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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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배를 타고 갈릴리 바다를 건너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큰 놀이 일어나 배가 물결에 덮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제자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주여 구원하소서 우리가 죽겠나이다>라며 예수님을 깨웠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라고 말씀하신 후에 바람과 바다를 꾸짖어 잔잔하게 하셨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이가 어떠한 사람이기에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는가>라고 말하면서 놀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정말 놀라운 분이십니다. 그날 우리가 배 위에 있었다면 더 크게 놀랐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이 일 이전에도 이미 여러 번 예수님의 권능을 목도했음에도 놀랐는데, 그런 경험이 없던 우리가 바다를 잔잔하게 하시는 예수님의 권능을 목도했다면 정말 크게 놀랐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능력도, 존재도 놀라운 분이십니다. 예수님과 함께함으로써, 예수님으로 인하여 많이 놀라면 놀랄수록 예수님을 향한 우리 마음도 더 간절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날 제가 그 배위에 있었다면 조금 다른 이유 때문에 놀랐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상황에 대응하시는 태도에 대한 놀라움입니다. 큰 놀이 일어나고 물결이 배에 덮이는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배가 요동하고 금방이라도 파도에 삼켜질 것 같은 상황에서 주무시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유달리 민감해서 작은 소리에도 금방 깨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에 빠집니다. 풍랑 속에서 주무시던 예수님의 모습은 평화 그 자체입니다.

 예수님의 평화가 부럽습니다. 지금 대한민국과 한국교회는 거센 풍랑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차별금지법, 한국교회를 향한 공격, 강대국 틈새에서의 고통,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다양한 방향에서 파도가 덮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심하게 멀미를 하면서, 균형을 잃고 넘어진 지 오래입니다. 이리저리 비틀거리고 뒹굴면서 먹은 것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예수님의 평화가 필요합니다. 평안히 쉬고 잘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또 저는 풍랑을 잔잔하게 하실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그대로 계셨던 것에도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우리는 작은 능력만 있어도 그것을 과시하면서 현실을 개선하려고 노력합니다. 마치 가난하던 사람이 돈을 조금 벌면 금방 집을 사고, 가재도구를 최고급으로 갖추고, 멋진 승용차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바다를 잔잔하게 하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계셨습니다.

 저는 예수님의 이러한 모습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풍랑이 일어나도, 잔잔해져도 어디서나 평안하셨습니다. 풍랑이 일어도 좋고, 잔잔해도 좋다고 여기시는 분이십니다. 어떤 상황, 어떤 형편에서도 평안하셨습니다. 환경과 조건은 예수님의 마음의 평화를 깨뜨릴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상황에서 주인이셨고,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자유가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신다면 그저 늘 미소를 지으며 담담히 바라보실 것 같습니다. 우리처럼 안달하면서 냄비처럼 행동하지 않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이런 자유를 누리는 법을 배워가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날이 더워져서 예배 때 땀이 흘러 목덜미를 타고 내리는 것을 느껴도 굳이 닦아내지 않고 조용히 있습니다. 냉방 온도를 낮추라고 소리 지르지 않습니다. 날이 추워져서 손이 식어 와도 손을 비비면서 요란을 떨지 않습니다. 조용히 기다립니다.

 바울 사도는 빌립보서 4장에서 이런 신앙을 말했습니다. 빈궁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안다고 했습니다. 가난하다고 비명을 지르지 않았습니다. 부요하다고 교만해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상황에도 가볍게 떠올라 허공을 날 수 있는 표표한 가벼움과 함께 어떠한 물결에도 요동하지 않는 육중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 처해 있는 바다가 잔잔하든지, 파도가 심하든지 상관없이 거기서 평안히 잠들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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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연구]예수님의 자유(마태복음 8장 23-2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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