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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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둥지청소년회복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매년 10만건에 이르는 소년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범들의 대부분은 초범이거나 위반 정도가 경미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가정환경은 저소득층,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등으로 보호환경이 열악하거나 보호력에 한계가 있어 재비행할 우려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회복센터는 사법형그룹홈으로 법원에서 처분받은 보호소년들에게 보호환경을 제공하면서 학업과 자립을 돕는 대안공동가정입니다. 청소년회복센터는 가정이 해체되었거나 기능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여 양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년들을 부모와 가족을 대신하여 보살피고 훈육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뜻한 가정이라는 기본 환경을 제공함으로 보호소년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치유가 일어나는 회복의 울타리가 됩니다. 지난 2010년부터 천종호 판사에 의해 시작되어 현재 부산 지역 4곳, 경남지역 5개에 이어 전국적으로 총 17개의 센터가 있습니다. 현재 둥지청소년회복센터에는 11명의 여자 보호소년들이 저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Q. ‘둥지 아빠’로 알려져 있으신데, 둥지청소년회복센터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지요?

A. 사단법인 보물상자를 통해 복지사각지역에 있는 위기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던 중, 2013년 소년재판을 담당하던 천종호 판사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비행과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에 대한 마음을 나누면서 열악한 현실의 민낯을 보게 되었고, 점점 삶의 무게 중심이 비행 소년들에게 기울어져 갔습니다. 당시 부산경남 지역에 10개가 있던 청소년회복센터를 지원하는 일을 하다가, 여자아이들을 위한 운영자가 필요한 상황에 2014년 봄부터 둥지청소년회복센터를 직접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존 4명의 자녀 외에 수많은 딸이 생긴 것입니다. 그것도 평범하거나 모범적이지 않은 말 그대로 범죄 청소년, 위기나 비행을 넘어선 범죄로 소년법정에서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우리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 것입니다. 10년 전 아내와 저는 넷째를 입양했습니다. 저희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셋만 해도 사실 버거웠을 수 있지만 넷째로 인한 즐거움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피 한 방울 안 섞였어도 함께 만나서 식탁공동체를 이루면 가족이 됩니다. 저희 넷째는 장기입양하였고, 둥지센터의 아이들은 단기로 입양하여 가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저는 가족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가족이 되어 주고, 부모가 되어주는 것일 뿐입니다.

 

Q. 2014년부터 그동안 센터를 거쳐 간 여자 보호소년들은 몇 명입니까? 그 중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으십니까?

A. 저는 둥지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지난 2014년 봄 둥지청소년회복센터를 시작해 지금까지 170여명의 아이들이 둥지를 거쳐 갔습니다. 대부분은 6개월의 처분 기간 동안 함께 지내지만, 가장 짧게는 1박2일 하룻밤 자고 나서 사라진 아이부터 2년 가까운 긴 시간을 함께 한 아이도 있습니다. 반복된 가출과 절도, 폭행, 사기, 성매매 등 각종 비행에 노출된 아이들부터 떠들썩하게 언론에 보도되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의 주인공도 있었습니다. 보호자 없이 보육원에서 성장한 돌아갈 가정이 없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입양가정에서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방황한 아이도, 모르는 가운데 탈선하여 입양부모의 애를 태우는 아이도, 둥지에 들어와서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알게 된 아이도 있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부모를 따라 중도입국한 외국인 아이도 있었습니다. 정신과의 치료를 요할 만큼 분노조절장애, 행동장애, 자해 등의 문제를 가진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아직 비행청소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린 초등학교 6학년부터 21살의 성인이 되어 자립지원을 해야 할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6개월 처분 기간을 잘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가서 지금도 잘 지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가정으로 돌아갔지만 다시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있습니다. 이탈과 재비행으로 처분변경이 되어 6호 시설이나 소년원으로 보내진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모습으로 잘 지내며 가끔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각기 다른 상황과 사건으로 재판을 통해 저와 둥지를 만나게 되지만 모두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것은 똑같았습니다. 그리고 나쁜 아이들이 아니라 아픈 아이들이었습니다. 바로 변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은 점점 자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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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목사님께서 최근 책을 출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그동안 둥지에서 함께 지내온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출퇴근도 없이 24시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상황에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2년 전부터 틈 나는 대로 하나씩 하나씩 쓰던 글이 모아지게 되고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실제로 일어난 경험한 일을 기록했습니다만 특정 인물로 실제 아이가 노출되지 않도록 사건과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또한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아이들의 실상을 좀 더 잘 알 수 있도록 가능한대로 아이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그대로 생생하게 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하여 소년재판을 받는 아이들의 사건보다는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 좀 더 잘 이해되길 바랍니다. 이 아이들이 사건을 저지른 가해자가 아니라 이 사회가 만들어낸 또 다른 피해자이기에 함께 안타까워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흥밋거리가 아닌 우리가 함께 품어가야 할 자녀들의 신음과 한숨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이웃으로 살아가야 할 소외된 아이들의 아픔이 전달되기 바랍니다. 비행청소년들의 이야기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열악한 상황에서 몸부림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책 제목은 긴 시간 동안 계속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실망을 주다가 결국 소년원에 갔던 아이로부터 받은 편지의 내용 중 한 구절입니다. 소년원에 처음 가서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저를 원망하는 편지를 보내며 절교를 선언했던 아이가 6개월 가까운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아빠해주세요’라며 편지를 보내온 것입니다. 아이들은 춤을 춥니다. 아이들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며 인생의 춤을 출 때 방황하다가도 불쑥 ‘다시 아빠해주세요’라며 다가옵니다. 그때 우리 어른들이 각 가정에서 학교에서 현장에서 품어낼 수 있는 사랑의 실력이 넓은 품이 되길 기대합니다.

