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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독교 교양 읽기 22] 방탕한 동생을 찾아 집을 나서는 형이 되길!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주시는 하나님! 저자는 누가복음 15장 11~32절에 나오는 ‘탕자 이야기’ 비유는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작은아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아버지의 말을 충실하게 잘 들으며 집을 지킨 맏아들의 문제까지를 포함한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즉, 스스로 하나님을 잘 믿고 말씀에 따라 살아간다는 교만과 우월감을 빠진 자들을 책망하는 비유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15장 1절과 2절을 제시한다. 즉,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예수께서 죄인을 영접하고 음식을 같이 먹는다고 수군거리는 것을 듣고, 예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내용 중 하나라는 것이다.세리와 죄인이 작은아들이라면, 바리새인과 서기관은 맏아들이다. 저자는 오늘날 맏아들은 오랫동안 교회에 다니면서 거룩하다고 생각하는 교인들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에게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은 의미가 없다. 그들 스스로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의 구주이기 때문이다. 작은아들은 죄인임을 고백하고 아버지께로 돌아오지만, 맏아들은 자신이 그동안 했던 것을 내세우며 잔치에 참석하는 것마저 거부한다.이 책의 ‘탕부(蕩父)’라는 뜻은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내주시는 아버지’라는 뜻이다. 즉, 작은아들이건 맏아들이건 집 앞으로 나와서 아무 조건 없이 베푼 잔치에 모두가 참석하길 권하는 분이시다.◈ 《탕부 하나님》 || 저자인 팀 켈러(Timothy Keller)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리디머교회 담임목사로서, 모교인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가르쳤다. 저서로는 《센터처치》 《기도》 등이 있다. 원제 The Prodigal God(2008). 두란노, 2016. 10,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이 책을 펼치면 제목 다음 장에 바로 ‘프러디걸(Prodigal)’이라는 단어 해석이 나온다. ‘탕자’의 ‘탕(蕩)’에 해당하는 단어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1) 무모할 정도로 헤프게 베푸는, 2) 남김없이 다 써 버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탕하다, 낭비하다’는 뜻과 함께 ‘아낌없이 베풀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탕자보다 맏아들의 문제에 초점 맞춰김길구 :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탕부(蕩父) 하나님’은 ‘아낌없이 베푸시는 아버지 하나님’이란 뜻입니다. 같은 글자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탕자(蕩子)’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탕’이 사용되었습니다.김수성 : 이 책을 읽으면서 먼저 눈에 확 뜨인 부분은, 누가복음의 ‘탕자의 비유’가 작은아들보다 맏아들에 관한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즉, 이 비유는 하나님에게서 멀리 떠났다가 예수님께로 돌아온 작은아들 같은 세리나 죄인보다는, 나름 충실하게 하나님을 믿어왔다고 자신하는 맏아들과 같은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을 겨냥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2절). ‘서사비평’으로 탕자의 비유를 읽은 것이죠.김현호 : 이 책을 읽을 때가 성탄절 즈음이었습니다. 이 탕자의 비유를 읽으면서, 성육신하여 십자가 고통을 당하면서까지 우리를 천국잔치에 초대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맞닿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탕자든 맏아들이든 누구든 상관없이 잔치에 참여하여 함께 기뻐하기를 절실히 바라는 탕부 하나님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김길구 : 그동안 우리 교회가 탕자의 귀환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함으로써, 정말 중요한 형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생의 문제가 비율법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였다고 하면, 형은 율법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잘 믿는다는 바리새인들의 외식주의를 비난하였고, 사도 바울은 유대인들의 율법주의와 싸운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김현호 : 저자는 탕자보다는 형의 모습을 분석하는데 책의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두 아들의 비유는 형의 영혼을 예의주시하다가 그에게 마음을 돌리라고 신신당부하는 것으로 절정에 달한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 교회 안에서도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교인들 중에 형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진단합니다.김수성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실감했습니다. 교회에 다시 나가게 되었을 때, 뭔가 높다란 벽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교회에 다니던 분들만의 교회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법 긴 시간 동안 나는 이방인이었고, 그들과 같이 어우러지기보다는 겉돌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 이 그림은 렘브란트가 말년에 그린 ‘탕자의 귀향’(1699년경)이다. 젊었을 때 큰 성공을 거뒀으나 허랑방탕한 생활로 비참한 말년을 맞이했던 렘브란트는 스스로에게서 탕자의 모습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한편, 화가 난 듯 서있는 형의 모습에서 우리 또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형의 문제점은 오히려 ‘의로움’ 때문김길구 : 한편, 이 비유는 우리 교인들의 인식 중에 세상과 교회를 구분하는 것에 대한 질책이 아닐까요. 즉, 세상 사람들의 비윤리적이고 허랑방탕한 생활과 교인들의 율법주의적 삶을 구분하여, 전자는 탕자요 후자는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선을 긋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한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예수님은 이 비유를 통해 둘 다 영적으로 잃어버린 존재라 규정했습니다.김현호 : 팀 켈러는 여기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형을 아버지의 잔치에 동참하지 못하게 막은 것은 오히려 착하기 때문이고, 자신의 도덕적 이력에 대한 교만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즉, 그가 잔치에 동참하지 않은 것은 그의 악(惡)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의(義)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것을 완전히 뒤집어버립니다.김수성 : 극단적으로 말하면 탕자의 귀환을 거부하는 교회의 모습, ‘자기들만의 교회’에 자족하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기독교인이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을 겁니다.김길구 : 맏아들과 둘째 아들의 딜레마는 궁극적으로 우리 교회의 공동체 의식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기독교계에서 일반적인 사회 현상에 대해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기독교를 배타적인 종교로 인식하고, 갈수록 교회와 멀어지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김현호 : 한국 교회에 위기의식이 널리 퍼지게 된 것도 바로 형의 시선으로 교회공동체를 규정해 왔고, 이 사회를 배척해 왔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엄격한 종교적 도덕주의자’가 사실은 또 하나의 탕자의 범주에 들어가고, 하나님의 사랑의 빛을 오히려 감추는 것에 다름이 아닙니다.김수성 : 그런 경향이 결국 교회 스스로 사회와는 별개의 모습으로 존재하게 하고, 사회는 그런 교회를 향해 얼굴을 돌리는 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즉, ‘차이’를 포용해야 하는데, 이를 배척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죠. #종교개혁 초심으로 잔치에 동참해야김길구 : 탕자의 비유를 종교가 아닌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기득권자들과 일반 국민들과의 괴리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형의 회개 없이는 진정한 공동체가 이뤄질 수 없듯이, 우리 사회도 그러한 형국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김현호 : 오늘날 한국 사회에는 공무원, 정치인과 청와대에 근무하는 이들 중에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지만, 이들이 윗사람에게 의무적인 순종이나 맹종을 함으로써 나라가 도탄에 빠졌습니다. 순종이 결과적으로는 악에 봉사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고, 불순종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김수성 : 최근 부의 양극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말이 나오듯,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사회 구조, 즉 사회 시스템에 가장 큰 원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득권자들은 개인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치부합니다. 탕자이기 때문에 잔치에 동참하면 안 된다는 형의 논리와 비슷합니다.김길구 : 이 책에서는 제대로 된 형의 모습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에 던지는 뼈아픈 메시지라 할 수 있습니다. 동생이 자기의 재산을 갖고 집을 나가 방탕한 길로 나갔을 때, 형은 단호히 그 동생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 동생을 데리고 아버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바로 형의 사명이라는 것이죠.김현호 : 참 형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분이 바로 예수님입니다. 새해를 맞아 우리 성도들 모두가 아버지 집으로 돌아와야 할 것입니다. 새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형의 모습을 한 성도든, 탕자였던 사람들이든, 모두가 종교개혁 당시의 마음을 품고 귀향의 행렬을 이뤄 영원한 잔치에 참여하기를 기도합니다.김길구 : 그동안 우리 교회는 소위 ‘잘 믿는 형’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이제 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집 나간 동생을 탕자라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집을 나서 동생을 찾아 아버지께로 돌아오는 형의 모습이 더욱 많아지는 새해가 되길 빕니다. 다음에는 김동춘 권연경 조석민 유정훈 공저인 《성전과 예배당》(대장간, 2016)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하나님께서 주시는 행복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탕자의 귀향》 / 헨리 나우헨 / 포이에마《팀 켈러의 센터처치》 / 팀 켈러 / 두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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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1-05
  • [기독교 교양 읽기 21] 이제는 정교유착의 고리 끊어야…
    “모두 사람의 탐욕 때문에 일어난 일” 유가족들의 인터뷰 내용을 읽는 내내 부끄러워 어딘가에 숨고 싶었다. 이들이 하는 말에 우리의 위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흥분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모른 척했던 우리가 아닌가.“피 흘리고 싸워주길 바라는 게 아니에요. 물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손만 잡아주면 될 것을, 손을 뻗지도 않으면서 자식 잃은 사람 앞에서 입바른 말로 기도만 하고 있어요.” 우리의 폐부를 그대로 파고드는 지적이다. 어설픈 위로에 몇 푼의 돈으로 이들을 위로하려는 교회, 이제는 그만 잊고 용서하라는 등 구두선만 남발하는 교회에 실망을 넘어 비참함을 느껴야 했던 유가족들의 말에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오늘날 우리 한국 교회의 실상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여지없이 드러났다.이유는 간단하다. 목숨보다 경제적 발전을 더 중하게 여기는 정치 지도자, 이에 적극 호응하여 돈벌기에만 몰두하는 경제계,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득바득 애쓰는 국민에 더하여, 교회마저도 ‘번영 신앙’을 추구함으로써, 이 땅 어디에서도 목숨의 소중함을 찾아볼 수 없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희망을 묻다》 ||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뉴스앤조이〉가 유가족 6명을 인터뷰한 내용과,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백소영 이화여대 교수, 김형국 나들목교회 목사, 오세택 두레교회 목사, 강호숙 총신대 교수, 박득훈 새맘교회 목사가 인터뷰한 유가족들에게 편지 형식으로 글을 쓴 것을 모은 책이다. 뉴스앤조이, 2015. 8,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가 다시 대두되었다. 그런 가운데 기독교회는 무엇을 했는가 하는 자성의 소리도 높아간다. 우리의 치부를 한번 드러내보자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어설픈 말과 기도로만 위로하는 교회김길구 : 현 시국과 관련하여 이번에 읽을 책을 《세월호, 희망을 묻다》로 바꾸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낸 사고였습니다. 아니 ‘사고’라기보다는 ‘사건’이었습니다. 이 참사는 우리 사회에 신앙적으로도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독교계도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많은 기독교인이 관련되어 있고, 교회가 함부로 내뱉은 말이 유가족의 가슴에 못을 박기도 했기 때문입니다.