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8-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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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아주 유명해진 이십 대 여성이 한 명 있습니다. 야당의 공동비대위원장으로 활약했던 박지현 씨가 그 주인공인데, 1996년 3월생이라고 하니 한국 나이로 만 26세에 해당합니다. 그녀는 소위 ‘n번 방 사건’을 추적해서 그 전모를 밝혀낸 성과로 약관의 나이에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민주당의 수장이 되었고,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면서 공개적으로 586 세대의 퇴진을 요구하여 한국사회에 일대 충격을 안겨다 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작년에 이준석 씨가 30대의 나이로 당내 선거를 통해 당시 야당의 대표에 취임하고 또 대통령선거까지 승리하게 함으로써 정계를 넘어 한국사회 전체에 먼저 충격파를 던진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서 이십 대의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경우는 종종 있어도 공당(公黨)의 대표성을 가진 자리에 이십 대가 등용된 일은 없었습니다.

 정치 영역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십 대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십 대와 관련해서 등장한 신조어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각기 다른 영어 단어들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CHEBB’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요리사를 뜻하는 말로 이제는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사용되는 ‘셰프(chef)’를 잘못 쓴 것 아니냐고 되묻는 분들이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십 대를 앞에 붙이면 ‘이십 대는 요리사다?’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듯합니다. 실상은 이러합니다. “글로벌 주류 겨눈 90년대생... ‘쳅(CHEBB)’에 걸었다,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와 같은 기사(중앙일보 5월 3일)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말은 이십 대가 주로 창업에 뛰어드는 새로운 영역들을 상징하는 축약어입니다. ‘커머스(Commerce)’, ‘헬스케어(Healthcare)’, ‘에듀테크(Edu-tech)’, ‘B2B SaaS’, ‘블록체인(Block chain)’, 이렇게 다섯 분야에서 최근 이십 대들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하기야 이 단어들을 제대로 제시한들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는 기성세대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알만한 분야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나머지만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먼저 ‘커머스’는 ‘깊고 뾰족한 상거래’라는 ‘딥버티컬 커머스’(deep vertical commerce)의 줄인 말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의미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음식 사업을 해도 간편식 시장을 노린다거나 인테리어 영역에 뛰어들 때도 동남아시아 인테리어 사업을 구상한다든지 이런 식을 의미합니다(간편식 커머스 윙잇, 동아시아 식기 커머스 서울번드 등). 한편 ‘B2B SaaS’는 태생적으로 디지털에 익숙한 이십 대(디지털 전환 루키)들이 기업에서 업무용으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구독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사업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이라는 말은 이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역시 가상화폐라 할 수 있는데, 최근 비트코인 폭락 사태가 한국에서 촉발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씨가 이십 대 시절부터 준비해서 발행한 ‘루나와 테라’가 한때 상종가를 치다가 최근 가치가 99% 폭락하면서 주된 거래자인 수많은 청춘들이 일대 혼란에 빠졌고(“천만 원 잃고 떠난다”, “원금은 못 찾더라도 이혼은 막아야지”..), 이 여파는 세계가상화폐 시장에도 미쳐서 하루만에 257조가 증발하는 사태가 발생해 외신들 사이에 ‘코인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핵심은 이들 신종 사업을 주도하는 주류가 이십 대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경제적인 의미에서만 이들이 신인류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지방자치선거에서 19세의 천승아 당선인을 포함해 80여 명의 이십 대들이 당선되어 풀뿌리민주주의 현장에서 활약하게 되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더 이상 지금의 이십 대에 어울리지 않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이십 대의 형편은 어떠할까요? 최근 네 번째로 추기경을 배출해 경사가 난 천주교계는 연이어 발표한 소식으로 충격에 빠졌습니다. 작년에 신규 사제 숫자가 111명에 불과했고, 최대교구에 위치한 서울 소재 신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고작 7명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정치경제문화체육 분야의 전 방위에 걸쳐 세계적으로 이름을 드높이는 이십 대들이 속출하고 있는 이 때 유독 교회에서만 이십 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하지 않습니까? 이십 대들이 문제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20대 당대표와 스타트업 창업자가 속출하는 현실을 자각하고 교회가 먼저 이십 대처럼 변해야 합니다. 망설일 시간이 없습니다. 작은 일부터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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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이십 대는 요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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