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12-02(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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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깊어지면 산등선을 따라 억새가 은빛 물결을 이루며 일렁거린다. 밤에는 선명하게 빛나는 별이 보이고, 낮에는 땅에서 반짝이는 별인 억새가 만발하는 요즘이다.” 어떤 기자분이 쓴 글 중 일부입니다. “낮에는 땅에서 반짝이는 별”이라니, 그렇다면 지금 그 곳에는 낮에도 ‘억새의 은하수’가 펼쳐져 있겠습니다, 요즘 황매산을 가을에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하던데 이런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경남 산청과 합천을 잇는 해발 1,113미터의 이 산 정상에 서면 합천호,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이 다 보인다 해서 영남의 금강산이라고도 부른다는 이 산은 본래 봄철에 철쭉으로 유명하지 않았습니까? 하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길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많았지만 그 동안 적실한 기회가 없었습니다. 분명히 일상이 회복되었을 내년에는 억새든 철쭉이든 꼭 그 길 한 번 밟아보리라, 다짐해 보았습니다.

 

 사실 가을의 상징으로는 단풍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늦가을 무렵 우리는 결단코 낙엽을 무시하고 지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낙엽 밟는 소리,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버석버석? 사각사각? 그렇게 마음 하나 가득 낙엽이 쌓이다보니 문득 호기심이 하나 생겼습니다. ‘봄철 아름답게 피어서 찬란하게 만발한 꽃길을 걷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가을철 처연한 아름다움을 뿜으며 떨어지는 낙엽을 부러 밟으며 걸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람들은 꽃을 보면서 그리고 낙엽을 보면서, 활짝 피었을 때 자기 모습과 언젠가는 분분히 떠나고 말 인생의 진면목을 투사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꽃길 같은 인생길을 걷고 있습니까, 아니면 프랑스 시인 구르몽(Remy de Gourmont, 1858-1915)의 말처럼 “발로 밟으면 영혼처럼 우는” 낙엽 길을 걷고 있습니까?(Les feuilles mortes) 아니, 그 동안 당신은 꽃길만 사뿐히 밟으며 살아오셨습니까, 아니면 이리 저리 떨어진 낙엽 가득한 여정을 주로 걸어오셨습니까?

 

 예수전도단 설립자로 지금도 생존해 있는 로렌 커닝햄(Loren Cunningha)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내 삶에서 뒤를 돌아보면 항상 꽃길인데, 앞을 보면 항상 낭떠러지였습니다.” 정말 공감이 가는 표현이 아닌가요? “꽃길만 걷게 해 줄래”라는 노랫말이 유명해진 까닭은, 누구나 그런 인생을 사모하지만 실상 우리 앞에 놓인 길들은 그렇지 못할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가시밭길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이어지는 그 길은 결국 낭떠러지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얼마나 많이 있었습니까? 하지만 오늘부터는 우리, 그런 생각일랑 접어두기를 바랍니다. 막상 낭떠러지 같아 보이는 그 길이, 돌아보면 결국은 꽃길이었다는 고백을 로렌 커닝햄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그가 운이 좋고 남다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주의 도우심을 받고 주의 인도하심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신자였기 때문에 그런 인생을 살 수 있었을 테니, 우리도 그와 같다면 같은 고백을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찬송가 191장 3절입니다. “나와 동행하시고 모든 염려 아시니 나는 숲의 새와 같이 기쁘다 내가 기쁜 맘으로 주의 뜻을 행함은 주의 영이 함께 함이라.” 찬송가 430장 역시 3절입니다. “꽃이 피는 들판이나 험한 골짜기라도 주가 인도하는대로 주와 같이 가겠네, 한 걸음 한 걸음 주 예수와 함께 날마다 날마다 우리 걸어가리.” 어떤 길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길을 누구와 함께 걷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지금 당신 곁에는 누가 동행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주께서 함께 하시는 사람입니까? 그렇다면 앞으로 당신이 나아갈 길은 항상, 꽃길입니다. 이런 믿음을 가진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그런 길에는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더해지겠지요. 내년 봄이면 눈이 시리도록 피어날 철쭉을 보러 같이 가시지 않겠습니까? 내년 가을이면 들판 가득 찬란히 빛나는 억새별을 보러 함께 가시지 않겠습니까? 오다가다 살짝 신청해 주세요, 설렌 가슴에 담아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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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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