김현호 : 겉으로 드러난 문제점만 나열해도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여객선이 전복되었음에도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적극적인 구조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수많은 학생과 시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실종자 수습과정에서 상당수 교회지도자들이 보여준 물질주의도 비판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교회에 발길을 끊은 유가족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김수성 : 유가족들의 입을 통해서 드러났듯이, 많은 교회는 이 참사를 ‘목숨을 잃은 사건’으로 보지 않고, ‘일어날 수 있는 사고’로만 보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말고 빨리 수습했으면 하는 말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몇몇 교회 지도자들이 앞서서 이에 호응하였습니다.김현호 : 사실 대부분의 교회가 했던 것을 보면, 참사에 대해 처음에는 절절이 애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모금 등을 통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기도하고는 끝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니 하는 상투적인 말에 더해 ‘이제는 생활로 돌아가라’는 어설픈 위로의 말로 유가족의 상처를 더 헤집어놓기도 했습니다.김길구 : 정부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조차 하지 않고 문제를 덮으려고만 한 것에 대해, 교회가 분연히 일어나 잘못을 지적하지도 않았습니다. 졸지에 자식을 잃어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가족들을 진정으로 안아주지도 못하면서, 정부의 무마 작업에 슬며시 동참한 것이죠.김수성 : 이런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없었던 것처럼’ 묻어버리려 합니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느니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느니 하는 구실을 내세우고서. 문제는 이런 일에 많은 교회가 오히려 앞장서는 것입니다. ▲ 2014년 8월 23일 진도 팽목항의 모습.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넉 달이 지나자 찾는 발걸음이 대폭 줄었다. 그러나 팽목항에는 무거운 침묵 가운데 절규하는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 [김수성 사진] #기독교인 관료와 정치인의 문제점은?김길구 : 세월호와 같은 노후 선박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였습니다. 돈 앞에 생명을 내 준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교계는 정교분리란 이름 아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회피하면서, 오히려 기득권과 유착하는 이중성을 보여주진 않았는지 반문해 봐야합니다. 이 참사 앞에 사회적 위로도, 제도적 개선 의지도 보여 주지 못했어요.김현호 : 이 역시 물질주의에 물든 현실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요? 상당수 교회가 아직도 외형적인 성장에 치중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이나 순수성보다는 결과에만 집중합니다. 이런 교회에서 성장하거나 교육받은 이들이 정권이나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니, 경제적 성장만이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고 믿게 되는 것이죠.김수성 : 최근 몇몇 철학자들이 이야기했듯이, 한국은 모든 시스템이 생산성 위주로 바뀌고 있습니다. ‘생산성’을 앞세우면 그 앞에서 견뎌낼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의 생명마저도 한낱 도구에 불과해지고 맙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우리 교회마저도 생산성을 앞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번영 신학’에 매몰된 것이죠.김길구 : 이 책에서 강호숙 교수가 했던 지적은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잘 드러냅니다. 첫째, 한국 교회가 교인들에게 믿음의 삶이 아니라 교회생활만 가르쳐왔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 교회의 복음이 힘 있는 자들인, 소위 ‘갑(甲)’의 복음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러니 교회에서만 잘하면 되고, 어떻게 하든 물질적 부만 축적하면 복을 받은 것이라 여기게 되는 것이죠.김현호 : 대림절 기간입니다. 교회에서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의미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할 때죠. 이 땅의 낮고 약하고 아프고 핍박받는 자를 위해서 오신 분입니다. 갑이 아니라 을(乙)이나 병(丙)을 위해서 오신 메시아입니다. 대림절을 맞아 한국 교회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합니다.김수성 : 세월호 유가족이 했던 말입니다. “기도가 최선이라지만, 일이 잘못되었을 땐 직접 행동으로 나서야 할 부분이 있어요. 불의와 맞닥뜨렸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기도만 한다고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한국은 아직도 ‘봉건적 자본주의’ 국가김길구 : 그런 의미에서 대다수 한국 교회가 가지고 있는 ‘보수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반공주의를 내세우며 그러한 정권을 위해 기도하고 빌붙는 행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최태민의 구국십자군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종교가 정치의 시녀로 역할하고서, 물질적 부를 추구하는 형태입니다.김현호 :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모습에서도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교회에 다닌다는 많은 사람들이 불법을 저지른 대통령을 오히려 옹호하고, 심지어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을 가룟 유다에 비유하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독교적 가치보다는 정치적 득실만을 따지는 결과에 다름 아닙니다.김수성 : 저는 백소영 교수가 이야기한 ‘봉건적 자본주의’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우리나라는 천민자본주의에 더하여 통치시스템은 아직도 봉건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을 조선시대의 왕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국민 스스로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에 한국 교회도 일조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김길구 :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이번에야말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정교유착’의 고리도 끊어야 합니다. 교회가 정치에 빌붙어 시녀 노릇하는 잘못을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현호 : 주말마다 촛불 집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시민들이 깨어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기독교인들도 이제 부화뇌동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소리쳐야 합니다. 만약 이에 대해 계속 침묵한다면 “돌들이 소리를 지르리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하나님은 다른 것으로라도 소리치게 할 것입니다.김길구 : 이 책에서 한 유가족은 “세월호 참사는 악의 세력이 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를 깊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우리 교회도 성경의 토대 위에 실천적 모습으로 개혁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음에는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두란노, 2016)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세월호와 역사의 고통에 신학이 답하다》 / 조석민 외 / 대장간《예수, 한국사회에 답하다》 / 차정식 / 새물결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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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2-08
  • [기독교 교양 읽기 20] “이유없이 남을 위해 겪는 고통, 그게 십자가!”
    “고통은 하나님 안에서 노래가 된다!” 살아가면서 고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런데 교회에 다니는 사람의 고통은 이중적이다. 자칫 불신앙으로 비칠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는 걸까 ‘의심’이 들지만 차마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다. 소위 말하는 ‘착한 신자 콤플렉스’다.이에 대해 저자는 하나님에 대해 거침없이 ‘항의하라’고 말한다. 이는 고난 속에서 하나님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이다. “분이 치밀 때는 그냥 분노하라”고 말한다. 많은 성경의 인물이 그렇게 했고, 예수님도 십자가를 앞에 두고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항의의 다른 면을 슬쩍 끄집어낸다. 항의는 하나님에 대한 고백이라고. 즉, 하나님께 매달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이 책은 하박국서를 통해 고난을 철저하게 분석한다. 고난을 신학적이고 철학적인 명제로 올려놓고, 분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응원했다가 결국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연결시킨다. ‘고난’이라는 까다로운 주제에다가, 글의 흐름도 반전을 거듭한다. 금방 이것이 옳다고 해놓고는, 곧이어 신학적으로 깊이 있는 의미를 새롭게 제시한다. 그래서 쉽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가도 어느새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하박국을 통해 고난에 천착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저자 자신이 겪었던 고통 때문이었음을 고백한다.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런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니 진정으로 용서하기 위해 책의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통을 통해서만 다른 이의 고통에 참여할 수 있음을 고백하며, “고통은 하나님 안에서 노래가 된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 특별손님 : 김기현 목사 ▲ 이번에는 저자인 김기현 목사를 특별초청하여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왼쪽에서부터 김현호, 김기현 목사, 김길구, 김수성] # 읽기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의 중간 지향김길구 : 이번에는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의 저자인 김기현 목사님을 특별손님으로 모셨습니다(박수). 목사님은 문화적 토대가 약한 부산에서 꿋꿋하게 사역하면서 전국적으로 보급되는 책을 계속 펴내고 계십니다. 어째 이번에 개정판을 내셨는데 많이 팔렸습니까(웃음)?김기현 : 8년 전에 초판을 썼을 때는 책이 전체적으로 거칠고 무거웠습니다. 게다가 개인의 고난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했습니다. 자칫 ‘복수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스토리 연결이 안 된다는 지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출판사와 의논하여 개정판을 준비했습니다.김현호 : 저는 초판을 읽었던 독자입니다. 하박국 선지자에 대한 내용이 절대적으로 빈약한 상태에서 이 책이 나와 무척이나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목회자들은 한 두 구절로 하박국을 설교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한 때에 하박국의 고난에 대해 신학적 지평을 연 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김수성 : 신학적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만, 저는 읽으면서 어렵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다양한 신학적 해설 때문에 진도가 제대로 나가지 않았습니다.김기현 ; 저는 기본적으로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 중간, 학자와 평신도 중간 입장에서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기독교 서적은 읽기 편한 책과 까다로운 학문적인 책으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 지점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책은 ‘고난’이라는 까다로운 주제를 다루다보니 조금 더 무거워진 것 같습니다.김길구 : 성경에 고난을 이야기하는 책이 많은데, 왜 하필이면 하박국을 선택했는가요? 또 책에 보면 죽이고 싶을 만큼,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런 고난을 겪었다고 하는데,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기 바랍니다.김기현 : 우선 내용의 부피를 고려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나의 고통 문제를 해결하는데 하박국이 가장 적합한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내가 겪은 고통은 하박국에 비하면 별개 아닐 수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상당히 고통스러웠습니다. 나에게 직접 가해진 고난이었기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다툼이 있어 뛰쳐나왔던 분들이 교회를 개척하면서 제게 연락이 왔습니다. 당시 부목사로 있던 교회에서 떠나 개척하고 싶은 마음이 있던 차에 잘됐다하고 그리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자기들이 개척한 교회를 ‘자기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내가 낸 십일조로 먹고사는 당신이 왜 내 말을 듣지 않느냐?”는 막말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 입을 믿지 않고 손발이 하는 것을 본다김수성 : 그 부분을 읽으면서 갑갑했습니다. 