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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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9일 전 경남기업 회장이자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성완종 씨(63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한 심경이었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탄탄대로를 달려가던 인생이 홉스(Thomas Hobbes, 1588-1679)의 말처럼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고 하는 괴물을 만나 좌초하고 만 셈이니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가 새삼스럽습니다.
  이번 사건은 기독교인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고인이 서산에 있는 한 감리교회의 장로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장로는 장로 교회의 꽃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교파를 초월해 장로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장로는 가히 한국 교회의 꽃이라 할 만합니다. 그만큼 장로의 일거수일투족은 교계와 세상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납니다. 가뜩이나 개신교가 사회적인 신뢰와 대중적인 존경을 잃어가고 있는 마당에, 이번 비사(悲事)가 우리에게 더욱 큰 아픔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장로 직제를 만든 이는 존 칼빈(John Calvin, 1509-1564)이요, 장로 교회를 실질적으로 조직한 이는 존 낙스(John Knox, 1514-1572)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장로는 모세 시대부터 등장하는(출 3:16; 레 4:15; 민 11:16; 신 5:23 등) 성경적 개념입니다. 다분히 정치적 색채를 띠고 있는 현대적 의미의 장로와 달리 원어(原語)로 구약의 ‘자켄’이나 신약의 ‘프레스뷔테로스’는 모두 ‘공경할만한 노인 혹은 연장자’를 뜻합니다. 따라서 본래 성경적 의미의 장로는 백성들 혹은 교인들 위에 군림하고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연륜과 지혜와 말씀으로 잘 돌보고 섬기는 직분이라야 합니다. 오늘의 한국 교회는 이러한 장로의 정치적 성격과 목회적 성격 양자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발전하고 있을까요? 
  칼빈과 낙스 시대의 장로는 군주(君主)에 대립하는 시민 대표로서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1789년 프랑스대혁명을 기점으로 절대군주체제가 무너지면서 이러한 정치적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습니다. 오직 교회만이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기존의 시스템(system)을 고수했고, 그 결과는 여실히 장로교의 몰락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해외선교연구센터(OMSC) 국제선교통계보고서(IBMR)의 ‘2013년 세계선교통계’에 따르면 전체 기독교 인구 23억 5,500만 명 중 천주교가 12억으로 여전히 최대 교세를 자랑하며, 개신교에서는 영국성공회 9,100만, 침례교 9,000만, 감리교 7,600만 명에 비해 장로교는 1,800만 명으로 전체 기독교인구 대비 0.8%, 전 세계 개신교 인구 중에서도 3.4%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고(故) 이정석 박사(Vrije Universiteit Ph. D.)는 선교 초창기의 영수(領袖) 제도와 유교의 신분주의, 그리고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한국 장로 제도는 급격하게 세속화되었고 이것이 교회의 세속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2002.4.10. 기독교개혁신보). 그렇다면 한국 교회는 장로 제도와 관련해서 세계사적인 그리고 토착적인 이중의 부담과 한계에 직면해 있는 셈입니다. 더군다나 더욱 심각한 점은, 이것이 비단 장로교의 문제만이 아니라 일종의 ‘장로교화’되고 있는 한국 교회 전체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데 있습니다. 그러나 해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장로 본연의 개념과 본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주권 앞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수임자(受任者)로서 겸손하게 섬기는 장로가 되는 것입니다. 성경은 누구도 감히 격동할 수 없는 ‘리워야단(Leviathan)’일지라도(욥 41:10), 주께서는 그 머리를 부수시고(시 74:14) 벌하시며 죽이실 수 있다(사 27:1) 말씀합니다. 회개하는 백성을 괴물처럼 변해버린 현실 앞에 좌초하도록 결코 좌시하지 않으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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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장로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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