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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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저는 어려운 교회에서 목회한 적이 없습니다. 서울에서 수백 명의 성도가 있는 교회에서 교육지도사와 전임전도사, 부목사 사역을 했습니다. 만 32세에 담임목회를 시작했는데, 어려운 개척교회가 아니라, 장로님이 여러 명 계신 교회였습니다. 그 후 지금은 그 보다 훨씬 큰 교회에서 목회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를 부러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주님을 따르는 고단함을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산에 있을 때 일부러 일 년에 한두 번 아내와 함께 차를 몰고 부산 외곽의 시골로 나갔습니다. 지나다가 교회가 있으면 무턱대고 들어가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 날에는 모든 것이 값진 교훈이었습니다. 낯선 교회에 처음 들어가는 경험, 그 교회의 성도들이 <어디서 오셨습니까?>라고 물을 때의 느낌, <지나가다 들렸다>고 대답하고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잠시 드리는 기도, 그 후 교회 주보를 읽어보고, 교회 내부를 두리번거리면서 살피던 생소한 느낌, 그리고 조금 분위기가 다른 예배와 설교.....

 어떤 교회의 목사님은 일찍 나오셔서 직접 교회 문을 열고, 불을 밝히고, 강단을 정리하고, 예배 준비를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도들이 오길 초조하게 기다렸을 것입니다.그러다가 네댓 명의 성도들이 참석했겠지요. 저희 부부 두 사람은 예배 분위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목사님께서는 어떤 마음으로 설교했을까요? 그리고 다음 주일에도, 그 다음 주일에도 계속 그러했겠지요. 갑자기 교인이 많이 늘어나거나 재정이 불어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늘 모자라고 쪼들렸을 것입니다. 처음엔 3년 정도만 하겠다고 생각하고 오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3년이 30년이 된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누가 <왜 이 교회에서 목회하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실까요? 어떤 분은 그 지역에 대한 소명 때문이라 대답하겠지요. 제가 들은 대답 중 하나는 <능력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목사로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대답이기는 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현실적 대답이었습니다.

 이런 질문에 대한 정답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보내셨고, 주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여기서 섬긴다>입니다. 그러나 이 정답은 머리에만 있을 뿐, 가슴으로부터 이 대답을 하는 분이 몇 분이나 있을까요?

 제 동기 목사님 중에 김동찬 선교사님이 있습니다. 그 분은 인도네시아에서 삼십 년 이상을 사역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고등학교에서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신학교에 간다고 하니 아버지는 학비도 끊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분은 그 길을 갔고, 지금은 온 가족을 주님께 인도하셨습니다. 정말 주님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었을 일입니다. 지리산 자락의 목사님을 몇 분 알고 있습니다. 삼십일 년째 골짜기에 머무는 분이 있습니다. 언젠가 지나가다 갑자기 들렸더니 일을 하시느라 바빴습니다. 얼굴을 그을리고 옷맵시는 흐트러져 있었지만, 얼굴에서는 천사의 웃음이 배어났습니다. 이분 역시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거기 머물게 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후 안식후 첫 날, 아직 어두울 때에 무덤에 갔습니다. 아직 어두울 때 여인의 몸으로 무덤에 가는 것은 쉽지 않고 두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막달라 마리아는 왜 무덤에 갔을까요? 그 이유는 단 하나, 주님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두려움도 이기게 했습니다.

 저의 숙제는 <주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가>란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것입니다. 농어촌의 어려운 교회에서, 개척교회에서, 힘든 선교지에서 주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모든 일을 감당하고 계신 분들처럼, 저도 주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설교하고, 심방하고, 기도하는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 외의 여러 가지 인간적 동기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할 뿐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십자가를 지신 것처럼, 마리아가 주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무덤에 간 것처럼, 우리도 주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예배하고 섬겨야 하겠습니다. 이 마음을 주시길 간절히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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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연구]그녀가 거기에 간 이유(요한복음 20장 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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