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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27] 교회는 모두 비슷한 죄인들이 모인 곳이기에 서로 위로하고 곁길로 빠지지 않게 도와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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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공동체는 가족과 닮았다
120쪽밖에 안 되는 얇은 책이다. 책 크기도 작다. 그런데 알차다. 내용도 옹골지고 필력도 뛰어나다.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 교회 이야기를 하며 교회와 교인들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어렸을 때는 “교회는 파도가 넘실대는 거친 세상에서 나를 싣고 가는 구명보트”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우리는 은혜를 말하면서 율법으로 살았고, 사랑을 말하면서 미움을 흘렸다”고 회고한다. 그러면서 “전에 나는 비판적인 소비자 정신으로 교회를 대했고, 예배를 공연으로 보았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하나님이 예배의 관객”이시므로, “예배를 마치고 떠날 때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하나님이 기뻐하셨는가?’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교회로 다시 돌아오는 순례 여정에서 나는 교회의 역할이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고백한다.이어서 ‘라살 스트리트 교회’에서 지역사회를 섬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고,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서 겸손과 절대 정직, 절대 의존의 필요성을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그다지 필요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복음이 줄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 공동체는 가족과 같고, 통일성과 다양성이 균형을 이루는 곳이어야 한다며, 사역자가 현장에서 사역하는 중에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모한 책임감에서 벗어나 평온함을 유지해야 함도 강조한다.◈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 || 필립 얀시는 영미권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지성인이다. 저서로 《그들이 나를 살렸네》 등이 있다. 원제 Church: Why bother?(1998). IVP, 2010. 8,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저자 필립 얀시는 ‘나의 교회 방랑기’로 글을 시작한다. 순례 여정을 되돌아보면서, 자기와 교회 사이를 가로막은 장벽이 무엇인지 하나씩 찾아냈다. 첫째는 위선이었다고 고백한다. ‘교인이 다 나 같다면 교회가 어떻게 될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 읽고서 ‘참 아름다운 책’이라는 느낌
김길구 : 이 책을 열면 첫머리에 의미심장한 저자의 인사말이 나옵니다. “전 세계적인 규모와 역동성을 자랑하는 한국교회에도 … 교회에 대한 회의에 빠진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굳이 교회라는 조직에 소속될 필요가 있을까?’ ‘종교 없이도 영적인 삶은 살 수 있는 거 아닌가?’…”김현호 :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1월에 출판되었습니다. 저는 그 다음해에 읽었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한 실망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때였습니다. 저자의 솔직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접하면서 교회를 다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김수성 : 저는 읽으면서 ‘참 아름다운 책이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저자의 필력도 대단하지만, 그가 교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도 따뜻했습니다. 좀 더 열심히 교회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습니다. 문제는 교회가 아니라 바로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김길구 : “기독교는 삶이 수반되는 종교이며, 그 삶은 오직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공동체의 삶이 먼저 이루어지면 갈등 해결이나 평화가 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스캇 펫의 말도 같은 의미이죠.김수성 : 저자가 언급했듯이, 전에는 비판적인 소비자 의식으로 교회를 대했고, 예배를 하나의 공연으로 본 것 같습니다. 그러니 불편하고 부족한 점만 눈에 띌 수밖에 없었죠.김현호 : 사실 오늘날 우리 한국교회의 모습이 통제된 환경과 경직된 문화, 정죄만 가득한 것으로 비쳐질 때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젊은이들에게는 숨이 콱 막힐 정도죠. 어디서도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결국 ‘가나안 신자’로 교회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김길구 : 교회에서는 하나님이 예배의 관객이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그래서 예배를 마치고 나올 때, 우리가 무엇을 얻었는가가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할 예배를 드렸는가’를 돌이켜보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초대교회가 국적, 인종, 계급, 나이, 성별을 초월해서 모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교회 공동체는 가족에 가깝다고 지적합니다.
#교회가 공동체로서의 역할 감당해야김현호 : 저자가 소개한 러셀 스트리트 교회의 모습에서 그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물론이고 노숙자들,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를 사람들과도 함께 예배드리는 교회. 성찬식을 위해 기도하는 목사를 향해 럭비공을 던진 남자도 안고 가는 그런 교회입니다.김길구 : 헨리 나우헨이 공동체를 가리켜 ‘가장 함께 살기 싫은 사람들이 반드시 살고 있는 곳’이라고 정의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교회 구성원 모두가 이런 공동체 정신으로 서로를 섬기고, 지역사회를 섬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현호 : 교회는 거름과 같다는 비유는 적절한 것 같습니다. 거름은 쌓아두면 온 동네에 악취를 풍기지만, 골고루 잘 뿌려주면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교회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자원봉사라고 강조합니다.김수성 : 그 부분에서 문득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첫날 둘째 이야기가 생각납디다. 한 유대인이 로마 교황청에 가서 그들의 부정부패를 보고서 오히려 기독교로 개종하고자 합니다. 그들의 부패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신자가 더 불어나고, 성령이 더 찬연히 빛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교회 공동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잘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김길구 : 유진 피터슨의 말처럼 교회에는 신비로움과 함께 어수선함도 대등하게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런 어수선함이 더 교회다운 모습이 아닐까요? 다 같은 죄인들이 모였기에 서로서로 위로하고 곁길로 빠지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입니다.김현호 : 교회 공동체의 참모습은 교우들이 사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상처입고 무리로부터 배척당하는 영혼들을 감싸 안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기도 그러한 상처를 가지고 왔지만 서로를 생각하고 아껴주는 가운데 스스로도 치유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김수성 : 이 책을 가나안 신자들이나 교회와 자꾸 멀어지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짐을 느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교회에서 선교훈련 못지않게 공동체훈련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김현호 : 사실 교회 구성원 상당수가 따뜻한 배려와 보살핌, 그리고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어른이 된 것이 아닙니다. 그냥 부딪치며 살다보니 어른이 된 것이지요. 당연히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합니다. 자칫 상처를 받으면 교회를 벗어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교회가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만 가나안 신자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역자들에게 충전할 기회 제공해야김길구 : 이 책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상처 입은 치유자가 치명상을 입지 쓰러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이야기도 의미심장합니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남의 아픔에 헌신하다가 오히려 자기가 축나서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현호 : ‘구세주 콤플렉스’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사람 자신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그 사람의 고통을 다 떠맡으려는 증상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그 고통을 치유하려는 강박감에 시달리는 현상이지요. 김수성 : 존 던이 했던 말인데, 책 가운데 아주 명쾌한 말이 나옵디다. “다른 사람들의 십자가는 내 십자가가 아니다.”김길구 : 사역자들도 가끔은 값비싼 외식이나 음악회 등 ‘호강’을 누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계속되는 고생과 외적 억압에서 벗어나 새로운 힘을 얻는 기회를 마련해야만 다시 일선에서 일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러한 것을 잘못된 것으로만 치부하는 교인들의 시각도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김현호 : 이제 교회도 병원과 같이 영혼이 병들고 아픈 환자들이 득실대는 곳이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그곳에서 서로 위로하고 위안을 받으면서 위를 올려다보고 주위를 둘러봐야 할 것입니다.김수성 : 이 책 결론 부분에, 교회가 실패하고 과오를 범하는 이유는 바로 하나님의 영광에 미달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고, 그것이 하나님이 감행하신 모험이라는 말이 강하게 와 닿더군요.김길구 오늘은 상당히 책에 충실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 같습니다. 다른 분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라는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음에는 게리 토마스의 《쾌락, 하나님이 주신 순전한 즐거움》(CUP, 2012)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 교회 공동체는 하나의 기관이라기보다는 가족에 더 가깝다. 그렇기에 서로를 감싸주고 안아주는 곳이어야 한다. [Church-Self-Portrait. 출처: annaflowers.org]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세상을 위한 교회, 세이비어 이야기》 / 엘리자베스 오코너 / IVP
《교회를 꿈꾼다》 / 김형국 / 포이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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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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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26]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 대해서는 복종의무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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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을 넘어 저항으로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이렇게 시작되는 로마서 13장 1절에서 7절까지의 성경말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설서이다.얼마 전 박근혜 정권 퇴진과 관련하여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서로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이 와중에 일단의 목사와 기독교인들은 이 성경구절을 내세우며 ‘불법적인’ 정치권력이라 할지라도, 이 권력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것이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이에 대해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반론을 편다. 모든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왔고, 그러므로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바울의 이 이야기는 특별한 상황에서 언급된 것이므로, 이것을 일반화하는 것은 오류라는 것이다. 또한 그 권세는 하나님의 공평과 정의를 이루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진다. 이 전제를 만족하지 못할 경우, 그 권세는 불의한 권력이 되고, 그럴 경우 그 권력은 하나님의 인정을 받지 못하므로 복종의 의무는 당연히 사라진다.요한계시록 등에 따르면 그런 권력에 대해서는 불복종으로 넘어 오히려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의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권에 친화적인 목회자들의 정교유착이라고 본다. 성경은 이에 대해서도 역시 저항해야 함을 가르친다.◈ 《로마서 13장 다시 읽기》 || 저자 권연경은 현재 숭실대학교 기독교육과 교수이다. 저서로 《행위 없는 구원?: 새롭게 읽는 바울의 복음》 《로마서 산책》 등이 있다. 뉴스앤조이, 2017. 