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7-2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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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이웃나라 일본과 많은 갈등관계에 있다. 그 갈등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전 마이니치 한국특파원이었던 사와다 가쓰미는 ‘한국과 일본은 왜?’라는 책에서 일본인들의 태도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자신들의 식민지였고 80년대까지도 한참 발아래 있어서 늘 내려다 본 한국이었다. 그런데 그 한국이 어느 새 쾌속 성장하여 이제 자신과 어깨를 같이 하려고 한다. 과거 압도적인 우위의 한일관계에서 지금의 수평적인 관계로 전환되는 이 현실이, 위에서 내려다보는데 익숙한 일본인들에게는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뿌리 깊은 것은 일본인들의 역사의식이다. 패전 이후 그들은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다. 게다가 80년대에 버블붕괴와 장기 경기침체, 특별히 B. 글로서먼이 지적한 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참사로 자신감을 상실한 일본은 더더욱 역사적 사실을 대할 용기를 잃어가고 있다. 자신들의 과거를 사실 그대로 마주하고 극복하기보다는 그런 것들을 은폐하고 부인하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심지어 여전히 영웅적인 신화이야기들에 매달리고 있다.

도리어 아베를 비롯한 정치가들은 이런 역사왜곡을 통해 민족주의를 부활시키고 강한 일본을 표방해왔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국민들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숨기려 하고 약한 자들은 숨어버리려고 한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약 1백만 명의 히키코모리(은둔형외토리)가 있고, 향후 1천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민족주의와 국수주의는 국민들 속에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배타심을 키워왔다. 독일 언론들도 이러한 것들이 일본 사회를 더욱 더 활기 없이 침체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2차 대전에서 일본과 함께 주축국이 되어 패전을 경험했고, 전후에 일본 다음으로 세계경제 대국이 된 독일은 일본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그 다름은 무엇보다도 역사를 대하는 자세에서 시작되었다. 패전이후 독일은 과거의 수치스러워 잊고 싶은 자신들의 흑역사와 마주했다. 그것을 덮거나 미화하지 않고 처절할 만큼 파헤치고 인정하고 사죄하고 가르쳤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러한 역사에 대한 독일의 태도는 ‘우리가 할 만큼 했다’라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파헤치고 사죄를 반복하는 현재진행형이다.

그 결과 독일은 주변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했다. 그 신뢰는 독일을 다시금 유럽의 리더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다. 오늘날 많은 유럽국가에서 민족주의 극우주의 정당이 득세하는 와중에서도 독일은 이런 것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해가고 있다. 물론 독일도 난민문제를 계기로 AfD라는 극우정당이 커지고 있지만, 정치적인 주류가 될 수 없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런 역사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떤 역사의식을 갖고 있느냐는 과거사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가는 뒤돌아보는 예언자’라는 슐레겔의 말처럼, 과거의 역사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그런 점에 앞으로 몇 회에 걸쳐 독일의 역사의식을 돌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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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야기]“독일의 역사의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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