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 좌담: 김길구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
 
“변해도 너무 빨리 변한다!”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푸념이다.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말이다. 이런 흐름에 역행하듯, 세 사람이 ‘천천히’를 주제로 이야기하고자 모였다. 그런데 4월 9일 저녁 ‘기쁨의 집 기독교서점’ 한쪽에 자리한 테이블 주위에는 느긋함보다 ‘더 늦으면 안 된다’는 긴박감이 흘렀다.
 
물질주의 교회에 닥친 ‘당연한’ 위기
김길구
 : 그동안 우리나라 교회는 상당부분 미국 교회를 벤치마킹하여 성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미국 교회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슬로처치》는 우리나라 교회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대안까지 제시해줍니다.
김현호 : 그동안 한국교회는 엄청나게 성장해 왔지만, 자신을 성찰하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습니다. ‘빨리빨리’에만 치중하다 보니 열매가 빈약할 수밖에 없었죠. ‘바쁠수록 빈곤하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김수성 : 이 책이 흥미로웠던 것은 교회 성장에도 ‘맥도날드화’가 적용되었다는 지적입니다. 교회의 본질과는 상반되는 패러다임인데,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교회가 성장해왔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죠.
김길구 : 맥도날드화는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는 물질주의 가치관입니다. 교회가 여기에만 의존하려 했기에 위기가 닥친 것 아닐까요?
김현호 : 중요한 지적입니다. 한국교회는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구역운동, 제자훈련, 셀교회운동 등. 그런데 이들 프로그램이 처음에는 신앙의 건강성을 위해 출발했는데, 확산되면서 모두 교회성장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어 버렸습니다.
김길구 : 한국 교회가 이들 프로그램을 마케팅 측면에서 받아들였기 때문이죠. 프로그램의 프랜차이즈화라고 할까요.
김현호 : 미국교회에서 유행했던 정형화된 사역자들, 성도들을 모으기 위한 표적 마케팅, 대중스타가 된 목회자들, 지역의 특수성을 무시한 교회성장 추진 등이 맥도날드화에 따른 부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길구 : 미국 교회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 교회 중에는 미국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 곳도 많으니까요.
김현호 : 한국 교회의 경우, 형편이 다른데도 모두가 동일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면 교회가 성장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목회자와 교인의 차이, 사이즈의 차이, 주위환경의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소화불량이 올 수밖에 없었죠.
김길구 : 이 책의 저자들은 평신도입니다. 그래서 목회자들이 놓치기 쉬운 실질적인 문제점을 보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좋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지역상점 이용하기 등 실천해야
김수성
 : 이 책에서 ‘지역성’을 중시한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교회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문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은 우리 현실에서도 적절한 것 같습니다.
김길구 : 한국 교회가 지역성을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데이 교인(Sunday christian)을 양산했습니다. 교회는 예배 중심으로 흘렀고. 일상과 동떨어진 교회는 외부에서 공급되던 성장 동력이 차단되면 바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운동의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은 지역가꾸기, 도심재생, 주민자치 등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수성 : 그동안 교회가 부동산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지역에 정착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부동산 재테크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교회가 앞장서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등을 전개함으로써 지역화하여야 할 것입니다.
김현호 : 교회가 지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공동으로 사역하고 봉사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각 교회 구제비를 같이 모아 집중적으로 사용한다든지, 봉사 프로그램은 물론 전도도 같이 하는 겁니다. 그럴 경우 엄청난 파워를 형성할 것이고, 지역주민들의 교회에 대한 인식도 빠른 시간에 호전될 것입니다.
김수성 : 여름성경학교 교재 제작이나 프로그램 개발도 공동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에게 공동으로 지역문화를 탐방하고, 신앙의 선배들을 찾는 일 등은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죠. 또한 어르신들에게 책 읽어주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길구 : ‘노노케어(老老 care)’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네요. 무엇보다 마을사람들이 교회를 보는 눈이 달라지게 해야 합니다. 마을사람과 교회를 이어주는 프로그램이 절실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재단’을 조성해야 합니다.
김수성 : 문득 농어촌에서 개척교회를 했던 목회자들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정주하기 위해 마을 이장처럼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교회의 지역화는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김현호 : 지역상점 이용하기, 지역문화 활성화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예배 후 공동 배식을 없애고 인근 식당들과 계약을 맺어 그 식당들을 이용하게 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가능하면 대형마트를 이용하지 않고 인근 구멍가게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김길구 : 포틀럭(potluck) 식탁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교인들이 각각 조금씩 마련한 음식을 교회로 가져와 식탁을 차리고, 지역주민들을 초청해 함께 식사하는 것이죠.
