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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과이불개(過而不改), 혼용무도(昏庸無道)한 세상에 사람들과 교회(목회자들)에 하고픈 말
    1. 착하게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2023년 새해, <교수신문>은 지난 한 해를 대표할 ‘올해의 사자성어’로 “잘못을 범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라는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 신문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지금까지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작년 2022년 한해를 돌아보니, 우리는 혼용무도(昏庸無道), 곧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한 세상을 살아왔다. 이 말은 ‘혼용(昏庸)’과 ‘무도(無道)’의 합성어이다.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일컫는 말이며, 무도는 『논어』(論語), ‘천하무도(天下無道)’, 곧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다.”에서 나온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2022년 한해 ‘과이불개’와 ‘혼용무도’한 세상을 살아왔다. 따라서 2023년은 이러한 잘못이 열매를 맺어 경제위기는 물론, 정치와 외교 등 모든 부문에 있어서 엄청난 고난과 고통이 닥칠 것이다. 최근 각종 물가가 치솟고 있다. 전기 요금부터 버스, 지하철 요금까지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서민들은 죽어 나가지만 재벌 법인세는 깎아주고 있다. 이것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혼용무도와 과이불개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왜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을까? 진화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집단 내에서 힘을 합쳐 다른 집단을 공격하여 이긴 부족이 살아남았기에, 이러한 싸움의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도록 진화해 왔다.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청백전 때 왜 그리 투쟁심이 솟았는지, 또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결정할 지난 대통령 선거에는 왜 그리 관심이 많았는지, 모두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극우 유튜버가 계속해서 살아남는 방법, 현재 정치가 양극단으로 치닫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진화의 산물이다. 결국 현실은 ‘공감’과 ‘소통’이 아니라, ‘공격’과 ‘혐오’를 부추기는 것으로 진화한 것인가?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고 협력할 때 즐거움을 느끼도록 진화됐다. 싸움을 통해 최강 제국을 세워 온 인류의 역사는 항상 그 끝이 좋지 않았다. 결국 협력과 공감이 마지막에는 승리한다. 처음에는 싸움의 과정에서 느끼는 승리하는 쾌감이 좋지만 결국은 협력할 때의 쾌감과 결과가 더 좋았다는 것을 우리 인류는 체득한 것이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인간을 보아도 인간이란 수십억 개의 세포가 연합된 다세포 생명체이기에 이미 그 자체가 하나의 협력이다. 오산 임마누엘장로교회 주용태 목사의 책, 『착하게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따뜻한 힘의 원리』(트러스트북스, 2023)는 ‘착함’이라는 거대한 물줄기가 이루는 굵은 흐름을 주목하고 우리에게 착하게 사는 것이 맞다고, 틀린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던져 준다. 주용태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착한 사람과는 절대 결혼하지 마십시오. 착한 사람은 죄인입니다. 호구, 이 사회의 천덕꾸러기입니다.’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영상의 내용에 내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저런 말을 버젓이 할 수 있지? 댓글들을 살펴보니 더욱 놀라웠다. 수많은 사람이 맞장구치며 동의했다. ‘정말 그래요! 저도 많이 당했어요, 결혼 완전히 잘못했어요. 제 남편은 사람은 착한데 답답하고 무능해요.’ 정말 이 말들이 사실일까?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이 세대의 영웅들을 생각해보라. 김연아, 유재석, 손흥민, 김연경, 박항서 감독… 착한 사람들이 성공 반열에 오른다. 그들에게서 조금의 악의라도 엿보였다면 그처럼 큰 대중의 호응이나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반대로 착하지 않은 행동 때문에 자기 분야에서 퇴출당한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영화감독, 유명작가, 운동선수, 정치인, 유명 배우 등이 한순간 저지른 잘못 때문에 낙인찍혀 사회에서 퇴출당하였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는 이 엄청난 변화를 실감하고 그에 맞춰 살아야 한다. 물론 착한 사람이 모두 잘되고 성공하지는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착하지 않으면 성공도 없다. 성공은커녕 착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착한 사람이 손해를 보고, 못된 사람이 잘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당장 보기에’ 그렇기 때문이다. 결국 착한 사람과 못된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기간’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착한 사람이 불리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착한 사람이 성공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중을 보지 않고 당장 좋으면 다 좋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착한 사람은 늘 손해 보고 악한 사람은 늘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공격’과 ‘혐오’를 부추기는 이들이 잘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공감’하고 ‘소통’하고 ‘배려’하고 ‘연대’하는 이들이 이긴다. 이것은 진화심리학의 관점만이 아니라, 역사의 교훈이며 성서의 진리이기도 하다. 착하지만 바로 그 착한 것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 착해서 손해만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착한데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어하는 사람들, 착한 것을 약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심지어는 착하기 때문에 인생을 비관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진정 놀라운 세상의 맛을 보여준다. 예수님의 십자가도 어쩌면 ‘착함의 결정체’가 아닌가? 따라서 결론은 우리 모두 “착하게 삽시다!” 2. 교회에게 하고픈 말 『교회에게 하고픈 말』(두란노, 2020)이라는 책이 있다. 전 백석대 신대원 교수인 류호준 교수의 책이다. 이 책에서 류호준 교수는 오늘날 교회의 핵심적인 문제에 관해 이렇게 지적한다. “목회자는 성경을 무시하고, 교인들은 성경에 무지하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서 한국교회에 온갖 문제가 생겼다!” 그렇다. 보수적인 교회들은 성경 자체(문자 자체)를 우상화하여 ‘성경 문자 우상주의자’가 되었고, 진보적인 교회들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중시한다. 또한 신학교와 교수들은(아닌 분들도 많지만) 단지, ‘(서양)신학 지식 소매상’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무지와 무시 속에서 성경의 본질은 희석되었다. 말씀을 무시하기에 ‘실천적 무신론자’가 되어버린 목회자와 말씀에 무지하기에 맘몬을 추구하는 중직자들이 이끄는 교회 안에서 성도들은 말씀에는 무지하지만, 싸움에는 유능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에는 무관심하지만 자기 이익에는 밝다. 이러한 교회의 신앙 적폐 목록을 류호준 교수는 이렇게 나열한다. “자기중심적 신앙, 종교적 열정 강조, 구원의 사회성에 대한 무지와 외면, 무차별적 고소·고발,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도덕성, 기업화된 교회, 시대착오적 성경해석 등등….”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류호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종교개혁의 후예라면 성경을 무엇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말씀을 무겁게 여기며 매일 그리스도와 죽고 사는 일에 천착한다면, 한국교회에 실천적 무신론자나 ‘카더라 신앙생활’ 성도가 없어질 것이다.” 결국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ad fontes)’이다. 그 근본은 성경이다. 류호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성경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씀처럼 닮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한국교회 구성원 모두가 말씀대로 빚어진다면 우리 사회에서 극단주의나 근본주의 구호를 외치는 그리스도인, 무례한 기독교인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목사에 관해서도 류호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목사는 죽음과 삶, 이생과 사후, 시간과 영원, 비참과 구원, 심판과 회복 사이에 서서 그 다리를 이어 주고 건네주는 사람입니다. 달리 말해, 이쪽에 있으면서 저쪽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입니다. 인간의 진정한 본향을 사모하도록 자극하고, 삶의 충만한 의미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끼도록 도와주는 ‘보혜사’(파라클레토스)가 목사이며 설교자입니다.” 목회자에 관한 류호준 교수의 말을 한 구절 더 인용해 보자. “목회자가 교인들을 진정으로 존중하지 않거나 그들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귀한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그는 종교적 사업에 종사하는 직업인에 불과할 것입니다. 한 영혼, 한 영혼에 대한 영적 부담감, 다시 말해 하나님의 값진 구원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이 없는 사역자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 거룩한 제사장으로 부름을 받은 목회자가, 제사장의 나라로 부름을 받은 교회가, 또한 천국의 열쇠를 받은 교인들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면 한국교회는 물론 한국 사회 전체가 불행해질 것이다. 따라서 류호준 교수는 교회가 ‘환대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은 부단히 세상의 경계를 넘어 약자를 찾아가고 이들을 섬겼다. 오늘날 교회 공동체도 약한 이를 보살피는 환대의 정신을 갖추자.” 그렇다. 이것이 택하신 족속의 사명이고 왕 같은 제사장의 직분이며 거룩한 나라의 마땅히 행할 바요,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의 할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인용해 보자. 류호준 교수의 고백에서 기독교 신앙의 참뜻을 깨닫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불평과 불만이 가득합니다. 건드리면 터질 것만 같은 세상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그런 분위기 안에 ‘은혜로 가득한 환대’를 불어넣는 사람으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그 부르심에 순종하며 나아갈 때, 환대를 통해서 기쁨이 흘러넘칠 것입니다. 마치 철철 넘쳐흐르는 물 대접처럼 말입니다. 당신은 그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흘러내리는 눈물 속의 포옹, 숨 막히는 기쁨, 잃어버린 양을 찾아 어깨에 둘러메고 외치는 기쁨의 소리, 다른 사람을 섬기는 그리스도의 손들…. 우리가 은혜로 가득한 환대를 베풀 때, 우리는 환대받는 사람의 얼굴에서 그리스도를 보게 될 것입니다.” 혐오와 차별에 앞장서고,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목회자와 그리스도인들이 넘쳐나고 있다. 택하신 족속, 왕 같은 제사장, 거룩한 나라, 하나님의 소유가 된 백성으로 우리 교회가 환대의 공동체가 되고, 또한 우리를 통하여 환대받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여야 한다. 과이불개(過而不改)와 혼용무도(昏庸無道)한 세상에 사람들과 교회, 그리고 목회자들에게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다.
