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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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예술과 신앙
- 고난을 통한 치유의 묵상 -
 
  반 고흐만큼 가을에 어울리는 이도 드물 것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품은 해바라기와 추수를 앞둔 밀밭 위로 넘실대는 구름, 그리고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 우리는 근대미술을 연 이 위대한 아마추어화가에게 열광한다. 그의 인기에 힘입어 꾸준히 출간되는 고흐 관련 책을 올해는 박철수목사가 펴냈다.  저자는 캔버스에 자신의 신앙과 근대적 사고를 통합하려고한 고흐의 생애를 헨리 나우웬의 ‘상처 입은 치유자’를 키워드로 추적해 본다.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영원을 추구한 화가의 짧지만 불꽃같은 삶을 통해 우리가 왜 위로받고 치유 받는지? 아트지에 옮겨진 90여장의 작품과 편지, 그리고 그의 삶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가을 밤, 별이 빛나는 밤에 읽으면 좋을 책.

◈ 저자소개
∥박철수: 연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풀러신학대학원(D.Min.)를 마쳤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지도위원과 성서한국이사로 있으며, 분당두레교회 담임, 겨자씨형재단 대표, 「복음과상황」 초대편집장 및 발행인을 역임하고, 한동대학교에서 〈성경적세계관〉을 강의한  바 있다. 저서로는 하나님나라/축복의 혁명/성경제사/두개의 십자가 등이 다수가 있다.
대장간 간 / 2019년 / 20,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고흐의 하나님》 / 안재경 저 / 홍성사
《영혼의 순례자》 / 캐슬린 에릭슨 저 / 청림출판
《고흥의 영성과 예술》 /  최종수 역편 / 한국기독교연구소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현호 기쁨의집 대표, 김형기 팔복교회 목사
 
noname02.jpg▲ 너무나 멀리 떨어진, 너무나 먼 길이기에 슬프나, 멀리 영원한 도성을 바라보기에 희망에 가득 차 있다.
 
 
성직자 대신 화가의 길로
“이건 신학과는 거리가 멀어, 그저 난롯가에 있는 저 가난에 찌든 목수나 농부, 또는 광부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영원한 안식처가 있다는 느낌, 그런 감정과 영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려는 것뿐이야.”(고흐의 편지에서)

