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복음병원 전경.png▲ 고신대복음병원 전경
 
복음병원 내 매점과 분식점은 1989년 2월경 단체협약(의료원은 복지공제조합 시설을 마련하고 조합에게 운영토록 한다)을 통해 병원측이 민주노총(지부장 노귀영, 이하 노동조합)에게 제공하여 노동조합이 20년 넘게 운영해 왔다. 노동조합의 병원 내 시설 운영은 2010년 7월 노동법 개정 전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노동법 개정 이후 사측이 노동조합에 제공한 시설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가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면서 문제가 붉어졌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도 2012년 6월 ‘시정 지시서’를 통해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며 사용자의 어떠한 개입도 없이 노동조합이 전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운영비 지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병원측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가 뒤늦은 2016년 6월경 매점과 분식점을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돌려달라는 병원측과 돌려 줄 수 없다는 노동조합측이 협상을 가졌지만 의견차이만 확인했고, 결국 이 문제는 건물명도 소송으로 이어진다. 원고측(병원)은 건물인도와 동시에 2010년 7월1일부터 적용된 부당이득금 월 10,920,000원을 병원측에 돌려달라고 했고,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을 통해 체결한 사내 근로복지기금 법인 설립 지연 손해금 300,000,000원을 이행하라는 반소로 맞대응했다.
 
법원의 판단
 
부산지방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김윤영)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시설 제공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본문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시설 제공의 근거가 된 단체협약은 강행규정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시설 및 그 점유, 사용으로 인한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부당이득금 반환 시점에 대해서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적용이 2010년 7월1일부터 시행 되었지만, 변론 전체의 취지를 살펴보면 피고(노동조합)는 늦어도 2016년 6월30일에 이 사건 시설의 점유, 사용이 적법한 권원 없이 행하여진 것임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시설을 인도하고 2016년 6월30일부터 이 사건 시설 인도 완료일까지 시설 점유, 사용으로 인한 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반면 노동조합이 제기한 반소에 대해서는 “(병원측이) 사내 근로복지기금 의무 적치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반소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결국 이번 재판은 병원측의 승소로 끝이 났다. 노동조합측이 2주 내 항소를 제기 할 수 있지만, 재판 결과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동조합은 이번 재판으로 해마다 1억 3천여만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매점과 분식점을 잃었고, 약 2억5천만원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해야 되며, 재판비용 및 상황에 따라서는 매점 임대보증금까지 지급해야 될 상황이다.
 
수익금은 어떻게 사용되어 왔나?
 
노동조합은 지난 3월21일 자신들이 발행하는 소식지 ‘그루터기’를 통해 그동안 매점과 분식점 임대료를 어떻게 사용해 왔는지 언급하고 있다. 그루터기는 “현재 분식점 및 매점은 노사합의에 의해 1993년부터 지금까지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노동조합이 운영해 왔고, 수익금 전액이 조합원의 복지비로 사용되어 왔다”, “우리 노동조합은 년간 평균 2천 5백여만원 이상의 조합원 회비를 합쳐 조합원 및 비조합원들의 복지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본보가 조사한 결과 노동조합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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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한대로 이 돈은 노사합의에 의해 전액 후복비(후생복지비)로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과거부터 2015년까지 이 돈을 ‘전액’ 쓰지 않았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만 살펴봐도 후복비로 쓰여져야 할 1억 가까운 돈이 다른 곳으로 전용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직원들이 1억 수준의 복지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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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이 밝힌 ‘우리 노동조합은 년간 평균 2천5백여만원 이상의 조합원 회비를 합쳐 조합원 및 비조합원들의 복지비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은 2016년과 2017년 단 2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도 병원측과 내용증명이 오고가고, 소송을 대비하면서 기존 사업비였던 ‘노동절행사비’와 ‘추석선물비’, ‘정기총회 선물비’, ‘구정선물비’ 등 4개 항목을 후복비로 옮기면서 금액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두 해를 적용해 놓고, 마치 해마다 후복비에 조합원 회비를 합쳐 사용해 왔다고 주장하는 것는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을 기망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12년에는 매점 임대료로 본조 특별기금 2천 만원을 지급한 사실도 있다. ‘자신들의 총회 선물비’, ‘본조특별기금’ 등이 어떻게 ‘후복비’로 지출할 수 있으며, ‘비조합원의 복지비’로 지금까지 얼마의 돈이 사용되어 왔는지 노동조합이 직접 해명해야 된다.
 
누가 주인인가?
 
복음병원은 2002년 두 달 가까운 파업으로 인해 병원이 부도나고, 2003년 4월에는 임시이사가 파송된 바 있다. 파업의 원인을 제공하고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학교법인 이사들의 책임도 크지만 당시 두 달 가까운 파업은 병원 경영에 큰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교단은 200억 가까운 돈을 모금해서 4년 만에 임시이사를 종결했지만 엄청난 대가를 치뤘고, 병원도 당시 체불임금이 아직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도 선배들이 이뤄놓은 선교병원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주인답게 책임있는 자세로 병원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지역교계가 박수와 격려를 보낸 바 있다. 하지만 그런 애증의 복음병원 현장은 주인인 고신총회보다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더 강한 느낌이다. 특정인의 감사와 징계를 요구하고, 자신들의 요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압력도 행사한다. 회의중인 이사회 석상에 난입해 이사들과 실랑이를 벌여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교육부를 찾아가 병원 종합감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간부들 수당과 교수들 성과급 지급에 대한 문제제기도 하면서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현 지부장은 지난 2016년 임학 전 원장과의 대화에서 “(타 병원과 비교하는 과정에서)그 병원은 주인이 있는 병원이고, 이 병원은 주인이 없는 병원이 아니냐”고 말했다. 병원을 바라보는 노동조합의 시각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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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병원 내 민주노총 몸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유니온 숍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입사와 동시에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합원의 숫자만 1천 2백 명에 육박한다. 지난 2011년 이후부터 노동조합이 거둬 들이는 조합비와 민주노총에 지급하는 본조 의무금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조합비의 약 50% 수준인 본조 의무금도 2017년 1억7천만원을 넘어섰다. 이 금액은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내에서도 큰 금액이고, 영향력도 높다. 현재 지부장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내 회계감사라는 임원을 맡고 있다.
 
최근 임학 원장이 사임서를 제출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중에는 노조와의 갈등도 큰 몫을 차지한다. 전 행정처장도 노동조합 측에서 ‘금품수수를 하였다’고 먼저 문제제기를 하였고, 사법당국(경찰, 국세청)의 조사까지 받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 의해 현재 보직해임 된 상황이다.(행정처장은 2년이 넘는 현재까지 보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교단의 장로이면서 병원과 행정의 최고 책임자들인 이들이 노동조합과 여러 가지 대립속에서 갈등으로 이어졌고, 자의반 타의반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누가 이들의 자리에 와도 노동조합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교단의 영향력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총회가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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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대복음병원, 노동조합과의 관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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