    • 문화
    2023-02-10
  • [기독교인문학] “용서를 향한 제3의 길”
    데즈먼드 투투의 《용서 없이 미래 없다》 이 책은 남아공의 그 악명 높은 흑백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폈던 소수 백인들이 지배하던 정권이 물러나고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 정권이 들어선 지 1년 후 과거 역사의 잔악행위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조직된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인 투투대주교가 쓴 남아공의 화해와 평화의 발자취를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당한 만큼 갚아주는 응보적 정의나 일괄 사면 혹은 국민적 망각이 아닌 ‘제3의 길’을 제시한다.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인정하면 가해자들과 국민들이 사면해 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고백과 용서와 배상의 진실화해위원회의 회복적 정의는 남아공을 파국에서 구해냈으며, 갈등의 끝을 분열이 아닌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갈등 수준 세계 1위의 우리에게 ‘용서 없이 미래 없다’는 투투가 던지는 새해 화두이다. ◇ 저자소개 ∥ 데즈먼드 투투 성직자, 인권운동가, 노벨평화상 수상자. 세계교회협의회(WCC부위원장)과 요하네스버그 대성당 수석사제와 1984년 흑인 최초로 케이프타운 대주교가 되어 남아프리카공화국 성공회 수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대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성공회 수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대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교회협의회에서 인종차별 반대운동을 이끌어왔고, 흑백연합정부가 수립된 다음 해인 1995년 진실과 화해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되어 남아공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했다. 화해와 평화를 위한 그의 노력이 공적을 인정받아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2021년 12월 26일 90세에 하나님 품에 안기었다. ◇ 저서∥강의 모음집《하나님의 뜻》과 설교모음집《희망과 고통》, 논픽션《하느님의 무지개 백성》이 있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넬슨 만델라 어록》 넬슨 만델라 / 알에이치코리아 / 2013 《마이클 K의 삶과 시대》 J.M. 쿳시 지음 / 문학동네 / 2021 《회복적 정의, 세상을 치유하다》 이재명 / 피스빌딩 / 2020 기독교인문학 〈40〉 “용서를 향한 제3의 길” -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 사람이 된다 -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꿈 “화해를 위해 일하는 것은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꿈을 실현하고자 애쓰는 일이다. 그럴 때 우리는 우리가 긴밀한 상호의존성으로 연결된 한 가족의 일원임을 알게 될 것이다.” 용서가 세상을 바꾸다 김길구 즐거운 설날입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매년 교수신문에서 천여 명의 교수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22년도 대표 사자성어는 잘못한 것을 고치지 않는다는 의미의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올해에는 잘못한 것은 바로 고쳐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호에는 남아공 투투대주교의 《용서 없이 미래 없다》는 책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푸는 해법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류지원 재작년 영국 킹스칼리지에서 세계주요 28개국을 대상으로 빈부, 정치, 이념, 세대, 교육 등 12개 분야의 갈등수준을 비교해 본 결과 7개 부분에서 우리나라가 제일 높게 나와서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많은 나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의 기존 상식을 뒤집는 놀라운 책입니다. 종교적 용어인 용서가 세상을 바꾼다니 놀랍지 않으세요? 김현호 저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매우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기독교 국가 안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자비한 고문과 살육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과 복음주의 교회를 표방한 개신교 목회자들이 정치권에 앞서 혐오와 차별을 조장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종교의 본질과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종차별의 흑역사 김길구 그러면 먼저 간략하지만 남아공의 역사를 알아볼까요? 류지원 1948년 국민당이 집권하면서 아파르트헤이트 즉 흑백인종분리정책을 실시했는데 유색인과 백인을 분리하고, 흑인 등 토착민의 직업을 제한하는가 하면, 노조결성을 금하고, 도시외곽지역의 토지소유를 못하게 하고, 심지어 공공시설사용을 제한하는가 하면 흑인과 백인의 결혼뿐 아니라 성관계도 금지하고, 버스 승차를 분리하는가 하면 통행법도 강화해서 이동의 자유도 제한하여, 분리가 아닌 철저한 차별정책을 강요합니다. 김길구 이런 정책이 전 국민의 84%가 흑인이고 16%만이 백인인 상태에서 실시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부 양식 있는 백인들의 반대도 있었고, 국제적인 연대로 막아보려고 했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항의표시로 남아공이 1992년까지는 미수교, 1994년까지 여행금지국이었지요. 김현호 1970년대, 남아공 백인 정부의 아파르트 헤이트 정책으로 인해 UN이 남아공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으며, 영연방에서도 남아공을 축출하기로 결정하기도 하고, 남아공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기도 했어요. 넬슨 만델라 대통령 취임 김길구 오늘의 주제로 들어가고 있는데 남아공의 변화의 주인공은 넬슨 만델라로부터라고 할 수 있겠죠? 우리나라의 김대중 대통령과 비교되는 남아공 하면 떠오르는 인물 만델라에 대해서 얘기해 보죠. 1960년대부터 민권운동을 하다 1960년대부터 교도소를 전전하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1990년에 석방되기까지 총 27년간의 길고 긴 수형생활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압력과 민권운동의 승리로 소수인종인 백인 지배를 벗어나 다수인종인 흑인들의 통치체제가 되자 국민들은 흑인들의 영웅인 그를 대통령 후보로 세워 65%의 지지율로 무난히 당선됩니다. 그동안 남아공을 옥죄었던 46년간의 철권정치 아파르트헤이트 시대가 비로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기대와 희망 속에 새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김현호 이 책에 보면 이날의 감격을 투투 주교는 이렇게 썼어요. “넬슨 만델라가 남아공 최초의 민주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1994년 5월 10일, 아마 세계가 멈추었을 것이다. 거의 모든 국가원수와 여러 지도자가 프리토리아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쁨도 잠시 정권은 바꿨으나 남아공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불안했지요. 선진문화와 제3세계가 공전하는 남아프리카의 기형적 구조를 만델라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소수의 백인들은 ‘억압과 불의의 열매를 누렸다’는 죄책감에 눌린 채 보복이 두렵고 피해자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인한 원한으로 잠을 이룰 수 없는 형국이 계속되면서 자칫 나라가 둘로 쪼개질 수 있다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류지원 이러한 위기의 순간에 만델라의 리더십이 빛을 발합니다. 남아공 사람들은 만델라를 간디와 비유할 정도로 카리스마 있는 리더예요. 그 해법은 용서와 포용이었습니다. 집권 내내 백인들에 대한 보복은커녕 지나칠 정도로 인종화합에 집착한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였으니까요. 본문에는 취임식날 그가 갇혀있던 교도소의 백인 교도관을 귀빈으로 초청하는 기막힌 아량과 용서의 정신을 보인 만델라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어요. 그뿐인가요 백인 통치시대에 대통령을 하고 있던 De Klirk을 부통령으로 영입하여 행정의 연속성과 정국의 안정을 도모했으니까요.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과 제3의 길 김길구 백인 소수파의 통치의 종식을 상징하는 첫 민주주의 선거가 치러지고 대통령이 취임한 1년 후 투투는 과거 역사의 잔악행위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조직된 진실화해위원회(약칭 TRC)의 의장으로 임명됩니다. 이런 일은 강온파로 나뉘게 되지요. 과거에 잘못된 적폐를 뿌리 뽑고 나라의 정기를 바로 세워 다시는 그러한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피해자 측, 응보적 정의론자라고 합시다. 당한 만큼 갚아 주자는 부류가 있고, 류지원 또 다른 부류는 인과응보의 공포정치를 하면 나라가 혼란에 빠져 결국 나눠지니 과거는 잊고 나라의 통합을 위해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자는 가해자의 시선으로 본 온건론자의 입장이 있겠죠.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김현호 TRC를 이끄는 투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아라파트헤이트에 연류된 백인을 일방적으로 가해자와 죄인으로 규정하여 심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스스로 양심에 따라 죄를 자백하게 한 후 사면을 허용함으로써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평화의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제3의 길이죠. 회개하면 용서해 준다는 기독교의 교리와도 일맥상통해요. 그가 심판자인 법관의 입장이 아니라 목회자인 사제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아이디어겠지요. 이러한 방식을 투투는 2차대전 전범자를 가혹하게 처벌한 뉘른베르크 패러다임과 일괄 사면 혹은 국민적 망각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은 ‘제3의 길’이라고 불렀습니다. 김길구 물론 이런 방식은 백인과 흑인 양쪽에서 격렬한 논란에 휩싸였지요. 가해자인 백인은 너무 급진적인 마녀사냥이라고 반대했고, 피해자인 흑인은 너무 온건하다고 반대했습니다. 류지원 TRC는 대통령 만델라의 전 부인 위니 만델라도 살인교사 혐의로 소환하는 등 흑인인사의 범죄 행위도 최대한 공정히 처리하려고 노력했어요. 