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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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는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할리우드 영화는 자본과 기술 그리고 상상력의 결합물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감독들이 세계 영화계를 주름잡기 시작했던 1970년대 후반부터 영화는 돈과 컴퓨터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의 경연장이 되었다. 요즘 한창 제작 붐을 타고 있는 어벤져스 시리즈와 같은 SF액션물의 경우 평균 1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다. 높은 제작비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천정부지로 오른 스타들의 몸값도 크게 한몫 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최신작 <스카이 스크래퍼>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6,450만 달러(한화 약 720억 원)의 출연료를 받아 화제가 되었지만, 이내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어벤저스3> 출연료로 1억 달러(1,120억 원)를 받은 것이 밝혀지면서 2위로 물러나야 했다. <어벤저스3>의 총예산은 약 34000만 달러로 할리우드가 스타에 지불하는 비용만큼이나 엄청난 돈을 실제작비에 쓰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참고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든 영화는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2011)3백억 원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와 더불어 컴퓨터 그래픽은 할리우드의 제작비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에 다름 아니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대형 스타가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추정 제작비만 약 17천만 달러에 달한다. 고생물학자들의 조언에 따라 제작된 공룡뿐만 아니라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가상의 공룡들은 모두 컴퓨터 그래픽이 탄생시킨 값비싼 상상의 결과물들이다. 공룡의 피부조직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묘사되는 영상을 만드는 일과 공룡 특유의 움직임을 재현하기 위해 들이는 인건비와 시스템사용 비용은 할리우드가 대형 영화를 제작하는데 감수해야할 내역인 것이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강점은 또 있다. 최신 과학 정보들을 재빠르게 활용하여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할리우드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매우 민감하다. 즉 자본과 기술 그리고 상상력이 최신 과학정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그럴 수 있다는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의 개연성은 당장 실현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럴 수 있다는 암묵적 동의를 이끌어 내는 작용을 한다. 아무리 멋진 화면을 전개시키더라도 그저 허무맹랑한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야기 전개에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고 관객을 설득할 만한 논리구조를 갖지 못한 저급한 영화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점에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전편에 이어서 유전자 합성을 통해 탄생한 인도미누스 렉스(Indominus rex)와 벨로시랩터(Velociraptor)의 유전자를 재교배하여 탄생한 인도랩터(Indorapto)라는 새로운 종을 보여주며 관객 설득에 나서고 있다. 전편인 <쥬라기 월드>(2015)에서 인도미누스 렉스는 가장 거대한 공룡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를 기본으로 갖가지 공룡들의 장점을 결합시켜 만든 무서운 공룡으로 탄생했었는데, 후속편에서는 여기에 가장 잔혹하고 교활한 공룡인 벨로시렙터의 유전자를 결합시켜서 더욱 공격적인 공룡을 만들어냈다.
특정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상품성 있는 공룡을 만드는 일이 관객에게 그럴 듯하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은 현시대의 유전자공학 기술의 발전을 재빨리 흡수했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의 생화학자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가 발견하여 유전공학의 혁명으로 불리우며 세상을 놀라게 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쥬라기 월드>에서 보여준 유전자 조작을 통한 보다 강력한 공룡을 만들 수 있는 과학적 개연성으로 작용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특정 유전자만을 정밀하게 조준해서 편집함으로써 유전병이나 난치병을 고칠 수 있는 획기적인 의료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얼음에 오랜 시간 갇혀있었던 매머드 (mammoth)의 온전한 사체를 가지고 멸종된 매머드를 복원시키는 일을 진행하는데 이 유전자가위를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한마디로 현재 상용화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벌레에 강하면서도 맛도 좋고 빛깔도 좋은 과일품종을 개량하는 일로부터 크고 맛있고 빨리 성장하는 돼지(영화 옥자에 나오는 유전자 변형 돼지처럼)를 생산해 내는 일 등에 손쉽게 적용되고 있는 살아있는 최첨단 기술이다. 그런 까닭에 공룡의 유전자를 편집하여 새로운 공룡을 만든다는 <쥬라기 월드>의 설정은 공룡의 피를 빨아 먹은 채 호박 속에 갇힌 모기로부터 공룡의 유전자를 채득하여 공룡을 복원시킨다는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에서 제시된 설정보다 훨씬 개연성이 높은 편이다.