죽고 싶을 정도였다면, 그곳에서 벗어나는 게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김기현 : 벗어나려고 노력했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서울의 한 교회에서 좋은 조건으로 청빙이 들어왔죠. 주위 분들이 말리던군요. 특히 옆에 계신 김현호 대표가 적극적으로 말렸습니다[웃음]. 그런 가운데 하박국이 고통에서 어떻게 벗어났는가를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고나니 이제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김현호 : 하박국 당시와 지금 우리의 시대 상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권력이나 악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김기현 : 먼저 외쳐야 합니다. 불의와 권력의 폭력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외쳐야 합니다. 하박국은 하나님의 말을 전달하는 대언자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께 말을 한 사람입니다. 하나님께 한탄하고 대답을 듣고는 또 묻고 따지고…. 오늘 우리에게도 이런 모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하박국 3장의 찬양으로 바로 넘어가는 게 우리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의심의 골짜기에서 찬양으로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김길구 : 의심의 진정성이 있고 저항의 급진성이 있기에, 포용의 신비성도 있다고 하셨는데?김기현 : 의심이 필요하지만, 모든 의심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의심의 진정성이란 사랑이 내포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가끔 내가 잘못하면 아내가 대놓고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목사 맞아?” 당연히 섭섭하고 화도 나죠. 그러나 아내가 내게 하는 것을 보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입을 믿지 않고 손발이 하는 것을 봅니다. 포용의 신비성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김수성 : 읽다보니 고난과 ‘자유의지’의 연결이 껄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김기현 : 사실 기독교 신정론이 이론적으로나 실존적으로 명쾌하게 답을 주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인간의 고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언급해야 하는 것이 종교이기 때문에 신정론이 필요한 것입니다. 회피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죠.김현호 : 고난 중에 독서를 많이 하셨다고 하는데.김기현 : 물론 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도 책을 읽지 않고서는 안 될 처지였습니다. 당시 교인들이 날 쫓아내려고 했기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설교였습니다. 그래서 책을 부지런히 읽고 설교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독서가 내게 여유를 가지게 해주었고[쉼],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며, 고난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나갈 [길]도 보여주었습니다. # 독서가 쉼과 힘을 주고, 눈과 길을 열어줘김길구 : 고통이 고통을 치유한다는 말은?김기현 :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고통의 현장, 바로 거기에 계십니다. 뚝 떨어져서 방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 고통을 찬양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응원하십니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신 사건이 ‘십자가’입니다. 즉, 고난 받는 하나님을 통하지 않고는 하나님을 알 수 없고, 십자가를 도외시하는 기독교는 변질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현호 : 그동안 교회는 하박국의 찬양만을 많이 강조했습니다.김기현 : 하박국의 찬양은, 곧 고통이 닥쳐올 것을 알면서도 먼 미래의 희망을 노래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찬양했다기보다, 절규하는 마음으로 노래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이 찬양시를 읽어야 합니다.김길구 : 끝으로 용서에 대해 이야기할까요?김기현 : 용서는 하나님과의 만남입니다. 이것이 나를 고난에서 벗어나게 하였습니다. 십자가의 고통은 무조건 남을 위한 고통이었습니다. 이유 없이 남 때문에 겪는 고통이어야 진정한 고통이라 할 수 있고, 그 가운데서 용서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김길구 : 이 책은 고난이라는 무거운 주제의 신학적 아젠다를 하박국서를 통해 우리가 새롭게 성찰하도록 도와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쁘신 가운데서도 이렇게 시간을 내주신 김기현 목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두란노, 2016)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자살은 죄인가요?》 / 김기현 / 죠이선교회《예배, 인생 최고의 가치》 / 김기현 / 죠이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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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독교인문학
    2016-11-10
  • [기독교 교양 읽기 19] 종교개혁은 세계의 역사를 바꾸었다
    종교개혁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는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 앞에 가톨릭교회의 면죄부 판매 등에 대한 95개조의 반박문을 게시했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듬해 6월, 루터는 교황 레오 10세가 보낸 파문을 경고하는 교서를 비텐베르크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불태워버림으로써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했다.루터보다 102년 앞선 1415년 7월 6일,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던 얀 후스는 교황청으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되어 체코의 콘스탄츠에서 화형을 당했다. 그러나 그가 뿌린 종교개혁의 씨앗은 유럽 곳곳에서 서서히 열매를 맺었다.루터와 비슷한 시기에 스위스에서는 츠빙글리가 면죄부 판매를 반대하고 교황제도에 대해 성서적 근거가 빈약하다고 주장하는 등 입바른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522년부터 본격적으로 종교개혁 투쟁에 나섰다. 츠빙글리는 1531년 가톨릭 진영과의 카펠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결국 전사하였다.이들 선배가 목숨을 바쳐가며 전개한 종교개혁은 장 칼뱅에 이르러 프로테스탄트의 깃발을 역사 속에 우뚝 세웠다. 16세기 당시의 상황은 프랑스의 위그노 탄압 등 아직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오직 성서의 말씀을 중심으로 한 홀로서기는 오늘날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있게 만들었다.이 책은 대학원생들과 이들 종교개혁의 발자취를 따라 체코, 독일, 스위스, 프랑스의 도시들을 방문한 기록이다. 후스, 루터, 츠빙글리, 칼뱅이 머무르며 말씀을 전파하고 몸으로 저항했던 그곳을 살펴본다. 내년은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종교개혁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임을 깨닫게 한다.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기독교계는 내년에 맞이할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국 교회에 위기감이 상당히 고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종교개혁’이라는 말이 던지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우리 모두 무릎 꿇고 겸손하게 그 의미를 되새기고 나아갈 바를 찾아야 할 것이다. #‘종교개혁’인가, ‘종교혁명’인가?김길구 :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의문부터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얀 후스로부터 따지면 600여년 전부터 시작된 ‘종교개혁(reformation)’은 오히려 ‘종교혁명(revolution)’이었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종교개혁가들은 처음에는 가톨릭교회의 면죄부에 관한 문제점 등을 지적하였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 부문에 걸쳐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는 혁명이라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김현호 :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개인적이긴 하지만, 철학이나 사회학 쪽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 종교혁명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분이 여럿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종교개혁이 단순히 교회의 문제점만을 고치고자 한 것이 아니고, 당시 사회의 모순을 바로잡고자 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김수성 : 후대 사람들이 종교개혁을 당시 사회에 몰아쳤던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보지 않고, 루터에게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종교개혁을 거대한 역사적 흐름으로 본다면, 루터의 주장과 행동은 혁명이라고 명명하기에는 한정적인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서 일어났던 독일의 농민전쟁에 대해 취한 입장도 그러하고.김길구 : 일반적으로 ‘종교개혁’ 하면 우선 1517년의 루터(Martin Luther)를 생각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4명의 선각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종교개혁의 흐름은 얀 후스로부터 1750년경까지 유럽 각지에서 일어난 방대한 운동입니다. 후스 외에도 루터에 의한 독일 루터교회, 칼뱅주의로 일컬어지는 개혁주의운동, 독특한 영국의 성공회, 그리고 프로테스탄트 내부에서 일어난 제2차 종교개혁과 재세례파 등 급진 종교개혁은 물론, 여기에 맞선 가톨릭의 반종교개혁운동까지도 포함됩니다.김현호 : 체코의 얀 후스(Jan Hus)는 루터보다 100년 앞서 종교개혁을 이끌다가 화형을 당했습니다. 후스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영국의 위클리프(John Wycliffe)는 1370년대에 이미 성서를 영어로 번역하고, 영국이 교황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등 적극적으로 저항하였습니다. ▲ 종교개혁은 단순히 가톨릭교회의 변화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변혁을 추구한 운동이었다. 그림은 Diebold Schilling(1485)의 ‘얀 후스의 화형 모습’. [출처: en.wikipedia.org] #‘오직 성서’ ‘오직 믿음’ ‘오직 은혜’김길구 : 츠빙글리의 경우는 시의회와 손잡고 기독교적 공화정을 만들려고 하는 데까지 나아갔습니다. 이로 인해 재세례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함으로써 내부적으로 분열되는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만,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볼 때, 단순히 ‘종교개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수성 : 실제로 종교개혁의 깃발을 들었던 선각자들은 목숨을 바치기도 하고, 가톨릭교회를 지지하는 도시와의 전투에서 전사하기도 하고, 죽은 후에 시체가 훼손되기도 했습니다. 목숨을 잃지는 않은 분들도, 항상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서 운동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단순히 개혁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김길구 : 루터의 종교개혁을 거론할 때 당시 가톨릭교회 내의 자정운동 노력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즉, 가톨릭교회의 문제점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많은 지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종교개혁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교회 내의 분위기와 시대적 환경 등, 시대적 여건이 절묘하게 들어맞은 부분도 있습니다. 김현호 : 종교개혁을 기독교문화라는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상황은 가톨릭교회의 독점적 문화였습니다. 이에 대해 종교개혁자들은 성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였죠. 가장 대표적으로 만인제사장설을 들 수 있습니다.김수성 : 종교개혁을 추구한 분들이 역점을 두고 주장했던 것 중 하나가 ‘오직 성서’였습니다. 즉, 성서에 기준해야 함을 천명한 것입니다. 그래서 누구든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성서를 읽을 수 있도록 라틴어 성서를 자기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여 보급하였습니다. 문화라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조치였습니다.김길구 : ‘오직 성경’을 비롯하여 ‘오직 은혜’ ‘오직 믿음’ 등과 함께 만인제사장, 성만찬 등은 종교개혁가들이 주장했던 핵심적 요소였습니다. 이러한 핵심적 요소의 본래적 의미는 자유 평등 민주 등 근대정신의 기독교적 고백이라고 보아야합니다. 즉, 교황이나 가톨릭교회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권리가 모든 사람에게 있다는 사실을 주장한 것입니다.김현호 : 종교개혁에 있어 구텐베르크 인쇄술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자국어로 성서를 번역했지만, 이들 성서가 인쇄되어 대량 보급되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도 성서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라틴어 성서는 대부분 필사본이었기 때문에 라틴어를 읽을 줄 안다고 하더라도 성서를 구하기조차 어려웠었죠.김수성 : 1999년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미국의 ‘라이프’지가 학자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지난 1000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 무엇인가를 설문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꼽았던 사건이 바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었습니다. 