김현호 그 결과 조사대상자 7,112명 중 5,392명이 처벌을 받았고, 849명이 사면을 받았습니다. 1998년 이 위원회는 3,500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활동을 마쳤는데 전 세계적으로 범죄적 과거에 대해 공정한 청산을 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드는 생각 김길구 저는 이 책에는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인간이 서로에게 어떤 악행까지 저지를 수 있는가의 구체적 사례를 보면서 다시금 평범한 인간들의 악의 보편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류지원 진실화해위원회를 조직하고 가해자를 용서하고자 아픔을 치유해 가는 일련의 활동들이 가슴아프면서도 한편으론 부럽기도 해요. 우리 정치가들과는 대조적이죠. 정쟁에만 몰두하여 이전투구식 싸움으로 일관하는데 비해, TRC는 서로 양보하고 평화롭게 화해하여 민족의 아픔을 싸매고 치유해 가도록 노력했으니까요. 김현호 종교가 타락하면 정치화되어 정권을 위해 신학까지 변질시키며 혐오와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죠. 이러한 혁명의 시기에 종교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성찰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김길구 매우 긴 토론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시사케 하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한 치 앞도 나갈 수 없는 갑갑한 우리사회에 교회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 정리 : 김길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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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독교인문학
    2023-01-20
  • [영화] 할리우드의 삼위일체를 체험하라
    진짜 영화다운 영화 보는 즐거움과 실감나는 소리, 몸으로 느끼는 영화 속 움직임, 그리고 머리에 각인되는 메시지 등 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영화 <아바타:물의 길>은 진짜 영화다운 영화가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3D와 4D로 체험하는 입체영상과 흔들리는 의자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가 필요로 하는 각각의 요소들이 따로 놀지 않도록 잘 결합시켜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완결된 작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며 192분 동안 잠시도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세계의 영화팬들이 <아바타> 이후 13년 동안 기다려 온 바로 그 영화라 할 수 있다. 특히 넷플릭스나 애플tv, 디즈니플러스 등 휴대폰과 노트북으로 볼 수 있는 OTT서비스가 보편화 되어 있고,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영화관 나들이가 제한되어 있었던 세상을 향해 <아바타2>는 진짜 영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영화관의 가치를 새삼 인정받도록 만들었다. 할리우드 영화를 빛나게 만든 세 가지 실체 <아바타2>는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가 온 세상을 지배하도록 만드는 제작의 원리로써 자본과 기술 그리고 상상력이 완벽하게 하나로 결헙된 영화다. 이것을 우리는 ‘할리우드의 삼위일체’라고 부를 수 있다. 첫째는 자본이다. 무엇보다도 할리우드 영화를 움직인 실체는 돈이다. 영화는 자본을 확충하는 도구이며, 모은 돈은 또 다시 영화에 재투자하여 더 많은 자본을 모으는 데 사용된다. 1975년도만 하더라도 할리우드의 평균영화제작비는 광고비를 포함 31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런데 소리 없이 제작비는 상승하면서 1984년도에는 1440만달러에 달하더니 1996년도에는 3980만달러, 2003년에는 638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할리우드의 제작비 상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1991년 <터미네이터2>를 만들면서 최초로 제작비 1억 달러를 돌파했는가 하면, 1997년 작품인 <타이타닉>은 제작비 2억 달러를 기록한 최초의 영화로 기록되고 있다. 천문학적인 제작비 상승의 흐름은 <아바타>로 이어졌다. <아바타>(2009)의 추정 제작비는 약 2억3700만 달러지만 <아바타: 물의 길>의 경우 제작비로 추정되는 금액은 3억5000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요즘 환율로 치자면 한화로 약 4592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할리우드 영화를 잘 아는 전문가들 가운데는 4억 달러(약 5244억 원) 이상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역대급으로 들어간 제작비를 염려할 필요는 없다. 전편 <아바타>는 지난 13년 동안 동안 전 세계에서 약 29억 달러(약 3조8000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영화사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영화 1위에 올랐다.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자신이 있다면 투자한 금액의 규모는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할리우드 제작사들의 경영철학인 셈이다. 둘째는 기술이다. 컴퓨터 그래픽을 가능하게 만드는 할리우드의 프로그램 기술은 성령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영화가 완성된 후 관객들은그 기술의 존재를 체험할 수 있다. <아바타2>는 전편 보다 더욱 발전된 기술을 적용하여 미래형 영화를 만들었다. 3D영화는 인간의 눈을 대신하는 카메라를 두 대를 놓고 찍어서 특수렌즈로 상영하고 또한 관객들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특수안경을 착용하고 관람하는 영화를 말한다. 제작은 쉬워 보이지만 눈을 피로하지 않게 하면서 동시에 생생한 사실감을 살리는 일이 기술의 관건이다. 아이디어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평면적인 2D영화와는 전혀 다른 경험의 세계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마치 놀이동산에 온 듯한 느낌을 제공하는 4D는 젊은 관객들을 다시 영화관으로 불러들이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 있다. 4D영화는 궁극적으로 입체적 영상이 체험으로 발전할 때 미래의 영화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에 설수 있음을 예견하고 있는 듯 하다. 2D와 3D는 체험의 질과 느낌 자체가 다르다. 신앙인들 가운데 성령체험을 사모하는 이들이 있듯이 할리우드의 열렬한 성도(광팬)들 가운데 상당수는 2D로 된 <아바타2>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3D로 다시 보기 위해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은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셋째는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아직 눈에 보이지 않은 할리우드 영화를 눈앞에서 현실화시키는 궁극적 실재다. 또한 스크린에 나타난 상상의 세계를 통해 우리는 할리우드의 자본과 기술의 실체를 볼 수 있다. 이것은 곧 할리우드의 자본과 기술은 상상력을 통해 나타나며 관객과 만나는 접점이란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할리우드의 상상력은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놀라운 이적을 펼쳐 보인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처음 영화를 만들었을 때 충격을 받은 것처럼, 불과 50년전 사람들이 <아바타2>를 봤다면 기적이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의 세계 판도라 행성을 보여주고 그 속에 살고 있는 네비족과 인간의 유전자로 합성된 인간의 분신 아바타를 실제처럼 느낄 수 있는 것은 자본과 기술이 낳은 상상력의 결과다. 자본과 기술, 그리고 상상력 가운데 누가 먼저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이들은 항상 함께하며 할리우드를 움직인다. ‘할리우드의 삼위일체’는 그래서 놀랍고 경이로우며 한편으로 두렵기까지 하다. 앞으로 적어도 한 세기 동안 할리우드에 맞설 만한 영화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할리우드가 세계의 영화를 지배할 것이란 전망은 <아바타2>를 통해 더욱 확고해졌다고 할 수 있다. 환경문제와 원시종교의 세계관 그러나 희망은 있다. 자본과 기술 그리고 상상력을 그 자체가 동력을 갖고 있지 않다. 즉 지성과 영혼이 있는 사람이 그 쓰임새를 결정하며 그 배후에는 세계관이 존재하게 마련이니 말이다. 즉 세계관의 변화는 기술과 자본 그리고 상상력이 일으킨 감동이 선하고 가치있는 삶으로 연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바타2>의 세계관은 기독교 세계관과는 다르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아바타2>는 전작의 인물을 소환하여 가족과 환경보호 그리고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1편의 주인공이자 해병대 출신의 백인으로 나비족의 몸을 얻게 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는 나비족 추장의 딸 네이티리(조 샐다나)와의 사랑 끝에 결혼하고 자녀를 낳으며 가족을 이루고 숲속 나비족의 리더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판도라 행성에서 철수했던 ‘하늘에서 온 사람’들이라 불리는 인간들은 지구가 더이상 살 수 없는 폐기처분의 상태에 이르자 판도라 행성으로 이주하기 위한 건설작업을 펼치게 된다. <아바타>가 보여준 세계관은 기독교적이지 않다. <아바타2>는 현실에 대한 은유가 살아있는 SF영화다. 미래 세계에 인류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판도라 행성에 오게 된다. 1편이 자원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드러냈다면, 2편에서는 영생의 물질을 찾기 위해 해양생물을 포획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그 과정에서 나비족이 원시적 신앙의 모습이 드러나며 환경보호를 위한 대안도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시된다. 마치 과거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지녔던 토테미즘(Totemism)신앙을 따르고 있음을 보게 된다. 영화 속 나비족이 신성하게 여기는 거대한 ‘영혼의 나무’는 바닷 속에서도 발견된다. 나비족은 이 나무를 숭상하고 그 앞에서 행하는 제의와 여주인공인 네이티리의 어머니가 주술적 치료를 행하는 샤먼(무당)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 영화가 나바호족의 문화뿐만 아니라 토테미즘적 세계관까지도 차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나바호족의 선조들이라 볼 수 있는 캐나다 인디언들은 지금도 거대한 나무로 만든 토템폴을 숭배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인간과 자연과의 교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나비족들이 머리끝에 달린 촉수로 자연과 교감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촉구한다는 사실은 자연과의 일치를 강조한 인디언들의 생각과 동일하다. 