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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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케어’라는 이름의 동물보호단체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으로 세간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최근 활발해지는 반려동물(伴侶動物) 문화의 바람을 타고 급성장한 이들은 버려지거나 학대받는 동물들을 구하고 돌보는 일을 자임해 왔습니다. 부천 농장 구출 사건과 같은 몇 가지 선행(善行)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다가 대통령이 이곳에서 보호하던 유기견 토리를 입양하면서 유명세를 톡톡하게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기부금과 후원금이 쏟아지면서 어느새 연간 운영비 20억 대의 시민단체로 발돋움했고, 단체의 대표는 ‘유기견의 대모’라 불리며 유명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사태의 발단은 ‘안락사’ 문제였습니다. 이른바 ‘노 킬(No Kill)’ 즉 보호하고 있는 동물을 결코 안락사 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는데, 실상은 몇 년 사이 수백 마리의 동물들이 정당하지 못한 사유로 인해 안락사를 당했다는 내부폭로자의 고발이 터진 것입니다. 게다가 수십 억대에 이르는 재정 역시 불투명하게 관리되었으며 심지어 대표의 횡령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습니다. 불쌍한 동물을 도와주고 돌본다는 사실 때문에 감동을 받아 응원하고 지원했던 사람들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선한 사업마저도 결국은 자기 소견대로 그릇 행하여 부패하기 마련인 인생의 이치가 서글픕니다.
그러다 문득 우리 사회가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이렇게까지 달라졌는가 하는 사실에 놀랍니다. 천변(川邊)이나 공원(公園)에 산책을 나가보면 이런 변화가 피부에 와 닿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아이를 데리고 나온 숫자만큼이나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온 이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어느새 ‘동물’을 넘어 ‘동물권’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케어라는 단체 또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동물권보호단체’를 표방합니다. 안락사 문제 역시 동물권이라는 개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보다 앞선 서구에서도 ‘동물권’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피터 싱어(Peter Singer)의 『동물해방(Animal Liberation)』 (1975)부터였습니다. 피터 싱어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동물 역시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로서 지적 감각적 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호받기 위한 도덕적 권리를 지닌다고 보았습니다.
이전까지 역사는 휴머니즘(Humanism)이라는 말이 대변하듯 철저하게 인간 중심으로 흘러왔습니다. 심지어 복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장윤재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까지 기독교 복음은 인간에게만 복음이었습니다. 기독교 스스로 인간 중심의 신학을 벗어날 때입니다. 종교가 바로 서면 동물학대도 없을 것입니다.”(포스트휴먼신학) 이른바 ‘동물신학’을 주창하는 앤드류 린지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 입으로 자신의 권리나 고통을 주장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에게 더 큰 도덕적 배려를 해야 한다. 그것이 기독교적이다. 동물의 권리는 동물 자신에 의한 것도 아니고 인간에 의해 주어진 것도 아니고, 창조주 신에 의한 것이므로 동물에 대한 폭력은 신성모독이다.”(동물신학의 탐구)
우리의 판단 기준은 성경일 수밖에 없습니다. 성경은 동물에 관해 결코 침묵하고 있지 않습니다. 구약에서 먼저 우리는 홍수 이후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과 체결하신 “영원한 언약”(창 9:16)을 상기합니다. 그러나 언약이행능력은 인간에게만 있으므로 언약으로부터 동물은 법학에서 말하는 계약의 제3자적 효과나 혹은 언약의 반사적 이익을 누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약에서는 금방 떠올리는 로마서 말씀이 있습니다. “그 바라는 것은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노릇 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것이니라.”(롬 8:21) 동물도 바라는 바가 있다고 분명히 선언합니다. 그것을 동물의 권리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권리란 법적인 이익을 청구하고 보호받을 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경의 원리를 존중해서 신자라면 적어도 동물을 무가치한 존재로 여기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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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성경과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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