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김운성 목사.jpg

 세상 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을 추스르기가 힘이 듭니다.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실체 없는 말들만 난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이 죽어 장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관을 구덩이에 내리기 전에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조의를 표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풍속에 따라 1불, 혹은 10불씩 돈을 관 위에 얹으면서 조의를 표했습니다. 한 유대인 차례가 되었습니다. <이보게, 자넨 내게 정말 좋은 친구였지. 난 자네 관에 적어도 50불은 놓고 싶네. 내 마음 알거야. 현금이 없어서 수표를 놓네.> 그는 수표에 100불을 써서 관 위에 놓더니 50불을 거슬러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는 사람들 앞에서 50불을 냈다고 생색도 내고, 관과 함께 흙에 묻힌 수표는 돌아올 염려도 없고, 오히려 50불의 수입이 생겼으니, 그의 처신이 얼마나 약삭빠릅니까? 알맹이는 없이 공허한 논리와 체면과 말들만 난무하는 것 같습니다. 그 흐름에 삼켜지고 있는 우리 모습을 보면서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예레미야 선지자께서 활동하시던 시대의 유대 사회를 보면 이런 실체 없는 거짓이 가득했음을 알게 됩니다. 본문은 그 대표적 예 중 하나입니다. 당시 선지자들과 제사장들은 지도자였고, 더구나 종교지도자들로서 백성들의 마음을 참되게 이끌어야 할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거짓 평강으로 백성들을 호도했습니다. 예레미야 6장 14절을 보면 <그들이 내 백성의 상처를 가볍게 여기면서 말하기를 평강하다 평강하다 하나 평강이 없도다>라 했습니다. 평강의 메시지는 누구나 듣고 싶어 합니다. 말하기도 좋습니다. 말하는 자나 듣는 자 모두에게 부담이 없습니다. 그러나 유다 사회에는 평강이 없었습니다. 평강은커녕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의 군대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바벨론 군대는 하나님께서 유다를 치기 위해 사용하시는 채찍이었습니다. 얼마 후 바벨론 군대는 유다를 침략해서 약탈하고 포로를 끌어갔고, 주전 586년에는 예루살렘을 완전히 정복하여 성전과 궁궐과 성벽을 모두 허물어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시신이 길거리에 즐비하고 피가 강물처럼 흘렀습니다. 시드기야 왕은 자식들이 죽는 것을 목도해야 했고, 그 후엔 두 눈이 뽑힌 채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그 무서운 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지도자들은 거짓 평강을 외쳤습니다. 이 무서운 결과에 대해 6장 11-12절은 다음과 같이 말씀합니다. <그러므로 여호와의 분노가 내게 가득하여 참기 어렵도다 그것을 거리에 있는 아이들과 모인 청년들에게 부으리니 남편과 아내와 나이 든 사람과 늙은이가 다 잡히리로다 내가 그 땅 주민에게 내 손을 펼 것인즉 그들의 집과 밭과 아내가 타인의 소유로 이전되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처럼 거짓평강을 외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탐욕과 거짓 때문이었습니다. 6장 13절은 <이는 그들이 가장 작은 자로부터 큰 자까지 다 탐욕을 부리며 선지자로부터 제사장까지 다 거짓을 행함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한국 사회에도 거짓 평강이 판을 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위태하기 그지없습니다. 북한 핵, 코로나 바이러스, 정직과 양심이 실종된 정치판, 세상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는 교계의 상황 등이 그렇습니다. 이 와중에 교회의 메시지는 어떤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교회를 두신 목적은 거짓 평강을 외치면서 눈을 흐리게 하려는 게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잠든 자를 깨우고, 취한 자가 정신을 차리게 하고, 방향을 잃은 자에게 바른 길을 알려주고, 쓰러진 자를 일으켜 세워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시대의 양심이어야 합니다. 변치 않는 잣대이어야 합니다. 인기가 없더라도 옳은 말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말에는 행동이 뒷받침되어 실체가 있어야 합니다. 시대를 바라보는 고민이 깊어져야 하겠습니다. 그 고민이 기도가 되어 우리 모두가 가정과 주변에서 작은 예레미야로 살길 원합니다. 어려운 시대인데, 하나님께서 위로하시고, 힘을 주시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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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연구] 시대를 위한 고민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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