 

Q. 둥지청소년회복센터와 더불어 부산가정법원 소년보호재판 국선보조인으로 활동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국선보조인이 생소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A. 소년보호사건에서의 보조인은 형사소송에서의 변호인에 해당합니다. 보조인으로서 변호사가 선임된 경우에도 변호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보조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보조인은 소년을 위한 변호인으로서 소년사건 절차 전반에 걸쳐 소년에 대한 보조자가 되어 소년의 반성의 정도, 보호자의 보호력과 보호의지, 피해자의 입장과 피해회복, 합의유무 등의 내용을 판사에게 전달하여 적절한 처분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현재 부산가정법원에서는 매주 두 차례 소년보호재판이 열립니다. 재판이 열리는 날은 어떤 가슴시린 사연을 가진 아이들을 만날는지 일찌감치 부터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소년법정에서 처분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참혹한 현실, 부모들의 무력감, 안타까움, 탄식과 한숨, 흘러내리는 눈물....... 꿈도 희망도 사라진 것 같은 아이들.... 어떠한 처벌이나 조치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기세의 안타까운 현장인 법원에서 목사가 아닌 국선보조인으로 재판받게 될 보호소년을 접견하고 가정환경을 조사해 정상참작 사유 및 적절한 처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판 후에도 정기적인 만남과 상담을 통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후견인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요즘은 설교준비하기 위해 책상에 앉기보다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부지런히 만나러 다니고 자료를 정리하고 의견서를 다듬는 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어떤 분들은 이런 마음 아픈 이야기들은 안 읽고 안 보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아픈 현실이 아니기에 직면하여 그들의 아픔을 보고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둥지의 아빠로서 아이들을 계속 사랑하며 품어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마음껏 꿈을 펼치고 날아올라야 할 아이들이 가정 형편과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날개를 접고 있거나 날개를 다쳐 혼자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 날개에 다시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더불어 이제는 날기를 시도할 생각조차 못하도록 둥지를 잃어 방황하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둥지를 제공하고 날개의 힘을 키워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정을 제공하고 품을 수 있는 둥지가 되고 큰 꿈을 가지고 비상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습니다. 둥지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함께 비행(⾮⾏)청소년의 아름다운 비행(⾶⾏)을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주변의 마음이 힘들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품어 저와 함께 이 아이들의 큰 아버지, 삼촌, 고모, 이모가 되어 주십시오. 이 사회가 학교가 모든 아파하는 아이들을 품고 사랑하는 한 가족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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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둥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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