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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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urvey Q 3R
 선생님은 그렇게 다가오셨다. 무슨 암호냐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까까머리 소년은 이 기호부터 배웠었다. S는 Survey(관측)다. Q는 Question(질문)이다. 그리고 3R이란 Reading(읽기)과 Recite(Recall, Recording-암기, 기록) 그리고 Review(되풀이, 반복, 복습, 재음미)를 말한다. 독서법이었다. 난 지금까지 이 독서법을 놓쳐본 일이 없다. 그 독서법이 재미있어 읽고 또 읽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책이란 만인의 대학”이라고 했다. 나는 한 해도 아닌 두 해를 월반(?) 했고 대학 캠퍼스를 누비고 다녔다. 활자는 이해력, 상상력, 집중력, 어휘력, 기억력 등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깨우쳐 준 스승이었다. 잘 고른 한 권의 책은 스스로를 격려하고 채찍질하는 좋은 길잡이였다. 한 번 붙잡은 책은 여지없이 밑줄이 그어졌다. 밑줄이 그어질수록 나의 세계는 확장되어 갔다.
 선생님은 입시공부보다 더 중요하게 책 읽기를 강조했다. 선생님의 그 원려(遠慮)를 깨우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추사 김정희(金正喜)는 글씨를 잘 쓰려면 “오천 권의 문자가 가슴에 있어야 한다.”는 말로 책읽기를 장려했다. 다산 정약용(丁若鏞)은 유배지 강진에서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너희들이 독서하는 것은 내 목숨을 살려주는 것”이라면서 폐족으로서 책읽기를 통해 집안을 일으키라고 당부했다.
 책을 붙잡고 누비지 않은 세상이 없었다. 밟지 않은 땅이 없었다. ‘밑줄 인생’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밑줄이란 중요한 것에 대한 표시다. 잊어서는 안 되는 것에 다짐이다. 다시 돌아보고자 하는 자신과의 약속이다. 때로는 자신을 향한 마음의 박수가 되기도 한다. 밑줄을 많이 그으면 그을수록 인생은 빛난다. 밑줄은 끝내 자신의 인생의 훈장이 된다.
 밑줄만이 아니었다. 선생님은 내 인생의 부호(符號)였다. 선생님은 때로 의문표였고 쉼표였고 느낌표였으며 Apostrophe(')가 되기도 했다. 나는 선생님에게서 질문하는 법을 배웠고 감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익혔다. 불가능(Impossible)을 가능(I'm possible)으로 만드는 열쇠가 지혜임도 알았다.
 그리고 어느 날 학창시절에는 물 건너 먼 산 쳐다보듯 바라다보던 모교의 스피릿(교훈)이 선생님의 철학이고 삶이었음을 안다. 여느 학교의 교훈과 달리 스스로의 고백 문으로 작성된 ‘나는’으로 시작되어 ‘되련다.’는 고백으로 끝나는 교훈이 지금은 나의 삶의 교훈과 철학이 되어 있다.
  1. “나는 하나님과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련다.”
  2. “나는 마음껏 자라며 마음껏 생각하며 마음껏 일하는 사람이 되련다.”
  3. “나는 웃는 자와 함께 웃고 우는 자와 함께 우는 사람이 되련다.”
 나는 지금껏 내가 밑줄을 긋고 또 밑줄을 그은 문장들 중에 이보다 더한 명문장을 찾아본 일이 없다. 아니 선생님이 바로 내 인생의 밑줄이었다. 덤으로 얻게 된 물음표와 쉼표 그리고 감탄사와 어퍼스트로피 조차도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든 선생님의 편린(片鱗)들이었음을 안다.
 이제는 안다.
 선생님을 대신해서 나도 누군가의 인생에 밑줄이 되고 부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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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칼럼] 내 인생의 밑줄이셨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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