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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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이 되면 들판에 핀 예쁜 꽃을 따다가, 선선한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물든 단풍잎을 떼다가 책 사이에 끼웠다. 책 사이에서 시간이 지나 마르고 나면 코팅을 하거나 편지지에 붙이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봄을, 가을을 간직했다.
이처럼 꽃과 잎, 줄기 등을 채집해 누르고 건조시킨 후 구성한 그림을 압화(押花)라고 한다. 압화라고 말하면 생소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만들었거나 보았을 것이다. 인공적인 그림과 달리 자연 본래가 가진 아름다움 때문에 지금도 압화는 널리 이용되고 있다. 간단한 카드, 편지지부터 액자, 전등, 액세서리, 손톱 등 다양한 곳에서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최근 압화 분야에서 잇따른 입상으로 실력을 검증받은 이가 있어 만났다. 하수꽃예술원을 운영 중인 이경숙 집사(수영로교회)다.
 
성전 꽃꽂이를 시작으로
이경숙 원장은 어릴 적부터 오빠를 따라 주일학교를 다니며 경주 양남교회에 출석했다.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꽃이 좋았고, 길가에 수줍게 핀 꽃이 좋았다. 여느 소녀들처럼 꽃을 좋아하던 그녀는 들에 핀 코스모스를 보고 한 아름 모아다 교회 강대상에 꽂아 두었다. 이를 본 담임목사는 꽃이 예쁘다고 칭찬했고, 잘했다고 격려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18세였던 그녀에게 무조건적인 칭찬과 지지였지만 그땐 칭찬으로 기뻤고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솟았다. 부흥회를 참석하던 중 교회 강대상을 보며 꽃꽂이를 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 예쁘게 성전을 꾸미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그렇게 꽃꽂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성전 꽃꽂이를 시작으로 직접 꽃꽂이를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꽃꽂이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계속 이 일이 하고 싶어 28세가 되어서는 꽃꽂이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경숙 원장은 크고 화려하게 핀 아름다운 꽃도 좋았지만 야생화를 더 좋아했다. 산에, 들에 모진 환경에도 꿋꿋이 피어 있는 야생화를 좋아했고, 특히 냉이꽃과 코스모스를 좋아했다. 야생화로 무언가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그녀에게 지인이 압화를 소개했다. 압화에 대해 알게 되면서 식물로 그림을 그린다는 매력에 흠뻑 빠졌다.
크리스천인 그녀는 산에 핀 꽃 한 송이, 들에 핀 꽃 한 송이가 스쳐지지 않았다. 작고 가녀린 꽃 하나도 하나님께서 돌보시는 것처럼 자연을 대할 때마다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가 컸다. 꽃을 보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했고, 성경말씀을 보면서 받은 영감이 작품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미술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이 원장의 재능은 여실히 발휘됐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대한민국미술대전 기타공예부문 특선, 올해 3월 제18회 대한민국압화대전에서는 분야별 대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특히 전남 구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압화대전은 외국에서도 참여할 만큼 손꼽히는 곳이다. 여기서 이 원장의 작품 2점이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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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들풀의 힘
압화는 작품을 만드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재료를 준비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산으로 들로 다니며 꽃을 채취한다. 귀한 꽃이 핀 곳은 위치를 기억해 뒀다가 꽃이 필 때 다시 찾아가 채취하기도 한다. 그렇게 모은 꽃을 손질하여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종이에 한 송이씩 올려 모양을 잡고 며칠 후 다시 확인하며 약 일주일간 건조하는 작업을 거친다. 그리고서야 준비된 꽃을 핀셋으로 옮기며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물감을 쓰지 않고 식물 자체를 재료로 쓰는 것이 압화의 매력이다. 이경숙 원장은 “꽃을 놓아 작품을 만들다 보면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다. 한땀 한땀 놓다보면 하나님께서 이것을 만드셨구나 묵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경숙 원장은 6년간 학교에서 방과후교육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집중력과 정서발달을 도왔다. 지역 중학교에서 아트플라워 수업을 하며 꽃꽂이, 수경재배, 압화 등을 가르쳤다. 처음에는 서먹해하던 학생들이 이내 관심을 가지며 꽃을 가져와 이것으로도 만들 수 있냐며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 원장은 “아이들이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제 오해였다. 급변하는 아이들을 보며 신기했다”고 말했다. 학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 수업을 하고 올해는 중단했으나 지금도 가끔 공방으로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다. 이 원장은 “힘없는 들풀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경숙 원장에게 압화를 배우는 수강생은 압화의 재미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그저 지나치던 길이었는데 압화를 배우고 나니 길가의 꽃도 다시한번 보게 된다”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청소년에게는 집중력 향상과 정서발달을 돕고, 성인들에게는 지난 추억을 떠올려 옛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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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원장을 만나 작품소개 및 수상소감, 압화에 대해 들었다.
Q.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이어 대한민국압화대전에서도 수상했습니다. 소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성전꽃꽂이를 시작하며 제 인생의 길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지요. 지난해 10월, 올해 3월 잇따른 경사에 너무 감사하고 기쁩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특히 남편의 지지와 응원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작품을 만들면서 시간이 할애될 수밖에 없기에 이를 기다려준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Q. 작품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이번 대한민국압화대전에서 분야별 대상을 받은 작품은 <자연의 노래>입니다. 창문에 총 10개의 작품을 담았습니다. 창문이 닫혔을 때는 가을 들녘에 바람이 나부끼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바람에 식물들이 날리는 쓸쓸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 연작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창문을 열면 가운데는 같은 곳의 풍경을 봄, 가을, 겨울에 따라 변화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한 공간이지만 하나의 장면을 봄과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된 느낌을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풍경만 하기엔 단조로울 것 같아 항아리로 시크라멘과 크리스마스의 우아함과 정물 같은 느낌을 담았습니다. 풍요로움과 우아함을 정물로 표현해보았습니다.
이 외 국전에서 수상한 <봄날의 하모니>는 깊은 산속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만든 갖가지 식물들이 어우러져 찬양한다는 의미로 제목을 지었습니다. 압화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가을로의 초대>는 산 속 가을의 모습을 담아 표현해 보았습니다.

Q. 작품 구상은 어떻게 하시는지?
A. 지나다니며 본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마음에 담아 기억해 두기도 합니다. 때론 예배를 드리며 마음에 와 닿는 말씀을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압화가 알려지지 않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꽃으로 그리는 그림 ‘압화’를 알려 더 많은 분들이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무심결에 밟고 지난 수 있는 꽃이지만 이를 통해 창조세계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나타내고자 합니다. 하나님께서 쓰시는 그릇이 되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가을로의 초대.jpg▲ 작품 <가을로의 초대>
 
봄날의 하모니.jpg▲ 작품 <봄날의 하모니>
 
빈 문서 1.jpg▲ 작품 <자연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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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그리는 그림 ‘압화’ 작가 이경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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