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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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활동하기 좋은 계절에 공원에 가면 이제 막 두발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한 어린이들을 종종 만납니다. 세발자전거를 탈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겨우 바퀴 하나만 떼어내도 앞으로 가는 것조차 힘겨워합니다. 잘 가다가 오른쪽으로 한번, 또 잘 가다가 왼쪽으로 한번, 수없이 넘어짐을 반복하면서 배우는 것은 다름아닌 자전거의 가장 기본인 ‘중심잡기’입니다. 자전거 타기의 중심을 제대로 잡으면 속도, 방향 등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가장 기본적인 중심잡기를 잘 배워 놓으면 자전거를 탈 때마다 산들산들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유년기에 자전거를 통해 중심잡기를 배우듯, 우리 인생의 중요한 성장 지점마다 중심잡기가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한참 자라야 하는 청소년 때는 공부와 놀이라는 두 중심을 잘 잡아야 하고, 청년 때는 비전과 현실이라는 두 중심을 잘 맞춰야 합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중심잡는 일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이라면 회사의 수익과 직원들의 복지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하고, 자녀를 키우는 엄마라면 자녀 양육에 있어서 훈계와 자유 사이를 조절해야 할 것입니다.

 

목사인 저도 중심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영성으로 중심을 잡고 있는 듯하다가도 세상의 작은 유혹이 오면 또 쉽게 균형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말씀과 기도라는 양 축을 든든히 해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매일 조금씩 기울어지는 것은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특히, 목회를 할 때는 사랑에도 균형을 잘 잡아야 됨을 느낍니다. 공의의 사랑과 아가페 사랑. 어떤 때는 아무 조건없이 아가페적인 사랑을 주다가도, 필요할 때는 공의의 사랑을 행해야 하는 것. 목회를 수십년 해도 사랑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매일 매일 지혜가 필요한 일임을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중심잡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심잡기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현대인들의 분주함을 들 수 있습니다. 분주함이란 일의 순서가 정해지지 않고 계획없는 일들이 몰려올 때, 이리저리 바쁘고 수선스러운 모습을 일컫는 말입니다. 일이 아무리 많아도, 일의 중요도와 긴박함 등을 따져 우선순위를 정해서 처리하면 분주하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현대인들이 사회적, 개인적 요인에도 오는 분주함들로 인해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사는, 그래서 중심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중심잡기가 힘든 이유는 묵상할 시간의 부족입니다. 자전거를 탈 때 중심을 잡기 위해 수십번의 넘어짐이라는 시행착오의 과정이 필요하듯, 인생에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묵상할 시간’을 통해 생각의 시행착오를 겪어내야 합니다. 어느 리서치기관에 조사에 따르면 현대인들이 휴대폰 하기, 미디어 보기 등 이런 행동들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직 생각만 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보았는데,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쁜 현대인들이 생각없이 주어진 대로 산다는 것이죠. 묵상없이, 생각할 시간이 없이 산다는 것은 결국 닥치는 대로 산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중심이 흐트러짐을 예고합니다.

만약, 내가 지금 묵상할 시간이 없이 분주하게 살고 있다면 나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첫째, 멈추어야 합니다. 일단 바쁜 것에서 멈추어야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멈추려고 마음은 먹어도 실행하려고 하면 잘 안됩니다. 불안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나의 중심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일단 멈추어야 합니다.

둘째, 시끄러운 장소에서 벗어나 조용한 장소를 찾아야 합니다. 이 말은 비단 장소적인 측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 내면을 정리정돈 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확보하라는 의미입니다.

셋째, 육적으로는 평안한 쉼, 영적으로는 말씀과 기도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중심잡기의 또 다른 표현은 기본으로 돌아가기입니다. 육체의 기본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고, 영적인 기본은 예배, 말씀, 기도입니다.

넷째, 우선순위를 정해서 결단해야 합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분주함이 있고, 쉼없이 일들을 해나가면 균형을 잃고 탈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다시 일어나 우선순위를 정하고 결단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넘어졌다고 주저앉거나 머물러서 좌절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다시 결단하며 중심을 잡고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 나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중심을 잡고 가고 있는가요? 만약, 내 인생에 빨간불이 켜졌다면, 다시 중심을 바로 잡고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길 바랍니다. 그러다보면 시원한 봄날, 아주 능숙하게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을 조화롭고 균형있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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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목회자의 중심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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