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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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부터 많은 이들이 소위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운운하면서 털어놓던 푸념입니다. 그런데 다시 격리나 봉쇄 조치를 준비하는 국가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월 2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B.1.1.529)를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로 분류하고 ‘오미크론 바이러스’로 명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의 바이러스보다 전파력도 강하면서 기존의 백신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해서 전 세계가 바짝 긴장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이 바이러스는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미, 남미를 가리지 않고 전 방위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새 달 들어 한국에서도 아프리카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 중에 그 자취와 흔적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오미크론’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오미크론’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로 이어지는 그리스 알파벳 중 15번째 문자입니다. 변종이 나올 때마다 철자 순서대로 이름을 붙여서 마지막 등장한 이름이 12번째의 ‘뮤 바이러스’였는데, 이번에는 두 철자를 건너뛰고 바로 ‘오미크론’이 되었습니다. 13번째 ‘뉴(N)’는 영어의 ‘뉴(new)’로 오해할까봐 지나갔다 하고, 14번째 ‘크시(Xi)’는 중국의 일인자 시진핑(Xi Jinping, 習近平)의 이름 앞 글자와 같아 건너뛰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자체가 중국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당사자들이 펄쩍 뛰고 그 말만 나오면 광분하다시피 반응을 보이니 아마도 세계보건기구에서 몸을 사린 듯합니다. 평소 늘 대국을 자처하는 나라니 ‘크시 바이러스’쯤 대범하게 넘어가지 않았을까요?

 ‘오미크론(omicron)’이란 말은 본래 ‘작은 오(O)’라는 뜻입니다. ‘미크론’은 요즘도 사용하는 ‘마이크로(micro)’라는 말과 어원이 같지요. 그렇다면 ‘큰 오(O)’도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그리스 문자 마지막 철자에 해당하는 ‘오메가(omega)’가 바로 ‘커다란 오’입니다. ‘메가(mega)’ 또한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쓰입니다(메가마트, 메가스터디). 이렇게 오미크론에서 오메가까지 탐색하다가 결국 ‘예수’를 떠올렸습니다. 이사야는 그리스도에 관하여 “나는 처음이요 나는 마지막이라” 예언한 바 있는데(사 44:6), 예수께서는 동일한 취지로 친히 “나는 알파와 오메가”라 하셨기 때문입니다(계 22:13). 그러나 동시에 “나는 오미크론이요 오메가니라”고도 하실 수 있습니다. 가장 작은 세계에서부터 가장 큰 세계까지, 즉 원자와 미립자 차원부터 우주와 초우주의 차원까지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원자와 우주는 닮았습니다. 원자 전체 질량의 99퍼센트인 원자핵은 부피로는 전체의 1백조 분의 1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원자 속으로 들어가면 또 하나의 우주를 발견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놀랄 일은 그게 다가 아닙니다. 더 작은 입자 곧 전자, 양성자, 중성자의 존재가 1897-1919-1932년 차례로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더 작은 입자도 존재하지 않을까, 예측한대로 1968년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루는 더 작은 입자를 발견하고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Finnegan’s Wake)에서 따와 붙인 이름이 ‘쿼크’입니다. 지금도 계속 발견되는 아원자 입자의 크기는 10⁻²⁶(m), 우주 전체는 10²⁷(m), 사람의 크기는 정확하게 그 중간인 10⁰(m), 이를 우연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우주에는 1조 톤을 네 번 곱한 만큼의 물질이 있고, 1조를 여섯 번 곱하고 거기에 백 만을 곱한 만큼의 원소가 있다고 합니다. 할렐루야!

 원자나 우주만 그러하겠습니까? 우리 삶의 오미크론 곧 작고 소소해 보이는 영역에도 주가 계시고, 우리 삶의 오메가 곧 크고 원대해 보이는 영역에도 주가 계십니다. 우리 인생의 오미크론부터 오메가까지를 다 감찰하시고 주관하십니다. 그러니 우리도 오미크론 같아 보이는 일들조차 주를 위해 살고, 오메가 같아 보이는 일들까지 주를 위해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해서 결코 당황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오미크론에서 오메가까지 결국 다 주 예수 안에 있으며, 그분은 오미크론 같은 존재인 나와 오늘 이 순간에도 동행하시는 가장 위대한 오메가가 되시기 때문입니다. “기록된바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함과 같으니라”(고전 2: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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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오미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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