9,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지난 5월 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어 다음날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그동안 탄핵정국을 둘러싸고 광화문광장과 대한문 앞에서 벌어졌던 ‘촛불’과 ‘태극기’의 공방도 일단락되었다. 이 시점에서 일부 교계 지도자들의 극단적인 행태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로마서 13장 다시읽기》를 통하여 올바른 기독교와 권력의 관계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태극기 집회에 등장한 십자가 ‘충격’김길구 이 책 앞부분에도 나와 있지만, 오늘날 로마서 13장 1절에서 7절까지에 나오는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하라”는 바울의 이야기는 한국 교회에 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 성경구절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계속된 탄핵정국과 관련해서도 교계에 등장하였습니다. 즉, 정권에 복종하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지요.김현호 불의한 정권에 대해서도 그 권세에 복종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의 근현대사에 반복된 일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 시절에 기독교 지도자를 자처하는 이들 중에 이 구절을 언급하며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정부에 순응하기를 권한 역사적 사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이번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서도 나타난 것입니다.김수성 나는 태극기 집회에 목회자들이 교인들을 동원하고, 대형 십자가를 지고 앞장서 행진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목사들은 하나님께 예배드릴 때나 입을 가운까지 입고, 교인들 중에도 역시 성가대 가운을 입고 뒤따라 행진하였습니다.김현호 일부 목회자들이 그들을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교인들을 잘못 인도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목회자들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순종’이라고 생각하는 교인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목회자들이 앞장서 ‘십자가를 진다(?)’는 데 따르지 않으면 불순종이 됩니다.김길구 일부 교회 목회자와 지도자들이 전체적인 맥락은 생각하지 않고 문자주의에 따라 성경을 읽고 이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성경에는 권세도 몇 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로마서 13장에 나오는 권세를 어떤 권세로 보느냐에 따라 그 입장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김수성 한 종교학자는 이런 것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로 아직 유교적 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즉, 민주적으로 대통령을 뽑지만, 대통령은 왕으로, 정부는 절대권력이라는 인식 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길용,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 참조]
‘공평과 정의가 권력의 근거’ 깨달아야김길구 권력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사무엘을 통해 왕을 세운 것처럼 하나님께서 인정한 권력입니다. 둘째는 하나님께서 세운 권력도 불의를 행할 때는 그 권력을 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말년의 사울왕의 권력을 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 스스로가 세운 권력입니다. 로마서 13장에서 이야기하는 권력은 바로 첫 번째라 할 수 있습니다.김현호 결국 권력이란, 성경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공평과 정의에 대한 하나님의 집요한 관심을 깨닫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통치 권력을 세우지만, 그 권력이 공평과 정의를 저버리면 그 권력은 근거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김수성 즉, 권력이란 하나님께서 의를 세우기 위해 대리자에게 위임한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렇다면 대리자가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면 그 권력에 복종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즉, 복종의무가 사라지는 것이죠.김길구 저자는 로마서 13장이 특정한 상황이나 조건에서 나온 내용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즉, 권력이 올바로 섰을 때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로마의 법정에 서겠다고 한 것도 로마의 권세가 정당하게 행사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는 네로의 치세였지만, 폭군 네로도 처음에는 정치를 잘해서 칭송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 부분을 해석해야 한다는 학자도 있습니다.김현호 만약 부패한 권력이라면 단순히 복종할 것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우리의 행동이 창조 세계를 회복하는 성령의 인도하심과 일치하느냐 아니냐’라는 척도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독재정권이나 부패정권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독교인들이 앞장서 바로잡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까요.김수성 절대권력 시대에 살았던 맹자조차도 역성혁명(易姓革命)의 정당성을 이야기합니다. 비록 지금의 민중혁명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왕이 패악을 일삼으며 백성을 돌보지 않고 억압할 경우 그 왕조를 패하고 올바른 다른 왕조가 들어서야 함의 정당성을 이야기합니다.
평화와 질서 아래서 훌륭한 시민 돼야김길구 본회퍼의 히틀러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만일 미친 사람이 대로로 자동차를 몰고 간다면 목사로서의 나는 그 차에 희생된 사람들의 장례식을 치러주고 그 가족을 위로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자동차에 뛰어올라 그 미친 사람의 손에서 핸들을 빼앗아버려야 하지 않겠는가?”김현호 미가서 3장 9절의 말씀도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정의를 미워하고 정직한 것을 굽게 하는” 통치자들과 권력자들을 인정하시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악한 통치에 복종하고 그 악에 협조하는 것은 오히려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김수성 로마서 13장을 해석할 때 더 중요한 것은 시대가 바뀌었음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왕정이나 제국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입니다. 그러므로 이에 적합한 성경읽기가 필요할 것입니다.김길구 민주국가에서는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권력자는 국민에게서 그 권력을 위임받아 권한을 행사합니다. 그러므로 그 권력은 반드시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김현호 유진 피터슨이 쓴 《메시지 신약》에는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훌륭한 시민이 되십시오. 모든 정부는 다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습니다. 평화와 질서가 있다면 거기에는 하나님의 질서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책임성 있는 시민으로 사십시오.” 국민으로서의 책임성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역시 하나님의 질서가 우선입니다.김길구 저는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기독교인들의 인터뷰에서, 역사적 맥락이나 깊은 신학적 통찰 없이 거리로 나선 이들 어르신의 모습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교회와 권력의 균형 잡힌 시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좀 더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다음에는 필립 얀시의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Ivp, 2010)을 읽고, 교회 출석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조그마한 책이지만, 필력이 뛰어난 저자의 글이 독자에게 많은 감동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 로마서 13장은 문자 그대로 읽을 경우 현실과는 동떨어진 해석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성경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서 해석해야 한다. [사진은 태극기 집회에 등장한 십자가 행진]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더불어 사는 다문화 함께하는 한국교회》 / 조성돈 외 / 예영
《마지널리티: 다문화 시대의 신학》 / 이정용 신재식 / 포이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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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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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25] 한국교회, ‘이주민’에 더욱 관심 기울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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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과 ‘함께’!
20년 전 어느 날 성남의 한 양말공장에서 일하다가 부당한 처우와 상습적인 성추행 등을 피해 도망쳐온 이주노동자 8명이 저자가 담임하던 교회로 피신해 왔다. 여성이 7명이었다. 그들을 만난 것을 계기로, 민중목회를 하던 부부 목사가 당시 던졌던 물음은 이러했다.“오늘 이 땅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때 그들이 들은 대답은 “외국인 노동자”라는 소리였다. 이들은 이 소리에 바로 응답하였다. 외국인 노동자센터를 설립하고는 이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앞장섰다. 특히 갈 곳 없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전용쉼터를 한국 최초로 마련하였다. 국제결혼으로 입국한 여성들이 대폭 늘어남으로써,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도 설립하였다. 그리고서 그들의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구조적인 문제, 나아가 한국인의 인식 문제 등에 대해 하나씩 바꿔나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그동안 이 땅에서 일어났던, 이주민들이 고통받은 구체적인 사례도 많이 제시해 놓았다.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저질렀던 악행이다. 우리 먼저 부끄러워하며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자들이 주장하는 이주민인권운동의 원칙에 대해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주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르게, 평등하게》 || 최정의팔, 한국염 목사는 둘 다 한국기독교장로회 목사면서 부부이다. 20여년 외국인노동자와 국제결혼 이주여성 등의 인권 신장을 위한 이주민 운동을 해왔다. 동연, 2016. 15,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저자인 한국염과 최정의팔 부부 목사의 말 한마디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컴퓨터로 ‘인권’을 치다가 받침 ‘ㄴ’을 빠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러면 ‘이권’이 된다. ‘함께’를 놓치면 인권이 이권이 되기 쉽다. 인권운동을 하는 모든 이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유대인도 이주민이었음을 기억해야김길구 최근 우리나라에 닥친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가 이주 외국인과 관련된 것입니다. 이들을 보는 우리의 인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선민이라고 주장하는 히브리민족도 이주민 또는 떠돌이인 에일리언(alien)이었습니다. 그래서 구약에서는 끊임없이 이들에게 ‘나그네’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향해 너희는 힘없는 자는 물론, 나그네를 잘 대접하라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김현호 신약에도 ‘나그네 같은’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우리 인생 자체가 천국을 향해 가는 순례 길이요, 나그네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신자들은 한반도라는 좁은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세계시민으로서 국내에 들어와 함께 사는 이주 외국인들에 대한 의식을 긍정적으로 바꾸어야할 시점이라 봅니다.김길구 그렇죠. 신약시대에 베드로가 전도하였던 대상은 유대인이라 하더라도 디아스포라, 즉 나라를 떠난 사람들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에게 이방인은 외부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갈라디아서 3장 28절을 기억해야 합니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김수성 얼마 전 한 신문에 난 기사를 보면, 한국사회에서 이주민 노동자들은 ‘더럽고’ ‘시끄럽고’ ‘냄새가 나서’ 기피하고 싶은, ‘미개하고’ ‘무식하고’ ‘게으르’면서도 ‘돈을 밝히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 ‘남의 나라에 와서 일자리를 빼앗는 집단’ ‘잠재적 테러리스트’ ‘아이를 낳으러 팔려온 불쌍한 사람’이란 편견에 시달려야 합니다.김현호 이러한 것은 결국 한국 사람들의 선민의식 때문 아닐까요? 단군의 자손이라는 신화, 단일민족이라는 허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왜곡된 선민의식 말입니다. 이러한 선민의식이 외국인에 대해 배타성 또는 혐오증을 드러내는 것 아닐까요. 여기에 더하여 피부 색깔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어떻게 보면 사대주의적 무의식도 잠재된 것 같습니다.