김수성 :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어렵겠지만, 수요일 예배나 금요일 구역예배에 적용시킬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합리적 체계는 오히려 비인간화의 첩경
김길구
 : 슬로처치를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김수성 : 슬로처치는 슬로푸드(slow food)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아직 체계화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한국 교회에서도 조금만 변형하면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사례가 많이 제시되어 있는 것입니다.
김현호 : 이제 상가를 임대하여 교회를 개척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 같습니다. 상당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 개척교회보다 슬로처치의 정신에 따라 공동체 정신을 함유한 가정교회로부터 출발해야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신약교회의 정신이기도하고요.
김수성 : 교회가 성장을 목적으로 함으로써, 목회자가 교회를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는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미국 수정교회의 경우 ‘상속’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 파산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죠.
김현호 : 슬로처치는 공공성을 강조하는 교회입니다. 맺는말에 나와 있듯이 삶·숨·음식·우정을 실천해야죠. 합리성보다는 생태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김길구 : 본문에 교회는 ‘해석 공동체’라는 말이 나옵니다.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제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환대’와 ‘너그러움’을 실천하는 교회, 그게 슬로처치라 할 수 있겠죠.
김수성 : 조지 리처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에서 ‘합리성의 불합리성’을 강조합니다. 효율성을 이야기하지만 그 효율성의 이익은 대부분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합리적 체계는 오히려 비인간화를 가져온다고 지적합니다.
김길구 : 슬로처치가 사람답게 사는 일상을 추구한다는 말과 연결되는군요. 다음 달에는 미국에서 목회하는 김영봉 목사의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Ivp, 2011)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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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stal Cathedral Church 내부. 2.jpg▲ 슬로처치는 오래 참고 견디면서 천천히 변화를 이루어가는 하나님을 닮고자 한다. 그러나 맥도날드화에 물든 교회는 단기간 성장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제부터라도 지역의 고유한 맛과 향을 담아내는 믿음의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크리스탈 처치 모습. 메가처치의 상징이었던 이 교회는 목사 가족 간의 불화로 2012년 파산하였다. 현재 가톨릭교회가 인수하여 대성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 때를 기다리는 삶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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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fast)’는 바쁘고, 호전적이며, 서두르고, 통제와 제압을 일삼는 삶의 방식이다. 사회학자 조지 리처(George Ritzer)가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라고 표현한 패스트문화 현상이 패스트푸드 매장을 출발점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조지 리처. 김종덕 역.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시유시, 2003. 참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슬로푸드(slow food)운동이 등장, 여러 사회운동에 영향을 주었다. 슬로처치(slow church)도 그중 하나다. 슬로처치는 확실한 개념이나 추진 방향은 이제야 논의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슬로처치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슬로처치는 궁극적으로 사람답게 사는 일상을 추구한다. 질적인 신앙의 성장을 추구하고,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화목하게 하는 사역을 하며, 환대와 나눔을 실천하는 생활을 중시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슬로처치의 모습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슬로처치가 지향하는 삶은 깊은 곳에 닻을 내리고 하나님과 동행하며 조용하게 때를 기다리는 삶이다. 만물이 창조의 절정인 종말론적 구원을 향해 나아간다는 신학적 전망을 유지한다.
- 슬로처치는 지역의 고유한 맛과 향을 담아내는 믿음의 공동체를 지향한다. 교회는 지역문화의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 슬로처치는 탄식 혹은 회개에서 시작해 생태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공동체를 세우는 방법들을 강구한다.
- 슬로처치는 하나님 나라의 풍성한 경제를 증언하기 위해 감사, 관대함, 환대를 실천해야 한다.
공동 저자인 크리스토퍼 스미스(Christopher Smith)는 ‘잉글우드 북리뷰’ 편집자이고, 존 패티슨(John Pattison)은 ‘컨스파이어’의 편집장으로 《비사이드 바이블》를 저술하였다. 원제 Slow Church. 김윤희 역. 새물결플러스, 2015. 16,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일상교회-세상이 이웃삼고 싶은 교회》 / 탐 체스터·스티브 티미스 지음 / IVP
《세이비어교회-미국을 움직이는 작은 공동체》 / 유성준 지음 / 평단
《작은교회 이야기》 / 한희철 지음 / 포이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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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②] 교회의 위기 … ‘슬로처치’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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