 
인간복제의 문제를 감추는 방법
할리우드 영화가 사회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메시지를 다루는 방법은 이름 하여 소매치기 수법(The method of pickpockets)’이다. 관객들이 관심을 둘 만한 사항을 부각시키면서 은근슬쩍 관객의 저항이 따를 만한 메시지를 슬쩍 집어넣는 방식을 말한다. 소매치기가 지하철에 탄 승객의 안쪽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몰래 빼내려할 때 그는 절대 혼자 행동하는 법이 없다. 바람잡이를 동원하여 승객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순간 다른 쪽에 있던 동료 소매치기가 지갑을 터는 방식이다. 정말 중요한 것으로부터 생각을 빼앗아 다른 것에 시선을 모으도록 한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매치기는 자신의 임무를 완성한 채 유유히 사라져 버린다. 지갑을 털린 사람의 후회는 이미 때가 늦을 수밖에 없다.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인간 복제라는 사회의 안주머니에 깊이 들어가 있는 지갑이 털려도 관객들은 알아차리기 쉽지 않게 만드는 바람에 비윤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비판을 비껴간 영화다.
이 영화에서 소매치기 수법은 두 가지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인간의 탐욕을 부각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물보호 차원에서 공룡의 생명성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사나운 공룡들에 대한 책임은 모두 돈에 눈이 먼 자본가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돈에 대한 탐욕은 보다 사나운 공룡을 만들어 전투에 참가시키려는 군사용 공룡제작에까지 눈을 돌리게 만든다. 관객들의 마음에 세상에서 사라져야할 대상은 공룡이 아니라 돈이 된다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집요하게 공룡에 몰입하는 탐욕에 물든 자본가들인 셈이다.
또 한 가지는 생명이 있는 애완동물을 아끼듯 공룡에 대한 애정을 부각시킴으로서 인간복제의 위험성에 눈을 감고 만다. <쥬라기 월드>를 만든 투자자의 손녀는 공룡복제기술로 탄생한 복제인간 소녀 메이지(이사벨라 서먼). 영화에서는 어린 나이에 죽은 손녀딸이 복제된 인간임을 직접 공표하기 보다는 그녀를 키운 보모의 나이가 매우 많다는 사실과 그녀의 젊을 때 함께 찍은 사진을 비춰줌으로써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복제인간 메이지는 자신과 같이 유전자 기술을 통해 탄생한 공룡들을 살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난동을 부리는 사나운 공룡들을 가스로 죽이려는 순간에 메이지는 그 공룡들을 인간세계에 풀어 놓았다. “다 살아있는 생명이잖아요.” 그녀의 멘트는 생명의 귀중함을 뜻하는 상식적인 발언으로 들리지만 그로 인해 복제생명체도 생명으로서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즉 인간의 탐욕에 따라 이미 모든 것을 저질로 놓고서는 생명의 절대적 가치를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문제를 제기하려면 유전자복제와 변형이 가져올 수 있는 비윤리적인 문제부터 먼저 얘기를 해야 한다 
 
기술보다 중요한 세계관
제니퍼 다우드나는 그녀의 동료 새뮤얼 스턴버그와 함께 쓴 책 <크리스퍼가 온다:진화를 지배하는 놀라운 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서 유전자 편집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가져올 희망적인 미래를 낙관하기 보다는 두려운 미래를 생각하며 의료윤리 혹은 기술윤리의 측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자기 마음대로 그리고 생각한 대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생명체라면 무엇이든 통제할 수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퍼 유전가위 기술은 태어날 때부터 마음에 드는 신체부위만을 조합하여 가장 이상적인 자신 만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맞춤형 태아를 출산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히틀러가 시도했던 우생학적 인간 실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영화는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이 생명나무의 실과’(3:3-5)에 도전하고 있음을 감추고 있다. 기술의 혁신적인 진보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세계관이다. 어떠한 세계관을 갖느냐에 따라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인간 사회의 현실화된 재앙의 예고편일 수도 있고, 잠깐의 즐거움을 주는 여흥으로 남을 수도 있다. 영화의 태도는 애매하다. 말콤 박사를 통해 유전자 변형 기술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도 복제기술이야말로 앞으로 할리우드가 애용해야 할 영화의 소재이자 다가오는 현실임을 긍정하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전자변형기술을 통한 인간조작에 대해서 가져야하는 그리스도인 태도가 더욱 더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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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할리우드의 공룡사랑에 감춰진 인간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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