동화정책을 넘어 통합·조화로 나가야김길구 여기에 더하여 법이나 정부의 정책도 대체로 외국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이들의 취업에 관한 법을 보면 몇 차례 개정을 통해 2008년부터 고용허가제가 전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이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때문이죠.김현호 결혼 이주민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들 역시 코리안 드림을 안고 왔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습니다. 특히 소개소를 통해 결혼한 다문화가정의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다문화가정의 자녀들 중에 학교와 사회에서 편견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김수성 우리나라의 이주민에 대한 정책 중 가장 큰 문제는 ‘동화(同化)정책’ 일변도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어떤 형태로든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숫자가 2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는 아직도 이주민에 대해 동화정책만을 고집한다면 시대착오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길구 이 책에서도 지적하다시피 ‘동화’가 아니라 ‘통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입니다. 이 역시 ‘불통’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김수성 저는 이주민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있어서는 통합에 더하여 ‘조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자기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소통의 본질이라 생각합니다.김길구 오늘 우리가 초점을 맞추어야 할 부분은, 이러한 상황에 처한 이주민들에 대해 우리 교회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톺아보는 것입니다. 이는 교회의 사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는 이 책에 구체적으로 제시된 많은 사례를 보면 알 것입니다. 김현호 저는 교회의 선교사업에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을 적극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 나가 선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이들 이주민을 우리의 이웃으로 삼는 것 역시 중요한 선교사업입니다.김수성 아주 중요한 지적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 교회가 처한 입장에서 볼 때 이주민에 대한 선교는 선교정책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연합체에서 현지 언어 예배 추진하길김길구 이주민에 대한 교회의 선교정책은 최소한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약자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보살핌입니다. 이것은 성경의 핵심적인 가르침 중 하나입니다. 또 하나는 한국 교회는 물론, 한국의 미래를 위한 선교정책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더 나아가 미래 한국의 성장 지렛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김현호 이를 위해서 지역별로 교회들이 협의하여 현지 언어별 예배를 드리도록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A교회에서는 중국어 예배를, B교회에서는 베트남어 예배를, C교회에서는 필리핀어 예배를 하는 식이죠. 그러면 자연적으로 교회를 중심으로 이들의 공동체가 형성될 것입니다. 부기총 등 교회연합체에서 이를 추진하면 좋겠습니다.김수성 우리도 마더 데레사의 말을 현실에서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 한 사람씩만….” 주위에 있는 이주민 한 사람씩만 사랑하다보면 모두가 이웃이 될 것입니다.김길구 신학교에서도 이와 관련한 강좌 개설은 물론이고, 나아가 이주자 선교나 이주자 복지와 관련한 학과 개설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신학교가 나갈 방향 중의 하나로 설정한다면 새로운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김현호 우리 아이의 경험에서 착안한 것인데, 교회의 이주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다면 노인들만 사는 가정에 유학생 등을 위한 홈스테이 주선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원하는 이를 선교사로 양성하여 본국으로 파송하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김수성 북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방법이죠.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YMCA 등에서 제3세계 청년들을 초청하여 공부하도록 주선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공부를 끝내고 본국으로 돌아가서 일을 하게 되면, 결국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습니다. 10년 이상을 내다본 투자입니다.김길구 미래를 위한 교회의 선택이라 할 수 있겠군요. 우리 교회가 이슬람 공포에만 사로잡혀 있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들을 향한 선교의 손을 내밀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들을 개종시키지는 못할지라도 이들을 우호적으로라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다음에는 필립 얀시의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Ivp, 2010)을 읽고, 교회 출석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여성가족부의 ‘2015년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다문화가구수는 27만 8,036가구이고, 결혼이민자·귀화자는 30만 4,516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2012년 조사 때에 비해 만 9~24세 자녀 수가 8만 2,476명으로 24%나 증가했다. [위의 표 자료는 통계청의 ‘2015년 다문화인구 동태 통계’에서 발췌한 것임.]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더불어 사는 다문화 함께하는 한국교회》 / 조성돈 외 / 예영
《마지널리티: 다문화 시대의 신학》 / 이정용 신재식 / 포이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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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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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24] “사회는 포용성과 시민상식 가진 목사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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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는 삶의 현장에서!”
모두 4부로 구성된 에세이집이다. “목회도 패러다임이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언급한 패러다임은 본래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사용한 것 같다. 삶의 현장에 적합한 목회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패러다임이라기보다 ‘상대적’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노인들과 소외받은 아이들이 대부분인 산골교회에서 목회하면서, 목사가 지역주민들의 노동 현장에 뛰어들고, 당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이들과 생활하면서 목회자로서 깨달은 바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3부와 4부에서는 신앙과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1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1부는 어느 정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면, 3부와 4부는 내용 자체가 가볍지 않다. 사용한 단어도 까다롭고 사변적이어서 페이지를 빨리 넘기기 어렵다. 다 읽고 나니 목회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조금 더 보여주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의 제목인 ‘목사 사용설명서’가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지고, 몇몇 미디어에서 이를 취재하여 기사화하면서 저자와 시무하는 교회가 많이 알려졌다. ‘사용설명서’ 중 마지막에 제시한 ‘경로당에서 고스톱 칠 때 짝 안 맞으면 전화합니다’가 언론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교인들에게 좀 더 가까이가려는 목회자의 심경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 《목사 사용설명서》 || 김선주 목사는 충청북도 영동의 물한계곡교회에 시무하고 있다. 그는 목회 패러다임을 바꾸어 마을공동체와 함께하고자 노력하는 목회자이다. 대장간, 2016. 10,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초빙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아, 잡꿀. 세상 모든 꽃들이 제 향기를 섞어 하나로 만든 꿀. 나는 퍼뜩 ‘잡놈’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어떤 하나의 전문성을 가진 순혈적 인간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알고, 다 할줄 알고, 다 소통하는 인간. 만능 엔터테이너.나도 잡놈이 되고 싶어졌다. 목사라는 제사장적 순혈주의, 그 위선적인 거룩함과 순혈주의적 사제의 모습을 벗고 잡놈이 되고 싶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도 참 잡스럽게 사셨다. 목수, 의사, 선생, 혁명가, 설교자, 상담가……. 아, 그래서 예수님 말씀이 꿀맛이었구나.” [34쪽]글쓴이는 꿀을 뜨면서 잡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는 스스로도 ‘잡놈’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순혈주의적 사제의 모습을 거부한다. 그러면서 그는 의도적으로(?) 거친 단어를 사용한다. ‘나는 속물이다’로부터 ‘영성, 싸구려 유행상품’ ‘집단강간체제와 목사의 이력’ ‘도끼날처럼 시퍼런 가을하늘’ 등.
#말로만이 아닌 ‘당장의 축복’이 중요김길구 : 옆에 있던 분이 《목사 사용설명서》라는 이 책 제목을 보더니 당장 “이건 너무했다”고 합디다. 목사가 물건도 아닌데 ‘사용설명서’라니, 이런 반응이었죠. 김현호 : 심정을 이해할만합니다. 그러나 저자인 김선주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의 경우, 대부분 교인이 노인인데다 이들은 목사를 ‘특별한 분’으로 인식한다는 것이죠. 이에 비해 저자는 현장에서 이들을 돕고 함께 생활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그들의 일터로 뛰어들죠. 교인들이 자꾸 부담스러워 하자, 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라고 합니다. 본래는 ‘이럴 때는 전화하세요’라는 제목인데, 언론에 보도되면서 ‘목사 사용설명서’라는 제목으로 더 알려지게 된 것 같습니다.김수성 : 제목 자체로만 본다면 상당히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검색해 보니 다른 분들이 쓴 것인데, ‘○○ 사용설명서’라는 제목을 붙인 책이 몇 권 있습디다. 한마디로 유행어처럼 퍼진 것이죠.김길구 저자는 교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주어진 상황에 따라 목회자는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스스로 이야기하듯 ‘목사는 교인들의 삶의 현장에 있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김현호 : 김 목사의 목회철학인 것 같습니다. 목사는 교회를 통해 기독교적 가치를 이 땅에 실현하려는 사람들을 독려하고 그들과 삶을 공유하는 지도자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나아가 목회는 지역적이지만 세계사적 인식과 사유를 통해 지역을 극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김수성 : 그는 ‘축복’도 관념의 언어로 끝나서는 안 되고 ‘당장의 축복’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추운 겨울날 한밤중에 홀로 사는 할머니 교인집의 고장난 연탄보일러를 고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사택의 연탄불을 빼내 겨우 마무리하자 날이 밝았다는 이야기는 ‘당장의 축복’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줍니다.김현호 : 그의 목회철학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일손이 필요할 때 일꾼이 되고, 추위에 떠는 교인의 보일러를 고쳐주는 등 지금 목마른 사람에게 당장 물 한 모금을 주는 것이 축복이라는 것입니다. 막연한 미래를 기대하게 함으로써 현실의 목마름을 이겨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축복을 가장한 위선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물한계곡교회에서 교인들에게 배포하여 화제가 된 ‘이럴 때는 전화하세요’ 내용. 목사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연세 높은 교인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이다. 목회란 보편적이면서도 상대적임을 보여준다.
