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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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는 가데스 바네아에서 출발한 열두 명의 정탐꾼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들의 정탐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정탐꾼들 중 열 명은 하나님을 불신앙했고, 백성의 마음을 녹게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사십 년을 채우도록 방황해야 했고, 가나안을 밟게 된 사람은 여호수아와 갈렙, 두 사람뿐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유감스러운 것은 차라리 정탐꾼을 보내지 않은 편이 좋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와 함께 정탐꾼을 보내게 된 동기도 불분명합니다. 민수기 13장 1절에 의하면 여호와 하나님께서 시키신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사람을 보내어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는 가나안 땅을 정탐하게 하되.....> 그러나 모세가 늙어 모압 평지에서 백성들에게 과거를 말해 줄 때에는 백성들의 의견을 따라 정탐꾼을 보낸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신명기 1장 22절을 보면 <너희가 다 내 앞으로 나아와 말하기를 우리가 사람을 우리보다 먼저 보내어 우리를 위하여 그 땅을 정탐하고 어느 길로 올라가야 할 것과 어느 성읍으로 들어가야 할 것을 우리에게 알리게 하자 하기에>라고 되어 있습니다. 어쨌든 가데스 바네아 사건은 모세가 평생 후회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 후회에서 신명기의 표현을 한 게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사실 정탐은 필요 없었습니다. 언제 그들이 정탐을 한 적이 있었습니까?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광야에 나왔고, 홍해를 건넜습니다. 그저 그들은 구름 기둥이 인도하는 대로 가기만 하면 되었건만, 아무 소득도 없는 정탐으로 인해 오히려 광야에서 스러지게 되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여호수아 2장을 보면 이런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호수아는 또 정탐꾼을 보냈음을 보게 됩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실 두 사람의 정탐꾼은 무익했습니다. 그들이 어떤 정보를 가져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라합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위기만 초래했습니다.
그리고 후에 여리고성을 점령하는 데 있어서도 두 사람의 정보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정탐꾼들이 가져온 정보를 근거로 성벽의 약한 부분을 집중 공략하라거나, 성 안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로 들어가라고 하신 게 아니라, 그저 하루에 한 바퀴씩 엿새 동안, 그리고 마지막 일곱째 날엔 일곱 바퀴를 돈 후 함성을 지르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백성들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성을 무너뜨리는 일반적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왜 열 세 바퀴가 필요하며, 칠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을까요?
하나님께서 이렇게 하신 유일한 이유는 그들에게 <믿음>을 요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방법이라도 하나님께서 명하셨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순종할 수 있는지를 보고자 함이었습니다. 열 세 바퀴, 칠일을 요구하신 것은 그들의 믿음이 중간에 사라지는지, 끝까지 지속되는지를 보려 하신 시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백성이 순종했을 때 성은 무너졌습니다. 정탐꾼의 정보 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애초부터 정탐꾼을 보낼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여호수아와 정탐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헛수고를 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전략을 짜느라 바쁩니다. 정탐꾼을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무슨 전도전략세미나, 교회성장전략세미나 등의 <전략>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수고는 별 의미가 없는 듯합니다. 전략 세미나가 유행하면서부터 오히려 한국교회는 쇠퇴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박한 믿음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을 돌 수 있는 도전하는 믿음만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일곱째 날까지 순종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할 뿐입니다. 전도전략을 세우는 그 시간에 믿음으로 기도하고 나가서 전도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저 위로를 받는다면 하나님께서는 정탐꾼을 보낸 인간의 실수를 통해서도 라합을 구원하셨으니, 오늘 우리들이 벌이는 어리석은 일을 통해서라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실 것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여리고성을 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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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연구] 정탐꾼보다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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