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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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깊어가면서 어디를 보아도 다 꽃이다. 산과 들에도, 거리와 공터에도 다 꽃이 피어난다. 꽃은 아름다움의 절정이요, 생명의 향기로운 노래다. 아무리 기분 나쁜 사람도 꽃을 발로 차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꽃을 보면 누구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잠시나마 행복한 상념에 잠기게 될 것이다. 요 근래에 뒷산을 몇 번 다녀왔다. 뒷산을 갈 때마다 화사하게 핀 진달래를 보는 행복이 보통 크지가 않다. 누군가가 그랬던가, 꽃에도 마음이 있다고.
그래서 내 마음 속에 피어있는 영혼의 꽃이 연분홍 진달래꽃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곤 한다. 가장 먼저 피었지만 가장 오래까지 시들지 않고 꽃잎을 자랑하고 있는 진달래에 눈길이 갔다. 그러나 가장 수명이 긴 꽃도 언젠가는 지고 말 것이다. 아니, 비가 오고 바람이 세차게 불면 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여유도 없이 금방 져 버릴 것이다. 그래서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우리 교인들도 꽃처럼 화사하게 빛나던 젊은 성도들이 이제는 어느덧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어가는 모습을 본다. 나도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맬 때마다 탱탱하고 생기 있던 목이 어느덧 주름이 지고 조금씩 쳐지는 것을 보면서 서글픈 마음이 들 때도 있다. “, 내 인생의 꽃도 지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아니다. 나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되기 때문이다. 꽃이 져도 잎사귀가 무성해지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 것처럼 제 인생도 이제 시작이다.
그래서 내가 쓴 꽃밭 여행자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하였다. “황무지를 거닐며 꽃씨를 뿌릴 때 / 눈물이 바람에 씻겨 날아갔지 / 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처럼 / 가슴에 봄을 품고 황야의 지평선을 바라보았어 / 잠시 꽃밭을 순례하고 싶어 / 벚꽃나무 아래서 하얀 꽃비를 맞으며 섰을 때 / 꽃잎은 나에게 보내어진 연서였음을 알았던 거야... (하략)”
꽃이 진다고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봄꽃이 지면 다시 여름꽃이 피고, 가을꽃, 겨울꽃이 피어난다. 그리고 다시 봄이 되면 봄꽃들이 만발한다. 아니, 그 봄꽃들이 다시 떨어진다 하더라도 꽃밭에 떨어지고 꽃잎으로 떨어지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꽃잎은 또 다시 다른 꽃잎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정호승 시인은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고 노래하였다.
나도 언젠가는 노년이 되고 내 인생의 꽃잎도 다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의 꽃잎은 또 다른 꽃잎을 만들어 낼 것이고 또 다른 꽃밭 세상을 만들어내어 더 많은 꽃밭 여행자가 찾아오게 할 것이다. 특별히 내 가슴 속에 새겨진 그 수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가락동 23평 지하상가에서 처음 교회를 개척하였을 때 나를 믿고 따라와 주고 눈물로 헌신하며 오늘까지 함께 해 준 교인들을 제가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지나온 목회 여정을 돌아보면 아슬아슬한 부분도 있었고 풍비박산 날 위기도 있었지만, 함께 비를 맞고 눈보라를 맞으며 오늘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새에덴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 새에덴의 개척기와 부흥기를 함께 이끌었던 성도들도 대부분 중 · 노년이 되었다. 그래서 백설희의 노래를 다시 리메이크해서 불렀던 이선희의 봄날은 간다의 가슴 저미는 대목처럼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져도 같이 울던성도들을 어떻게 제가 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가 항상 가슴에 인각 되어 있는데 가사를 이렇게 역설적으로 바꾸어 부르곤 한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져도 같이 울던 알뜰한 그 헌신에 봄날은 온다.” 그때 마다 지금까지 나와 함께 했던 성도들을 가슴 속에 안고 부른다. 사도 바울도 죽을 때까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를 잊지 못하였던 것처럼, 나도 함께 헌신해 주었던 성도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혹시 나보다 먼저 떨어진 꽃잎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 꽃잎들을 가슴에 품고 잊지 않을 것이다. 아니, 내 인생의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는 날이 온다 해도 내 눈동자에는 사랑하는 성도들과 함께 보냈던 그 화사하고 아름다운 봄날이 어른거릴 것이다. 오직 사랑과 감사의 회상만이 눈동자에 이슬처럼 고일 것이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지 않을 것이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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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칼럼] 꽃이 진다고 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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