#시골교회-도시교회 이분화는 잘못김길구 : 이를 다른 시각으로 보면 교회의 지역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지역에 뿌리를 내려야 할 당위성은 몇 차례 거론했습니다만, 도시교회에도 이런 인식이 더욱 시급한 것 같습니다.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그 문제점을 풀어나가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교회가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김현호 : 교회의 지역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해운대구에 있는 교회와 강서구에 있는 교회가 동일할 수 없듯이, 전국의 5만 3,000여개의 개교회가 각각 고유한 교회공동체로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즉, 목사가 교회성장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지역에서 복음의 보편성을 실천하고자 노력할 때 존중받는 목회를 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김수성 : 그런데 문맥을 살펴보면, 시골교회와 도시교회로 이분화하는 데 대한 반발도 내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대형교회 목사는 성공한 사람, 시골교회 목사는 실패한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바로 그런 의미이죠. 목사 청빙을 할 때 세속적인 기준에 우선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김길구 : 시골교회 또는 작은 교회 목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나라 교회의 현실에 대해 일침을 놓은 것 같습니다. 복음은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시골사람에게나 도시사람에게나 복음의 중요성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에 물든 우리 사회는 이를 구분하고, 그러한 잘못은 교회에서도 쉽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교회 지도자들부터 이러한 잘못을 고쳐나가야 할 것입니다.김현호 : 그런 의미와 더불어,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오늘날의 목사직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최근 들어 언론에 목사직에 대한 불편한 기사가 많이 나왔습니다. 사도 바울이 목사를 ‘책망 받을 것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 기준에 빗대보면, 목사직이 올바른 자질을 갖춘 목회자로 바로설 수 있도록 교회 공동체가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김수성 : 갈수록 세속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목사직의 위치가 점점 좁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더구나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금방 답을 알 수 있는 시대입니다. 영성 훈련도 인터넷으로 하는 사회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소비만능사회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목사가 진리의 말씀을 선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좀 더 내실을 기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됩니다.
목사직은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야김길구 : 목사직을 수행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사회는 물론 교인들이 목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목사직 역시 주어진 상황, 지역성이라는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복음을 전파한다는 보편성에 더하여 지역성이 가미되어야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김현호 : 오늘날 목사직은 선포 중심에서 말과 행동의 일치를 보여주는 수행(遂行) 중심의 목회자가 요구된다고 봅니다. 가끔 배타적 특권의식을 가진 성직자를 볼 수 있는데, 지금의 사회와 교회는 포용성과 시민 상식을 발휘하는 공공성의 목사직을 바라고 있습니다. 각 교단에서도 이에 유념하여 기독교의 질을 한 단계 높여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김길구 : 이 책은 열 번째로 제시한 ‘경로당에서 고스톱 칠 때 짝 안 맞으면 전화합니다’라는 항목이 언론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래서 책 제목도 ‘목사 사용설명서’로 붙였습니다만, 내용의 상당 부분은 저자가 생각하는 교회와 신앙, 그리고 사회에 관한 에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독자 스스로 판단하시리라 생각합니다.다음에는 최정의팔, 학국염 목사가 함께 쓴 《다르게, 평등하게》(동연, 2016)를 읽고, 다문화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목사의 길》 / 윌리엄 스틸 / 복있는사람
《목사란 무엇인가》 / 조석민 외 / 대장간
《목회 영성의 흐름, 주일과 주일 사이》 / 유진 피터슨 / 좋은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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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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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23] “교회건물은 관계와 소통이 이뤄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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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물의 우상화를 비판한다”
한때 우리나라에 유행했던, 인근 교회 교인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메가처치의 문제점을 비판한 책이다. 구약 시대의 ‘성전’과 예수님 이후의 ‘예배당’은 신학적으로 결코 같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회는 예배당을 지을 때면 으레 ‘성전 봉헌’을 강조한다. 목회자들이 교회 건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교회성장론과 관련이 있다.교회는 그 안에서 하나님께 경배하고 찬양하는 예배, 하나님 말씀과 복음의 증언으로서 증거, 성도들의 거룩한 교통으로서 친교, 세상을 향한 섬김의 실천으로서 봉사의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다. 본회퍼의 말을 인용하며, 이 세상에서 정의와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것이 참 교회의 모습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물리적 공간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오늘날 한국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의 문제점 또한 지적한다. 예배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부터 먼저 시작된다. 이 이야기는 이미 신명기에 기록되었다. 신명기는 희생 제사와 함께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규범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언급한다. 예배 행위가 있지만 그 공동체가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거나 외면할 때 그 예배는 하나님이 더 이상 받으시지 않는다는 것이다.끝으로 서울 강남의 ‘사랑의교회’ 건축 예를 들면서 현실적인 법질서와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회당은 하나의 건축물이므로 현행 법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성전과 예배당》 || 공동저자인 김동춘은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권연경은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조석민은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 교수, 유정훈은 법무법인 이제 변호사이다. 대장간, 2016. 7,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특별손님: 강대화 장로(‘건축사사무소 토탈’ 대표)
▲ ‘건축사사무소 토탈’ 대표인 강대화 장로를 특별손님으로 초대, 교회건축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반인들은 생각지 못하는 중요한 말씀을 많이 해주었다. 왼쪽에서부터 김수성, 김현호, 강대화 장로, 김길구.
# 대형교회도 필요하나 고급화가 문제김길구 : 최근 부산에도 대형교회당이 건축됨으로써 교인들의 관심이 고조되었고, 이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가 읽었던 책은 교회의 본질에 대해 신학적으로 언급하였으나, 오늘 이 자리에서는 실천적인 관점에서 교회건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신선한 시각으로 교회건축을 해온 건축사인 강대화 장로를 초대했습니다(박수).김현호 : 우리 사회의 현상 중 하나로 ‘과잉’ 아니면 ‘결핍’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한국 교회도 과잉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한때 붉은 색 십자가가 우리나라 도시의 밤을 온통 장식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가고 싶은 교회는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김수성 : 결국 한국 교회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겠죠. 최근 대형교회에 대한 문제점이 언론에 자주 언급되었습니다.강대화 : 저는 개인적으로 대형교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큰 교회의 역할도 있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대형교회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이 있다면, 사람들이 건물의 대형화로 인해 화려하고 사치스럽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즉, 대형화하면서 필연적이기도 하지만 첨단 설비, 최고의 마감으로 건축되게 되어 상상을 초월하는 건축비가 소요되는 것이지요. 막대한 비용 확보는 자칫 물질이 우선시됨으로써 교회가 물질주의 또는 세속화로 흐르게 되고, 교회에서도 있는 사람이 대접받는, 반(反)교회적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김길구 : 제사장 중심으로 희생 제사를 드리던 구약의 성전과, 회중이 함께하면서 말씀과 성만찬 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신약 교회는 기능과 행위 주체의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공간적 의미의 성전이 공동체 중심의 교회당으로 바뀐 것이죠. 그런데 한국 교회는 교회건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강대화 : 건물 설계를 하다보면 ‘호텔’처럼 해달라는 요구를 종종 듣습니다. 사업장의 영업적 차원이기도 하고 최고의 서비스 수요를 공급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풍족해진 우리 사회의 소비 수요현상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오늘날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근거도 없는 과한 마감 장식으로 건물을 화려하게만 치장하고자 하는, 어떤 의미에서는 교회를 소비하는 현상을 드러냅니다.김수성 :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군요. “만인이 현금을 통해 귀족이 되는 세상, 귀족의 환상을 파는 것이 백화점이요, 호텔이다.”[강심호, 《대중적 감수성의 탄생》, 48쪽]
#영상시스템이 오히려 ‘빛’을 차단해김현호 : 독서캠프를 하면서 몇몇 교회당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어떤 교회당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경건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나님을 만나러 가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어느 정도는 구분이 되어야 하는데, 도시교회에서는 그런 것을 찾기 어렵습니다.강대화 : 한정된 대지 안에서 도시 속의 교회가 자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주택이나 상가, 술집, 다세대주택 같은 다가구주택 등이 인접해 있고, 주차장 같이 번잡한 도로에서 교회로 바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 등 주위환경에서 경건성을 기대하기란 무리가 있습니다. 더구나 교회건축은 타 건물건축보다 규제가 더욱 까다로워, 환경과 법적인 조건들을 만족하기 위한 최대공약수를 찾는 작업이기도 합니다.김길구 : 요즘 교회 건축이 ‘예배의 이벤트화’ 또는 ‘예배의 엔터테인먼트화’와 관련 있는 것은 아닌가요?강대화 : 관계가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종교적 장소에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여유 공간입니다. 그러데 비싼 지가로 인해 여유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하다보니 고밀도로 건축을 하게 되고 기능에만 충실하게 됩니다. 이렇게 여유 없는 공간구조가 목회자와 교인들의 의식구조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것이 결국 예배의 이벤트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봅니다.김현호 : 교회란 ‘말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회당은 말씀이 아닌 ‘설교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기독교적인 영성을 담을 수 있는 공간, 신앙을 성숙시킬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합니다.강대화 : 교회를 새로 지을 때 대부분 외형이 눈에 띄길 원합니다. 높은 종탑으로 돋보이기도 하지만 주변가로에서는 위압적이 되기도 합니다. 기독교적인 영성은 교회건물의 다소곳한 표정, 환영하는 모습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길에서 교회로 연결되는 부분에서부터 매개의 공간으로, 과정의 공간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편, 실내에서의 가장 큰 문제로는 빔 프로젝터 스크린과 같은 영상시스템을 들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예배당에 빛이 들어올 개구부(창문)가 아예 사라졌습니다. 즉, 예배공간이 폐쇄된 공간으로 변질된 것입니다. 이것은 거룩성과도 연관됩니다. 기독교에서 빛은 진리를 의미하고, 은총의 통로라는 느낌을 주는 신비감, 체험감의 접촉점이기도 합니다. 영상시스템을 중시하다보니 오히려 이 빛을 모두 막아버렸습니다. 김수성 : 아주 중요한 지적입니다. 편리성은 선함과 전혀 관계가 없죠. 그런데도 현대사회는 너무 편리함을 추구함으로써 더 많은 것을 잃고 있는데, 교회의 영성과 관련해서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김길구 기독교가 이 땅에 전래된 지도 130년이 넘었는데, 이제 교회 건축물도 우리 것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요?강대화 : 건축가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고, 우리들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으로 인해 타의에 의해 근대를 맞이하였고 현대로 넘어왔습니다. 한국 전통건축은 독특한 공간배치와 함께 자연환경 속에 스며드는 뛰어난 건축술이었습니다. 이것을 우리의 것으로 용해하고 재해석하며 진화하여야 하는데, 아직도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습니다.