엄청난 돈과 최첨단 기술의 결합이 낳은 이 원시적 세계관의 등장은 현대사회의 문제 해결을 토템과 샤먼 같은 탈기독교적이며 신비주의에 의지하려는 감독을 포함한 미래를 꿈꾸는 현대인들의 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현대 기계문명이 일으킨 파괴적인 행동에 인류의 미래를 맡기기보다는 비록 원시적이지만 기독교 문명 이전의 세계관에서 대안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서부시대에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몰아냈지만, 이제는 뜻밖에도 인디언들의 사고가 백인들을 지배하는 형국으로 변모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아바타2>는 분명 서구사회가 과거 역사에서 저지른 강대국의 팽창주의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인 환경파괴 비판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이것은 전세계 사람들 누구나 관심을 가질수 밖에 없는 현실의 문제를 묘사하고 있다. 환경보호는 우리 시대의 절박한 필요이며, 나비족의 세계관이 환경보호에는 일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환경보호 자체가 인간 삶의 목적이 될 수 없고,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에 대해서 수동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올바른 삶도 아니다. 우리는 문화명령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창세기 1장 28절에 언급된 ‘다스림’과 창세기 2장 15절에 언급된 ‘다스림’과 ‘지킴’을 청지기적 사명으로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우리는 <아바타2>의 상상력을 기독교 세계관 안에서 거듭나게 만들어야 한다. ‘다스린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아바드(abad)의 뜻은 ‘섬기다’(serve)라는 의미로 사용된 일상용어이며, 목적어로 사용시에는 ‘경작하다’의 뜻을 갖게 된다. ‘지키다’라는 히브리어 '샤마르'(shamar)도 문맥상 창조의 질서를 보존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수반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환경을 가꾸고 지키는 일은 환경자체에 신성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한 의도를 실현시킨다는 점에서 하나님께 대한 섬김이 되는 것이다. 자연을 목적으로 삼지 않고 하나님을 진정한 삶의 목적으로 여길 때 환경문제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음을 말한다. <아바타>를 보며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은 재미에 심취만 할 것이 아니라,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어내야만 한다. 그 출발점은 당연히 환경문제에 대한 성경적 답변이며, 그것을 실천하는 교회의 등장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세상 사람들보다 덜 쓰고 아끼고 나누면 교회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각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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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02
  • [기독교인문학] “일상은 보냄을 받은 곳이자 일터요, 사명의 공간이다”
    지성근의 <새로운 일상신학이 온다> 이 책의 저자 지성근 목사는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소장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일상’이란 단어에 푹 빠져 산다. 교회의 변두리에서 일종의 경계인으로 살아온 셈이다. 그런 그가 요즘 갑자기 바빠졌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역사를 움직이시는 분의 한 번의 흔드심, 그 진동’ 때문이다. 그동안 외쳐왔던 패러다임의 전환이 코로나19의 여파로 ‘비일상이 일상화’ 되면서 교회의 위기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섰기 때문이다. 그에게 이 위기는 곧 기회이다. 이 책은 이 위기의 원인과 그 해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일을 비롯한 우리의 일상이 곧 예배이고 사역이며 선교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하여, 성경적 복음과 구원의 올바른 이해, 새로운 일상신학의 정립과 일상생활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지향하는 미션얼 교회(missional church)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 저자소개 ∥ 지성근 부산대 사학과와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한 뒤 IVF(한국기독학생회) 캠퍼스 간사와 부산 지방회 대표간사를 역임했다. 캐나다 트리니티웨스턴 대학교 ACTS와 밴쿠버 캐리 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지금은 IVF 사역연구원 원장 및 일상생활사역연구소소장으로 일하면서, 작지만 교회 공동체를 꿈꾸는 부산 함께하는공동체교회를 섬기고 있다. ◇ 저서 《탈교회 시대, 교회를 말한다》, 《겸직목회》를 공저했으며, 《새로운 교회가 온다》를 번역했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새로운교회가 온다》 마이클 프로스트, 앨런 허쉬 / IVF / 2012 《일상교회》 팀 체스트, 스티브 티미스 지음 / IVF / 2015 “일상은 보냄을 받은 곳이자 일터요, 사명의 공간이다.” - 모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로 - 일상교회 “성도들이 하나님의 선교정신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님이 성도들 자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먼저 일하시고 계신 것을 발견하고 경축하며 그 하나님의 일하심에 즐거움으로 동참하는 것 아닐까요? 일상생활을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로, 이웃을 섬기고 복을 끼치는 사역으로 여기는 것, 한마디로 일상생활 사역이 곧 성도들의 미션얼한 삶(Missional Life as Mission)일 것이다.” 김길구 오늘은 지난 10월 출간된 《새로운 일상신학이 온다》의 저자이신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소장이신 지성근 목사님을 모시고 말씀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자리에는 저희들 외에도 온천제일교회 홍석진 목사님과 김해 기쁨의 교회 장재현 목사님 내·외분, 그리고 독자님도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선 목사님이 사역하시는 일상생활사역연구소가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말씀해 주시죠. 지성근 하나님의 선교의 관점에서 21세기 교회의 모습을 고민하도록 촉진하는 일과 무엇보다도 보냄 받은 일상을 어떤 눈으로 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신학적 기초를 고민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신학적 기초뿐 아니라 ‘일상기도’나 <엘비스클럽>과 같은 성경공부 운동을 통해 일상생활이라는 주제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 주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알려 일반적인 성도들의 삶에 뿌리내리는 사역입니다. 김현호 우선 이 책을 쓰신 동기를 들어볼까요? 지성근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인식이나 사회현상에 대한 관점도 다양화되고 상대화된 고도로 다원화된 사회죠. 거대담론 보다는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 미시사와 일상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죠. 그동안의 저의 사역에 대한 종합보고서이기도 합니다. 일상에 대한 강조, 일상의 재발견 통해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김길구 이 책의 특징은 200쪽으로 얇고 각 장 마다 성경의 사례가 2가지씩 들어 있어 성경공부에도 도움을 줍니다. 개인과 그룹을 위한 기초 성경공부가 있어 지루하지 않고 성경공부나 토론교재로 적합합니다. 딱딱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글이 쉽고 명료해서 읽기에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성근 요즘 독자들은 200쪽이 넘으면 힘들어해요. 그래서 199쪽으로 편집했어요. 코로나19팬데믹, 일상에 대한 관심 고조 류지원 모두에 이 책은 일곱 가지 주요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진행은 이 순서를 따라가 보는 것이 좋겠네요. 김길구 좋은 의견입니다. 목사님은 지금 우리는 바벨론 포로기같은 패러다임 전환기에 처해 있다고 하셨는데? 왜 지금 일상신학이죠? 지성근 지난 2006년 IVF 50주년을 기념하면서 한국교회가 향후 50년간 주목할 의제로 ‘일상생활의 영성’이 부각되었지요. 그래서 제가 부산에서 하던 사역을 확대하여 IVF 중앙회 산하 ‘일상생활연구소’가 시작되었어요. 책 제목인 ‘새로운 일상생활이 온다’라는 문구는 2018년 연구소의 독립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공식 캐치프레이즈였고요. 같은 해에 이 책의 초고를 썼습니다.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고 가나안 교인들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교회의 대응은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2019년 말부터 우리가 일찍이 경험치 못한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비일상의 일상화가 그동안의 우려를 단번에 현실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한국교회도 이 큰 흐름에 역행해 과거로 회귀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일상교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일상생활, 일상신학 류지원 지금 우리 교회가 직면한 위기의 원인을 예배와 사역 그리고 선교와 일상생활의 분리에서 찾으셨는데? 지성근 제가 말하는 ‘일상생활 사역’은 일상생활 자체를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요, 이웃을 향한 섬김으로서의 사역이자 사명으로 여기는 것을 뜻합니다. 김현호 성경에는 복음과 구원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지성근 우리는 로마서에서 바울이 말하는 복음과 구원을 그리스도인 개인이나 교회, 영혼으로 제한된 구속학적 관점으로 좁게 보고 있어요. 