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송시섭 교수.JPG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세상과 동떨어져 ‘자연인’으로 살 수 없는 우리들은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작은 휴대폰을 매만지며, 모든 삶의 순간들을 그것에 몰입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할 때 마다 우린 사회발전에 종속된 개인에 불과함을 느낀다. 얼마 전 만난 청년 한 사람은 크리스천으로서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한 고민은 그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우리 모두에게도 공통된 고민이 아닐까 한다. 근본적인 세계관의 차이, 이질적인 가치관의 압도 등이 가져다주는 이러한 고통과 괴리감은 그저 우리가 감당해야할 고난이며 거쳐 가야 할 과정인가. 아니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회와 성도들의 세상과의 단절과 소외의 산물인가.
 
이런 오랜 세계관적인 고민들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채 우린 ‘4차 산업혁명시대’(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를 맞았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언급되었다는 이 표현은 불과 1년이 지난 지금 온 세상의 화두가 되어 있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시대를 연 3차 산업혁명(제1차 정보혁명)은 이제 ‘융합’과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해가고 있다. 이른바 제2차 정보혁명의 시작이고, ‘초연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초연결(hyper-connection, 超連結)은 자연스럽게 빅 데이터(Big Data)의 축적을 가능케 하고 이는 이른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超知能)을 등장케 했다. 온 사회를 뒤덮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메아리가 우리 성도들의 귀에 울려 퍼지고 있지만 교회는 각 산업혁명의 시기마다 그랬던 것처럼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아닌가. 초대교회의 외침이, 종교개혁의 명제들이 ‘원형 그대로만’ 반복되고, ‘너희는 저렇게 들었으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는 예수님의 새로운 해석론이 오늘 이 자리에서 구현되지 않는 한 우리 교회는 그리고 크리스천들은 사회와 분리되고 자칫 퇴행하는 모습까지 보이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이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 것일까. 그건 아마도 시대정신과 사회변화를 적극적으로 읽어내고 성경의 진리를 그 시대상황에 맞게 새롭게 재편하고 재해석하는 길일 것이다. 교회역사를 돌이켜보면, 플라톤 철학을 교부철학으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스콜라철학으로, 인문주의를 종교개혁으로 새롭게 포용하고 수용하면서 성경에 감춰진 새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었던 과거의 선배들이 있었음을 보게 된다.
 
이 시대의 슬로건인 ‘초연결’이라는 개념은 교회내 순환형, 쌍방향의 성도간 교제(communion)을 가능케 하는 토대가 될 것이고, ‘초지능’은 영적지능(faith-inspired intelligence)의 향상을 통한 집단영성의 확대를 이루어줄 것이다. 카톡이나 밴드를 통한 성도간의 나눔, 전문가 평신도에게로 열려진 강단, 직분의 개념을 넘어서 은사중심의 자발적이고 폭 넓은 참여와 의사결정, 토론과 질문을 통한 사회적 이슈의 성경적 해석, 지역사회와 보다 밀착적인 활동의 발굴 등을 통해 지역민들이 들르고 싶은 장소, 이웃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 사회인들이 공감하는 주제를 공유하는 거점으로 교회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게 되리라 생각된다. 진리는 불변이 아니라, 일관성에서 그 진정한 본질을 드러낸다. 새 포도주가 새 부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새 부대가 새 포도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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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섭 교수] 4차 산업혁명시대속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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