활자인쇄술은 근대사회로의 변혁을 가져온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회개, 청빈, 희생의 정신 되살려야김현호 : 현시점 우리에게 있어 종교개혁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한국 교회의 위기 상황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회개와 개혁, 청빈과 순종, 희생과 성결을 추구한 그 정신이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길구 : 청교도정신으로 대표되는 칼뱅의 개혁교회 전통이 장로교회로 이어져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우리나라의 프로테스탄트교회도 장로교회가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일까요? 이제 개혁교회가 개혁되어야 합니다. 교회가 개혁하지 못한 것이 오늘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근원입니다.김현호 : 이 책은 신학교 대학원생들이 종교개혁지를 순례한 기록입니다. 예루살렘 성지순례 못지않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종교개혁지 순례가 봇물을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김수성 : 대학원생들의 필수과목 중 하나로 ‘종교개혁지 순례’를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단과 교회의 지원이 당연히 있어야겠죠. 공부할 때부터 현장에서 종교개혁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졸업 후 목회할 때 그 정신을 쉽게 잊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김길구 : 종교개혁은 반동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교황권을 중심으로 권력과 문화를 장악하고 있던 구세계에 대한 반동이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이르는 삶의 모든 부문에 폭발성을 가졌으나, 오늘 우리는 종교개혁을 교회 안에만 국한하여 개인의 신앙에서 사회적 성화로 이어지지 못함으로써 기독교의 위기를 자초하였습니다.다음에는 김기현 목사의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복있는사람, 2016 개정판)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종교개혁 이야기》 / 사토 마사루 / 바다출판사《역사를 바꾼 종교개혁가들》 / 이동희 / 넥서스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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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0-13
  • [기독교 교양 읽기 18] 제도가 바뀌면 여성리더십의 역할도 바뀐다
    ‘남녀동등’은 예수님의 새 창조 질서이다 아직도 상당수 한국 교회에는 부끄러운 사실이 하나 남아 있다. 교회 안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성경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저자는 이에 대해 성경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창조 기사에 나타난 남자와 여자는 평등성에 기초하여 창조되었다. 그렇지만 구약의 세계에서 여성은 분명히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다. 당시 유대의 문화가 가부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러한 유대의 문화와 관습을 뒤집었다. 여성의 지위를 남성과 동일한 위치에 올려놓았다. 예수님의 말씀 곳곳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바울은 예수님의 말씀에 기초하여 갈라디아서 3장 28절을 내세운다. 실제로 초대교회에서는 유대 회당과는 달리, 여성의 활동이 남성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저자는 그동안 보수적인 교회가 여성을 굴종시키기 위해 내세운 성경 구절에 대해 신학적 오류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성경을 올바로 해석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스도 예수의 가르침과 신약의 주된 흐름은 남녀의 동등성과 상호주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회가 성경을 잘못 해석하고 복음을 왜곡하여 선포할 때, 교회는 해방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억압을 가져온다”고 결론짓는다.◈ 《그리스도가 구속한 여성》 || 저자인 김세윤 교수는 현재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신약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바울 복음의 기원》 《바울 신학과 새 관점》 《구원이란 무엇인가》 등 다수가 있다. 두란노, 2016. 8,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우리나라의 양성 평등지수는 얼마나 될까? 겉으로 보기에는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킨 나라지만,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의 젠더격차지수는 조사대상 145개국 중에서 115위였다. ‘유리천장’ 지수도 OECD 국가 중 꼴찌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교회는 어떨까? #여성 안수,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만… 김길구 : 최근 들어 한국 교회에는 영성 시대의 도래와 함께 가부장적 남성 위주의 문화에서 부드럽고 포용적이며 관계지향적인 여성문화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김현호 : 얼마 전 서점에 오신 모 보수교단의 원로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성 안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목사님은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만 교단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직도 시기상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신학적으로 절벽’이라는 말에,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김수성 : 단적으로 교회가 역사의 흐름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를 이끌어가던 기독교가 이렇게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처지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김길구 : 최근 들어 여성정치인의 부각은 시대적 요구였습니다. 세습 정치와 부정부패, 과다한 권력욕 등 남성성의 정치적 현황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은 여성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정설이었습니다. 한국 교회에 여성리더십의 부각은 이런 시각에서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현호 : 우리나라 교회에서 아직도 여성 목회자와 장로를 회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몸은 교회에 와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유교의 가부장적 문화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도 겉으로는 성경말씀을 내세우는 것 같습니다.김길구 : 10년도 더 지났습니다만, 모 교단 증경총회장을 역임했던 어떤 목사님이 모교 신학교 채플 시간에 “여자들이 기저귀를 차고 강단에 올라가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을 해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아직도 이 같은 생각을 가진 교인이나 지도자들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갈라디아서 3장 28절. [출처: www.kingjamesbibleonline.org] #여성목회자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 요인김수성 : 여성 목회자를 인정하고 있는 교단도 생색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장 통합의 ‘2014년 교단총회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목사 1만 7468명 중 여성목사는 1,477명으로 8.5% 수준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이들 중 임시목사 298명, 무임목사 158명 등으로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한 교역자가 30%가 넘습니다.김길구 : 예장 통합은 1995년 총회에서 여성의 안수를 결의한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2012년 총회 자료에 참석한 대의원 1,500여명 가운데 여성은 단 14명이었고, 여성목사는 4명에 불과하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좀 더 앞섰다고 하는 기독교 감리회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김현호 : 몇 년 전 미국장로회에서 교인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목회자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여성 장로들도 3%만이 지지하고, 남성 장로의 경우 한 명도 없었습니다. 대다수 교인이 하나님을 남성으로 이해한다고 응답했는데, 이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아닐까요?김길구 : 우리나라에서 신학대학원 교수와 신대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또 다른 설명을 합니다. 여성목회자에 대해 누가 편견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여성평신도라는 응답이 28.9%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남성목회자(25.5%), 담임목회자(20.1%) 순이었습니다. 물론 교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응답내용이라 하겠습니다.김현호 : 여성목회자 스스로의 노력도 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면에서 남성목회자에 뒤처지지 않음에도 목회 현장에서 일정 직책이나 임무에 만족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이 마이너스 요인을 작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 교회에서도 여성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김수성 : 최근 젊은 여성 교인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는 자료가 나왔던 적이 있습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에서 20~40대 교회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교회 내에서 불평등한 성역할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김길구 : 여성리더십 스스로 ‘착한 그리스도인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성경에는 여성들도 남성 못지않은 놀라운 믿음과 담대함으로 순종의 미덕을 넘어 지도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드보라나 훌다 같은 구약시대의 여선지자, 안나와 루디아 등 초대교회 여성 지도자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 복음의 기본정신은 혁신이었다김현호 : 이 책 저자는 남녀동등을 성경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성경 구절로 갈라디아서 3장 28절을 제시합니다. 다른 어떤 성경 구절도 이 구절을 뛰어넘지는 못한다고 봅니다. “모두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라는 말씀은 예수 복음의 핵심이라는 것이죠.김길구 : 예수 복음의 기본정신은 혁신이었습니다. 복음을 올바로 선포할 때 교회는 항상 하나님 나라 구원의 현실화로 노예 해방과 여성 해방, 그리고 약자를 보호함으로써 만민의 인권이 증진되도록 했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하나님 앞에서 인간 본래의 모습을 회복시켜 모든 차별을 무너뜨렸습니다. 김수성 : 이러한 현상을 사회학적으로 보면, 기득권층이 자기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김현호 : 저자인 김세윤 교수도 이 점을 강조합니다. 당시 유대사회에서는 여성은 증인이 될 수 없었는데, 예수 부활에 대해서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한 여성들이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대교회에서도 이들의 증언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여 성서에 기록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여성의 동등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수성 : 문제는 교회의 실천의지입니다. 몇 년 전 장신대에서 지난 10년 동안 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여학생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목회자를 회피하는 이유로 남성 위주의 목회문화라는 응답이 48.8%였습니다. 이어서 여성목회자에 대한 불신이나 편견이 19.9%, 출산 및 육아 16.9%로 나타났습니다. 그나마 오래 전 감리교에서 예시했던 부부목회일 경우 신도들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길구 :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목회자에 대한 편견, 자체 노력 등도 시스템이 변하면 함께 변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감리교는 성별·세대별 할당제(15%) 의무화를 통과시켰습니다. 이렇게 되면 여성목회자와 여성장로의 참석이 대폭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이들의 의욕과 역할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개교회에서도 여성목회자 못지않게 여성장로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교회에서 남녀동등을 이룩하는 첩경일 것입니다.다음에는 박경수 교수 편저 《종교개혁, 그 현장을 가다》(대한기독교서회, 2013)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여교역자 입을 열다》 / 오인숙 외 / 새물결플러스《한국교회와 여성》 / 이덕주 외 / I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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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9-08
  • [기독교교양읽기 17] “목사답지 못한 목사가 이 책을 출간했습니다!”