창조신학의 관점으로 넓게 봐야 합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교회당뿐 아니라 그가 창조하신 온 세상에 있으며 시간적으로도 주일날 하루만이 아닌 나머지 6일 동안도 성도들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세계 곧 일상의 세상으로 흩어져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시기를 원하십니다. 김길구 그렇다면 우리는 그동안 왜 작은 복음, 좁은 구원에 머물러 있었을까요? 지성근 금욕(분리)주의와 쾌락(혼합)주의 때문이죠. 그 뿌리는 영·육이원론으로 잘못된 신학입니다. 일상생활의 바른 신학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김현호 본문에 마이클 프로스트와 앨런 허쉬는 《새로운 교회가 온다》에서 21세기를 위한 교회상을 인용했는데 “세상으로 들어가 흩어지는 성육신적인 교회, 계급적이고 전통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수평적이고 은사 중심적인 새로운 리더십을 경험하는 교회, 그리고 세상을 거룩한 것과 속된 것으로 나누어 이원론적으로 보지 않고 총체적으로 보는 메시아적인 영성을 강조하는 미션얼교회” 입니다.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점이 많은 것 같아요. 팬데믹, 일상신학에 대한 관심 높혀 김길구 팬데믹 상황이 그동안 ‘변방의 북소리’에 머물던 일상신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면서요? 지성근 그래요. 코로나19로 교회 집회가 금지되고 예배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등 그동안 상상치 못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자 예배당에 가지 않고도 예배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생활신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시기였습니다. 우리모두 교회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지요. 이런 상황은 엔데믹 상황이 와도 또다시 이전의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김현호 새로운 일상에 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제기 되어 왔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현대인들은 집단보다는 개인을, 거대담론보다는 작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소확행(小確幸)이라고 우리의 일상에서 작지만 확실하게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찾아 너도 나도 나서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류지원 그렇다고 어느 한 쪽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고 봐요. 공동체도 중요하고 개인도 소중합니다. 그러나 거대담론에 묻혀 개인이 희생돼서도 안 되겠지요. 그것은 폭력이예요.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교회가 교회성장에만 급급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숫자로만 보거나 수단화 되는 일은 없어야지요. 여기에 균형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기존 교회의 틀을 뛰어넘는 삶의 예배와 삶의 선교에 대한 혜안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성근 모든 것이 불확실한 격변하는 이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일상신학과 생활신앙에 입각하여 새로워진 우리의 일상생활입니다. 김길구 이 책은 매우 도전적인 책이었습니다.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 되어야 한다.’ 말처럼 어떻게 해야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게 시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연한 공동체가 될지를 생각케 하는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새해에는 평화로운 일상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도서출판 사자와 어린양에서 출간한 노벨평화상 수상자시죠. 세계 화해와 용서의 상징이 된 테즈먼트 음필로 투투가 지은 《용서 없이 미래 없다》를 통하여 우분트 정신과 회복적 정의 문제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Merry Christmas! 은혜와 평화가 가득한 즐거운 성탄절 되세요^^ 【 정리 : 김길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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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20
  • 최현범, [독일 이야기]
    독일 이야기 최현범 지음 / 엠마우스 / 160면 / 2022.11.05. / 10,000원 그리스도인들이 알아두면 유용한 독일 이야기들을 담았다. 독일은 이념으로 분단된 국가였다가 통일을 이룬 나라이며, 교회의 차원에서 볼 때 독일은 개신교의 고향이다. 아울러 세계 1,2차 대전의 주범이었고, 유대인을 600만명이나 학살하는 역사의 대 죄인이었다. 2차 대전 후 참회의 길을 걸으면서 평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이런 무거운 주제 외에도 평범한 독일의 일상, 독일 사람들의 사고방식, 그들의 문화, 환경정책, 난민정책 등 저자가 10년간 독일에서 생활하며 알게 된 독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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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25
  • 오광균, [상실과 채움 룻기]
    상실과 채움 룻기 오광균 지음 / 쿰란출판사 / 320면 / 2022.11.05. / 15,000원 룻기는 구원을 향한 통로인 ‘하나님의 성취’를 확인시켜 주는 책으로, ‘구약의 복음서’, ‘4장짜리 복음서’라고 불린다. 이 책은 룻기에서 주로 다루는 율법을 재해석하며 절망으로 몰리는 연약한 인생들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성경 강해서로, 룻기가 단순히 룻이라는 한 인물의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이야기임을 깨닫게 한다. 특별히 기회, 편견, 출신, 신분 등의 이유로 상실하고 좌절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도 여전히 회복의 기회가 주어졌음을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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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25
  • 김형근 목사, [미래 목회 성장 리포트]
    미래 목회 성장 리포트 김형근 지음 / 두란노 / 244면 / 2022.09.21. / 15,000원 이 책은 미래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직관적으로 보여 준다. 교회성장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던 저자가 175명의 한국 교회 리더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를 토대로 한국 교회의 문제와 돌파구를 연구,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도출된 결론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수많은 데이터를 근거로 “~할 것이다”라는 모호한 답변이 아니라, “~할 때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실한 돌파구를 제공하고 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은 한국 교회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위해 일하신다는 사실을 굳게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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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25
  • ‘조선의 바울’이라 불렸던 사내를 만나다
    한국기독신문 2022. 11월 둘째주 기독교 역사를 교육하는 새로운 방법 권혁만 감독이 기독교 영화콘텐츠의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지금까지 그 어떤 감독도 시도하지 않았던 뮤지컬 장르를 통해 한국 기독교 역사의 태동기를 담았다.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공영방송의 TV 연출자로서 쌓은 경력과 방송세계에서 얻은 경험들이 고스란히 기독교 영화콘텐츠를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역량으로 축적되어 온 것을 볼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무엇보다 형식적인 면에서 진보하고 있으며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독교 영화의 세계에서 권감독은 보배와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21세기 들어 한국 기독교 영화를 지배했던 장르는 다큐멘터리였지만 권혁만 감독은 그에게 익숙한 다큐멘터리 장르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다큐멘터리에 드라마를 요소요소에 삽입시킨 ‘팩션 드라마’를 선보였다. 손양원 목사의 깊은 사랑을 보여준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2014)이나 주기철 목사의 타협하지 않는 신앙을 담은 <일사각오>(2016)는 모두 사실에 가깝게 제작된 드라마란 뜻으로 ‘팩션 드라마’에 해당한다. 사실(Fact)에 충실하면서도 드라마적 감동을 주기 위한 소설적 상상력(Fiction)을 사용한 장르를 ‘팩션(Faction)'라 부른다면 지금까지 그의 영화들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KBS PD로 성탄절 특집프로그램을 통해 기독교 역사와 사상을 전해 온 권혁만 감독이 이번에는 한국 최초의 목사 김창식의 신앙과 삶을 뮤지컬 형식에 담아서 돌아왔다. 2021년 12월 성탄 특집으로 방영된 콘텐츠를 극장용으로 재편하여 더욱 넓어진 감동과 역사의 세계로 관객을 안내하고 있다. 1888년 서양인들이 조선 아이들을 유괴해서 삶아 먹는다는 괴소문에 격분한 김창식은 직접 증거를 찾기 위해 서울 정동에 있는 올링거(Franklin Ohlinger) 선교사 집에 하인으로 위장취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올링거 선교사 부부의 친철함에 감동을 받는 한편 산상수훈을 읽고 기도하다 거듭남을 체험하며 선교사의 길을 걷게 된다. 특히 1894년 5월에 있었던 평양박해의 순간에도 끝까지 신앙을 지키며 홀 선교사(William James Hall)로부터 ‘조선의 바울’이란 별명을 얻은 김창식의 뜨거운 삶을 영화는 뮤지컬로 보여준다. 