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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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저 임신했어요.”
 19세의 딸, 고등학교 졸업식도 치르기 전이다. 6개월째란다. 이 소식을 들은 부모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러나 사실이었다. 임신을 시킨(?) 녀석은 군에 입대하고 없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불면의 밤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생명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둘의 사랑을 확인했다. 결혼 의사도 분명했다.
 그렇게 해서 딸의 부모는 내게 주례를 부탁해 왔다. 난감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전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상담을 맡았던 커플 중 하나도 ‘리틀 맘(mom), 리틀 팝(pop)’이었다. 중학교에 다니다 ‘사고’를 쳤다. 둘은 학교에서 쫓겨났다. 중국집 배달원으로, 점포 점원으로 고달픈 생활이 시작됐다.
 죄 없는 아이는 할머니를 어머니로 착각해 산다. 기막힌 노릇이었다. 더 이상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아이의 미성년 부모도 사회로부터 ‘성인’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었다. 떳떳하게 아빠·엄마 자리를 부여해줘야 했다. 멀리 진주까지 가서 주례를 섰다. 그때 나누었던 주례사 한마디. “온실 속 화초로 자라려 하지 말고 들녘에서 모진 비바람을 이겨내 남을 이롭게 하는 약초로 피어나렴.”
 그리고 두 번째 리틀 맘, 리틀 팝. 무슨 말을 할까? 되레 딸 아이의 아빠에게 부탁했다. 편지 형태로 하고 싶은 말을 써 보면 어떠냐고? 아빠가 준비한 말을 보내왔다.
 “나의 사랑하는 딸 ○○아!
 먼저 결혼을 축하한다. ○○이는 아빠를 놀라게 하는 특기가 있는 것 같구나! 처음에는 아빠도 많이 힘들었는데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은 갑자기 아들 둘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너는 하나님의 사람이다. 그리고 너는 하나님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이 너는 축복을 창조해 가는 사람이 되어라.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믿음의 가정, 서로 존중해 주고 사랑하는 아름다운 가정을 가꾸기 바란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 ◇◇아!
 얼마 전, ○○이가 배 속에 있는 아기 이름을 지어달라고 해서 ‘당’이라고 이름을 지으라고 했더니 ‘아빠! 당이 무슨 뜻이야’라고 묻길래 ‘네 남편 성이 황씨니까 성을 붙여보면 뜻을 알 수 있다고 했지!’ ‘그러면 이름이 황당!’ 하고 ○○이가 깔깔대고 웃더구나. 내 심정이 그런 마음이었지. 너를 받아들이기가 매우 힘들었는데, 지금은 너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제 너의 모습이 든든하게 보이는구나!
 ◇◇아!
 성경에 나오는 야베스가 처음에는 수고의 사람, 고통의 사람, 고난의 사람이었는데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을 통해 축복의 사람, 존귀한 사람, 하나님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된 것처럼 축복의 지경을 넓혀가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내 딸을 너에게 맡긴다.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해 주어라. 그리고 항상 가정을 먼저 생각하고 아름답게 잘 가꾸기 바란다. ◇◇이 너는 하나님이 함께하는 사람이다. 너는 많은 사람들이 복을 받게 하는 축복의 통로다.
 아! 마지막, 내 사위 키가 나보다 조금 더 커서 다행이다. 다시 한번 ◇◇이와 ○○이의 혼인을 축하한다.”
 ‘황당’이 ‘황금’으로 변하는 순간, 함께했던 가족과 친척·하객들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이보다 더 아름답고 고귀한 주례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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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칼럼] 미혼모 딸의 ‘황금 결혼식’삶과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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