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11-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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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통일에서 제대로 예상 못한 것은 경제 문제만이 아니었다. 서독인과 동독인은 자신들도 모르게 너무도 다른 사람들로 변해있었다. 슈피겔지가 통일 2년차인 1992년 말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독의 69%, 동독의 79%가 서로 이렇게 다른 줄 몰랐다”는 것이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화를 이루어온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에서 45년간 살아온 동독과 서독주민들은 예상 밖의 이질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경쟁이 불필요한 국가계획경제와 권위주의적인 독재정권 아래서 굳어진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이, 치열한 경쟁을 전제로 하는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아래서 형성된 그것과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당시 서독은 세계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나라로, 높은 임금을 위해 근무시간에는 쉴 틈을 주지 않고 고되게 일을 시켰다. 그런데 동독은 열심히 일해도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다보니 시간 때우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당시 많은 동독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독으로 왔지만, 기업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 이들을 외국노동자보다도 선호하지 않았다. 과거 분단시절 국경선을 맞대고 통일을 갈망할 때는 같은 동족으로서의 동질감과 연대감을 강하게 느꼈지만, 막상 뒤섞여 살다보니 오히려 많은 이질감을 느끼면서 서로에 대한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나온 말이 동독놈이라는 뜻의 오씨(Ossi)와 서독놈이라는 뜻의 베씨(Wessi)였다. 서독인들은 동독인들을 게으른 2류 독일인이라 무시했고, 동독인들은 서독인들을 돈만 아는 돈벌레라고 비아냥댔다.

통일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극복되었지만, 초기만 해도 동서간의 이런 심각한 갈등상황이 과연 제대로 극복되어 국민적인 통합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 되었다. 물론 서독인들에게도 문제가 있었지만, 통일독일의 주인행세를 하는 그들의 눈에 동독인들의 이해되지 않는 점은 한 둘이 아니었다.

서독의 정신과 의사로 동독사람들에 대해 연구한 마츠는 ‘감정정체론’이라는 말을 썼다. “동독인들은 오랜 세월 권위주의적인 환경에서 살다 보니 자기표현을 못한다.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른 채, 타인의 요구를 충족시키는데서 행복을 느끼고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종이 자기소외의 경향을 갖는다.” 동독의 권위주의적인 사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붙잡혀가는 그런 사회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은 솔직한 자기표현이 쉽지 않았다. 이들은 자기가 무시당하거나 소외를 당하지 않을까 눈치를 살피고 남과 비교하면서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애정받기를 요구한다. 그런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불안과 공포를 갖게 되고 이것이 타인에게 대해 공격적인 성향으로 나타나며 또래 집단 즉 동독사람들끼리만 뭉치는 내집단성향을 갖게 되는 데 마츠는 이것을 감정정체론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것이 자유롭게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며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름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도록 교육받고 자라난 서독인들에게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만약에 남북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어떨까? 남한주민과 북한주민들 사이의 괴리감은 동서독보다 덜할까 더할까? 우리는 이질감을 잘 극복하고 서로 융화하여 통합된 사회로 잘 나아갈 수 있을까? 오씨와 베씨가 우리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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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야기] “오씨와 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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