특히 홀 선교사 부부를 비롯하여 그에게 세례를 준 아펜셀러 선교사, 김창식의 아들 김영진과 홀 선교사의 아들 셔우드 홀이 해주 구세주 병원에서 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는 등 한국선교 초기의 역사와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는 일은 기독교 역사를 단숨에 삼켜버리는 초대 한국교회사의 한 장을 읽는 느낌이다. <머슴 바울>의 제작사도 이를 충분이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교회의 적극적인 관람만을 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음세대들에게 영화관람후 한국교회사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토론자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현명한 일이며 일반 영화와도 차별화되고 기독교 영화의 활용가치를 높이는 일로서 교회의 관심을 적극적으류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영방송의 성탄특집을 바꾸다 한국교회는 미디어가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의 도래에 발맞춰 신문과 라디오 케이블TV 등 신 ·구미디어 양쪽에서 나름대로 선교적 소명을 감당해왔다고 자부해왔지만, 유독 공중파 TV와 공영방송 안에서는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종교의 자유와 더불어 종교 간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기독교 신앙이 직접 노출되는 방송은 제작되기도 어려웠고 좋은 콘텐츠를 외부에서 가져다 방영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기독교 콘텐츠가 마음껏 방송을 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성탄절밖에 없었다. 석가탄신일에 불교 영화를 내 보냈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없듯이 성탄절만큼은 기독교 관련 영상물들이 ‘성탄특집’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방송의 모든 프로그램에는 제작비가 필요하고 제작비는 사회의 관심 혹은 시청률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까닭에 방송제작자들은 안정된 시청률을 얻을 수 있고 사회적 관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찾기 마련이다. 특히 공영방송의 경우는 준세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방송수신료로 운용되는 까닭에 시청률과 상관없이 국가나 국민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는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기독교에 대한 관심도 없고 기독교방송콘텐츠를 제작할 때 일어날 수 있는 타종교의 비판이 두려워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즉 지금까지 성탄특집을 담당한 사람들은 기독교 시청자들의 존재와 기독교 콘텐츠가 국가와 사회에 유익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은 미처 하고 있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가 기억하는 성탄 특집물은 212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때문에 평소에는 방송국에서 틀지 않았던 영화 <벤허>와 같이 할리우드의 고전 성서영화를 질리도록 보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21세기 들어 일어난 성탄 특집물의 변화는 2011년 12월 23일, 성탄특집으로 방영한 <KBS스페셜-울지마 톤즈>로부터 시작되었다. 남수단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보며 교육과 봉사를 하다 대장암으로 숨진 이태석 신부의 사역이 다큐멘터리로 방영되면서 성탄특집의 외형과 작품성은 급격히 향상되기 시작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계획을 하는 한편으로 해외촬영과 공들인 편집은 소재 중심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다큐멘터리의 감동을 배가시키면서 극장판으로 제작되는 데 성공했다. 권혁만 PD의 신앙과 직업에 큰 도전을 준 것도 <울지마 톤즈>였다. <울지마 톤즈>는 명화히 가톨릭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동이 극장용 영화로 제작되는 데 까지 이르도록 우리 사회에 미친 선한 파장은 매우 컸다. 그런데 <울지마 톤즈>를 만든 구수환 PD 본인은 신앙이 없는 무신론자였다. 기독교 신앙도 없는 사람이 저토록 감동적인 작품을 만드는데 정작 신앙이 있는 자신이 신앙적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것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은 오늘날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영화감독으로 권혁만을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성탄특집 다큐멘터리 <죽음 보다 강한 사랑 손양원>이나 <일사각오>도 <울지마 톤즈>의 전례를 따랐다. 드라마형식을 일부 도입하여 세미 다큐 형식으로 과거를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역사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관계자와 현장을 일일이 만나고 답사한 결과 수준 높은 기독교 다큐멘터리가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울지마 톤즈>가 극장판으로 재편집되어 적지 않은 관객을 만났듯이 <죽음 보다 강한 사랑 손양원>은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이란 제목의 극장용으로 만들어져 한국교회와 사회에 의미있는 영향을 끼쳤다. 반목과 대립의 사회에서 손양원 목사가 보여준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은 우리의 눈과 귀를 모으기에 충분했던 까닭이다.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공영방송의 PD가 극장용 기독교 영화 감독으로서도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신호탄과도 같은 것이었다. 기독교 최초의 뮤지컬 영화 <머슴 바울>이 취한 형식은 뮤지컬이다. 한국 기독교 영화에서 뮤지컬 장르를 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무대에서 기독교 뮤지컬은 인기 있는 기독교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는 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의 출현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교회는 뮤지컬을 제작하는데 최적의 인프라를 가진 까닭에 대중적으로 활성화된 기독교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예배당에서 강대상을 치우고 할 수 있는 단막극 형태로부터 천 석이 넘는 대형 공연장에 어울리는 대형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규모에 맞게 다양한 기독교 뮤지컬들이 그동안 펼쳐져 왔었다. 무엇보다도 교회는 음악과 친숙한 문화를 갖고 있으며, 춤과 노래를 통한 메시지 전달에 능숙한 인력을 찾기가 쉽고 성경과 기독교 역사 속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점은 기독교 뮤지컬이 앞으로도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머슴 바울>은 뮤지컬이 가진 대중적 특징과 교회가 그동안 축적해 온 음악과 이야기의 장점들을 모아 새로운 기독교 영화의 형식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MZ세대와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도록 뮤지컬 장르의 장점들을 기독교 신앙과 역사 교육에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는 일반 드라마에 비해서 관객의 이해력과 집중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이며 극적인 표현을 노래로 대치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어서 다양한 연령층이 포함된 가족영화로 만들기에 매우 적합하다. 예를들어 주인공 김창식이 혹독한 핍박을 받으면서도 하나님을 부인하지 않는 장면에서 그가 모진 고문에도 신앙을 지켰다는 사실을 극으로 표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질을 당하는 김창식이나 매를 든 포졸의 때리고 맞는 연기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특수분장도 해야 한다. 매질을 당하면서도 배교의 유혹을 이기는 장면은 내면의 연기가 필요하다. 이것 또한 연기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을 뮤지컬은 한 곡의 노래로 대체할 수 있다. 노래에 이야기를 담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신앙을 곡조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뮤지컬의 음악적 요소가 갖는 특징은 서로 다른 평가를 받기 쉽다. 고도의 연출력을 필요로 하는 장면을 너무 쉽게 간다는 점에서는 뮤지컬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락성을 갖춘 표현력 때문에 대중에 대한 친화력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머슴 바울>이 지금까지 권혁만 감독이 연출한 영화 가운데서 가장 재미있고 모든 연령층을 수용할 수 있는 대중성이 높은 영화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그가 뮤지컬 장르를 택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는 역사적 사실감을 높이고 드라마를 통해서는 관객의 감정을 사로잡고 음악을 통해서는 즐거운 몰입에 이르게 하는 영화 <머슴 바울>은 기독교 영화콘텐츠의 지평을 넓혔다는 소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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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04
  • [기독교인문학] “새 백성, 새 공동체, 새 세상을 연 위대한 사도”