    문득 길 위에서 찾은 십자가의 따뜻한 위로 저자는 문득 길 위에서 십자가 형상을 하나 보았다. 그 십자가에서 예수님을 만났다. 그리고서 지금 여기, 내 삶 주위에 십자가가 있음을 깨달았다. 카메라 렌즈 속에 모습을 드러낸 십자가는 다양하다. 깨진 보도블록 틈새로 가만히 돋아난 풀잎을 안고 있는 십자가, 활짝 핀 꽃잎에서 향기와 함께 드러난 십자가, 바위 틈새에 고인 물의 모습으로 나타난 십자가, 가시 철조망 십자가 등.갖가지 모양의 이들 십자가에게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위로를 받고, 예수님의 고난 이야기를 듣는다. 십자가를 너무 멀리서만 찾은 우리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올바른 믿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되짚어본다. 십자가의 길이 어떤 길인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아무 조건 없이 용서받았듯이 우리도 다른 사람을 용서할 때 사랑이 완성됨을 되새기게 한다.이 책은 혼자서 읽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권 사서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가만히 소리 내서 읽다가, 누군가 목소리 좋은 사람이 이 책을 여러 사람들에게 낭랑하게 읽어준다면 더욱 좋겠다는 것을 깨달았다.“공원 산책길에서 덩실덩실 춤추는 십자가를 만났습니다. 넓적한 검은 돌과 초록 잔디가 어울려 역동적으로 춤추는 십자가였습니다. ‘예수님이 좋은데 어떡합니까!’하며 예수님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추고 싶었습니다(24쪽).”◈ 《길 위의 십자가》 || 저자인 최병성 목사는 환경운동가, 생태교육가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복음에 안기다》 《들꽃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 등이 있다. 이상북스, 2016. 13,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무리와 제자들을 불러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마가복음 8장 34절 말씀입니다. #짙은 어둠속에서 홀로 빛나던 십자가김길구 : 며칠 전 새벽 2시께 문득 잠에서 깼습니다. 무더운 날씨 때문이었는지 다시 잠들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거실로 나와 이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들면서 날이 훤하게 밝을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습니다. 피서 가는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습디다.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는지요?김현호 : 저는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저자에게서 직접 들었습니다. 독서캠프 일정 중 하나로 강원도 영월로 최병성 목사를 찾아갔는데, 노트북에 저장된 사진을 하나씩 벽에다 비춰 보여주며 우리들에게 십자가 이야기를 들려주었죠. 짙은 어둠 속에서 오로지 십자가만이 홀로 빛났습니다. 그날 밤의 십자가는 평생 잊기 힘들 것 같습니다.김수성 : 저의 경우는 첫 글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십자가는 ‘짐’이 아니라 ‘쉼’입니다. 십자가는 … 세상으로부터 지친 내 영혼이 위로받고 안식받는 참된 쉼터입니다.” 보도블록 사이의 깨진 틈에서 피워낸 작은 생명의 이파리를 찍은 사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도 십자가를 찾을 수 있구나! 책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김길구 : 저는 신앙적 감수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을 보았습니다. 저자는 빌딩 현관의 신발털이, 녹아내리는 시냇가의 살얼음, 바위틈에 고여 있는 물, 구름, 꽃잎 등 우리가 흔하게 마주치는 일상에서 십자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소재로 하여 다양한 주제로 십자가를 이야기합니다. 김현호 :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우리가 전혀 다른 곳으로 십자가를 찾을 수 있게 합니다. 교회의 첨탑 위에 우뚝 선 십자가나 사람들의 목걸이에 달린 십자가에서, 생명이 피어나는 현장의 십자가, 사람들에게 짓밟히면서도 사랑을 놓치지 않는 십자가를 볼 수 있도록 합니다.김길구 : ‘길 위의 십자가’라는 책 제목은 중첩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십자가라는 단순한 의미에다, 교회 안에서만 십자가를 찾는 우리 기독교의 현실에서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영적 감수성은 개인 묵상은 물론, 사회적 영성을 위해 부르짖던 구약 선지자들의 외침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 로마의 콜로세움을 둘러보다가 커다란 대리석 기둥 하단에서 발견한 십자가 흔적. 누구를 위해 새긴 십자가였을까? #기독교 본질은 겸손한 자세에서 비롯김수성 : 이 책의 편집도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십자가의 따뜻한 사랑을 이야기하다가 점차 변화해야 함을 제시하고, 십자가를 따르는 길은 예수님의 무조건적으로 내어주심의 길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된 우리가 온전한 십자가의 길을 따라야 함을 힘주어 이야기합니다.김현호 : 내가 아는 한 저자는 바보 목사입니다. 교회 목회를 포기하고, 멍들고 찢긴 이 땅의 자연을 지키고자 목숨을 건 자연 생태 목회자이기 때문입니다. 강 상류에 건설하려던 쓰레기매립장에 대한 법적 투쟁,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을 들춰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숲길을 걸으면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길섶의 풀 하나 벌레 하나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는 창조의 섭리를 따르는 목사이기도 합니다.김수성 : 그렇기 때문에 초심을 유지하면서 환경운동과 투쟁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치열한 투쟁만을 해온 사람의 경우, 나중에 초심을 잃어버리고 ‘투쟁을 위한 투쟁’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투쟁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기성교회를 향해 쓴 소리를 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김길구 : 기독교 영성을 바로 세우려면 ‘십자가’뿐이라는 지적이죠. 교회에서조차 십자가가 도구화된 세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독교의 본질은 겸손한 자세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이에 더하여 자연 앞에서 겸손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겸손하고, 스스로에 대해 겸손해야 할 것입니다.김현호 : 영월에서 최병성 목사가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풀잎에 맺힌 이슬 사진을 보여주면서 가능한한 몸을 낮추어야 이슬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제대로 만나려면 스스로를 낮추어야, 아니 사도 바울의 ‘모든 것을 배설물처럼 버려야’ 가능하다는 말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김길구 : ‘일상 속에서의 거룩성’이 부족한 것이 한국교회의 문제점이란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길 위의 십자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김수성 : 이 책을 읽은 후 내게는 두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주위에서 끊임없이 십자가를 찾는 버릇이 생긴 것입니다. 또 하나는 과연 내게 주어진 십자가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설교 쇼핑’ 등 말씀도 소비재로 전락김현호 : 저자가 최근에 올린 SNS에 이 책과 관련된 내용이 있습디다. “이렇게 목사답지 못한 목사가 최근 《길 위의 십자가》 신간을 출간했습니다. … 십자가를 설명하는 책인데, 목사다움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달콤한 이야기만을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십자가 안에 달콤한 솜사탕 같은 이야기도 담겨 있지만,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십자가이기에 따름과 변화라는 입에 쓰디쓴 보약을 처방해야했습니다. 그러나 그 보약이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입에 대자마자 토해버리고, 십자가의 쓴 보약이 덜 필요한 분들은 맛나다고 즐겨 드시고 있습니다.”김길구 : 최근 ‘설교쇼핑’이란 말이 나돕니다. 설교 잘하는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만 순례하는 신자들의 행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십자가의 도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것이 핵심인데, ‘설교’도 ‘쇼핑할 수 있는 소비재’로 변모했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는 망각하고, 듣기 좋은 설교만 가려가며 들으려는 쇼핑족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교회의 현주소를 이야기합니다.김수성 : 주위에 교회에 다니면서도 ‘무언가에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김현호 : 최병성 목사는 이런 말을 들으면서 살아왔다고 고백합니다. “니가 목사야? 목사면 목사답게 살아!” 그러나 “목사답지 못한 삶은 배부름의 길이 아니라 앞뒤 살펴 다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고소와 소송뿐 아니라 죽인다는 협박도 날아왔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최 목사는 “이 길이 하나님이 내게 주신 소명이기에, 아픔 많은 이 세상에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기에, ‘네’ 순종하며 기쁜 마음으로 달려갈 것입니다.”라는 말로 마무리합니다.김길구 : 하나님의 나라가 언제, 어떻게 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예수님은 그 나라는 이미 너의 안에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안’에는 너희 ‘가운데’라는 뜻도 있지요. 믿음의 눈으로 ‘일상에서의 거룩성’ 회복을 통하여 은혜로 나아가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김세윤 교수의 《그리스도가 구속한 여성 ? 성경적 남녀 관계와 여성 리더십》(두란노, 2016)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더운 날씨에 여러 모로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복음에 안기다》 / 최병성 / 새물결플러스《꽃과 복음》 / 전병호 / 대한기독교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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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8-04
  • [기독교교양읽기 16] 진정한 화해는 십자가 아래서만 가능하다
    “기억하라! 진실하게 기억하라!” 저자는 1984년 유고슬라비아 군대에서 당했던 심문의 기억으로부터 이 책을 시작한다. 정보장교 G대위의 심문을 받으면서, 그는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자기를 옭아매기 위한 수단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미국인과 결혼하고 서구사회에서 공부했으니 스파이가 틀림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빨리 실토하라고 다그쳤다. 별다른 내용이 나오지 않자, 갑자기 심문을 멈추었다.겉으로 보기에 그렇게 심한 고문을 받지는 않았으나, 제대한 이후에도 그때 받은 학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G대위는 저자의 마음속에 편안히 자리 잡고서 거듭거듭 그를 심문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겨우 그를 한구석으로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와의 관계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G대위가 비록 가해자이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그와 화해해야 그 악연이 해결됨을 깨닫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기억하라!”고 말한다. 기억하더라도 진실하게 기억해야 한다. 가해자가 내게 행한 악행을 피해자가 진실하게 기억하는 것에는 이미 그 악행에 대한 정죄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전통에서 정죄는 심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해의 한 요소이다.저자는 기억이 구원의 수단이 되려면, 기억 자체가 구속(救贖)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만 진정한 화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억의 종말》 || 저자인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는 현재 예일 대학교에서 신학과 윤리학을 가르치면서 예일 신앙과문화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배제와 포용》 《베풂과 용서》 등이 있다. 원제 The End of Memory. 홍종락 역. IVP, 2016. 16,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15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할 때 OECD 국가 중에서 5위였다. 우리보다 갈등지수가 높은 나라는 터키를 비롯해 그리스, 칠레, 이탈리아였다. 2010년에는 2위였다. #먼저 정죄해야 ‘진정한 화해’ 가능해김길구 : 오늘 이야기할 이 책의 주제는 다소 묵직합니다. 피해에 대한 기억과 용서, 그리고 화해에 관한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위안부 문제, 옥시 문제 등 사회적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김현호 : 지난 6월 26일은 UN이 정한 ‘고문 생존자/피해자(victims) 지원의 날’이었습니다. 1998년부터 지켜온 이 날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고통을 인내해온 이들에게 우리의 존경을 표하는 날”(코피 아난 UN사무총장)입니다. 나쁜 권력에 고난을 당한 기억은 한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립니다. 이 책의 주제와 관련하여 생각해야 할 날인 것 같습니다.김수성 : 저자가 겪었던 ‘심문의 기억’을 읽으면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기억났습니다. 저자가 심문을 당했던 해가 1984년이었고, ‘빅 부라더’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유고슬라비아는 거짓 기억이 동원되었고, 날조한 역사를 새로 써넣기도 했다고 합니다.김길구 : 당시 유고는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으로, 정치적으로 상당히 혼란을 겪을 때였습니다. 