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기쁨의집.JPG▲ 부산 중앙동에 위치한 기쁨의집
 
책을 판매하는 곳 이상으로 기독문화와 가치를 전하는 서점, 기쁨의집. 부산시 중앙동에 소재한 이곳은 일반 기독서점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서점의 기능을 하지만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와의 인격적인 만남과 문화적 소통이 있는 곳이다.
 
△ 기독문화와 소통의 지점
1994년 문을 연 기쁨의집은 지난해 부산 초량동 일본영사관 맞은편에서 지금의 자리인 중앙동으로 이전했다. 목회자의 길을 준비하던 김현호 집사(행복한교회 안수집사)가 책을 통해 소명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되면서 기쁨의집이 시작됐다. 부산에 있는 백합서점에서 15년간 직원으로 일했던 그가 책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섬기는 소명에 대한 고민했고 결국 용기를 내 기쁨의집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김현호 집사.JPG▲ 기쁨의집 대표 김현호 집사
 
김현호 집사는 “20대 초 김세윤 박사님의 저서를 통해 성직이라는 것이 강단에서 설교를 전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어떤 일이라도 동일하게 성직을 수행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설교자, 회사원, 청소부 등 그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는 어떤 일이든지 그 일은 직무의 높낮이가 없다는 원리를 깨닫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한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가 아니라 100개, 200개의 교회를 섬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목회자가 좋은 설교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성도들이 즐겁게 하나님 나라를 위해 봉사 할 수 있는 책을 나누자는 비전이 생겨 10여년을 준비하고 기쁨의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쁨의집을 열었던 첫해부터 사회 전반의 영역을 다루는 문화강좌를 개최했다. 그리고 교회 도서관 만들기, 주보세미나, 교회보 편집자를 위한 세미나, 사모세미나 등 지역교회를 위한 세미나와 워크숍을 실시하며 지역교회를 섬기는 교육의 장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독서캠프, 독서모임, 기독교 역사 탐방 등은 기독문화를 공유하고 고민하면서 새로운 문화형태를 제시했다. 김 집사는 “지금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됐지만 당시 90년대만 해도 그런 것들이 거의 없었다. 기쁨의집이 올해로 24년이 됐는데 이 일들이 그동안의 과정에서 계속 발전적으로 되어졌다”고 말했다.
독서모임.jpg▲ 독서모임
 
또 매년 2월 16일 시인 윤동주의 서거일 전후로 개최하는 ‘윤동주의 밤’, 10월 마지막 날 가을 향기가 담긴 ‘바스락 콘서트’, 12월 ‘별이 빛나는 크리스마스’라는 문학의 밤 축제도 15년 넘게 계속 진행해오고 있는 사역이다.
기쁨의집은 기독교 문화를 세우는 사역과 더불어 종교개혁 정신을 담아내는 NGO를 돕는 사역을 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개입하면서 그것들을 변혁시키고자 하는 종교개혁 정신을 담아내는 사역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를 섬기는 건강한 작은 교회 물주기’를 준비하고 있다. 김현호 집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 건강한 작은 교회를 찾는 사역을 한다. 한 영혼의 가치를 크게 보고, 교회가 몸담고 있는 지역을 섬기면서 개개인이 주님의 복음 안에서 지역과 사회, 공동체를 섬기는 모습들을 세워가는 교회들를 찾아가는 것으로, 말씀과 콘서트, 교제가 있는 시간으로 마련될 것”이라면서 건강한 작은 교회의 좋은 모델을 찾을 수 있는 ‘작은 교회 박람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격과 우정을 나누는 시간, 기쁨의집 독서캠프
1997년부터 실시해온 기쁨의집 독서캠프가 올해 20회를 맞았다. 문학관을 탐방하거나 고은 시인, 홍성 풀무학교 홍순명 전 교장, 권정생 작가 등 기독 문학가들을 직접 만나러 가기도 한다. 기독교 역사가 있는 지역에서 2박3일간 열리는 독서캠프는 크리스천 저자들을 초대해 인격적인 교제를 나눈다. 자연과 더불어 시와 노래가 있는 독서캠프를 통해 참가자들은 교회 안에서 채워지지 않은 목말랐던 지성과 영성을 채워간다. 김 집사는 “예배를 통해서만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 있지만 채워지지 못하는 문학적 소양과 영성이 있다. 독서캠프에서는 저자와 담소를 나누고 시를 암송하고 또 그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어 부르기도 한다. 저는 한편의 시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 착하게 만들고 공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함께 지내며 지성과 영성, 감성을 풍성하게 하는 시간이 독서캠프”라면서 “참가하시는 분들은 부산, 경남을 비롯해 서울, 강원 전라, 경북, 일본 등에서 이 날을 위해 휴가를 내고 오신다. 우리는 참석자들을 벗님이라고 부른다. 독서캠프가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벗이 되어 말없이 지지해주며 더불어 순례의 길을 같이 걷는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자와의 만남.jpg▲ 저자와의 만남
 