    톰 라이트의 <바울 평전> 성서의 인물 중에 바울처럼 논쟁의 한 가운데 선 인물도 드물다. 현존하는 최고의 바울해석자가 쓴 최고의 바울평wjs이란 평을 받고 있는 이 책은 역사가이자 신약학자인 저자가 1세기 초기기독교의 역사적 탐구를 통하여 얻은 해박한 지식과 안목으로 바울의 생애와 사상을 생생하게 구현하고 있다. 학문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춰 출간 초기부터 큰 반향을 일으킨바 있는 저자는 지금의 시각이 아닌 타임머신을 타고 2,000년 전으로 돌아가 한 인간이자 유대인이며 기독교인인 인간 바울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때 비로써 예수에 대한 그의 새로운 틀과 사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와 함께 선교 여정을 걷다 보면 온갖 고난을 이겨내며 꿈꿨던 새 폴리스, 새로운 인류의 인간을 향한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이방인의 사도, 바울을 만날 수 있다. ◇ 저자소개 ∥ 톰 라이트 저명한 신약학자이자 초기 기독교 역사에 정통한 역사학자. 1948년 생으로 영국에서 태어나 옥스퍼드에서 수학하고 캠임브리지, 맥길,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신약학을 가르쳤으며, 웨스트민스터 참사회원, 영국 성공회 사제로 더럼 주교를 역임했다. ‘기독교의 기원과 하나님의 문제’를 다룬 6부작 시리즈로 학계에 큰 영향을 끼치며 ‘역사적 예수 연구’와 ‘바울신학’ 분야의 독보적인 학자로 인정 받았다. ◇ 저서∥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 《광장에 선 하나님》, 《이것이 복음이다》, 《혁명이 시작된 날》 등이 있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PAUL-그의 생애, 서신, 신학》 브루스W.롬네커, 토드 D. 스틸 / 성서유니온 / 2019 《바울이라는 세계》 벤 위더링턴 3세, 제이슨 마이어스 / 이레서원 / 2022 《바울이야기》 제롬 머피 오코너 / 두란노 / 2006 “새 백성, 새 공동체, 새 세상을 연 위대한 사도” - 최고의 바울해석자가 쓴 《바울평전》 - 새 백성, 새 공동체, 새 세상 “우리에게는 한 분 하나님과 한 주가 계시니 여러분은 그분을 사랑하십시오. 이것이 바로 바울을 바울로 만든 본문이다. 이것이 다메섹 도상에서 느닷없이 그를 덮친 실체다. 그는 논란도 많고 고통도 컸으며 무거운 요구를 동반했고 오해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는데도 결국 허사가 되지 않고 도리어 성장하여 ‘한 종교’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새로운 인류의 인간-새 백성, 새 공동체, 새 세상-을 만들어 냈다.” 논쟁적 인물 ‘바울’ 김길구 오늘의 책은 저명한 톰 라이트의 《바울평전》 입니다. 원제는 《PAUL: A Biography》 인데, 번역본에는 A Critical Biography-논평을 겸한 전기를 뜻하는 평전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성경의 인물 중 바울처럼 그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논쟁적인 인물도 드문데, 읽어보신 소감이 어때요? 류지원 우선 700여 쪽의 분량에 압도되죠. 그러나 신약성서 최초, 최다 저자인 바울을 비껴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잘 읽혀 노작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서 속의 바울서신과 1세기 초기기독교 역사의 행간을 이해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김현호 저는 바울이 소위 이신득의(以信得義)의 교리로 범접할 수 없는 깐깐한(?) 교리적 인물이란 선입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떨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김길구 제가 성서 아닌 책에서 바울을 접한 것은 오래전 두란노에서 펴낸 제롬 머피 오코너의 《바울이야기》였습니다. 정일형박사와 이태영 변호사의 아들로, 선친을 이어 종로 중구에서만 내리 5선을 지낸 정치인 정대철이 감옥에서 번역한 책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수형생활의 동병상련일까요? 흥미롭게 봤었는데, 이 책도 전기 또는 평론의 장점인 현장의 ‘생생함’을 재현한 거장의 손길이 느껴지는 잘 쓴 책이었습니다. 김현호 텍스트인 성서에 콘텍스트인 환경이나 상황이 가미되면 그 말씀이 더욱 생동감이 넘치죠. 거기에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거친 숨소리까지 더해지면 말씀은 더욱 살아납니다. 이것이 전기의 장점이지요. 류지원 대개 역사에 충실하면 신학이 깊이가 없고, 신학에 치중하면 역사가 부실하기 쉬운데, 역사학자요, 신약학자로 초기기독교 연구에 정통한 톰 라이트의 700여쪽에 달하는 이 평전은 이 둘을 다 아우르는 책 같아 좋았습니다. 바울에 대한 평가 김길구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당시의 역사·지리적 상황과 그를 둘러싼 환경, 이방선교사로서의 그의 불굴의 신념! 나아가 바울의 고뇌와 땀, 그리고 그의 희망과 좌절, 고난과 고독…그리고 무엇보다 깨어진 인간관계에서 오는 애증의 거친 화를 내는 옆집 아저씨 같은 친숙한 ’인간 바울‘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류지원 저자 톰 라이트의 바울에 대한 평가가 나오는데요 ‘바울은 많은 사람이 주장하듯이 그저 이스라엘과 그리스와 로마 세계를 종합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제시한 제시한 그림은 이스라엘 고대사에 뿌리를 둔 것으로 유대다운 모습을 확고히 간직한 그림이었다. 이스라엘의 메시아가 그 중심에 있었으며 세계 열방과 그들이 가장 훌륭한 사상인 메사아를 중심으로 새로운 통일을 이뤘다. 그는 단순히 어떤 종교나 어떤 신학을 가르치지도 않았다.’고 말합니다. 김길구 이 책은 바울의 삶을 자세히 알려주기보다는 탐구와 추리와 논증으로 그 빈자리를 채워가는데 성서 외에 바울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서입니다. 책 내용이 많아 다 다룰 수는 없겠고 어떻게 진행할까 고민하다, 바울을 둘러싼 쟁점들을 중심으로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율법이냐 복음이냐 류지원 우선 톰 라이트는 소위 ‘새관점 학파’로 알려졌어요. 전통적인 기독교 교리는 인간이 구원을 받는데 행위가 필요 없이 오직 믿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죠. 저자는 이런 이신칭의 교리를 비판하고 현재 그리스도를 믿는 자에 대한 법정무죄가 아니라 미래의 종말에서 최종완성되기에 지속적인 행위와 종말론적 완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차이를 비교하면서 이 책을 보는 것도 좋은 독서방법이겠죠. 김현호 그런 관점에서 보면 율법과 복음은 상충 되죠.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이니까요. 예루살렘교회와 바울 김길구 바울은 사실 예수의 제자가 아니죠. 바울은 예수의 죽음 이후에 그리스도의 사도가 되었으니까요. 바울의 최초서신은 예수의 죽음이후 10년이 지나서야 기록되었습니다. 더더구나 예수쟁이들을 핍박했던 바울의 입장에서는 제자들에게 프락치가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을거예요. .. 김현호 이런 오해를 풀고 바울과 바나바가 참석한 예루살렘 회의에서 이방인을 위한 선교대상 구분을 시작으로 음식과 할례 등의 갈등을 봉합하고 세계선교의 진용을 구축하게 됩니다. 류지원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겠다는 각오로 임한 사도 바울의 5차에 걸친 선교여행으로 기독교는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말바꾸기에 대하여 김길구 이방인의 사도를 자청한 바울의 논란 중에 하나는 그의 일관 되지않은 유대인에 대한 입장의 변화일거예요. 오락가락 했지요? 특정 교회에 맞춘 상황성과 바울신학의 일관성의 불일치를 어떻게 보세요? 류지원 예를 들자면 데살로니가전서에 나타난 혹독한 비난이 고린도 후서에서는 조건부로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로마서에 와서는 우호적인 입장으로 변하지요. 그래서 그의 잦은 입장 변화를 두고 입방아에 오르내려요. 김현호 바울은 책만 파던 학자가 아니라 목회 현장에서 부단히 교인들과 부딪치면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처지라 실천목회적 차원에서 지역교회들이 처한 입장과 상황에 따라 처리방식이 달랐기 때문이예요. 권세와 복종 김길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유래가 드문 역동적인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계속된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 민주화 시위, 촛불혁명, 태극기부대에 이은 최근 집권 초기의 심상치 않은 시위 등에 교계는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여 그 영향력을 키워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소환되는 바울의 성구가 있습니다. 로마서 13장에 ‘위에 있는 권세에게 복종하라’는 세속권력과의 관계입니다. 류지원 바울은 모든 성도가 통치권력에 복종하도록 요구하지만, 맹목적인 강요는 아니예요. 13장1절~7절을 보면 복종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면서 접속사를 7번 사용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써요. 요약하면 통치권력이 하나님에 의해 제정되었다는 것과 악을 징벌하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거예요. 김현호 여기서 바울은 권선징악의 기능을 수행하는 통치권력에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면 당연히 그 권력에 순응해야겠지요. 그러나 악한 권력자 경우라면 그렇치 않겠죠? 여성의 침묵에 대하여 김길구 그렇게 혁신적인 바울도 여성문제에서 양면성을 보이고 있어요. 지금도 여성성직자의 진입을 막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는 ‘여자들은 교회 안에서 잠잠할지니’라거나 그에 반해 여성을 사도라고 부르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니까요. 김현호 바울은 일부 여성을 그의 동료이자 동역자로 포함시켰을 뿐 아니라 메시아 가족 안에는 결국 남자와 여자가 따로 없음을 알고 있었으며, 뵈뵈에게 로마서를 전달할 책임과 더불어 이 서신을 설명할 책임까지 주었을 정도로 개방적인 측면도 있었지요.. 류지원 당시 바울이 전한 복음은 여성을 비롯한 가난한 사람들, 소수민족, 노예, 어린이 등 당시 고대 이교도들의 풍습에 반하여 좋은 소식, 복음임에 틀림 없었습니다. 비록 남성과 여성을 완전히 동등하게 보지는 않았서도 자신의 교회에서 여성들의 핵심적 역할뿐 아니라 지도자 역할까지 맡긴 사실에서 알 수 있지요. 김길구 쉽지 않은 글을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래서 다음 호에는 소책자를 준비했습니다. 본문이 150여쪽이니 부담스럽지 않죠? 저자는 스펄전 이후 가장 위대한 설교자인 독일 루터교회의 저명한 신학자인 헬무트 틸리케의 대표작 《신과 악마사이》입니다. 감사합니다. 【 정리 : 김길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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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14
  • [영화] 속편의 시대가 남긴 숙제
