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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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1인 출판사를 하고 있다. 아직 출판사가 자립할 상황이 아니라 다른 일도 이것저것 하지만 원래 나의 주 업무는 출판이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책 만드는 일을 한다는 것을 잘 알아서 내가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 글을 쓰거나 교정을 보고 있으면 “엄마, 이번에는 무슨 책 나와?”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아울러, 몇 권의 책을 출간하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은 엄마가 책을 새롭게 내도 그다지 큰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5월 31일, 새 책 출간을 앞두고 그 전 주일에는 밤에 거의 잠을 못자며 마지막 작업을 한창 하고 있었다. 그 날 밤에도 아이들이 엄마가 바쁜 것을 아는지 스스로 샤워를 하고 자기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중학교 1학년인 큰 아이와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가 나의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빠, 엄마 이번에 새 책 나오는가봐. 잠도 못자고 엄청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책이 나오면 뭐해? 누가 그 책을 읽는다고…”

 

이 말을 듣는 순간, 큰 아이에게 당장 뛰어가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엄마 책을… 뭐라고…”라며 큰 소리치고 혼내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큰 인내심을 발휘해 참고 그 다음 대화를 이어 들었다.

“오빠,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어? 엄마가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책이 잘 나오고 사람들도 많이 봐야지.”

 

그래, 그래, 역시 딸 밖에 없다. 저렇게 엄마 상황을 이해하며 이쁜 말을 해주니 없던 힘이 저절로 생기는 기분이었다. 그 때, 그 다음 말이 나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오빠, 오빠도 엄마 책 나올 때 기도 많이 해. 나는 매일 기도하고 있어. 하나님, 우리 엄마 이번 책 많이 팔려서 우리에게 맛있는거 많이 사 줄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그러니까 오빠도 기도해.”

 

엄마가 하는 일에, 엄마를 위해 진심으로 응원하는 아이들의 기도소리를 들을 때면 일을 하다가도 멈추고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사실, 내가 하는 어떤 일에 대해 과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나에게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가급적이면 내게 주어진 것만 생각하고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이럴 때는, 어느 순간 아이들이 나의 영역에 훅 들어올 때는 조심스럽게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출판을 처음 시작할 때, 여러 목적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내가 만든 신앙 도서를 우리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포함되어 있었다. 즉, 우리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믿음의 글들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실제로 중학교 1학년인 큰 아이는 가끔 내가 출판한 책들을 보며 이런 저런 피드백을 해주기도 한다. 순전히 자기 생각으로.

 

이런 나의 마음을 모아 일주일 전 또 한 권의 책이 엠마우스를 통해 출간되었다. ‘사회비평에세이’라는 비교적 교계에서는 접하기 힘든 분야이지만 기독교 세계관의 실천편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번에 나온 ‘시선’이라는 책이 (저자인 홍석진 목사님의 표현을 빌려) 예기치 않았던 시대 가운데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도전이 되길 바라며 더불어 (우리 아이들의 표현을 빌려) 책이 많이 팔려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을 많이 사줄 수 있기를 희망적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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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크리스천 자녀 양육기] “하나님, 우리 엄마 이번 책 많이 팔려서 맛있는거 많이 사줄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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