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홍석진 목사.jpg

 여당 대표를 역임하고 지금은 검찰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현직 법무부장관이 자식 문제로 곤경에 처했습니다. 이번에는 군 복무 중인 아들의 휴가 문제가 빌미가 되었습니다. 당사자는 수술로 인해 병가를 얻었으나 막상 귀대해야 하는 날 복귀하지 않았고, 이후에 추가로 휴가 연장 허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군대를 생각할 때 다소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그가 속한 부대가 카투사(KATUSA, 주한 미군 한국군 지원단)라서 일반 부대와는 조금 다르다는 반론도 있었지만, 추가적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복귀해야 하는 당일 당시 당대표로 있던 어머니의 보좌관이 부대로 전화를 걸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부모들 역시 직접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이 보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처음부터 사실을 인정하고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고백했으면 좋았으련만, 언제나 그러하듯 모르쇠와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사태를 더 키웠습니다. 한국판 잔다르크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여걸의 정치 인생이 일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자식이 웬수’라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이번 일이 더욱 우리를 안타깝게 만드는 이유는 불과 얼마 전 현 정권을 깊은 수렁에 빠뜨렸던 전직 법무부장관의 사례와 판박이같이 똑같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서울법대교수를 거쳐 청와대 민정수석을 역임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로부터도 두터운 신망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며 차기 대선 주자로까지 거론되던 그가 급전직하했던 이유 역시 자식 문제가 아니었습니까? 발단은 장학금 특혜 시비였으나 점차 자녀의 대학 및 의전 입학 과정에서도 이례적으로 많은 혜택들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권력자 부모로서 이러한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를 강력하게 부인하던 전 장관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받았던 사건입니다. 자식 잘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러한 부모로서의 마음이 권력의 오용이나 일탈 행위를 묵인하고 합법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일순간 대권가도에서조차 낙마하게 만드는 자식, 이쯤 되면 웬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겠습니까?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문제가 집권층에만 특유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전직 야당 대표 자녀의 부정 입학 문제, 현직 국회의원 자녀의 음주운전 사고 무마, 전직 야당 위원장 자녀의 입사 특혜 등등 이런 일들은 얼마든지 비일비재합니다. 반드시 세도가 집안에서만 일어나는 일만도 아닙니다. 이년 전 발생한 ‘S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을 생각해 보십시오. 어느 날 갑자기 2학년 재학 중이던 쌍둥이의 성적이 수직상승했는데, 같은 학교에 근무하며 교무부장이라는 보직을 차지하고 있던 아버지가 시험지를 사전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해당 학교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들끓게 했던 이 사건으로 결국 아버지는 실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에 있습니다. 두 딸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인데 아직도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니, 어쩌면 자식 앞길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뒤집어쓰기로 한 아비의 어긋난 부정(父情)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대관절 자식이 무엇이기에, 교단에 서 있어야 할 스승을 옥에 갇히게 한단 말입니까?

 일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 부부를 만났습니다. 부인의 수술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감염병 사태 때문에 현장에 복귀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국내에서 공부 중인 자녀들이 함께 했는데, 딸은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그리고 아들은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하게 키우셨냐고 질문했다가 뜻밖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에이즈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큰 딸은 내가 의사가 되어서 살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너무나 안타까운 주거환경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작은 아들은 내가 건축가가 되어 저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리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는 얘기였습니다. 가난한 선교사 부부가 자식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었겠느냐며 껄껄 웃는 두 분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문득 다시 한 번 되묻게 됩니다. 자식이 정말 웬수입니까? 우리가 진정으로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물려주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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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자식이 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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