결국 1991년 연방이 붕괴되면서 내전을 겪었고, 인종청소라는 추악한 역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이렇듯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었던 분쟁지역에서 평화신학을 공부했고, 화해를 주장했다는 것이 우리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김현호 : 시대적 갈등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에 일조하는 책인 것 같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화해 문제를 뛰어난 통찰력으로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남북 분단, 한국전쟁으로 이어진 역사의 질곡에서 벗어나 진정한 화해를 모색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회가 이념을 떠나 서로를 이어주고 만나게 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김수성 : 저자는 무조건적인 화해만을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정의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는 원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즉, 정죄할 것은 정죄하고 화해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 진정한 화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김길구 :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 문제는 물론이고, 세월호 사고와 최근 부각된 옥시 사건 등 다양한 사회적 갈등도 제대로 치유되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계가 갈등의 당사자가 아닌 화해자 역할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 화해는 진실하고 정의롭게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기에는 정죄가 포함된다. 그리고 십자가의 대속함에 힘입어 용서가 이루어진다. 우리 사회의 갈등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진실하고 정의로운 기억을 무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진 출처: zesukchon.com] #‘값싼 은혜’로 진실 봉합해서는 안돼김수성 :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진실하게 기억하라’고 요구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그동안 심리학적으로 많이 연구된 기억과 관련된 문제점을 적시합니다. 소위 ‘거짓기억증후군’으로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기억하는 것에 주의하라고 강조합니다.김현호 : 현재 우리나라에서 갈등이 치유되지 않고 증폭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요? 정부나 기관에서 유리한 것만 기억하려고 하고, 불리한 것은 덮어두려고 하는 것이죠. 세월호의 경우, 사고가 발생한 원인이나 구조상의 문제점 등은 덮어두고 보상금만 내세우며 이제 그만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고 합니다. 빨리 잊기를 원하는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김길구 : 저자의 말처럼 악행의 기억은 오히려 상처를 줄 수도, 무관심을 낳을 수도, 상처를 덧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치유가 되지 않습니다. ‘진실하고’ 여기에 더하여 ‘정의롭게’ 기억해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진리인 것 같습니다. 자기합리화로 기억을 왜곡하려 해서는 상처가 곪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불거진 옥시 문제도 비슷합니다. 배상금만 지급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교만함이 엿보입니다.김현호 : 교회에서 죄에 대한 회개는 철저하게 강조합니다. 그러나 사람간의 관계에 있어서의 문제는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일부 교회에서는 ‘은혜롭게’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사회적 갈등이 빨리 봉합되기를 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봉합은 그냥 숨기는 것입니다. 영화 〈밀양〉에서 언급되었던 ‘값싼 은혜’라 할 수 있습니다.김수성 :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용서하고 치유하기 위해서이고, 서로가 화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물쭈물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정죄해야 합니다. 진실하고 정의롭게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죄 없이는 용서가 있을 수 없고, 용서 없이는 치유도 화해도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김길구 : 여기서 우리가 ‘사과의 기술’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구체적으로 보상하는 단계를 거칠 때라야 용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진정성이 있어야 함을 말합니다. 우리 사회의 갈등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정성 없이는 사회적 갈등 해소 못해김현호 : 저자는 진정성에 더하여 십자가의 죄사함을 내세우며 모두가 화해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기독교적 전통에서 ‘자발적 용서’는 상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십자가의 대속하심에 힘입어 우리도 다른 사람의 잘못을 조건 없이 용서해야 한다는 신앙적 용서라 할 수 있습니다. 김수성 : 이 책에서는 기억과 용서, 망각 등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많이 제시합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십자가 보혈에 의존하지 않고는 그러한 행위 모두가 불완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모두가 불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김현호 : 우리 사회에는 앞으로도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많습니다. 세대 갈등을 비롯하여 양극화에 따른 소득 갈등, 다문화가족의 급증으로 인한 갈등 등. 그만큼 교회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정부 등에서 기왕에 벌어진 갈등을 빨리 잊을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교회 공동체는 그 상처를 감싸주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수성 : “우리를 규정하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다. 우리의 몸과 영혼이 피폐해질 수는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의 성전이다. 때로는 폐허가 된 성전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신성한 공간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이 시대에 우리에게 절실한 지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김길구 : 진실하게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불의를 행하는 것이고, 잘못된 기억은 오히려 피해자가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사회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시는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변화를 가져와야 우리 사회에도 화해의 바람이 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억을 구속(救贖)해야만 합니다.다음에는 최병성 목사의 포토 에세이 《길 위의 십자가》(이상북스, 2016)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화해의 제자도》 / 에마뉘엘 카통골레 / IVP《왜 용서해야 하는가》 /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 포이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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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7-06
  • [기독교교양읽기 ⑮] 교회가 ‘후반기 삶’의 안내자 역할 해야
    “천직은 하나의 명작이 아니라, 인생 전체라는 걸작이다!” 우리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직업 선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새로운 고민이 하나 다가온다. ‘과연 내 직업이 천직인가’라는 고민이다. 우선 먹고살기 위해 하나의 직업을 택해 대충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뜬금없는 고민이다.일자리 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천직을 찾기 위한 여정을 결코 마다하지 말라는 저자의 말을 들려주고 싶었다. 천직이란 단시간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걸고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러기 위해서는 고통스런 연습기간을 견뎌내야만 하고, 전혀 엉뚱한 일을 하다가 돌아오기도 하며,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아야 하고, 다양한 일을 하면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그동안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나타났다가 스러졌다. 그럼에도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저자는 성공이란 평생에 걸쳐 무엇을 남기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관계없는 일처럼 보이던 것이 의외로 나중에 도움이 되고, 그러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찾고, 비록 미완성으로 끝날지라도 하나의 족적을 남기는 것이 바로 천직의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여타 자기계발서가 살아가면서 무엇 하나라도 뚜렷이 이루어야 성공이라고 강조하는 것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일의 기술》 || 저자인 제프 고인스(Jeff Goins)는 강연가이자 저자이며, 파워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이 전세계에서 400만 명이 넘을 정도다. 저서로는 《난파》 등이 있다. CUP, 2016. 13,8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요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젊은이들은 물론 노후를 대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취업할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천직’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가 아닐까 하는 고민을 안고 좌담을 시작했음을 먼저 밝힌다. #천직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김길구 : 세대를 막론하고 취업과 관련된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입니다. 한때는 아이들이 어른을 가르치는 세태라고 해서 관심을 끌었던 신인류[돈 탭스콧,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1998)]가, 이제는 일자리를 두고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직업에 대한 고민이 한층 깊어져가는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김현호 : 이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카피를 의미 있게 읽었습니다. ‘일의 기술이라 쓰고 삶의 기술이라 읽는다.’ 단순한 자기계발서라고 하기에는 영성적 사명으로서의 일에 대해 강조하고, 영성적으로 땀의 평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김수성 : 천직이란 단숨에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생의 여정으로 찾아가야 하는 것이라면서 결론을 맺는데 대해 공감했습니다.김길구 : 얼마 전 잡코리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7퍼센트 정도가 “두 번째 직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20대도 34퍼센트, 40대는 65퍼센트가 두 번째 직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할 만큼 현재 직업이 불안정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김수성 :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책을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실패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러한 실패 가운데서 천직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깊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 부딪쳐보는 것이 중요합니다.김현호 : 소명을 정의하면서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업을 구했으나, 자신이 계획한대로가 아니라 오히려 틀어졌을 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럴 때 자기 정체성을 지켜가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확장해가는 것에서 천직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김길구 : 그동안 우리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의존하여 하나님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지금과 같이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끊임없이 찾아야 하고, 그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가슴 뛰는 일을 찾아내고 부딪쳐야 한다는 것이죠.김수성 : 그래서 저자는 ‘미완의 작품’을 남길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평생 천직을 찾아 헤매고 결국에는 미완이겠지만, 그 과정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포트폴리오’로 인생의 지평 넓혀야김현호 : 소명이 딱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라는 ‘포트폴리오 인생’에 대한 언급도 의미 있는 지적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직업을 통해 자기 인생의 지평을 넓혀가라는 말은 오늘날 우리에게 상당히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직장생활 외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김길구 : 몇 년 전 미국 LA에 갔을 때 일입니다. 