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12-02(금)
 

김희정 대표.jpg

막내가 올해 7살이다. 아이 4명을 양육하면서 가장 놀라운 점은 ‘잊는다’는 사실이다. 막내를 낳고 모유수유를 시작했을 때, 분명 위의 형제들도 수유를 했는데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조금 먹다 잠들어서 금방 깨는 것도 생소했고, 먹다가 사래가 들려 콜록콜록 거리는 것도 낯설었다. 형과 누나들이 혼자 샤워를 했을 때도 기특했는데, 막내가 혼자 머리를 감고 나올 때는 마치 아이를 처음 키우는 엄마처럼 놀랍고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먼저 태어난 형과 누나의 육아 시절을 까맣게 잊으며 막내의 모든 행동이 처음인 것처럼 여겨질 때 느끼는 나의 감정은 “막내가 무조건 예쁘고 귀여운” 사랑스런 마음이다.

어른들이 “막내는 뭘 해도 막내다. 심지어 혼낼 때도 이쁜 게 막내다”고 말할 때 “그럼 마음이 형제 간 차별을 조장하는데… 내가 낳은 아이들은 하나같이 다 이쁘지, 누군 덜 이쁘고 또 누구는 더 이쁜게 있을까” 싶었는데 사랑의 크기는 같을지언정 사랑의 모양과 색깔은 다른게 분명하다.

막내는 막내다. 최근에 7살 된 막내에게 잊지 못할 일이 생겼다. 날이 조금 풀린 날 아이들과함께 자전거를 타러 갔는데, 두발 자전거를 타는 형을 유심히 보더니 “엄마, 나 이제 네발 안 타. 두발 자전거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두발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는 형이 부러웠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막 7살이 된 어린 아이에게 단번에 보조 바퀴를 뗀 자전거를 주는 것은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위험한 일이어서 쉽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고민하는 그 사이, 그 찰나 같은 순간에 막내는 떼를 쓰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몇 차례 더 어르고 달래 보았지만, 두발을 잘 탈 수 있다는 아이의 말에 오히려 설득 당해 그 때부터 맹훈련이 시작되었다. 약 2시간 정도 열심히 넘어지더니 어느 순간 비틀비틀 거리지만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혼자 두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자기도 놀랐는지 아이도 엄청 기뻐하고, 스스로 바람을 가르며 행복한 표정으로 자전거를 타는 아이를 보는 나도 정말 감격스러웠다.

첫째, 둘째가 처음으로 두발 자전거를 탔을 때도 지금처럼 기뻐했겠지만, 생각이 전혀 나지 않고 오히려 막내의 두발자전거가 그저 신기하고 놀랍기만 했다. 내가 막내를 조건없이, 무한히 사랑한다는 것을 나머지 아이들이 눈치챘고, 무엇보다 막내가 사랑받는 자신의 위치를 누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형아, 누나보다 날 더 좋아해”라는 말을 곧잘 하는 막내가 이제 슬슬 그런 나의 마음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막내 특유의 애교와 귀여움을 발사하며 무조건 자기 뜻대로 일이 되도록 만들었다.

형에게 잘못을 했을 때도 오히려 자기가 피해자인 것 마냥 눈물을 훔치면서 혀 짧은 소리로 “엄마, 형아가 자꾸만 나한테 마음대로 해”라며 자기 잘못은 말하지 않고, 밥을 먹을 때도 “나는 아직 애기니까 조금만 먹을거야”라며 불리할 때 쓰는 막내 카드를 마음대로 막 사용한다.

하루 이틀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 더 이상 두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 경계를 그어주기 시작했다. 운동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그라운드가 그어져 있다. 축구는 가로 120m, 세로 80m의 축구장에서만 경기를 해야 하고, 야구는 1루와 3루 사이에서 오고 가는 공들만 득점으로 인정된다.

마찬가지로 탁구도 규격의 탁구대에서만 경기가 치러지고 농구, 달리기 등 모든 경기는 정해진 경계 내에서만 자유롭게 경기할 수 있도록 정해 놓았다. 이제 우리 막내에게도 그런 경계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 같다. 지금까지는 막내라는 이름으로 혹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경기장을 조금 벗어나도 이해해줬지만 이제는 더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확실한 경계를 지어줘야 할 때가 되었다.

물론, 아이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경계가 생겨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할 수도 있지만 곧 알게 될 것이다. 엄마가 만든 사랑의 경계가 구속이 아니라 더 행복한 자유를 준다는 것을. 그리고 엄마인 나에게도 사랑의 경계는 아이를 좀 더 객관적으로 양육하고 치우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유익한 방법이될 것이다. 이렇게 하루 하루 아이와 나는 함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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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크리스천자녀양육기] 엄마가 그어주는 사랑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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