#랜드스케이프 고려하는 건축하여야김현호 : 신앙의 유산 차원에서 교회건축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교회를 건축함에 있어 종교개혁 정신이 투영돼,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공간, 예배와 성도의 교제를 통해 서로의 신앙이 깊어질 수 있는 장소로서의 예배당이기를 바랍니다.김길구 : 교회는 예배의 요소가 잘 어우러지는 성스러운 공간이기도 해야 하는데, 마무리로 바람직한 교회건축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강대화 : 교회건물은 관계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소이자 공간, 즉 매개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 사치, 과시가 아니라 예배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상징적이든 형태적이든 의미적이든 투명성을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접근성과 친밀성이고요, 그와 더불어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을 고려한 공공성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건축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건축분야에서 말하는 ‘랜드스케이프(landscape)’ 개념도 적극 고려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김길구 : 오늘 강대화 장로님을 모신 덕분에 전문적인 교회 건축에 관해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바쁘신 가운데서도 이렇게 오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김선주 목사의 《목사 사용설명서》(대장간, 2016)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한국교회 건축과 공공성》 / 곽호철 외 / 동연출판사
《교회건축과 예배 공간》 / 제임스 화이트 외 / 새물결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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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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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22] 방탕한 동생을 찾아 집을 나서는 형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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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주시는 하나님!
저자는 누가복음 15장 11~32절에 나오는 ‘탕자 이야기’ 비유는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작은아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아버지의 말을 충실하게 잘 들으며 집을 지킨 맏아들의 문제까지를 포함한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즉, 스스로 하나님을 잘 믿고 말씀에 따라 살아간다는 교만과 우월감을 빠진 자들을 책망하는 비유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15장 1절과 2절을 제시한다. 즉,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예수께서 죄인을 영접하고 음식을 같이 먹는다고 수군거리는 것을 듣고, 예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내용 중 하나라는 것이다.세리와 죄인이 작은아들이라면, 바리새인과 서기관은 맏아들이다. 저자는 오늘날 맏아들은 오랫동안 교회에 다니면서 거룩하다고 생각하는 교인들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에게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은 의미가 없다. 그들 스스로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의 구주이기 때문이다. 작은아들은 죄인임을 고백하고 아버지께로 돌아오지만, 맏아들은 자신이 그동안 했던 것을 내세우며 잔치에 참석하는 것마저 거부한다.이 책의 ‘탕부(蕩父)’라는 뜻은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내주시는 아버지’라는 뜻이다. 즉, 작은아들이건 맏아들이건 집 앞으로 나와서 아무 조건 없이 베푼 잔치에 모두가 참석하길 권하는 분이시다.◈ 《탕부 하나님》 || 저자인 팀 켈러(Timothy Keller)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리디머교회 담임목사로서, 모교인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가르쳤다. 저서로는 《센터처치》 《기도》 등이 있다. 원제 The Prodigal God(2008). 두란노, 2016. 10,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이 책을 펼치면 제목 다음 장에 바로 ‘프러디걸(Prodigal)’이라는 단어 해석이 나온다. ‘탕자’의 ‘탕(蕩)’에 해당하는 단어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1) 무모할 정도로 헤프게 베푸는, 2) 남김없이 다 써 버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탕하다, 낭비하다’는 뜻과 함께 ‘아낌없이 베풀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탕자보다 맏아들의 문제에 초점 맞춰김길구 :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탕부(蕩父) 하나님’은 ‘아낌없이 베푸시는 아버지 하나님’이란 뜻입니다. 같은 글자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탕자(蕩子)’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탕’이 사용되었습니다.김수성 : 이 책을 읽으면서 먼저 눈에 확 뜨인 부분은, 누가복음의 ‘탕자의 비유’가 작은아들보다 맏아들에 관한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즉, 이 비유는 하나님에게서 멀리 떠났다가 예수님께로 돌아온 작은아들 같은 세리나 죄인보다는, 나름 충실하게 하나님을 믿어왔다고 자신하는 맏아들과 같은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을 겨냥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2절). ‘서사비평’으로 탕자의 비유를 읽은 것이죠.김현호 : 이 책을 읽을 때가 성탄절 즈음이었습니다. 이 탕자의 비유를 읽으면서, 성육신하여 십자가 고통을 당하면서까지 우리를 천국잔치에 초대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맞닿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탕자든 맏아들이든 누구든 상관없이 잔치에 참여하여 함께 기뻐하기를 절실히 바라는 탕부 하나님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김길구 : 그동안 우리 교회가 탕자의 귀환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함으로써, 정말 중요한 형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생의 문제가 비율법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였다고 하면, 형은 율법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잘 믿는다는 바리새인들의 외식주의를 비난하였고, 사도 바울은 유대인들의 율법주의와 싸운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김현호 : 저자는 탕자보다는 형의 모습을 분석하는데 책의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두 아들의 비유는 형의 영혼을 예의주시하다가 그에게 마음을 돌리라고 신신당부하는 것으로 절정에 달한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 교회 안에서도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교인들 중에 형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진단합니다.김수성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실감했습니다. 교회에 다시 나가게 되었을 때, 뭔가 높다란 벽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교회에 다니던 분들만의 교회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법 긴 시간 동안 나는 이방인이었고, 그들과 같이 어우러지기보다는 겉돌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 이 그림은 렘브란트가 말년에 그린 ‘탕자의 귀향’(1699년경)이다. 젊었을 때 큰 성공을 거뒀으나 허랑방탕한 생활로 비참한 말년을 맞이했던 렘브란트는 스스로에게서 탕자의 모습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한편, 화가 난 듯 서있는 형의 모습에서 우리 또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형의 문제점은 오히려 ‘의로움’ 때문김길구 : 한편, 이 비유는 우리 교인들의 인식 중에 세상과 교회를 구분하는 것에 대한 질책이 아닐까요. 즉, 세상 사람들의 비윤리적이고 허랑방탕한 생활과 교인들의 율법주의적 삶을 구분하여, 전자는 탕자요 후자는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선을 긋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한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예수님은 이 비유를 통해 둘 다 영적으로 잃어버린 존재라 규정했습니다.김현호 : 팀 켈러는 여기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형을 아버지의 잔치에 동참하지 못하게 막은 것은 오히려 착하기 때문이고, 자신의 도덕적 이력에 대한 교만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즉, 그가 잔치에 동참하지 않은 것은 그의 악(惡)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의(義)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것을 완전히 뒤집어버립니다.김수성 : 극단적으로 말하면 탕자의 귀환을 거부하는 교회의 모습, ‘자기들만의 교회’에 자족하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기독교인이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을 겁니다.김길구 : 맏아들과 둘째 아들의 딜레마는 궁극적으로 우리 교회의 공동체 의식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기독교계에서 일반적인 사회 현상에 대해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기독교를 배타적인 종교로 인식하고, 갈수록 교회와 멀어지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김현호 : 한국 교회에 위기의식이 널리 퍼지게 된 것도 바로 형의 시선으로 교회공동체를 규정해 왔고, 이 사회를 배척해 왔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엄격한 종교적 도덕주의자’가 사실은 또 하나의 탕자의 범주에 들어가고, 하나님의 사랑의 빛을 오히려 감추는 것에 다름이 아닙니다.김수성 : 그런 경향이 결국 교회 스스로 사회와는 별개의 모습으로 존재하게 하고, 사회는 그런 교회를 향해 얼굴을 돌리는 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즉, ‘차이’를 포용해야 하는데, 이를 배척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죠.
#종교개혁 초심으로 잔치에 동참해야김길구 : 탕자의 비유를 종교가 아닌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기득권자들과 일반 국민들과의 괴리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형의 회개 없이는 진정한 공동체가 이뤄질 수 없듯이, 우리 사회도 그러한 형국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김현호 : 오늘날 한국 사회에는 공무원, 정치인과 청와대에 근무하는 이들 중에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지만, 이들이 윗사람에게 의무적인 순종이나 맹종을 함으로써 나라가 도탄에 빠졌습니다. 순종이 결과적으로는 악에 봉사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고, 불순종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김수성 : 최근 부의 양극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말이 나오듯,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사회 구조, 즉 사회 시스템에 가장 큰 원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득권자들은 개인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치부합니다. 탕자이기 때문에 잔치에 동참하면 안 된다는 형의 논리와 비슷합니다.김길구 : 이 책에서는 제대로 된 형의 모습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에 던지는 뼈아픈 메시지라 할 수 있습니다. 동생이 자기의 재산을 갖고 집을 나가 방탕한 길로 나갔을 때, 형은 단호히 그 동생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 동생을 데리고 아버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바로 형의 사명이라는 것이죠.김현호 : 참 형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분이 바로 예수님입니다. 새해를 맞아 우리 성도들 모두가 아버지 집으로 돌아와야 할 것입니다. 새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형의 모습을 한 성도든, 탕자였던 사람들이든, 모두가 종교개혁 당시의 마음을 품고 귀향의 행렬을 이뤄 영원한 잔치에 참여하기를 기도합니다.김길구 : 그동안 우리 교회는 소위 ‘잘 믿는 형’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이제 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집 나간 동생을 탕자라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집을 나서 동생을 찾아 아버지께로 돌아오는 형의 모습이 더욱 많아지는 새해가 되길 빕니다.
