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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심 여사와 일인 유투버
2019/08/12 14:4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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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진 목사.jpg
 
얼마 전 등록하신 새 신자를 심방 갔을 때였습니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후반의 여성분이신데, 올해 초부터 인터넷에 음식 만드는 동영상을 올린다는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누구든지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비법을 담은 <심 여사의 파송송계란탁>(가칭)은 처음 의도와는 달리, 미미한 수준이기는 해도,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며 자랑이 대단합니다. 자부심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 컴퓨터를 전공한 일도 없고, 관련된 직종에 종사한 적도 없는, 그저 평범하기만 한 주부가 촬영에서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아이가 천자문 떼듯 해냈으니 말입니다. 참고로 이 경우 수익 창출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동영상이 4,000시간 이상 시청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심 여사 편당 방송 분량이라고 해 봐야 10분 내외가 고작인데, 그렇다면 범상한 이분이 만든 범상하기 만한 이 작품을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청해 주었다는 이야기입니까?
불과 십여 년 전까지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이런 일이 인기인이나 유명인사가 아닌 사람들에게까지도 가능해진 세상입니다. 이를 두고 ‘디지털 플랫폼이 일으킨 유통 혁명, 주인공은 1인 브랜드’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유투브의 신, 비즈니스북스, 2018) 처음에는 음반으로 발매되었지만(2012) 동영상을 타고 급속히 퍼져나간 대중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이제 40억 조회 수를 향하고 있고, 2015년 10월 역시 동영상 계정(You-Tube)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동요 같은 노래 <아기상어> 역시 현재까지 30억 조회 수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외국 팝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 유명세를 타면서 평범한 한국 여고생 이예진 양은 미국의 인기토크쇼에 출연하기도 했고, 입사 시험에 낙방했던 취준생 김윤재 씨는 디자인 사이트에 꾸준히 올린 작품이 눈에 띄어 미국 애플사의 디자이너로 전격 발탁되는 행운을 움켜쥐기도 했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다는 직종, 바로 ‘1인 크리에이터(creator)’의 세계입니다.
아프리카 TV 같은 인터넷 생방송에서 주로 활약하거나, 검색 서비스에서 운영하는 영상 계정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1인 크리에이터 중 많은 수가 가장 손쉽게 접근하고 활동할 수 있는 ‘1인 유투버(You-Tuber)’입니다. 대부분은 자기 취미나 특기를 살리기 십상입니다만, 정치나 경제 그리고 사회나 종교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 중인 열혈 유투버들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심각한 사회 현안에 관해 확인되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는 소식을 퍼 나르기도 하고, 중차대한 주제를 두고 비전문가적인 자신만의 의견을 거침없이 개진하고 공론화하려는 사람들도 등장했습니다. 스마트폰 활용자가 급증하면서 1인 제작자(You-Tuber creator)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1인 이용자(You-Tuber user)가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낯선 병리적 현상들까지 속속 함께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사 문제에 대해 신문 기사나 TV 뉴스 대신 유투버들의 영상을 통해 관련 정보나 해설을 얻고 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본래 1인 유투버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보람과 의미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1인 유투버가 공공영역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마다의 개성과 자질을 공개적으로 발현하는 일과, 저마다의 의견을 공론처럼 발현하는 일은 구별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 성경 사사기에 거듭해서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도다.”(삿 17:6, 21:25) 여기서 “소견”이라는 원어는 ‘안목’이라는 뜻입니다. 사사 시대는 결국 공론이 해체되고 공동체가 분열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인류 죄악의 출발입니다. 특별히 우리는 오직 “여호와의 목전에”(신 12:28)를 판단과 행위의 준칙으로 삼아야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까? 적어도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이 역시 하나님의 멋진 선물인 줄 알고 잘 분별해서 만들고 잘 분별해서 보고 듣는 모습을 통해 바야흐로 신 사사기 같은 이 시대를 잘 선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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