지난해 열린 제19회 독서캠프.jpg▲ 지난 해 열린 제19회 독서캠프
 
독서캠프의 또 다른 특징으로 초대되는 강사를 ‘이야기 손님’이라 부른다. 기쁨의집 독서캠프가 추구하는 것은 ‘이야기의 회복’이다.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단절의 문제는 이야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김 집사는 “이야기를 잃어버린 자리에는 나를 알아달라며 전하는 광고와 들어주는 이 없이 혼자 말하는 독백이 그 사이를 채웠다. 교훈이 있는 이야기는 우리 인생의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교과서나 동화책을 배우기 전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통해 이야기를 들었다. 시골 골짜기마다 작은 산이나 모퉁이마다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시간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기쁨의집 독서캠프에서는 이야기 손님들과 교제하면서 이러한 것들을 회복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제20회 독서캠프는 오는 8월 14일(월)부터 16일(수)까지 성공회수도원 분도의집(경남 양산시 하북면 백록리 810-1)에서 열린다. ‘쾌락, 하나님의 색깔을 입히다’는 주제 아래 잃어버렸던 순전한 기쁨을 찾아보고, 20주년을 맞아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김기석 목사(서울 청파교회, 문학평론가), 한희철 목사(부천 성지교회, 시인), 김겸섭 목사(서울 한마음교회, 작가), 박명철 대표(민들레피는날, 전기작가)를 강사로 초청해 특강을 진행하며 시와그림의 콘서트, 프랑스 떼제공동체 기도회, 자연 사진 전시회 등을 진행한다.
특별히 이번 여름 독서캠프는 ‘스타치오(statio)’의 시간으로 마련됐다. 스타치오는 ‘머물고 있는 자리’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수도사들이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기존의 하던 일을 잠시 쉬면서 힘을 모은 시간을 말한다. 김현호 집사는 “긴 호흡이 아닌 짧은 호흡이라도 잠시 쉬면서 후반기의 일을 위해 영성을 곧추세우고 지성들을 제련하고 좋은 친구들과 귀한 선생님들을 통해 지혜를 배우는 스타치오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독서캠프 등록 문의 051-464-1734, 010-8507-1734)
 
△ 좋은 제자, 좋은 독자를 발굴하는 북소믈리에
기쁨의집은 책을 파는 것을 넘어 좋은 제자를 발굴하고 좋은 독자를 만들고 그리고 책을 통해 거룩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지금까지 왔다.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 기독교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지점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기쁨의집 그리고 김현호 집사와 같은 DNA를 가진 사람들이 세워질 수 있도록 연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세상과 맞닿아 살아가는 평신도들을 책을 통해 기독교 가치를 깨우는 사역을 하고 있다. 김 집사는 “신앙생활은 목회자에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 기독교 가치를 심는 행동들을 할 수 있는 것은 평신도들이다. 기쁨의집 초기 사역은 목회자를 깨우고 돕는 사역이라면 근래 10년 동안은 평신도를 깨우는 사역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소믈리에는 와인을 관리하고 추천하는 직업을 말한다. 소믈리에에 북(Book)을 접목시켜 부르는 북소믈리에는 책에 정통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역할을 한다. 평생 북소믈리에로 살겠다는 김현호 집사는 “문서인으로서 교회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크리스천 독자를 개발하고 좋은 책을 소개할 것”이라면서 “수년 째 생각 중인 것이 있다. 책과 더불어 머물 수 있는 공간에서 그곳을 찾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 사람에게 맞는 책을 권해주는 북스테이(book+stay)다. 한 곳에 정체되지 않고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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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이야기와 문화가 있는 서점 ‘기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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