다음에는 김동춘 권연경 조석민 유정훈 공저인 《성전과 예배당》(대장간, 2016)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하나님께서 주시는 행복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탕자의 귀향》 / 헨리 나우헨 / 포이에마《팀 켈러의 센터처치》 / 팀 켈러 / 두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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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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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21] 이제는 정교유착의 고리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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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사람의 탐욕 때문에 일어난 일”
유가족들의 인터뷰 내용을 읽는 내내 부끄러워 어딘가에 숨고 싶었다. 이들이 하는 말에 우리의 위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흥분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모른 척했던 우리가 아닌가.“피 흘리고 싸워주길 바라는 게 아니에요. 물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손만 잡아주면 될 것을, 손을 뻗지도 않으면서 자식 잃은 사람 앞에서 입바른 말로 기도만 하고 있어요.” 우리의 폐부를 그대로 파고드는 지적이다. 어설픈 위로에 몇 푼의 돈으로 이들을 위로하려는 교회, 이제는 그만 잊고 용서하라는 등 구두선만 남발하는 교회에 실망을 넘어 비참함을 느껴야 했던 유가족들의 말에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오늘날 우리 한국 교회의 실상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여지없이 드러났다.이유는 간단하다. 목숨보다 경제적 발전을 더 중하게 여기는 정치 지도자, 이에 적극 호응하여 돈벌기에만 몰두하는 경제계,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득바득 애쓰는 국민에 더하여, 교회마저도 ‘번영 신앙’을 추구함으로써, 이 땅 어디에서도 목숨의 소중함을 찾아볼 수 없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희망을 묻다》 ||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뉴스앤조이〉가 유가족 6명을 인터뷰한 내용과,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백소영 이화여대 교수, 김형국 나들목교회 목사, 오세택 두레교회 목사, 강호숙 총신대 교수, 박득훈 새맘교회 목사가 인터뷰한 유가족들에게 편지 형식으로 글을 쓴 것을 모은 책이다. 뉴스앤조이, 2015. 8,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가 다시 대두되었다. 그런 가운데 기독교회는 무엇을 했는가 하는 자성의 소리도 높아간다. 우리의 치부를 한번 드러내보자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어설픈 말과 기도로만 위로하는 교회김길구 : 현 시국과 관련하여 이번에 읽을 책을 《세월호, 희망을 묻다》로 바꾸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낸 사고였습니다. 아니 ‘사고’라기보다는 ‘사건’이었습니다. 이 참사는 우리 사회에 신앙적으로도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독교계도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많은 기독교인이 관련되어 있고, 교회가 함부로 내뱉은 말이 유가족의 가슴에 못을 박기도 했기 때문입니다.김현호 : 겉으로 드러난 문제점만 나열해도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여객선이 전복되었음에도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적극적인 구조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수많은 학생과 시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실종자 수습과정에서 상당수 교회지도자들이 보여준 물질주의도 비판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교회에 발길을 끊은 유가족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김수성 : 유가족들의 입을 통해서 드러났듯이, 많은 교회는 이 참사를 ‘목숨을 잃은 사건’으로 보지 않고, ‘일어날 수 있는 사고’로만 보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말고 빨리 수습했으면 하는 말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몇몇 교회 지도자들이 앞서서 이에 호응하였습니다.김현호 : 사실 대부분의 교회가 했던 것을 보면, 참사에 대해 처음에는 절절이 애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모금 등을 통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기도하고는 끝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니 하는 상투적인 말에 더해 ‘이제는 생활로 돌아가라’는 어설픈 위로의 말로 유가족의 상처를 더 헤집어놓기도 했습니다.김길구 : 정부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조차 하지 않고 문제를 덮으려고만 한 것에 대해, 교회가 분연히 일어나 잘못을 지적하지도 않았습니다. 졸지에 자식을 잃어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가족들을 진정으로 안아주지도 못하면서, 정부의 무마 작업에 슬며시 동참한 것이죠.김수성 : 이런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없었던 것처럼’ 묻어버리려 합니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느니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느니 하는 구실을 내세우고서. 문제는 이런 일에 많은 교회가 오히려 앞장서는 것입니다.
▲ 2014년 8월 23일 진도 팽목항의 모습.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넉 달이 지나자 찾는 발걸음이 대폭 줄었다. 그러나 팽목항에는 무거운 침묵 가운데 절규하는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 [김수성 사진]
#기독교인 관료와 정치인의 문제점은?김길구 : 세월호와 같은 노후 선박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였습니다. 돈 앞에 생명을 내 준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교계는 정교분리란 이름 아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회피하면서, 오히려 기득권과 유착하는 이중성을 보여주진 않았는지 반문해 봐야합니다. 이 참사 앞에 사회적 위로도, 제도적 개선 의지도 보여 주지 못했어요.김현호 : 이 역시 물질주의에 물든 현실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요? 상당수 교회가 아직도 외형적인 성장에 치중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이나 순수성보다는 결과에만 집중합니다. 이런 교회에서 성장하거나 교육받은 이들이 정권이나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니, 경제적 성장만이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고 믿게 되는 것이죠.김수성 : 최근 몇몇 철학자들이 이야기했듯이, 한국은 모든 시스템이 생산성 위주로 바뀌고 있습니다. ‘생산성’을 앞세우면 그 앞에서 견뎌낼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의 생명마저도 한낱 도구에 불과해지고 맙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우리 교회마저도 생산성을 앞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번영 신학’에 매몰된 것이죠.김길구 : 이 책에서 강호숙 교수가 했던 지적은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잘 드러냅니다. 첫째, 한국 교회가 교인들에게 믿음의 삶이 아니라 교회생활만 가르쳐왔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 교회의 복음이 힘 있는 자들인, 소위 ‘갑(甲)’의 복음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러니 교회에서만 잘하면 되고, 어떻게 하든 물질적 부만 축적하면 복을 받은 것이라 여기게 되는 것이죠.김현호 : 대림절 기간입니다. 교회에서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의미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할 때죠. 이 땅의 낮고 약하고 아프고 핍박받는 자를 위해서 오신 분입니다. 갑이 아니라 을(乙)이나 병(丙)을 위해서 오신 메시아입니다. 대림절을 맞아 한국 교회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합니다.김수성 : 세월호 유가족이 했던 말입니다. “기도가 최선이라지만, 일이 잘못되었을 땐 직접 행동으로 나서야 할 부분이 있어요. 불의와 맞닥뜨렸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기도만 한다고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한국은 아직도 ‘봉건적 자본주의’ 국가김길구 : 그런 의미에서 대다수 한국 교회가 가지고 있는 ‘보수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반공주의를 내세우며 그러한 정권을 위해 기도하고 빌붙는 행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최태민의 구국십자군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종교가 정치의 시녀로 역할하고서, 물질적 부를 추구하는 형태입니다.김현호 :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모습에서도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교회에 다닌다는 많은 사람들이 불법을 저지른 대통령을 오히려 옹호하고, 심지어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을 가룟 유다에 비유하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독교적 가치보다는 정치적 득실만을 따지는 결과에 다름 아닙니다.김수성 : 저는 백소영 교수가 이야기한 ‘봉건적 자본주의’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우리나라는 천민자본주의에 더하여 통치시스템은 아직도 봉건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을 조선시대의 왕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국민 스스로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에 한국 교회도 일조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김길구 :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이번에야말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정교유착’의 고리도 끊어야 합니다. 교회가 정치에 빌붙어 시녀 노릇하는 잘못을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현호 : 주말마다 촛불 집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시민들이 깨어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기독교인들도 이제 부화뇌동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소리쳐야 합니다. 만약 이에 대해 계속 침묵한다면 “돌들이 소리를 지르리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하나님은 다른 것으로라도 소리치게 할 것입니다.김길구 : 이 책에서 한 유가족은 “세월호 참사는 악의 세력이 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를 깊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우리 교회도 성경의 토대 위에 실천적 모습으로 개혁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음에는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두란노, 2016)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세월호와 역사의 고통에 신학이 답하다》 / 조석민 외 / 대장간《예수, 한국사회에 답하다》 / 차정식 / 새물결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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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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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20] “이유없이 남을 위해 겪는 고통, 그게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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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하나님 안에서 노래가 된다!”