공식 초청방문이었는데도, 주말에는 나를 초청한 분의 얼굴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알고 보니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는데 주말이면 무대에 서기 위해 연극에만 집중한다고 하더군요. 또 하나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김현호 : 요즘 우리 아이도 비슷한 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일을 마친 직장인들이 한데 모여 보컬 연습을 한대요. 그러다가 봉사를 가기도 하고, 초대를 받아 공연을 하면서 자기의 ‘끼’를 발휘한다는 거죠.김수성 : 문제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라는 것이죠. 살아가기에 급급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여유가 ‘사치’로 여겨질 것입니다. ‘투잡’을 하지만 소명이나 천직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또 하나의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김길구 : 흔히 ‘천직’이라 일컫는 학교 교사들도 유럽의 경우 평균 재직기간이 5년 정도에 불과하고, 미국에서는 ‘투잡’도 흔하다고 합니다. 다중 직업이 일반화되는 추세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변화 추세에 아직 준비가 덜되었다는 것입니다.김현호 : 젊은이들의 경우 그런 상황을 ‘회전축’의 지혜로 활용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현실의 어려움에만 매몰되지 말고, 약간 빗겨나서 다른 길을 모색하면 자기의 소명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기의 천직과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한 직업이 나중에 중요한 자산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 농구에서 크로스오버는 한쪽 발을 ‘회전축’으로 이용,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함으로써 상대 수비를 뚫는 기술을 가리킨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뜻밖의 사태와 실패를 만났을 때, 이를 회전축으로 삼아 미래로 나아가라고 충고한다. [사진 출처: 유튜브 사진 캡처] #유료 자원봉사로 지역사회 활성화해야김길구 :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부산의 한 병원에서 주차관리요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공고가 나가자 지원자 중에는 시중은행 지점장과 증권사 간부, 중견 건설업체 임원, 공무원 출신도 있었답니다.[국제신문, 2016. 5. 16]김수성 : 우리가 직시하고 있듯이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경비 등 계약직 업무가 대부분입니다. 앞으로 유료 자원봉사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정도의 보수를 보장함으로써 양질의 인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이들의 업무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김현호 : 우리 교회가 이런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유료 자원봉사 등을 통해 지역의 인력이 진행한다면 그 효과는 상당할 것입니다. 지원처와 필요처를 연결시키는, 그 다리 역할을 교회가 하는 것이죠.김길구 : 여태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투자에 비해 효과는 미미합니다. 선진 외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교회가 지역사회와 손잡고 이런 일에 적극 나선다면 바람직한 시스템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부는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김수성 : 인공지능 시대에,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을 서로 연결시키는 능력은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교회는 이런 역할을 감당하기에 가장 좋은 곳입니다.김현호 : 천직은 헌신과 함께, 즐거움 또는 만족도가 높은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선을 행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교회의 역할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도 있습니다. 올바른 직업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김길구 : 무기력, 무관심, 무의미. 소위 ‘3무’라고 합니다. 이 말을 결국 인간소외 현상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갈수록 자동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교회의 사명 중 하나가 인간소외 해소에 있다면, 여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다음에는 평화의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가 쓴 《기억의 종말》(IVP, 2016)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노동, 직업 그리고 하나님 나라》 / 정병길 / 성약출판사《일의 신학》 / 폴 스티븐스 /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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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독교인문학
    2016-06-02
  • [기독교교양읽기 ⑭] ‘안식과 희망을 주는 문화운동’ 전개해야
    대중음악 속에서 찾은 기독교 영성 이야기 대중음악과 기독교. 쉽게 조합하기 어려운 만남이다. 그런데 저자는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대중음악을 얕보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22곡의 음악을 펼쳐 보이며 “자, 이래도 내 말이 틀렸느냐?”고 반문한다. 영미 팝송이 14곡, 한국 가요가 8곡이다. 1960년대 음악에서부터 2009년 음악까지 다양하다. 머리말에서는 역사적인 증거까지 들이댄다.‘설마’하며 대충 읽었다. 설핏 지나치다가 ‘이런 신앙고백이 숨어 있었구나!’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꼼꼼히 읽었다. 인터넷을 뒤져 음악을 들었다. 이들 음악이 내 마음속으로 성큼 새롭게 다가온다. 반전이다. 이 책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여기서도 적용된다. 아는 만큼 들린다.글을 쓰다말고 몇 시간째 음악만 들었다. 한 곡 한 곡 듣다보니 도저히 중간에 그칠 수가 없었다. 다양한 버전으로 듣기도 하고, 처음에 부른 것과 그 후의 것을 비교하며 들었다. 2003년에 U2의 보노(Bono)가 솔로로 부른 ‘원(One)’에 이어, 파바로티(Pavarotti)와 함께 부른 ‘아베마리아’를 듣고서야 겨우 음악을 껐다. 얼얼하다. 이 감동을 그대로 간직한 채 글을 써야 하는데, 나의 필력은 미진하기 짝이 없다. 아쉬움은 독자 여러분이 직접 음악을 들으며 풀기 바란다.◈ 《윤영훈의 명곡묵상》 || 저자인 윤영훈은 미국 얼라이언스 신학교와 드루 대학교에서 종교와 대중문화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명지대학교 객원교수, 빅퍼즐문화연구소를 설립하여 문화운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문화시대의 창의적 그리스도인》 《현대인과 기독교》 《복음주의와 대중문화》 등이 있다. 이 책은 월간 잡지 〈워십리더〉에 2년여 연재했던 글을 묶은 것이다. IVP, 2016. 15,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김현호 대표는 이 책을 읽는데 김기석 목사의 《흔들리며 걷는 길》이 자꾸 생각나더라고 했다. 이 책의 부제가 ‘길 위에서 자유롭게’이다. 대중가요와 기독교를 접합하여 기독교인에게 소개하는 길이 어쩌면 ‘흔들리며 걸어야 하는 길’일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교회문화가 대중문화로 확산되기도김길구 : “고등학생 때 신해철은 우리에게 우상이었어요.” 신해철 씨가 의료사고로 유명을 달리했을 때, 우리 아들이 한 말입니다. 문득 내가 아들 세대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는 한 시대를 이끌어온 가수임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아들과의 세대차를 조금은 좁힐 수 있었습니다.김현호 : 인터넷에서 이들 음악을 찾아 들어가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동안 너무도 멀리했던 어릴 때의 감성이 물씬 살아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기 소개된 음악은 대부분 시대정신을 잘 읽어낸 작품인 것 같습니다.김수성 : CCM이 무언가 하고 백과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의 약자로, ‘대중음악의 형식을 취하면서 기독교 정신을 담아내는 모든 장르의 기독교 음악’이라고 해놓았더군요.김길구 : 사실 대중음악과 교회음악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포크송을 퍼뜨린 ‘세시봉’ 멤버들은 거의 다 교회에서 노래하던 사람들이었죠. 교회 문화가 일반 대중문화로 확산된 경우라 할 수 있을 겁니다.김현호 : 이들뿐만 아니라, 대중가수들의 출신을 보면 어릴 때 교회생활을 한 이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찬양하고 보컬 활동 등을 하다가 자기의 ‘끼’나 음악적 재질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당시는 교회가 대중문화의 산실이 되기도 한 것 같습니다.김길구 : 최근 청소년들이 교회를 외면하는 것은 교회가 청소년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교회 교육이 한편으로는 청소년들의 문화와 예술의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너무 교조적으로만 인식, 현상을 성과 속으로만 구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김수성 : 교회가 대중문화를 저급문화로 분류하는 경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문화를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로 구분하는 것도 문제지만, 미디어의 대중화로 모든 것이 대중문화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교회문화도 마찬가지죠. 좋아하는 찬송을 파일로 변환시켜 스마트폰에 넣어 다니면서 어디서나 듣는 세상입니다. #수단을 선택할 때 목회적 판단도 중요김길구 : 이 책에 소개된 노래 가사를 보면 마치 옛 선지자들이 일갈하는듯한 느낌조차 듭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적절한 음악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은 사랑으로 전쟁과 갈등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하는가 하면,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는 하나님조차 들어올 자리가 없는 우리의 삶을 고백합니다.김현호 : 개인적으로 최근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를 많이 불렀는데, 라트비아의 민요에 가사를 붙인 번안곡이더군요. 한 러시아 가수가 이 민요를 ‘백만 송이 장미’라는 제목으로 발표함으로써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심수봉 씨가 인생의 의미와 기독교 신앙을 담은 자신만의 고백을 가사에 녹여냄으로써 감동이 더해진 것 같습니다.김길구 : 역사적으로 봐도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노랫말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노랫말에서 복음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음악은 시대를 불문하고 오랫동안 인기를 얻었습니다. 복음의 메시지가 가지는 생명력과 절대적인 사랑이 힘든 생활에서 위안을 얻고 희망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 등이 그런 작품 같습니다.김수성 : 장기하와 얼굴들이 노래한 ‘싸구려 커피’를 들으면서 오늘날 취업을 비롯해 막연한 미래 때문에 힘들어 하는 청년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잖아’에서는 위정자들의 입에 발린 말에 절망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았고요. 암울한 시대에 노래하는 시인들이라는 생각이 듭디다.김현호 : 최근 한류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걸그룹의 노래는 삶이 담보되지 않은 음악인 것 같습니다. 물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반짝하다가 사라지는 노래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에 비해 삶의 무게와 그 가치가 깊숙이 담긴 노래는 오랫동안 사랑을 받죠.김수성 :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노랫말은 상당히 직설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성세대에게는 선정적이기도 하고 퇴폐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힙합이나 랩에 빠져든 청소년도 많습니다. 교회가 청소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김길구 : 그런 문제는 리처드 니버가 《그리스도와 문화》에서 언급했던 기독교 세계관적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교나 교육을 위한 다양한 수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독교적 세계관에 적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상업주의, 배금주의 등에 물든 문화를 걸러내는 비판적 안목도 필요하지만, 목회적 판단에서 허용할 수 없는 수단도 있다는 것입니다. 니버는 이를 ‘변혁의 문화’라고 합니다.김수성 : 일리가 있는 지적이기는 하지만, 상당수 우리나라 교회의 경우 아직도 교조적인 면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갈수록 교회에서 벗어나는 현실에서 대책은 무엇인가요? #인류애를 노래하는 분위기 조성해야김현호 : 상업 문화가 판치는 현실에서, 꼭 기독교적인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인류애와 삶의 가치를 노래하는 분위기라도 조성해야겠죠. 교회의 문화운동이라고 할까요, 가치 존중 사상의 전파라고 할까요. 교회가 청년정신과 감성을 노래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김길구 : 먼저 시민적 성숙과 교회의 포용적 자세가 우선되어야 하겠죠. 교회나 사회 모두 역사와 문화적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화가 궁극적으로 ‘안식’을 의미한다는 스킬더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는 사람들에게 ‘안식과 희망을 주는 문화운동’은 언제든 펼칠 수 있습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인식을 조금만 바꾸면 될 것입니다.