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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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음악을 하나로 엮다
인기 높은 가수의 명곡을 영화 제목으로 사용하며 그 노래에 담긴 사연을 영화를 통해 확인하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라비앙 로즈>(2007)는 프랑스의 샹송 가수 에디트 삐아프(Edith Piaf)가 당신 신인이었던 이탈리아의 배우 이브 몽탕과 사랑에 빠져있을 때 불렀던 노래 ‘장미빛 인생(la vie en rose)’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곡은 불과 15분 만에 만들어져서 에디트 삐아프의 열정 넘치는 노래의 이유가 사랑에 있음을 엿보게 한다. 영화 <라밤바>(La Bamba, 1988) 또한 18세 나이로 요절한 가수 리치 발렌스(Ritchie Valens)의 명곡 ‘라밤바’를 제목으로 삼아 가수의 짧은 삶과 사랑을 묘사했다. 한국 영화 <사의 찬미>(1991)는 일제 강점기 하에서 한국 최초 여성 성악가로 활약한 윤심덕과 그의 애인 김우진의 사랑을 토대로 만든 작품으로 윤심덕의 애절한 노래인 ‘사의 찬미’를 제목으로 사용한 영화다.
이번에는 기독교 신앙을 노래하는 가수의 차례다. 미국의 유명 크리스천 록 밴드인 ‘머시미(MercyMe)’의 리드 보컬인 바트 밀라드(Bart Millard)의 삶과 신앙을 다룬 영화 <아이 캔 온리 이매진>(I can only imagine, 2018)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의 기성세대에게는 다소 낯선 노래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은 1999년 ‘워십 프로젝트(The Worship Project)’ 앨범에 처음 수록된 이후로 머시미의 다양한 음반을 통해 거듭 발매되면서 2003년과 2004년에는 기독교 계통의 방송뿐만 아니라 ‘Top 40’같은 일반 방송의 인기 차트에서도 오랜 기간 수위를 기록하면서 미국에서는 라디오를 켜면 이 노래가 나온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가장 많이 방송을 탄 노래로 기록되고 있다. 기독교음반으로는 결코 적다고 말할 수 없는 250만장의 음반 판매기록을 달성하면서 2002년에는 기독교 최고의 음악상이라 할 수 있는 ‘도브 어워드(Dove Award)’의 ‘올해의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을 노래한 바트 밀라드의 숨은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미국 크리스천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3월 16일 미국에서 첫 개봉 당시부터 박스 오피스 3위에 올라 첫 주에만 1천7백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함으로써 7백만 달러로 추정되는 제작비를 불과 한주 만에 회수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6월 첫째 주말까지의 총수익이 8천 3백만 달러를 넘어섬으로써 기독교영화 사상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이후로 가장 단기간에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로 남게 되었다.
크리스천 가수의 찬양곡에 얽힌 사연을 영화화 한 만큼 제작 또한 기독교영화의 단골 출연 배우가 세운 ‘케빈 다우니스 프로덕션(Kevin Downes Production)이 맡았다. 내용에서부터 감독 및 제작자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크리스천에 의한 크리스천을 위한 영화로 탄생한 것이다. 케빈 다우니스는 우리나라에는 DVD로만 출시됐지만 미국 크리스천들에게 훌륭한 평가를 받은 영화 <우드론>(Woodlawn, 2015)이나 <커레이져스:용기와 구원>(Courageous, 2011)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중견 배우이다.
그러나 유명 크리스천 가수의 노래제목이 영화의 중심 내용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지 노래가 유명세를 탄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래에 담긴 사연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신앙적 감동과 결합되어 있을 때 기독교 관객을 극장으로 모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은 신앙과 음악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기독교 영화의 순수함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의 구원
이 영화는 바트 밀라드의 인생에 있어서 두 가지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는 바트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버지의 폭력이 일으키는 갈등이며, 다른 하나는 그가 찬양사역자로서 성공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가 신앙 안에서 이루어지는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에 있음을 보여준다.