    속편이 지배하는 한국영화 코로나 엔데믹 시기를 맞으며 한국의 극장가는 코로나 이전의 부흥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전인 2019년 극장을 찾은 관객의 수는 2억 2천6백6십8만여 명에 달함으로써 1인당 연평균 관람 횟수가 4.37회에 달했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영화를 많이 보는 나라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실시되고 음식물 섭취가 제한된 데다 외출을 극도로 회피하기 시작하자 영화관은 관객의 발걸음이 끊긴 적막한 공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영화관을 직접 찾아간 관객의 수는 6천5십3만여 명에 불과했다. 1인당 연평균 관람 횟수도 1.17회로 뚝 떨어졌다. 그야말로 국내 영화관들이 아사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영화계에 희망을 전해준 영화는 2017년 추석에 개봉한 이상용 감독의 <범죄도시>의 속편인 <범죄도시2>였다. 괴력의 형사 마석도(마동석)를 앞세워 무려 1천2백6십9만여 명의 관객을 모아 천만 관객 돌파라는 한국 영화계가 그토록 열망하던 부흥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편에서 중국교포들이 모여 사는 가리봉동 일대를 순식간에 장악했던 하얼빈 출신의 신흥 조폭 장첸(윤계상)의 악랄한 행위를 맨손으로 제압하는 마석도 형사의 불주먹에 당시 열광했던 관객의 수는 6백8십8만여 명이었다. 결코 적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나올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은 이미 예고되기 시작했었다. 왜냐하면 극장 개봉이 끝난 후에도 <범죄도시>는 공중파 TV를 통해 해마다 명절용 영화로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영화전용 케이블 TV에서 셀 수 없을 만큼 재방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인기를 받아왔던 까닭에 제작자나 관객 모두 속편에 기대감이 높은 상태였다. <범죄도시2>의 천만 관객 돌파는 <마녀 Part2. The Other One>과 <탑건: 매버릭>, 그리고 여름방학 특수용으로 제작된 <한산: 용의 출현>과 추석용 가족영화 <공조2: 인터내셔널> 등의 속편 영화들의 연이은 개봉으로 이어졌다. 이 영화들은 이미 전편을 통해 대중성을 검증받은 영화들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개봉을 늦춰왔던 대형영화들이 한꺼번에 영화관에 걸리는 바람에 관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어서 좋아 보였지만 적지 않은 수의 영화들이 속편의 성격을 띠고 개봉한 점은 매우 드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속편의 흥행 이유 속편 영화가 나오는 이유는 전편의 흥행에 대한 기대심리가 무엇보다도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는 각색을 거친 후 리메이크하는 경우는 있어도 주인공과 이야기를 연장하면서 속편을 만드는 일은 흔하지 않다. 속편 영화는 기존의 캐릭터와 이야기의 구조를 따라간다는 점에서 독창성의 면모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흥행의 안정성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사가 제작하기도 쉽고 투자받기도 훨씬 수월하다. 전편을 본 관객들의 입장에서도 이미 어떤 성격의 영화인지를 알 수 있어서 새로운 영화를 보고 난 후 실망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속편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기대감을 상승시킬 수 있으니 선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상승한 영화관람비에 대한 부담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선택에 더욱 신중한 자세를 보이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속편은 매우 안정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금년 4월 주요 영화관들은 모두 영화관람료를 1천 원씩 인상하는 바람에 주말 티켓값은 1만 5천 원이 되었다. 주말에 4인 가족이 극장에서 팝콘세트를 먹으면서 영화를 본다면 10만 원 정도의 지출은 예상해야 한다. 평일 조조할인조차 1만 원에 이르는 등 할인을 받지 못한다면 관객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영화선택에 있어서 안전성과 가성비를 따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재미가 없다면 지출에 따른 실망감이 큰 만큼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관객들은 믿고 있다. 또한 넷플릭스나 왓차, 웨이브 같은 OTT 서비스의 범람은 MZ세대들로 하여금 굳이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최신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점은 영화관에서 꼭 봐야 하는 이유를 꼼꼼이 따지도록 만들어 속편의 선호도를 높이는 이유로 볼 수 있다. 대형영화가 속편으로 만들어 질 때 관객들은 앞서 본 영화의 스케일에 대한 만족감을 다시 얻기 위해서라도 극장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빌런에 대한 관심의 고조와 속편의 한계 금년에 주목받은 한국영화의 속편들은 범죄와 액션 그리고 코미디 장르라는 대중성이 강한 성격을 갖고 있다. 이미 관객들은 영화의 구조나 성격에 대해 알고 있는 만큼 이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범죄도시2>나 <공조2: 인터내셔널>과 같은 한국의 속편 영화들은 두 가지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첫째는 외형의 확장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범죄도시2>는 배경을 베트남으로 옮겨 동남아시아로 확대하는 새로운 범죄의 모습을 소재로 삼았다. <공조2: 인터내셔널> 또한 남북공조에서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의 CIA를 결합시켜서 외연이 확장되었다. 비록 셋트와 그래픽을 이용했지만 뉴욕시에서의 액션 촬영 장면 등 해외풍경을 배경 삼아 다채로운 볼거리도 제공했다. 둘째는 악역의 교체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범죄도시2> 악역은 장첸(윤계상)에서 강해상(손석구)로 바뀌었고, <공조2: 인터내셔널>의 경우 북한에서 위조지폐 동판을 가져와 거래를 하려던 1편의 차기성(김주혁)에서 글로벌 범죄조직의 장명준(진선규)으로 교체했다. 범죄의 유형과 범죄인의 캐릭터에 변화를 줌으로써 기존의 주인공들을 다시 보는 익숙함에서 오는 재미와 더불어 새로운 느낌을 갖게 만드는 바람에 전형적인 장르의 장점을 살리려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액션이나 범죄영화에 있어서 주인공의 변화가 아닌 악역의 변화를 통해 속편을 전개시키는 점은 자칫 과도한 폭력성과 선정성의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범죄도시2>가 속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 마동석 배우가 마블 영화 <이터널스>를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끌었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 형사를 상대하는 악당의 잔혹한 연기가 주목을 끌었던 까닭에도 있다. 흔히 빌런(villain)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주인공 못지않은 개성을 보여주며 흥행의 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것은 최근 범죄영화나 액션 영화와 같은 대중성 높은 장르에서 일어나고 있는 매우 중요한 흐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악당은 단순히 정의로운 주인공에 의해서 제압당하기 위한 존재로 출연하는 보조 역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의 충분한 개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과거와는 다른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빌런의 개성이 폭력의 잔혹성이나 기발한 범죄유형을 통해 전개되는 점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범죄도시2>가 받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 또한 천만 관객 돌파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관람 연령이 낮을수록 관람대상의 폭은 넓어질 수 있어서 제작자의 1차적 관심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될 수 있으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지 않는 데 있다. <범죄도시> 1편의 등급은 청소년 관람 불가였다. 18세 미만이거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사람은 관람할 수 없다. 그러나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은 보호자가 동반하는 경우 그보다 어린 나이의 청소년들도 얼마든지 영화를 볼 수 있다. 즉 가족이 함께한다면 어린 학생들도 결코 적지 않은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 비해 한국영화에서 마약이나 폭력의 수위는 결코 낮아지고 있지 않지만, 등급은 하양 추세로 가고 있음을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탑건: 매버릭>, 영화의 품위를 말하다 36년을 기다려 온 영화 <탑건: 매버릭>은 전편 <탑건>(1986)의 인기를 바탕으로 만든 속편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그 자체로서 완벽한 영화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전편의 힘을 빌려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영화들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전편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출발점으로 작용하며 관객이 듣고 싶고 보고 싶어하는 새로운 이야기와 장면에 대한 기대에 부응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명예와 영광이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준 다는 점에서 영화의 품위를 보여준다. 주인공 매버릭(톰 크루즈)은 교관 신분으로 과거 자신과 함께 비행하다 사고로 숨진 동료 조종사 구스(안소니 에드워즈)의 아들 루스터(마일스 텔러)를 가르치게 되고 함께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영화는 신구세대 간의 충돌과 연합을 뛰어넘어 디지털과 아날로그 문화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보여줌으로써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버지 세대가 아들 세대를 지켜주고 키워주려는 책임감과 사명이 부각되고, 불가능해 보이는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자긍심과 명예는 악당을 중심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다른 속편들과는 매우 다른 차원에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핵시설을 건설하여 세계를 위협하는 악당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고 다만 ‘적’으로 묘사될 뿐이다. 악당을 통해 관심을 고조시키기 보다는 주인공의 가치에 초점을 둔 영화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탑건>(1986)을 처음 봤을 때는 겉멋만 잔뜩 든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탑건: 매버릭>은 주인공이나 영화 속 이야기 모두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속편을 만들 때 사랑받을 만하고 칭찬받을 만하며 덕을 세울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면(빌:8) <탑건: 매버릭>을 기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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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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