살아가면서 고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런데 교회에 다니는 사람의 고통은 이중적이다. 자칫 불신앙으로 비칠까 하는 조바심 때문이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는 걸까 ‘의심’이 들지만 차마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다. 소위 말하는 ‘착한 신자 콤플렉스’다.이에 대해 저자는 하나님에 대해 거침없이 ‘항의하라’고 말한다. 이는 고난 속에서 하나님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이다. “분이 치밀 때는 그냥 분노하라”고 말한다. 많은 성경의 인물이 그렇게 했고, 예수님도 십자가를 앞에 두고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항의의 다른 면을 슬쩍 끄집어낸다. 항의는 하나님에 대한 고백이라고. 즉, 하나님께 매달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이 책은 하박국서를 통해 고난을 철저하게 분석한다. 고난을 신학적이고 철학적인 명제로 올려놓고, 분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응원했다가 결국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연결시킨다. ‘고난’이라는 까다로운 주제에다가, 글의 흐름도 반전을 거듭한다. 금방 이것이 옳다고 해놓고는, 곧이어 신학적으로 깊이 있는 의미를 새롭게 제시한다. 그래서 쉽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가도 어느새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하박국을 통해 고난에 천착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저자 자신이 겪었던 고통 때문이었음을 고백한다.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런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니 진정으로 용서하기 위해 책의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통을 통해서만 다른 이의 고통에 참여할 수 있음을 고백하며, “고통은 하나님 안에서 노래가 된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 특별손님 : 김기현 목사
▲ 이번에는 저자인 김기현 목사를 특별초청하여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왼쪽에서부터 김현호, 김기현 목사, 김길구, 김수성]
# 읽기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의 중간 지향김길구 : 이번에는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의 저자인 김기현 목사님을 특별손님으로 모셨습니다(박수). 목사님은 문화적 토대가 약한 부산에서 꿋꿋하게 사역하면서 전국적으로 보급되는 책을 계속 펴내고 계십니다. 어째 이번에 개정판을 내셨는데 많이 팔렸습니까(웃음)?김기현 : 8년 전에 초판을 썼을 때는 책이 전체적으로 거칠고 무거웠습니다. 게다가 개인의 고난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했습니다. 자칫 ‘복수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스토리 연결이 안 된다는 지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출판사와 의논하여 개정판을 준비했습니다.김현호 : 저는 초판을 읽었던 독자입니다. 하박국 선지자에 대한 내용이 절대적으로 빈약한 상태에서 이 책이 나와 무척이나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목회자들은 한 두 구절로 하박국을 설교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한 때에 하박국의 고난에 대해 신학적 지평을 연 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김수성 : 신학적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만, 저는 읽으면서 어렵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다양한 신학적 해설 때문에 진도가 제대로 나가지 않았습니다.김기현 ; 저는 기본적으로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 중간, 학자와 평신도 중간 입장에서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기독교 서적은 읽기 편한 책과 까다로운 학문적인 책으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 지점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책은 ‘고난’이라는 까다로운 주제를 다루다보니 조금 더 무거워진 것 같습니다.김길구 : 성경에 고난을 이야기하는 책이 많은데, 왜 하필이면 하박국을 선택했는가요? 또 책에 보면 죽이고 싶을 만큼,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런 고난을 겪었다고 하는데,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기 바랍니다.김기현 : 우선 내용의 부피를 고려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나의 고통 문제를 해결하는데 하박국이 가장 적합한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내가 겪은 고통은 하박국에 비하면 별개 아닐 수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상당히 고통스러웠습니다. 나에게 직접 가해진 고난이었기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다툼이 있어 뛰쳐나왔던 분들이 교회를 개척하면서 제게 연락이 왔습니다. 당시 부목사로 있던 교회에서 떠나 개척하고 싶은 마음이 있던 차에 잘됐다하고 그리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자기들이 개척한 교회를 ‘자기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내가 낸 십일조로 먹고사는 당신이 왜 내 말을 듣지 않느냐?”는 막말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 입을 믿지 않고 손발이 하는 것을 본다김수성 : 그 부분을 읽으면서 갑갑했습니다. 죽고 싶을 정도였다면, 그곳에서 벗어나는 게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김기현 : 벗어나려고 노력했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서울의 한 교회에서 좋은 조건으로 청빙이 들어왔죠. 주위 분들이 말리던군요. 특히 옆에 계신 김현호 대표가 적극적으로 말렸습니다[웃음]. 그런 가운데 하박국이 고통에서 어떻게 벗어났는가를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고나니 이제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김현호 : 하박국 당시와 지금 우리의 시대 상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권력이나 악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김기현 : 먼저 외쳐야 합니다. 불의와 권력의 폭력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외쳐야 합니다. 하박국은 하나님의 말을 전달하는 대언자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께 말을 한 사람입니다. 하나님께 한탄하고 대답을 듣고는 또 묻고 따지고…. 오늘 우리에게도 이런 모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하박국 3장의 찬양으로 바로 넘어가는 게 우리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의심의 골짜기에서 찬양으로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김길구 : 의심의 진정성이 있고 저항의 급진성이 있기에, 포용의 신비성도 있다고 하셨는데?김기현 : 의심이 필요하지만, 모든 의심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의심의 진정성이란 사랑이 내포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가끔 내가 잘못하면 아내가 대놓고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목사 맞아?” 당연히 섭섭하고 화도 나죠. 그러나 아내가 내게 하는 것을 보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입을 믿지 않고 손발이 하는 것을 봅니다. 포용의 신비성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김수성 : 읽다보니 고난과 ‘자유의지’의 연결이 껄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김기현 : 사실 기독교 신정론이 이론적으로나 실존적으로 명쾌하게 답을 주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인간의 고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언급해야 하는 것이 종교이기 때문에 신정론이 필요한 것입니다. 회피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죠.김현호 : 고난 중에 독서를 많이 하셨다고 하는데.김기현 : 물론 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도 책을 읽지 않고서는 안 될 처지였습니다. 당시 교인들이 날 쫓아내려고 했기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설교였습니다. 그래서 책을 부지런히 읽고 설교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독서가 내게 여유를 가지게 해주었고[쉼],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며, 고난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나갈 [길]도 보여주었습니다.
# 독서가 쉼과 힘을 주고, 눈과 길을 열어줘김길구 : 고통이 고통을 치유한다는 말은?김기현 :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고통의 현장, 바로 거기에 계십니다. 뚝 떨어져서 방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 고통을 찬양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응원하십니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신 사건이 ‘십자가’입니다. 즉, 고난 받는 하나님을 통하지 않고는 하나님을 알 수 없고, 십자가를 도외시하는 기독교는 변질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현호 : 그동안 교회는 하박국의 찬양만을 많이 강조했습니다.김기현 : 하박국의 찬양은, 곧 고통이 닥쳐올 것을 알면서도 먼 미래의 희망을 노래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찬양했다기보다, 절규하는 마음으로 노래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이 찬양시를 읽어야 합니다.김길구 : 끝으로 용서에 대해 이야기할까요?김기현 : 용서는 하나님과의 만남입니다. 이것이 나를 고난에서 벗어나게 하였습니다. 십자가의 고통은 무조건 남을 위한 고통이었습니다. 이유 없이 남 때문에 겪는 고통이어야 진정한 고통이라 할 수 있고, 그 가운데서 용서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김길구 : 이 책은 고난이라는 무거운 주제의 신학적 아젠다를 하박국서를 통해 우리가 새롭게 성찰하도록 도와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쁘신 가운데서도 이렇게 시간을 내주신 김기현 목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두란노, 2016)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자살은 죄인가요?》 / 김기현 / 죠이선교회《예배, 인생 최고의 가치》 / 김기현 / 죠이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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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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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19] 종교개혁은 세계의 역사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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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는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 앞에 가톨릭교회의 면죄부 판매 등에 대한 95개조의 반박문을 게시했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듬해 6월, 루터는 교황 레오 10세가 보낸 파문을 경고하는 교서를 비텐베르크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불태워버림으로써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했다.루터보다 102년 앞선 1415년 7월 6일,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던 얀 후스는 교황청으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되어 체코의 콘스탄츠에서 화형을 당했다. 그러나 그가 뿌린 종교개혁의 씨앗은 유럽 곳곳에서 서서히 열매를 맺었다.루터와 비슷한 시기에 스위스에서는 츠빙글리가 면죄부 판매를 반대하고 교황제도에 대해 성서적 근거가 빈약하다고 주장하는 등 입바른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522년부터 본격적으로 종교개혁 투쟁에 나섰다. 츠빙글리는 1531년 가톨릭 진영과의 카펠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결국 전사하였다.이들 선배가 목숨을 바쳐가며 전개한 종교개혁은 장 칼뱅에 이르러 프로테스탄트의 깃발을 역사 속에 우뚝 세웠다. 16세기 당시의 상황은 프랑스의 위그노 탄압 등 아직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오직 성서의 말씀을 중심으로 한 홀로서기는 오늘날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있게 만들었다.이 책은 대학원생들과 이들 종교개혁의 발자취를 따라 체코, 독일, 스위스, 프랑스의 도시들을 방문한 기록이다. 후스, 루터, 츠빙글리, 칼뱅이 머무르며 말씀을 전파하고 몸으로 저항했던 그곳을 살펴본다. 내년은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종교개혁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임을 깨닫게 한다.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기독교계는 내년에 맞이할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국 교회에 위기감이 상당히 고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종교개혁’이라는 말이 던지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우리 모두 무릎 꿇고 겸손하게 그 의미를 되새기고 나아갈 바를 찾아야 할 것이다.
#‘종교개혁’인가, ‘종교혁명’인가?김길구 :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의문부터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얀 후스로부터 따지면 600여년 전부터 시작된 ‘종교개혁(reformation)’은 오히려 ‘종교혁명(revolution)’이었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종교개혁가들은 처음에는 가톨릭교회의 면죄부에 관한 문제점 등을 지적하였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 부문에 걸쳐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는 혁명이라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김현호 :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개인적이긴 하지만, 철학이나 사회학 쪽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 종교혁명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분이 여럿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종교개혁이 단순히 교회의 문제점만을 고치고자 한 것이 아니고, 당시 사회의 모순을 바로잡고자 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김수성 : 후대 사람들이 종교개혁을 당시 사회에 몰아쳤던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보지 않고, 루터에게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종교개혁을 거대한 역사적 흐름으로 본다면, 루터의 주장과 행동은 혁명이라고 명명하기에는 한정적인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서 일어났던 독일의 농민전쟁에 대해 취한 입장도 그러하고.김길구 : 일반적으로 ‘종교개혁’ 하면 우선 1517년의 루터(Martin Luther)를 생각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4명의 선각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종교개혁의 흐름은 얀 후스로부터 1750년경까지 유럽 각지에서 일어난 방대한 운동입니다. 후스 외에도 루터에 의한 독일 루터교회, 칼뱅주의로 일컬어지는 개혁주의운동, 독특한 영국의 성공회, 그리고 프로테스탄트 내부에서 일어난 제2차 종교개혁과 재세례파 등 급진 종교개혁은 물론, 여기에 맞선 가톨릭의 반종교개혁운동까지도 포함됩니다.김현호 : 체코의 얀 후스(Jan Hus)는 루터보다 100년 앞서 종교개혁을 이끌다가 화형을 당했습니다. 후스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영국의 위클리프(John Wycliffe)는 1370년대에 이미 성서를 영어로 번역하고, 영국이 교황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등 적극적으로 저항하였습니다.