근대미술을 연 반 고흐
김길구 오늘은 머리도 식힐 겸 분위기 전환용으로 문화에 관한 책을 선정해 봤습니다. 고흐는 저보다 정확히 100년 전 사람입니다. 두 분 다 고흐의 팬으로 알고 있고 김목사님은 고흐관련 시도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가 특별히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김형기 흔히 예술가들의 작품을 평가할 때 그 화가와 작품의 완성도, 그리고 작품의 미술사적 위치를 보고 평가하는데, 고흐는 그 외에도 동생 테오와의 애틋한 형제애 등 숱한 얘기꺼리가 많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봅니다.
김현호 그림 못지않은 방대한 독서량에 바탕한 그의 글쓰기 작업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부분이지요. 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은 세계 서간문학(書簡文學)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특이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고요.
김길구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고흐지수’가 있다고 해요? 그 나라에 고흐작품이 몇 점 있느냐는 것인데, 그만큼 그는 문화의 아이콘이 된지 오래입니다. 고흐에 대한 사랑은 우리나라도 유별나서 서울 전시회에 70만이 넘는 최다인파가 다녀갔어요.
김현호 그의 작품은 현재 고국인 네덜란드에 364점, 미국에 190점, 스위스에 80점 등이 많이 가지고 있어요. 살아생전에는 유화를 1점 밖에 팔지 못한 비운의 화가이지만 지금 그의 작품들은 천문학적인 최고가를 갱신 중입니다.
김길구 누구나 한두 명씩은 좋아하는 예술가가 있겠지만, 특이한 현상은 저 주위에 고흐를 좋아하는 분들은 팬 수준을 넘어 매니아에 가까워서 놀랐습니다.
김형기 당시 화가들의 등용문인 아카데미 출신이 아닌 늦깎이 독학의 아마추어, 그것도 늦은 나이에 화가로서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900점의 작품과 드로잉 1,700여점을 남기고 37살의 나이로 불꽃같은 삶은 살아간 그의 치열성은 하루를 의미 없이 소비하는 우리들에게 큰 울림을 주지요.
김현호 혹자는 생전에 유화 1점밖에 못 판 불우한 천재에 대한 미안한 생각에서 그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고흐에게는 뭔가 우리를 끄는 힘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김길구 저는 헨리 나우웬의 책을 통해서 고흐를 접했습니다만, 고흐에 대한 교계의 관련 책도 여러 권 있지요?
김현호 예. 몇 년 전에 출판된 안재경목사님의 〈고흐의 하나님〉이란 책이 있어요. 그의 고국인 네델란드의 화란한인교회에서 7년 동안 목회하시면서 고흐에 매료돼 지은 책인데. 고흐의 생애와 그림의 신앙적 측면과 목회자의 단상을 담은 책입니다.
김형기 제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캐슬린 에릭슨의 <영혼의 순례자 반 고흐>라는 책입니다. 교회의 위선에 실망하고, 지금으로 말하면 가나안신자로 기성교회를 떠났고, 기독교가 금지하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흐의 평가에 대한 반론으로 그간 간과되어 온 고흐의 영적시각(spittual vision)을 재조명한 책입니다. 그의 결론은 하나님을 향한 ‘영적인 삶’이야 말로 반 고흐의 삶과 신앙과 그림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키워드임을 역설한 책인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상처입은 치유자 반 고흐
김길구 우리도 어느새 그의 예찬론에 빠져들고 있네요. 이제부터는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책 제목이 <반 고흐 상처 입은 치유자>예요? 그리고 제호 밑에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은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김형기 세잔느, 고갱, 고흐를 흔히 근·현대미술을 연 선구자라고 합니다. 고흐는 사물의 형태를 예쁘고 정확히 그리지 않았고 당시에 일반화된 원근법도 무시한 채. 느낌에 따라 형태를 과장하가나 변형시키며 어떠한 관습이나 틀에도 매이지 않았습니다. 자연을 모방한 사실적인 묘사는 막 보급되기 시작한 사진기의 몫으로 넘어가요. 이런 과도기에 새 시대를 연 것입니다.
김현호 고흐는 밀레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를 닮고 싶어 했죠. 우리가 어릴 때 보았던 〈만종〉이나 〈이삭 줍는 농부〉 등의 그림들을 그냥 농촌의 서정적인 풍경정도로 알고 향수를 달레잖아요. 종전의 그림을 생각해 보세요. 예술은 권세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기풍 있고, 우아하고 예쁘게 그린 그림이 좋은 그림이지요. 이런 시대에 밀레는 힘든 서민의 삶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굳이 영웅이나 성서의 주인공들이 없어도 노동을 마치고 들녘에서 기도하는 농부의 일상에서 우리는 경건함을 느끼잖아요. 이것이 근대라는 시대정신이었습니다. 예술이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예술이 된 것입니다.
김길구 여기서 중요한 말씀을 하셨어요. 화가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닌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해 주는 사람이다. 문학이나 예술가들이 그래서 중요해요. “신성하고 위풍당당한 큰 예배당에는 없는 그 무엇이 사람의 눈 속에는 살고 있거든, 불쌍한 가난뱅이나 창녀의 영혼이라 할지라도 한 인간의 영혼이 내 눈에는 더 흥미롭다”는 고흐의 작품을 감상할 때 어떤 사람은 바로보지 말고 비스틈히 봐야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의 삶과 작품, 그리고 글 속에서 한 인간의 영혼을 찾는 것도 의미가 있겠죠.
김형기 동생 테오의 생활비로 연명하는 고흐는 굴하지 않고 화가라는 직업을 신앙의 소명으로 이해하고 그의 목표를 분명히 했어요. “갈기갈기 찢어진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는 예술을 원했다. 엄마가 상처 받은 아이를 위로하듯 반 고흐는 위로가 되는 미술을 준비하라”는 소명과 함께 “위로는 현대의 삶의 회피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삶을 분명하게 바라보는데 있다” 고 함으로써 그의 그림에 숨어 있는 종교성을 강조했어요.

종교3부작-<피에타>, <나사로의 부활>, <선한사마리아인>
김길구 1888년 12월23일 일요일 밤 반 고흐는 고갱과의 다툼 이후 정신발작으로 자신의 귓불을 면도칼로 잘른 후 24일 병원에 실려 가고 고갱과 헤어진 후 5개월 후인 1889년 5월에 생레미의 생폴드모솔 정신병원에 자진해서 입소한 후 그곳에서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 〈마지막 자화상〉, 〈아이리스〉,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과 〈해바라기〉 같은 아를에서 그렸던 작품의 연작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생레미에서 완성하는데 그중 관심을 끄는 것은 종교 3부작입니다.
김현호 3점의 종교화는 고흐 자신이 겪던 비참한 고통과 회복의 희망을 담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어요. 〈피에타〉는 이태리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란 뜻인데,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앉고 있는 모습을 그린 들라크루아의 <피에타>의 모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피에타〉와 〈나사로의 부활>에서 예수의 얼굴 대신 자신을 그려 넣어서 주인공의 고통과 비애에 공감하며 죽음과 부활, 치유와 재생을 기원하는 고흐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작품입니다.
김형기 고흐가 토마스아캠퍼스의 책 <그리스도를 본받아>와 존번연의 〈천로역정〉을 즐겨 읽고 영향을 받았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요. <선한사마리아인>은 종교의 형식보다는 사랑의 실천을 표현하며, 제사장과 레위인으로 상징되는 기성 종교인들의 행태를 힐난하는 의미도 있다고 봐야겠지요. 저자는 이 책에서 19세기 고흐를 조명할 뿐 아니라 시대를 넘어 기독교의 본래의 정신을 일깨우며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 상처 입은 치유자 고흐의 정신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김길구 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 끝으로 〈드 포르트푀유〉에 게재된 이삭손의 글로 마치겠습니다. “그는 캄캄한 밤에 홀로 분투하면서 자신의 길을 갔던 선구자다. 그의 이름을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 그가 바로 반 고흐다.”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미뤄진 제임스 앨런 외 《종교개혁의 5대원리》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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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교양읽기] 캄캄한 밤에 별처럼 빛난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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