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수정)탁지일 교수.jpg
지난 3월 2일 이만희의 기자회견이 있던 날, ‘이만희의 목소리’가 아니라 ‘피해자의 목소리’에 더 집중해야 했다. 이만희가 뭐라고 말하는지를 들으려고 애쓰는 나의 모습을 보며, 뭔가 잘 못됐다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평소에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애썼는데, 이날은 이만희의 어눌한 목소리를 막는 한 피해자 어머니의 카랑카랑한 메가폰 목소리가 거슬렸다. 이만희가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날 내가 집중했어야 했던 것은, 이만희의 목소리가 아니라 딸을 신천지에 빼앗기고 애통하게 울부짖던 피해자 ‘어머니의 외침’이었다. 우리가 이단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단을 비판하고 정죄하고, 교회와 가정으로부터 완전히 분리시키는 것만은 아니다. 이단대처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단에 빠진 이들을 모두 구출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만희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애타게 딸을 찾던 어머니의 모습은, 신천지의 사기행위에 속아 집을 나간 딸을 찾기 위한 ‘평범한 엄마의 모습’이었다. 코로나 전염병이 신천지 신도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천지에 속한 딸의 안전과 행방을 알려달라고 외치던 피해자 어머니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가 이단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분명하게 보게 된다.
이단문제는, 피해자의 눈을 통해 보고 귀를 통해 들었을 때, 그 본질과 위험성을 바르게 볼 수 있다. 이단문제는 고상한 교리적인 논쟁이 아니고, 이단문제는 교권 장악을 위한정치도 아니며, 정적 제거를 위한 수단도 아니다. 이단문제는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거룩한 싸움이다.
한편 신천지에 빠진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되찾아오려는 가족들의 노력을 신천지는 소위 ‘강제개종’이라고 부른다. 적반하장이다.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정체를 숨기고 다가와 속이고 데려간 신천지가 ‘강제개종’의 주범이다. 얼마 전 법원은 이러한 신천지의 “사기행위의 기망이나 협박행위와도 유사”하다고 그 위법성을 판단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신천지=거짓말=위장’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다. 이미 교회가 알고 있었던 신천지의 정체를 이제 사회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게 되었다는 점은 일면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사회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외신들마저도, 신천지의 거짓말과 위장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거짓말’과 ‘위장’을 교리적으로 합리화한 종교단체는 없다. 신천지의 2인자였다가 최근 신천지의 정체를 폭로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김남희의 표현처럼, 이만희의 신천지는 “종교사기 집단‘일뿐이다.
희망과 공포가 공존하는 어수선하고 불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의 ‘건강’과 ‘안전’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신천지는 조직을 보호하고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오늘도 신천지 신도들이 거짓과 위장으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만약 신천지 신도들도 국민이라면, 120억 원 기부가 답이 아니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진정성 있는 협조가 없을 경우, 신천지의 몰락을 위해 교회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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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지일교수] 이만희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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