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성탄 특집
마태복음 2장 1~2절
<특집>이란 신문이나 잡지, 방송 따위에서 특정한 내용이나 대상에 중점을 두고 하는 편집 혹은 그런 편집물을 말합니다. 며칠 전 한국기독신문에서 평신도성서연구 원고를 부탁하시면서 <이번 신문은 성탄 특집>이라고 하셨습니다. 12월의 성탄의 달이므로, 신문사는 성탄 특집 기사를 싣는 게 당연하겠습니다.
그런데 성탄 특집은 신문사에서만 준비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교회가 성탄 특집을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성탄 트리를 장식하고, 성탄을 축하하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목회자는 성탄에 맞춘 설교를 준비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모든 설교가 다 부담되지만, 특히 절기 설교는 더 힘이 듭니다. 그 이유는 신앙 연조가 깊은 성도들은 주보에 실린 설교 본문과 제목만 보면 설교의 내용을 예견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성탄절 설교는 그 내용이 이미 익숙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설교자는 성탄 설교를 여러 차례 해야 합니다. 올해는 성탄절이 주일이어서 설교 부담이 한 번 줄었다고 하겠습니다. 보통은 성탄절 직전 주일에 성탄을 주제로 설교합니다. 12월 24일 성탄 이브에 찬양예배를 드리면 그때도 성탄을 주제로 설교합니다. 그리고 성탄절 당일에도 성탄을 주제로 설교합니다. 그러니 내용을 이미 짐작하고 계시는 성도들을 앞에 두고 성탄절 설교를 집중적으로 해야 하니, 설교자는 매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성탄절에 이루어지는 집중 설교 역시 성탄 특집인 셈입니다. 거기다가 성탄 감사헌금을 드리고,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행사를 벌이는 등, 요즘 교회마다 성탄 특집을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그런데 특집의 이면을 생각해 보셨나요? 특집이 나올 때는 온통 그 주제에 집중합니다. 12월에 교회와 성도들마다 성탄하신 예수님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성탄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요? 그 주제에 대해서 완전히 침묵 모드로 들어갑니다. 특집은 화려하지만, 특집이 끝나면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측면도 있습니다. 교회는 12월에 성탄을 집중적으로 말하고, 12월 25일이 지나면 언제 성탄절이 있었냐는 듯이 전혀 성탄절에 대해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성탄 트리가 교회 뜰에 남아 있는 동안에는 성탄절의 잔상이 남지만, 트리마저 철거하고 나면, 성탄은 사라집니다. 열한 달은 기다려야 다시 성탄을 말하게 되고, 그때 다시 우리는 성탄 특집을 준비하느라 분주해질 것입니다.
이제 이런 우리 모습을 좀 바꾸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1998년에 개봉된 <8월의 크리스마스>란 영화가 있습니다. 한석규가 초원사진관을 운영하는 정원 역을, 심은하가 주차단속요원으로 일하는 다림의 역을 맡아 잔잔한 사랑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수채화 같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의 제목이 마음을 끕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이었고, 정원이 죽어 두 사람이 헤어진 것은 눈이 쌓인 12월이었습니다.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무더운 8월이 오래 남길 바라는 12월의 크리스마스로 덮이면서 관중의 마음에 여운으로 남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제목을 우리 삶에 옮겼으면 합니다. 8월에도 생각하는 크리스마스, 어떻습니까? 저는 연중 성탄절 찬양을 듣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습니다. 아이들이 <웬 캐롤?>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예수님께서 성탄 특집으로 분주한 12월에만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제 삶에 탄생하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헤롯 왕 때 유대 베들레헴에 탄생하셨습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이천여 년 전, 특정 상황에 탄생하셨음을 말해 줍니다. 그러나 헤롯 왕 때라는 시간을 2022년으로, 유대 베들레헴을 온갖 갈등으로 복잡한 대한민국으로 바꾸면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탄생하여 오고 계신 중입니다. 신학자 몰트만은 예수님을 <오시는 하나님, The Coming God>라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계속 우리에게 오고 계십니다. 오시는 예수님을 우리도 일 년 365일, 하루 24시간 동안 계속 영접해야 하겠습니다. 12월 25일이 예수님의 정확한 탄생일이 아닌 이유는 365일을 성탄일로 삼으라는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요? 매일 탄생하시는 예수님을 매일 맞이하길 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