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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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이하 기윤실)에 한통의 제보가 들어왔다. 부산 모 교회 부교역자들이 일과시간, 혹은 주일 오후 돈이 걸린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이 게임이 ‘도박 수준’이라고 제보했다. 그리고 게임(도박)에 동참하면 함께 어울릴 수 있지만, (게임에)동참하지 않을 경우 일종의 왕따를 당하고, 결국 교회를 떠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 외 교회에 대한 믿기 힘든 여러 가지 이야기 등을 전해왔다. 기윤실은 제보 내용의 심각성을 감안해서 본보에 이 사실을 알려왔다. 만약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B교회 뿐만아니라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보 기자와 제보자를 연결해 줬다. 
 
B 교회에 무슨일이...

출석교인 천명 수준인 B 교회는 현 담임목사가 11년 전 부임한 이후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해 왔고, 지역주민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교회다. 이 교회 부교역자(10월 기준)는 담임목사 아래 부목사 5명과 교육전도사 4명이 시무하고 있다. 제보자는 B 교회 수석부목사가 도박을 주도하는 인물이라고 지목했다. 수석부목사는 담임목사보다 1년 늦은 지난 2007년 12월 강도사로 부임해 왔고, 다음해(2008년) 10월 목사안수를 받고 지금까지 10년 동안 시무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오랫동안 시무하고 있는 부교역자가 2012년 부임했기 때문에 다른 부교역자보다 최소한 2배 이상 B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B 교회는 모 교역자를 통해 교역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게임에 대한 내용이 당회에 알려지게 됐다. 교회 수석장로는 담임목사에게 모든 교역자들을 일괄 사표를 받도록 권고했지만, 당회는 3명의 장로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통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조사했다. 조사과정에서 대부분의 교역자들은 게임 사실을 시인했지만, 일부는 “친목 목적의 오락”이라고 했고, 다른 일부는 “단순한 오락수준이 아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위해 이번 사건을 조사한 조사위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조사위원 A 장로는 “개인적으로 밝힐 수 없다. 당회에서 의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B 장로도 “당회에서 의논한 뒤 알려 주겠다”며 취재에 협조하지 않았다.
 
‘게임’일까? ‘도박’일까

결국 당사자로 지목된 수석부목사에게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수석부목사는 “도박을 한 적 없다. 허위사실이다”며 “친목을 목적으로 오락을 한 적은 있지만 결코 도박 수준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돈이 오고 간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자님도 족구 한판하면 돈내기 하지 않느냐? 결코 과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모 장로와 모교역자가 교회를 깨려고 하고 있다. 그런 세력들이 집요하게 교회를 흔들고,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화제를 돌렸다. 수석부목사는 “1-2주 안에 모든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한 오락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교역자들도 있다. A 교역자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돈을 다 잃은 사람이 다시 집에가서 돈을 가져오는 모습도 봤다”며 “더 큰 문제는 그 게임에 동참하지 않으면 배제를 당하고, 결국 오랫동안 시무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B 교역자는 “(게임인지, 오락인지)생각하기 나름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과거에 비해)점점 더 규모가 커지고 있고, 오랜 시간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분명 과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C 교역자는 “게임을 한 것도 사실이고, 돈이 오고간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친목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교역자로서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보는 B 교회 교역자들이 오락하고 있는 6분짜리 녹취록을 어렵게 확보했다. 이 녹취록 안에는 3-4명 정도의 목소리 흘러나오고 있다. 녹취록에 나오는 말들은 웃음소리와 함께 “왜 그러지 갑자기”, “나가리다”, “아 졌다”, “내가 이겼네”, “총 27개네, 나는 17개”, “(나는)총 전 재산이 3만6천원이었거든, 그럼 10장 잃고, 7장 잃고....”(여기서 말하는 10장, 7장이 무슨 의미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주님의 전에서 가능한 일인가?

사회통념상 도박과 게임의 기준은 참가자들의 소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고소득자가 100원짜리 고스톱을 칠 경우 오락으로 인정 받을 수 있지만, 소득이 없거나 저소득자가 100원짜리 고스톱을 칠 경우 도박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 통념보다 더 엄격해야 되는 곳이 교회다. 어떤 곳보다 경건해야 될 주님의 전에서, 그리고 그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교역자실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수준의 게임이 행해진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거룩하게 지켜야 할 주일 오후. 교회 한편에서 묵묵히 봉사하고 기도하는 평신도들이 있는 그 시간에 교역자실에서 돈이 오고가는 게임이 행해졌다는 것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다.
본보는 B 교회 당회가 책임지는 자세로 이번 사건을 잘 마무리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만약 그러한 기대를 벗어날 경우 두 번째 보도를 약속한다. 믿기 힘든 제보가 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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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일까? 아니면 ‘도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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