바트의 아버지 아서(데니스 퀘이드)는 아내와 자식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잦다.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이유만으로 권위적이며 자신의 뜻대로 가족을 움직이려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폭력을 행사한다. 바트의 어머니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떠나게 되고 아버지와 단 둘이 남게 된 바트는 오갈 데 없는 상황 가운데서 아버지와의 불편한 동거가운데 성장하게 된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자녀들이 받게 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 이미 프로이트 같은 심리학자들은 많은 연구를 진행해왔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부정적 자아나 부정적 대인관계의 경향을 보일 수 있으며, 결혼 후 낳은 자녀에 대해서 심지어 자신이 과거 아버지에게 당한 것과 같은 폭력을 행사하는, 흔히 말하는 폭력의 대물림 현상을 빚기도 한다. 특히 역사가들은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자란 사람이 인류 역사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친 예로 히틀러와 스탈린을 들기도 했다. 히틀러의 아버지 알로이스 히틀러는 세무공무원이었지만 술꾼에다 무례하고 권위주의적이며 흉폭했다고 전해진다. 스탈린의 아버지 베사리온 주가슈빌리는 구두 제화공 출신으로 중산층 가정을 이루었지만 술에 취하면 아내와 자식들을 구타하는 매우 거친 사람이었다. 술주정뱅이였던 그는 스탈린이 열한 살 때 남과 싸우다가 칼에 찔려 죽었다.
히틀러와 스탈린 두 사람은 비록 중산층 가정 출신이었지만 폭력적인 아버지의 독재에 대한 반감을 가지며 성장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의 신앙적 가치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바트가 어떻게 비뚤어지지 않을 수 있는가를 제시하는데 있다. 어머니는 집을 나가기 전 바트를 교회가 주관하는 캠프에 맡기고 그곳에서 바트는 청소년 목회자로부터 사랑과 용서를 배우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예수님의 십자가의 용서와 사랑 가운데서 불태우면서 그의 영혼은 하나님 손에 붙들린바 된 인생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아버지의 부재 혹은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어린 학생들이 받게 될 부정적 영향을 신앙교육이 어떻게 바로잡아주며 건강한 성장으로 인도할 수 있어야 함을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당장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린 청소년시기에 예수님의 사랑의 끝자락을 조금이라도 만지게 돕는 일은 장래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까닭이다. 마치 혈루증에 걸린 여인이 예수님의 뒤로 와서 슬그머니 옷 가에 손을 댔을 때 일어나는 놀라운 결과(눅8:43-44)처럼 말이다.
 
노래보다 용서가 먼저다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의 가장 흥미 있는 요소는 찬양사역자로서의 음악적 성공이 바트의 재능이나 기술의 향상을 통해 이루어지기 보다는 아버지와의 내적 갈등이 해결되면서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다.
바트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 본 유명 프로듀서인 브리켈(트레이스 애드킨스)로부터 자신이 노래가 가진 결정적인 문제점을 지적받는다.
브리켈:가끔 자넨 무대 위에서 남의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애. 흉내 내는 거지. 그럼 믿음이 안 생겨. 근데 가끔은 진짜가 보여. 근데 그게 나타나면 (자네는) 겁을 먹는데 그럼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지. 그래서 자넨 알다가도 모르겠네. 하나 묻지 자네는 뭘 피해 도망가는 건가?
바트:아버지요. 저를...
브리켈:때리셨군. 그런 속내는 못 감춰.
바트:그걸 안고서 감내하며 살아야 해요. 언제까지나
브리켈:그럼 그걸 곡으로 써. 도망치는 건 관두고. 그 고통을 영감으로 승화시키라구. 그럼 사람들이 믿어줄 뭔가가 탄생하겠지. 헌데 그러려면 두려움에 맞서야 해.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상처와 아버지를 향한 분노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하나님을 향한 영감있는 노래를 부르기란 쉽지 않았다. 바트는 췌장암에 걸려 죽어 가는 아버지를 용서하고 아버지는 찬양사역자의 길을 가는 아들을 응원한다.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밴드에 복귀하는 버스 안에서 순식간에 써내려간 찬양이 바로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이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전파를 탄 노래는 상처를 준 아버지를 용서한 후 창작되었다.
하나님을 찬양하기가 어렵다면 사람들과 불화와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없는지 주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의 삶을 실현시켜보자. 하나님을 향한 위대한 인생이라는 명곡이 탄생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마5:23-24)
 
강진구 교수.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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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아버지를 용서하니 찬양이 됩니다 -어윈 형제 감독의 ‘아이 캔 온리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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