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2-28(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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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방이 어려운 국면에 빠져 타개할 길이 보이지 않고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하마스와 전쟁 중에 있는 예루살렘을 보십시오.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 옛날도 예루살렘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이 어떤 곳입니까? 평화의 도성인 동시에 하나님의 성전이 자리 잡고 있던 거룩한 땅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지자들이 전하는 예루살렘의 모습을 보십시오. “패역하고 더러운 곳, 포학한 그 성읍이 화 있을진저”(습 3:1). 패역이란 하나님을 향한 교만과 불순종을, 더럽다는 말은 도덕적 타락을, 포학하다 함은 정의와 인자의 실종을 의미합니다. 한 개인의 편견이 아니었습니다. 예레미야도 “그 성중에 오직 포학한 것뿐이니라”(렘 6:6)라고 증언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결정적인 이유가 등장합니다. “방백들은 사자요, 재판장들은 이리요, 선지자들은 간사하며, 제사장들은 성소와 율법을 범했다”(3-4절)고 합니다. 한 마디로, 당시 지도자들이 완전히 부패하고 타락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예레미야도 “선지자와 제사장이 다 사악하여 내 집에서도 악이 가득하구나”라는 하나님 말씀을 전했습니다(렘 23:11). 역시 동시대에 활동했던 에스겔 또한 “제사장들이 불법을 범하고 사람들의 눈을 가리워 하나님께서 더럽힘을 당한다”고 고발하고 있습니다(겔 22:26). 결국 예루살렘에 “화 있을진저”라는 신탁(Woe Oracle)이 붙었습니다. 선지서에 자주 등장하는 이 문구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고 대적하는 이민족을 향해 주께서 분노에 차서 선포하던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나 총체적 난국 가운데 한 줄기 빛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계시는 여호와는 의로우사 불의를 행하지 아니하시고 아침마다 빠짐없이 자기의 공의를 비추시거늘..”(습 3:5). 그렇습니다. 사방이 캄캄한 어둠뿐이라 해도 언제나 한 줄기 빛이 존재합니다. “아침마다 비추시는 하나님의 빛”입니다. 말라기 선지자도 선포하지 않았습니까?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공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비추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리라”(말 4:2). 총체적 난국에 처했더라도 우리는 이사야처럼 이 빛을 기다리고 바라봐야 합니다(사 8:17). <바보 예수>로 유명한 서울대 명예교수요 가좌대 석좌교수인 ‘김병종’ 화백이란 분이 있습니다. 서초동 사랑의교회 지하 4층 예배당 벽면에는 그가 그린 55미터의 대형 그림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원래 작품 이름은 “바람이 임의로 불 때-송화분분”이지만 교회 측에서는 그림을 ‘기도와 묵상의 길’이라 부릅니다. 김 교수의 고백입니다. “사람들이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려 우르르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창조주를 예배하러 가기 위해 옷깃을 여밀만한 준비와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옛날 어머니와 손잡고 들길을 걸어 교회에 갔던 일을 떠올리며 제작했습니다.”

 

성경은 주께서 아침마다 빛을 어김없이 비추신다 말합니다. 하지만 끝내 외면하는 자들이 존재합니다. 반면 그 빛을 찾아가는 그림 속 모자(母子) 같은 이들도 있습니다. 선지자는 그들을 “겸손한 자들”(2:3) 혹은 “유다 족속의 남은 자”(2:7)나 “나의 남은 백성”(2:9) 내지 “곤고하고 가난한 백성”(3:12) 또는 “시온의 딸, 예루살렘의 딸”(3:14)이라고 불렀습니다. 지도자들이 타락하고 그 때문에 한 사회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도, 결국은 이런 사람들이 빛이 되는 법입니다. 최근 한 지역방송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한 편이 뒤늦게 입소문을 타며 화제몰이 중에 있습니다. 진주에서 평생 한약방을 운영하던 분 이야기인데, 그분 이름을 딴 제목이 “어른 김장하”입니다. 그는 모은 재산으로 학교를 세우고 사회에 기증했고 장학금을 주며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살폈습니다. 젊은 감독은 선생의 모습을 취재하며 감탄한 나머지 “살아 움직이는 사회보장제도”라는 격찬을 남깁니다. 하지만 본인은 소문내지 않고 너무나 검소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후원 받은 사람들 중에 헌법재판관도 나오고 의사도 나오고 했다 합니다. 그런데 방송 중에 한 사람이 “선생님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인물이 못 되어 죄송합니다.”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 때 어른의 대답에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런 걸 바란 게 아니야. 그리고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야.”

 

우리 지도자들을 보면 한숨만 나올 때가 많습니다. 정치인들만큼이나 성직자들도 부패하고 타락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거룩함을 소중히 여기고 겸손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기다리며 묵묵하게 살아가는, 온통 혼탁하고 세속적인 분위기 가운데에서도 신을 경외하며 그 교훈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하나님의 선하심을 소망으로 삼고 살아가는, 비록 유명하지 않아도 영향력이 없어 보여도 한 줄기 빛과 같은 평범한 인생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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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타락한 지도자들, 빛과 같은 백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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