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10-28(수)
 

전영헌 목사.jpg

몇해 전 학교에서 소위 잘 나간다고 하는 아이들과 학업에는 전혀 의욕이 없고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 23명을 선발하여 캠프를 열게 되었다. 캠프 계획을 설명하고 학생들을 선발하기 시작하자 담임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여러 선생님들의 얼굴에 이런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 저 인간들을 데리고 뭘 하겠다는 거지?”하는 염려들이 넘쳐났다.

그래도 방향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학교에서 늘 문제아로만 취급 당하다가 럭셔리한 펜션에, 비싼 소고기 바비큐에, 그리고 맘껏 놀 수 있는 게임팩을 가지고 놀다보니 녀석들 마음에 “이게 뭐지?”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이젠 목사님이 뭔가 본색을 드러낼 때가 된 듯 한데 “씻고 자거라”하고 교장선생님과 같이 방으로 들어가버리니 녀석들은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던 것이다.

잠을 청하려 하는데 대표 녀석 한 명이 방문을 두드렸다. “목사님, 잠시 1층으로 내려와주세요.”하는 것이다. 그래서 1층으로 내려갔더니 아이들이 둥그렇게 둘러 앉아서 “목사님, 아무거나 해주세요. 뭐든 해주세요. 이렇게하면 우리가 불안해서 못잡니다.”라고 날 재촉하는 것이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23명의 아이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겨서 아이들에게 돌발 질문을 했다.

“이 자리에 너희들의 부모님이 계신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부모님이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해 주신다면, 너희는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냐?”

나는 아이들에게 잠시 생각할 시간을 준 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대답할 기회를 주었다. 그중에는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해라.”는 대답도 있었고, “미안하다.”라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대다수의 아이들이 마치 짠 것처럼 같은 대답을 했다. “목사님, ‘잘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러면 너는 언제 잘했다는 말을 들어 봤냐?” 아이들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였나?” “중학교 때였을 걸요?” “저는 기억이 안 나는데요.”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순간 울컥했다. 캠프에 참석한 아이들을 쭉 둘러보니 평소에 ‘잘했다’라는 말을 들을 만한 녀석들이 아니었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꾸중을 듣기에 바쁜 아이들이었다. 집에서는 거의 포기한 자식으로, 학교에서는 그냥 꼴통 같은 존재로 살아가는 아이들이었다. 그런 녀석들이 평소에 가장 듣고 싶어 했던 말은 바로 “잘했다!”였던 것이다.

1박 2일의 캠프를 마쳤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이들에게 캠프가 어떠했냐고 물어보았다. 다들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런데 차 안에서는 말을 아끼던 녀석들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문자 폭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목사님, 고맙습니다. 솔직히 우리는 우리들을 모아 놓고 정신 교육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 버렸습니다. 학교에 다녔던 11년 동안 학교에서 받은 것 중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학교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인간답게 살아보겠습니다.”

모든 교육이 공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업 외에도 아이들이 학습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많다. 아이들은 큰 것을 통해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의외로 작은 것에 감동을 한다. 작은 것에도 반응을 하고 심지어 터닝 포인트가 만들어지기까지 한다. 따라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중요하다. 교육은 단순히 아이들을 탁월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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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헌 목사] 듣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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