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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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 교회 한 장로님이 자신의 손녀딸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갓 말을 배운 손녀가 집에 와서는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안 구석구석을 다니며 보이는 것마다 할아버지에게 “이게 뭐야?” 라고 무한반복하며 계속 묻는 통에 아주 힘들었다고 그러셨다. 그런데 그 말씀을 하시는 장로님의 표정은 힘들었다는 말이 무색하게 아주 행복해 보였다. 이제 겨우 세 살 남짓한 아이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한 호기심 상자였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은 뻔히 아는 사물일지라도 할아버지와 대화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계속해서 질문을 하였을 수도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얼마나 수다쟁이인지는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색하고 모험하는 것은 아이들의 본성이다. 궁금하면 가만히 있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불쑥불쑥 질문을 한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어떤가? 교회에서 아이들의 질문이 사라지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 아이들의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는 아닌가? 예배시간에는 정숙해야 한다고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다만 조용히 하라고 말문을 막고 있지는 않은가? 질문이 터져나와야할 성경공부시간조차도 소위 말하는 ‘닫힌 질문’들로 가득 차 있어서 정작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지 않는 시간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무언가 생각하게 하고 스스로 고민하여 답을 찾아가도록 하는 질문은 열린 질문이요 상대방에게 예와 아니오의 둘 중 하나의 답만을 강요하는 취조식 질문이 닫힌 질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신앙교육은 인스턴트처럼 빠른 답을 요구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심지어 모든 성경공부 질문의 답은 예수님, 하나님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은 성경공부의 정답과는 달리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난제로 가득 차 있기에 성숙한 신앙을 갖기 위해서는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이 필요하다.
유태인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오면 “오늘은 무슨 질문을 했니?” 라고 묻는다고 한다. 유태인의 신앙교육으로 유명한 하브루타 역시 성경에 대해서 질문하고 대화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교육이다. 지금도 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독일의 경우도 고등학생 수준이 되면 신학자들이 던질 법한 질문들을 던지고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오늘날 유행처럼 번지는 코칭 역시 좋은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의 문제에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끄는 것이 매우 중요한 핵심 과정이다. 심지어 예수님도 수많은 삶의 질문을 던지시며 하나님 나라에 대해 가르치셨다. 그중에서도 “누가 내 이웃입니까?”라고 질문하는 이에게 답하신 예수님의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와 “네 이웃이 누구냐?”는 폐부를 찌르는 질문은 그 어떤 답보다도 명쾌한 가르침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할 것인가? 먼저는 교사와 지도 교역자가 예배시간조차도 아이들의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질문에 모두 답을 하는 것이 과제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의 질문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응답이다. 한 아이의 엉뚱한 질문에 반응하고 대답하는 교사와 교역자의 자세만으로도 “아, 나도 질문을 하면 받아주겠구나.” 생각하며 다른 모든 아이들이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또렷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다시 아이들에게 그 질문의 답을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도 좋다. 이러한 질문과 대답이 난무하면 예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망쳐버릴 것만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런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만 있다면 실제로는 예배하는 모든 이들이 서로 공감하고 대화하는 놀라운 변화의 순간이 될 것이다. 이러한 질문은 특별히 청소년들에게 필요하다. 세상의 무거운 짐을 양 어깨에 메고 와서 생기 없는 얼굴로 조용히 앉았다가 사라지는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교사들은 질문을 던지며 그들과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한 유명한 상담가는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상담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청소년들에게 질문을 해보자. 왜 그 가수를 좋아하는지, 왜 그 옷차림이 유행인지 아이들의 삶과 관심의 목소리를 들어주자. 그럴 때 청소년들의 마음이 열리고 그들도 교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하나님을 믿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진지한 질문을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대림절 기간을 보내고 있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시기로서 대림절기의 색은 보라색이다. 주일에 모든 교사들이 드레스코드를 맞추어 보라색 옷을 입고 와보자. 평소완 다른 교사들의 모습에 아이들은 분명히 ‘왜’라고 질문할 것이다. 그 소중한 질문에 답하는 것부터가 대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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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학교를살린다] “질문이 살아있는 대화식 신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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