김수성 : 한편, 교회가 이들 대중가요를 터부시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김현호 :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배타적 크리스천이 아니라 변혁적 크리스천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되었던 가수들 중에는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것이 교회로 하여금 대중가요를 멀리하게 한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김길구 :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은 그 사람의 말뿐만 아니라 행위나 삶의 모습에서도 경건성을 요구합니다. 그렇기에 신앙적인 노래를 불렀지만, 몇몇 가수는 그들의 삶에서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배척한 요인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창조 질서 속에서 본질적인 규범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김현호 : 상업 문화가 판치는 현실에서, 꼭 기독교적인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인류애와 삶의 가치를 노래하는 분위기라도 조성해야겠죠. 교회의 문화운동이라고 할까요, 가치 존중 사상의 전파라고 할까요. 교회가 청년정신과 감성을 노래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김길구 : 먼저 시민적 성숙과 교회의 포용적 자세가 우선되어야 하겠죠. 교회나 사회 모두 역사와 문화적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화가 궁극적으로 ‘안식’을 의미한다는 스킬더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는 사람들에게 ‘안식과 희망을 주는 문화운동’은 언제든 펼칠 수 있습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인식을 조금만 바꾸면 될 것입니다.김수성 : 한편, 교회가 이들 대중가요를 터부시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김현호 :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배타적 크리스천이 아니라 변혁적 크리스천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되었던 가수들 중에는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것이 교회로 하여금 대중가요를 멀리하게 한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김길구 :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은 그 사람의 말뿐만 아니라 행위나 삶의 모습에서도 경건성을 요구합니다. 그렇기에 신앙적인 노래를 불렀지만, 몇몇 가수는 그들의 삶에서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배척한 요인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창조 질서 속에서 본질적인 규범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미국의 저명한 강연가인 제프 고인스(Jeff Goins)가 쓴 《일의 기술》(CUP, 2016)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신국원의 문화이야기》 / 신국원 / IVP《그리스도와 문화》 / 리처드 니버 / I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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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독교인문학
    2016-05-04
  • [기독교교양읽기⑬] 현대 도시인들에게는 ‘단순함’이 필요하다
    “아직도 길을 찾기 위해 멈추지 않을 뿐” 이 책은 한 교회에서 30년 동안 사역한 저자가 안식의 기간 동안 이탈리아, 터키, 조지아(그루지야), 아르메니아 등에 있는 교회와 수도원 등을 순례하며 영성의 시간을 가진 기록이다. 단순히 40여 일의 유럽 여행기라 하기에는 지그시 무게감이 느껴지고, 그렇다고 철학서나 비평서라 하기에는 에세이 같이 큰 부담없이 읽히는 미묘함으로 다가온다.그는 1980년대 초 양성우 시인이 낭송한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다. 피를 토하듯 울부짖는 “모래야 나는 얼마나 작으냐 / 바람아 먼지야 풀아 / 나는 얼만큼 작으냐”라는 대목에서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날 많이 아팠다고 고백한다. 아직도 그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저자는 길을 찾기 위해 멈추지 않을 뿐이라고 스스로 위안한다.책을 읽는 내내 그의 예술적 안목과 문학적 감수성에 빠져들게 한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문학적 향기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순례길 곳곳에서 우리나라 교회의 현실을 아파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영성의 끈을 놓치지 않는 신앙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오랜만에 참으로 ‘괜찮은’ 책 한권을 읽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 《흔들리며 걷는 길》 || 저자인 김기석 목사는 청파교회 담임목사이면서 문학평론가이다. 깊이가 있는 글쓰기로 기독교문학의 새로운 층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은 책으로 《삶이 메시지다》 《오래된 새 길》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등이 있다. 포이에마, 2014. 13,8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이해한다.” 한때 유홍준 교수가 그의 책에 인용해 널리 알려졌던 말이다. 정조 때 문장가인 유한준의 글에서 따온 말이다. 김기석 목사의 이 책을 읽으면서 먼저 이 말이 떠올랐다.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기독교의 뿌리에 대해서 관심 가져야김길구 정말 이 책 한권을 읽고 나서 서너 권의 책을 읽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세의 예술 작품 감상에 이어 인문학적 소양을 과시하는가 하면, 기독교 역사와 사상, 그리고 우리 교회의 현실까지를 놓치지 않고 연결시켜 이야기합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통섭’을 보여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김수성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수영 시인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부터 시작해서 함석헌의 ‘얼굴’까지 10여 편의 시를 곳곳에서 읊조리며 순례를 계속한 것입니다. 그 시에는 저자가 하고 싶은 말들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겠죠.김현호 저자와는 10년 가까이 알아왔는데, 그분의 서재에 꽂힌 책을 보면 마치 박물관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저도 책을 취급하지만 희귀한 책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분은 문학을 통해서 먼저 하나님을 만났고, 그 이후 신학을 했다고 밝힐 정도로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김길구 저자는 로마에서부터 순례를 시작합니다.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도 가톨릭의 교회와 교부들, 수도원 등을 살펴보면서 기독교 신앙의 뿌리를 재조명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요?김현호 가톨릭교회의 부패로 인해 종교개혁이 일어났지만, 궁극적으로 가톨릭교회는 초대 기독교의 역사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라는 전체적인 시각으로 오늘의 현실을 보기 위해 로마를 먼저 방문한 것 같습니다.김길구 맞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교회의 지나친 물질주의와 성장주의에 대해 사람들이 돌을 던지는 것은 마치 종교개혁 이전과 비슷한 양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로마 가톨릭교회의 아름다움과 초기 교부들을 이야기하면서 그 속에 숨겨진 신앙의 본질을 이야기한 것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하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김수성 최근 우리나라에도 중세에 관한 서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에게는 뭉뚱그려 ‘암흑의 시대’라고만 알려졌지만, 실상 중세에는 뛰어난 기독교 사상가와 예술가를 배출한 시대라는 겁니다. ‘기독교’라는 그늘에 가려 우리 사회에서는 이에 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우리는 언제까지나 흔들리며 길을 걷는 순례자일지 모른다. 하지만 정답 없는 삶이라 해도 묻고 또 묻지 않으면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사진은 프랑스 떼제공동체에 있는 예배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출처: http://dowym.com). 지금부터라도 본질로 돌아가야 김현호 저자가 머리말에서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올 때 부하들이 ‘로터스’ 열매에 빠져 그 섬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는 이야기를 했듯이, 우리 교회도 이제는 본질의 문제로 돌아가야 합니다. 특히 프란체스코의 ‘청빈’ 이야기는, 우리 교회의 현실에서, 언제 들어도 가슴이 울울해집니다.김길구 평생 ‘벌거벗은 몸’으로 살았던 프란체스코가 묻힌 조그마한 교회를 방문한 후 저자는 이렇게 썼습니다. “길이 9미터, 폭 4미터에 불과한 작은 예배당이지만 이곳은 결코 작지 않다.” 그리고는 “문제는 건물이 아니라 정신이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그 정신을 간직하고 있는가 반문하게 합니다.김현호 어떤 의미에서 이 책은 읽을수록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책입니다. 여행에 관한 정보보다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정보들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읽다보면 자꾸만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그러면서 부끄러워지기 때문입니다.김수성 그래서 책 제목에 ‘흔들리며’라는 말을 넣은 것 아닐까요? ‘흔들리면서도 결국 제자리 찾아가기’를 원하는 마음이라 할 수 있겠죠.김현호 현대인들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믿음의 길로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익숙함이야말로 편한 것이지만 둔감해지는 것’이고, ‘길들여지다는 것은 곧 영혼의 타락’이라는 말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김길구 두드러진 사람들만이 아니라, 소외되었던 사람들을 부각시키려한 노력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거대 교회 권력에 억눌려 역사에 묻힌 사람들, 지금도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고난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잊지 않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볼로냐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주거, 노동, 식생활 해결을 위해 조직한 협동조합이 지금은 4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김수성 2001년 아씨시에서 열렸던 ‘평화를 위한 기도 모임’에서 채택되었던 ‘평화를 위한 십계명’을 읽었습니다. 이것을 아직 몰랐다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는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김현호 ‘한가함’에 대한 언급도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분주함에 길들여져 한가함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어떤 철학자는 이런 분주함은 ‘폭력적’이고 ‘자기 착취’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안식일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김수성 기도원을 소개하는 글을 보다보니 몇 년 전에 봤던 ‘위대한 침묵’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생각납디다. 기도와 침묵, 예배와 노동으로 이어지는 수도사들의 일상이 보는 내내 얼마나 무겁게 짓누르는지 몇 번에 걸쳐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다큐를 다시 봤는데, 여전히 힘겹더군요. 분주함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단순성과 청빈의 생활화 떼제공동체 김길구 저자는 순례를 떼제(Taize)공동체에서의 생활로 마무리합니다. 떼제의 생활은 한마디로 ‘단순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떼제 찬양의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생명의 물을 찾아 어둠 속에서 방황합니다. 목마름만이 우리를 앞으로 나가게 합니다. 목마름만이 우리를 앞으로 나가게 합니다.”김현호 떼제공동체는 기업이나 독지가의 후원, 가족의 유산마저도 일절 받지 않고 오직 노동으로 벌어들인 것만 가지고 생활하고 봉사한다고 합니다. 이 정신은 프란체스코의 ‘청빈’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김수성 개인적으로 부산 인근에 이런 공동체가 하나 있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종교를 초월하여 지극히 단순한 생활, 적당한 노동을 하면서 지친 영혼을 달래고, 영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입니다.김현호 떼제공동체는 예수님께서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모든 이에게 사랑을 베풀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지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들고 유럽을 기웃거리고, 떼제공동체에 들어가 한동안 머무르고 싶습니다.김길구 우리에게 절실한 모범을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목마름과 단순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참가하는 기독교 신자들도 제법 있다고 합니다. 우리 교회가 앞으로 어떤 길로 나가야 할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특별한 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대중음악 속에서 하나님의 목소리를 찾고자 노력한 《윤영훈의 명곡묵상》(IVP, 2016)입니다. 긴 시간 동안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 2》 / 공지영 / 분도출판사《일상순례자》 / 김기석 / 두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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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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