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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지일 교수의 이단바로알기] 싸움이 끝나고 난 뒤
2017/05/29 17:0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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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탁지일 교수.jpg
 일본 후쿠오카 근교에서 수년 전 열렸던 한일(韓日) 이단사이비대책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회의가 열린 곳은 다소 의외의 장소였다. 고급스러운 전통 일본식 온천호텔이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매년 한 차례씩 개최되는 세미나였는데, 일본 측이 주관하는 회의 장소는 대체로 소박하고 검소한 편이었기 때문에, 세미나 장소의 고급스러움에 대해 다소 의아했다. 첫날 저녁식사 시간이 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식사를 대접한 분은 호텔 주인이었는데, 식사에 앞선 인사말을 통해, 그 친절과 배려의 이유를 밝혔다. 오래전 주인의 딸이 통일교에 빠졌고, 세미나에 참석한 한 일본 목사님의 도움으로 통일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은혜를 잊지 않고, 통일교 피해자를 돕는 일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고, 한일이단사이비대책세미나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호텔을 제공한 것이었다. 사랑하는 자녀를 찾기 위한 통일교와의 길고 긴 ‘싸움이 끝나고 난 뒤’에도 피해자모임을 떠나지 않고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 보기 좋았고 부러웠고, 지금까지도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부러움은 나의 과거 경험을 통해 생긴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어려서부터 선친인 탁명환 소장을 찾아왔던 많은 피해자들을 보았다. 선친은 힘닿는 대로 언론을 통해, 법적으로, 혹은 생활적인 면에서도 도움을 줄 때가 많았고, 그로인해 감수해야만 했던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단사이비와의 ‘싸움이 끝나고 난 뒤’에는 다시 만날 수 없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선친이 대가를 바라고 도우셨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인간적인 아쉬움과 서운함은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렇기에 이단사이비들과의 ‘싸움이 끝나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이단대처 활동에 참여하는 우리 주변의 피해자 가족들을 보면 한없이 존경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심지어 전문 상담가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분들을 보는 것은 큰 위로이고 격려이다. 지난 날 자신이 겪은 아픔과 고통의 기억과 당당히 마주하고, 다른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 일본 온천호텔 주인의 모습이 겹쳐져 떠오르곤 한다.
피해자의 눈을 통해서 바라볼 때, 이단문제의 위험성과 본질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피해자의 존재는, 교회와 사회가 이단문제에 관심을 갖는 주된 이유이다. 이단대처의 가장 중요한 목적도 ‘피해 예방’과 ‘재발 방지’이다. 때로는 피해자들의 행동이 다소 무리해보이고 지나쳐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배우자와 자녀가 피해를 겪고 있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단사이비문제 해결의 열쇠는 피해자 가족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올해도 한일이단사이비대책세미나가 5월 25~26일 한국에서 개최된다. 세미나에 참석한지도 벌써 올해로 꼭 10년이 되었다. 매년 한일교회 대표들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어김없이 만난다. 지난 10년 간 한결같은 진지함과 성실함으로 참여하는 일본 대표들은, 열악한 복음화의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들을 변함없이 감당해오고 있다.
한국기독교 이단연구 현장도 지속성과 전문성이 담보되는 이단 연구 및 예방과 대처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내 가정과 내 교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이단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싸움이 끝나고 난 뒤’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준다면, 그 어떤 도움의 손길보다도 큰 위로와 격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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