : 얼마 전 잡코리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7퍼센트 정도가 “두 번째 직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20대도 34퍼센트, 40대는 65퍼센트가 두 번째 직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할 만큼 현재 직업이 불안정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김수성 :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책을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실패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러한 실패 가운데서 천직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깊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 부딪쳐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현호 : 소명을 정의하면서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업을 구했으나, 자신이 계획한대로가 아니라 오히려 틀어졌을 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럴 때 자기 정체성을 지켜가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확장해가는 것에서 천직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길구 : 그동안 우리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의존하여 하나님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지금과 같이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끊임없이 찾아야 하고, 그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가슴 뛰는 일을 찾아내고 부딪쳐야 한다는 것이죠.
김수성 : 그래서 저자는 ‘미완의 작품’을 남길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평생 천직을 찾아 헤매고 결국에는 미완이겠지만, 그 과정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포트폴리오’로 인생의 지평 넓혀야
김현호 : 소명이 딱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라는 ‘포트폴리오 인생’에 대한 언급도 의미 있는 지적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직업을 통해 자기 인생의 지평을 넓혀가라는 말은 오늘날 우리에게 상당히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직장생활 외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길구 : 몇 년 전 미국 LA에 갔을 때 일입니다. 공식 초청방문이었는데도, 주말에는 나를 초청한 분의 얼굴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알고 보니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는데 주말이면 무대에 서기 위해 연극에만 집중한다고 하더군요. 또 하나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현호 : 요즘 우리 아이도 비슷한 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일을 마친 직장인들이 한데 모여 보컬 연습을 한대요. 그러다가 봉사를 가기도 하고, 초대를 받아 공연을 하면서 자기의 ‘끼’를 발휘한다는 거죠.
김수성 : 문제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라는 것이죠. 살아가기에 급급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여유가 ‘사치’로 여겨질 것입니다. ‘투잡’을 하지만 소명이나 천직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또 하나의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길구 : 흔히 ‘천직’이라 일컫는 학교 교사들도 유럽의 경우 평균 재직기간이 5년 정도에 불과하고, 미국에서는 ‘투잡’도 흔하다고 합니다. 다중 직업이 일반화되는 추세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변화 추세에 아직 준비가 덜되었다는 것입니다.
김현호 : 젊은이들의 경우 그런 상황을 ‘회전축’의 지혜로 활용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현실의 어려움에만 매몰되지 말고, 약간 빗겨나서 다른 길을 모색하면 자기의 소명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기의 천직과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한 직업이 나중에 중요한 자산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crossover.jpg▲ 농구에서 크로스오버는 한쪽 발을 ‘회전축’으로 이용,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함으로써 상대 수비를 뚫는 기술을 가리킨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뜻밖의 사태와 실패를 만났을 때, 이를 회전축으로 삼아 미래로 나아가라고 충고한다. [사진 출처: 유튜브 사진 캡처]
 
#유료 자원봉사로 지역사회 활성화해야
김길구 :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부산의 한 병원에서 주차관리요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공고가 나가자 지원자 중에는 시중은행 지점장과 증권사 간부, 중견 건설업체 임원, 공무원 출신도 있었답니다.[국제신문, 2016. 5. 16]
김수성 : 우리가 직시하고 있듯이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경비 등 계약직 업무가 대부분입니다. 앞으로 유료 자원봉사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정도의 보수를 보장함으로써 양질의 인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이들의 업무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현호 : 우리 교회가 이런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유료 자원봉사 등을 통해 지역의 인력이 진행한다면 그 효과는 상당할 것입니다. 지원처와 필요처를 연결시키는, 그 다리 역할을 교회가 하는 것이죠.
김길구 : 여태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투자에 비해 효과는 미미합니다. 선진 외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교회가 지역사회와 손잡고 이런 일에 적극 나선다면 바람직한 시스템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부는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수성 : 인공지능 시대에,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을 서로 연결시키는 능력은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교회는 이런 역할을 감당하기에 가장 좋은 곳입니다.
김현호 : 천직은 헌신과 함께, 즐거움 또는 만족도가 높은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선을 행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교회의 역할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도 있습니다. 올바른 직업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김길구 : 무기력, 무관심, 무의미. 소위 ‘3무’라고 합니다. 이 말을 결국 인간소외 현상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갈수록 자동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교회의 사명 중 하나가 인간소외 해소에 있다면, 여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평화의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가 쓴 《기억의 종말》(IVP, 2016)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노동, 직업 그리고 하나님 나라》 / 정병길 / 성약출판사
《일의 신학》 / 폴 스티븐스 / CUP
 
기쁨의 집.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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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교양읽기 ⑮] 교회가 ‘후반기 삶’의 안내자 역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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