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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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답게 5월에 결혼식이 참 많았습니다. 결혼식과 관련된 개인적인 일화 하나를 소개합니다. 부산에 내려와서 첫 번째 결혼식 주례를 맡았을 때의 일입니다. 예식 순서에 따라 찬송가는 타지에서 자주 부르던 604장을 택했습니다. “완전한 사랑 하나님의 사랑 다함이 없는 사랑에 겨워 둘 한 몸 되어 보람 있게 살라 손 모아 주님 앞에 빕니다.”(1절) 그런데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게다가 신부 측은 비신자가정이었으니 따라 부르고 싶어도 따라 부를 수가 없었겠지요? 결과적으로 주례의 독창(獨唱)이 되고 말았는데, 얼마나 진땀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기왕 결혼식 얘기를 했으니 결혼식 관련 유명한 기독교 유머 한 도막도 소개합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예비신랑신부가 어느 목사님에게 주례를 부탁하며 순서지에 넣을 성경구절을 요청해 와서 목사님은 본문을 요한일서 4장 18절로 정하고 설교 제목을 ‘완전한 사랑’으로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목사님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정작 순서지에 나와 있는 성구는 요한복음 4장 18절이었기 때문입니다. “너에게 남편 다섯이 있었고 지금 있는 자도 네 남편이 아니니 네 말이 참되도다.” 그렇다면 원래 전하려고 했던 요한일서의 말씀은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요일 4:18) “일” 자 한 글자 빠졌을 뿐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 구절이 최근 결혼식과 전혀 무관한 행사장에 등장했습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냅니다.”(요일 4:18a, 공동개역 개정판) 이러한 문구의 플래카드가 나타난 곳은 ‘제20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는 서울광장이었습니다. 2,000년 대학로에서 70명이 모여 시작했던 이른바 ‘퀴어 축제’(Queer Festival)에 20년째가 되는 올해에는 원년의 일천 배가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사랑의 사도’로 불리는 클레르보의 베르나르(Bernard de Clairvaux, 1090-1153)는 「하나님의 사랑(The Love of God)」에서 사랑의 네 단계가 있다 했습니다. 첫째, 나를 위하여 나를 사랑하는 단계입니다.(Loving yourself for your own sake) 그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랑입니다. 둘째, 나를 위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단계입니다.(Loving God for your own blessing) 하나님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 사랑의 중심이 아직도 나 자신의 유익에 머물러 있습니다. 셋째, 하나님을 위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단계입니다.(Loving God for God’s own sake) 이제는 하나님 자체를 사랑하게 되고, 그 무엇보다도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 그 자체를 소망하는 사랑입니다. 넷째, 하나님을 위하여 나 자신을 사랑하는 단계입니다.(Self-Love for God’s sake) 베르나르는 이러한 사랑에 도달하는 자가 복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한일서 4장 18절 전반부의 “온전한”이란 말에 해당하는 헬라어 “텔레이아”는 완벽하다(perfect)는 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어떤 지점에 도달하는 과정(process)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그 사랑의 정점은 어디일까요? 역시 18절 후반부에 나오는 “온전히”에 해당하는 “테텔리오타이”라는 단어가 단서를 제공합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마지막으로 외치신 말씀과 같기 때문입니다. “테텔레스타이(다 이루었다)”(요 19:30).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시기 전까지 우리는 사랑을 몰랐고 우리에게는 애초에 사랑이 없었다고 말씀합니다(요일 4:10). 그렇다면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완전한 사랑”이란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먼저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그 사랑으로 인해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아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참된 사랑의 존재들이 다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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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완전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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