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2-01(금)
 

이상규 교수.jpg

전쟁기간동안 전선에서는 물리적인 전투가 벌어졌지만, 후방에서는 ‘기아와 질병’에 맞서는 피난민 구호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전투라고 말한 것은 생존의 갈림길에서의 치열한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주택과 가족을 잃었고 삶의 터전을 상실했다. 건강한 남자들은 전쟁에 징집되었고, 나이 든 어른들은 남아 있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하루하루 노동현장을 찾아야 했다. 여자들과 아이들은 보호받지 못한 채 주리고 기아와 질병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런 현실은 기독교회에는 전례 없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인도주의적인 활동은 시급한 과제였다. 바로 이런 현장에서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전개한 이들이 주한 선교사들이었다. 이들은 구호에 필요한 해외 자금을 모금할 수 있었고, 국제적인 혹은 미국의 여러 구호단체와 결연하여 민간 구호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 그 중심 지역이 부산이었다. 처음에는 서울을 떠난 피난민은 대전으로 집결하여 대전에는 최대의 난민보호소가 있었다. 그러나 전세가 불리하게 전개되어 대전이 함락되자 다시 대구로, 그리고 부산으로 이동하여 부산이 피난민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었다. 따라서 선교사들의 구호활동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정부도 이들을 관리하고 보호할 능력을 상실했다. 이런 현실에서 외국 선교사들의 활동은 시급한 요청이었다.

 

남민 문제에 유엔이 처음 관심을 표명한 것은 개전 한 달이 지난 7월 31일이었다. 유엔은 지원을 결의했고, 그로부터 한 달 후인 9월 1일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장군에게 서한을 보내 비상식량, 의복, 임시거처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지원이 시급한 현실에서 다소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기독교계의 외원 단체나 구호 단체의 기여가 큰 역할을 감당했다. 배귀희 교수는 『옥호열』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이 무렵 미국 선교사들의 존재는 한국인들의 삶과 기독교도 피난민들의 운명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비록 미국선교사 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피난민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자원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차량을 가지고 있었고, 외부의 지원 수단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지역교회들과 관계를 통해 구호 인력을 조직할 수 있었고, 미군 내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전시 활동에 대한 특별허가를 얻을 수 있었다.”

 잠시 쉬면서 전쟁기 일화 한편. 부산에서의 구호활동 과정에서 생겨난 말이 ‘개판 5분전’이라는 말이다. 이 말을 개(犬)들이 뒤엉켜 혼잡한 사태를 말하거나, 상태, 행동 따위가 무질서하고 난잡한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전쟁의 아픔이 서려 있는 피난지 부산에서 생겨난 말이다. 구호 단체는 밀크 스테이션을 설치하고 영양 결핍으로 고통당하는 아이들에게 우유를 공급한 일도 있지만, 중앙동에서 보수동으로 이어지는 난민촌 주변에 큰 솥을 걸어놓고 때로는 죽을, 때로는 밥을 해서 무료 급식했다. 굶주림에 지친 피난민들은 아침 일직부터 그 주변에 죽 치고 앉아 급식시간을 기다렸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난투가 벌이저기도 했다. 그런데 급식소에서 조리가 다 되어 음식을 급식할 대가 다 되면, 급식소장은 “개판 5분전”이라고 외친다. 여기서 개판이란 밥솥의 뚜껑을 열기(開板) 5분전이라는 뜻이다. 곧 급식이 시작되니 줄을 서라는 신호였다. 이쯤 되면 지루하게 기다리던 주린 피난민들은 서로 먼저 밥을 타려고 아우성치며 혼잡한 무질서가 아비규환에 가까운 난장판을 이루었다. 이런 혼란이 개판 5분전부터 시작된다.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렸던 피난지 부산에서의 일이었다.

 부산에서 구호활동에 매진했던 대표적인 선교사들이 아담스(Edward Adams, 1895-1965), 켐벨(Archibald Campbell, 1890-1977), 그리고 킨슬러(Francis Kinsler, 1904-1992) 선교사였다. 한국이름이 차례대로 안두화, 감부열, 권세열이었다. 이들은 모두 미국북장로교 선교사들이었고, 전쟁기 구화활동을 전개했던 중심 인물이었다. 안전을 위해 가족은 모두 일본 후쿠오카로 보내고 본인들은 한국에 남아 구호활동을 전개한 것이다. 이들은 긴급구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했다. 이제 이들의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부산기독교이야기]구호활동에 나선 선교사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