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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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화려한 조명의 성탄 트리가 빛나는 도시, 부산이다. 아름다운 트리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거리를 걷다보면 저절로 캐롤이 흥얼거려진다. 그리고 이처럼 성탄 트리가 빛나는 거리를 걷는 이들이 단 한 순간이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느끼고 접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성탄 트리 뿐만 아니라 부산 거리를 걸으면서 어디서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동백나무, 홍가시나무,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를 보며 초록과 빨강이 어우러진 게 마치 성탄 트리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부산은 도시 전체가 성탄 트리로 장식된 것만 같다. 성탄 트리는 성탄절을 나타내는 가장 강력한 상징물이다. 마샬 맥루한이 일찍이 말했던 것처럼 미디어는 곧 메시지이다. 즉, 성탄 트리라는 미디어가 곧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메시지 그 자체가 된다. 그래서 원조 성탄 트리는 복음의 메시지를 담은 상징물들로 장식이 되었다. 먼저 나무 자체가 이새의 줄기에서 나신 예수님을 상징한다. 그리고 에덴동산의 생명나무도 연상케 한다. 그리고 그 나무에 걸었던 장식물들은 첫 번째, 선악과를 상징하는 사과로서 우리의 죄를 떠올리게 한다. 두 번째는 빨간 장미인데, 아름다운 꽃과 같이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을 상징한다. 세 번째는 과자모양의 빵으로서 생명의 떡으로 오신 예수님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명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상징하는 초로 장식을 한다. 이처럼 심플하지만 의미를 담은 성탄트리는 볼 때마다 그 자체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교육적 효과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초록과 빨강이 어우러진 포인세티아 화분을 놓거나 알록달록한 성탄 리스 등을 걸어서 성탄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성탄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이다.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고, 의미 있는 장식물들을 나무에 함께 걸면서 자연스럽게 각인되는 히든 커리큘럼이다. 이처럼 다음세대에게 주는 가장 가치 있는 교육은 복음의 메시지를 기억나게 하는 미디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 미디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매스컴이나 스마트 폰으로 국한된 게 아니다. 우리의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환경이 다 미디어인 것이다.
성민교회는 12월 한 달 동안 교회 안에서 성탄을 기념하며 손카드를 보내는 활동을 하였다. 이를 위해 아기 예수님이 왕으로 탄생하셨음을 상징하는 별 모양과 낮고 천한 이들을 위해 오신 것을 보여주는 구유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표지로 성탄 카드를 자체 제작하여 교회 곳곳에 비치해서 누구나 무료로 사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빨간색 우체통을 만들어 본당 앞과 식당 앞에 설치하고 성도들이 일 년 동안 감사했던 분들,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카드를 직접 손 글씨로 적어서 그 우체통에 넣으면 교역자들의 분류작업을 통해서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그 편지를 전해주었다. 매우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나는 활동이었다. 처음에 천 장을 제작한 카드는 한 주 만에 2천 장으로 늘었고 곧 3천 장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게 된 것은 교인들이 직접 성탄 카드를 쓰면서 그 옛날 성탄절의 분위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성탄 카드를 써 봤는지도 잊었던 이들이 위로와 격려, 감사와 사랑의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서로 주고받으며 기쁨을 느끼고, 성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기나긴 가르침 보다 단순한 성탄 카드 자체가 메시지가 된 것이다.
이처럼 대강절과 성탄절은 미디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절기이다. 많은 말로 가르치지 않아도 화려한 선물이 아니더라도, 교회나 가정에서 성탄을 상징하는 장식물들만 보아도 예수님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 성탄 카드를 받고 빙긋 미소를 짓는 마음속에서 이미 성탄의 따스한 선물은 전달이 된 것이다. 이러한 차원 높은 교육이 우리의 다음세대들에게 시행되기를 소망한다. 교회와 가정에서 울려 퍼지는 성탄 찬양 속에서, 의미를 담은 성탄 트리를 보며,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성탄의 기쁨으로 가득한 성도들의 얼굴 속에서 성탄의 의미가 전달되기를 바란다. 이제 초록과 빨강으로 어우러진 그 모든 사물들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과 구원의 스토리가 저절로 떠오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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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학교를살린다] 미디어는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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