▲ 종교개혁은 단순히 가톨릭교회의 변화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변혁을 추구한 운동이었다. 그림은 Diebold Schilling(1485)의 ‘얀 후스의 화형 모습’. [출처: en.wikipedia.org]
#‘오직 성서’ ‘오직 믿음’ ‘오직 은혜’김길구 : 츠빙글리의 경우는 시의회와 손잡고 기독교적 공화정을 만들려고 하는 데까지 나아갔습니다. 이로 인해 재세례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함으로써 내부적으로 분열되는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만,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볼 때, 단순히 ‘종교개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수성 : 실제로 종교개혁의 깃발을 들었던 선각자들은 목숨을 바치기도 하고, 가톨릭교회를 지지하는 도시와의 전투에서 전사하기도 하고, 죽은 후에 시체가 훼손되기도 했습니다. 목숨을 잃지는 않은 분들도, 항상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서 운동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단순히 개혁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김길구 : 루터의 종교개혁을 거론할 때 당시 가톨릭교회 내의 자정운동 노력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즉, 가톨릭교회의 문제점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많은 지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종교개혁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교회 내의 분위기와 시대적 환경 등, 시대적 여건이 절묘하게 들어맞은 부분도 있습니다. 김현호 : 종교개혁을 기독교문화라는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상황은 가톨릭교회의 독점적 문화였습니다. 이에 대해 종교개혁자들은 성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였죠. 가장 대표적으로 만인제사장설을 들 수 있습니다.김수성 : 종교개혁을 추구한 분들이 역점을 두고 주장했던 것 중 하나가 ‘오직 성서’였습니다. 즉, 성서에 기준해야 함을 천명한 것입니다. 그래서 누구든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성서를 읽을 수 있도록 라틴어 성서를 자기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여 보급하였습니다. 문화라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조치였습니다.김길구 : ‘오직 성경’을 비롯하여 ‘오직 은혜’ ‘오직 믿음’ 등과 함께 만인제사장, 성만찬 등은 종교개혁가들이 주장했던 핵심적 요소였습니다. 이러한 핵심적 요소의 본래적 의미는 자유 평등 민주 등 근대정신의 기독교적 고백이라고 보아야합니다. 즉, 교황이나 가톨릭교회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권리가 모든 사람에게 있다는 사실을 주장한 것입니다.김현호 : 종교개혁에 있어 구텐베르크 인쇄술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자국어로 성서를 번역했지만, 이들 성서가 인쇄되어 대량 보급되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도 성서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라틴어 성서는 대부분 필사본이었기 때문에 라틴어를 읽을 줄 안다고 하더라도 성서를 구하기조차 어려웠었죠.김수성 : 1999년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미국의 ‘라이프’지가 학자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지난 1000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 무엇인가를 설문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꼽았던 사건이 바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었습니다. 활자인쇄술은 근대사회로의 변혁을 가져온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회개, 청빈, 희생의 정신 되살려야김현호 : 현시점 우리에게 있어 종교개혁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한국 교회의 위기 상황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회개와 개혁, 청빈과 순종, 희생과 성결을 추구한 그 정신이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길구 : 청교도정신으로 대표되는 칼뱅의 개혁교회 전통이 장로교회로 이어져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우리나라의 프로테스탄트교회도 장로교회가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일까요? 이제 개혁교회가 개혁되어야 합니다. 교회가 개혁하지 못한 것이 오늘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근원입니다.김현호 : 이 책은 신학교 대학원생들이 종교개혁지를 순례한 기록입니다. 예루살렘 성지순례 못지않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종교개혁지 순례가 봇물을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김수성 : 대학원생들의 필수과목 중 하나로 ‘종교개혁지 순례’를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단과 교회의 지원이 당연히 있어야겠죠. 공부할 때부터 현장에서 종교개혁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졸업 후 목회할 때 그 정신을 쉽게 잊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김길구 : 종교개혁은 반동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교황권을 중심으로 권력과 문화를 장악하고 있던 구세계에 대한 반동이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이르는 삶의 모든 부문에 폭발성을 가졌으나, 오늘 우리는 종교개혁을 교회 안에만 국한하여 개인의 신앙에서 사회적 성화로 이어지지 못함으로써 기독교의 위기를 자초하였습니다.다음에는 김기현 목사의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복있는사람, 2016 개정판)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종교개혁 이야기》 / 사토 마사루 / 바다출판사《역사를 바꾼 종교개혁가들》 / 이동희 / 넥서스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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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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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18] 제도가 바뀌면 여성리더십의 역할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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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동등’은 예수님의 새 창조 질서이다
아직도 상당수 한국 교회에는 부끄러운 사실이 하나 남아 있다. 교회 안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성경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저자는 이에 대해 성경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창조 기사에 나타난 남자와 여자는 평등성에 기초하여 창조되었다. 그렇지만 구약의 세계에서 여성은 분명히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다. 당시 유대의 문화가 가부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러한 유대의 문화와 관습을 뒤집었다. 여성의 지위를 남성과 동일한 위치에 올려놓았다. 예수님의 말씀 곳곳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바울은 예수님의 말씀에 기초하여 갈라디아서 3장 28절을 내세운다. 실제로 초대교회에서는 유대 회당과는 달리, 여성의 활동이 남성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저자는 그동안 보수적인 교회가 여성을 굴종시키기 위해 내세운 성경 구절에 대해 신학적 오류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성경을 올바로 해석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스도 예수의 가르침과 신약의 주된 흐름은 남녀의 동등성과 상호주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회가 성경을 잘못 해석하고 복음을 왜곡하여 선포할 때, 교회는 해방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억압을 가져온다”고 결론짓는다.◈ 《그리스도가 구속한 여성》 || 저자인 김세윤 교수는 현재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신약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바울 복음의 기원》 《바울 신학과 새 관점》 《구원이란 무엇인가》 등 다수가 있다. 두란노, 2016. 8,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우리나라의 양성 평등지수는 얼마나 될까? 겉으로 보기에는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킨 나라지만,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의 젠더격차지수는 조사대상 145개국 중에서 115위였다. ‘유리천장’ 지수도 OECD 국가 중 꼴찌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교회는 어떨까?
#여성 안수,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만…
김길구 : 최근 들어 한국 교회에는 영성 시대의 도래와 함께 가부장적 남성 위주의 문화에서 부드럽고 포용적이며 관계지향적인 여성문화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김현호 : 얼마 전 서점에 오신 모 보수교단의 원로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성 안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목사님은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만 교단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직도 시기상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신학적으로 절벽’이라는 말에,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김수성 : 단적으로 교회가 역사의 흐름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를 이끌어가던 기독교가 이렇게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처지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김길구 : 최근 들어 여성정치인의 부각은 시대적 요구였습니다. 세습 정치와 부정부패, 과다한 권력욕 등 남성성의 정치적 현황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은 여성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정설이었습니다. 한국 교회에 여성리더십의 부각은 이런 시각에서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현호 : 우리나라 교회에서 아직도 여성 목회자와 장로를 회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몸은 교회에 와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유교의 가부장적 문화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도 겉으로는 성경말씀을 내세우는 것 같습니다.김길구 : 10년도 더 지났습니다만, 모 교단 증경총회장을 역임했던 어떤 목사님이 모교 신학교 채플 시간에 “여자들이 기저귀를 차고 강단에 올라가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을 해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아직도 이 같은 생각을 가진 교인이나 지도자들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갈라디아서 3장 28절. [출처: www.kingjamesbibleonline.org]
#여성목회자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 요인김수성 : 여성 목회자를 인정하고 있는 교단도 생색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장 통합의 ‘2014년 교단총회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목사 1만 7468명 중 여성목사는 1,477명으로 8.5% 수준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이들 중 임시목사 298명, 무임목사 158명 등으로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한 교역자가 30%가 넘습니다.김길구 : 예장 통합은 1995년 총회에서 여성의 안수를 결의한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2012년 총회 자료에 참석한 대의원 1,500여명 가운데 여성은 단 14명이었고, 여성목사는 4명에 불과하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좀 더 앞섰다고 하는 기독교 감리회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압니다.김현호 : 몇 년 전 미국장로회에서 교인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목회자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여성 장로들도 3%만이 지지하고, 남성 장로의 경우 한 명도 없었습니다. 대다수 교인이 하나님을 남성으로 이해한다고 응답했는데, 이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아닐까요?김길구 : 우리나라에서 신학대학원 교수와 신대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또 다른 설명을 합니다. 여성목회자에 대해 누가 편견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여성평신도라는 응답이 28.9%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남성목회자(25.5%), 담임목회자(20.1%) 순이었습니다. 물론 교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응답내용이라 하겠습니다.김현호 : 여성목회자 스스로의 노력도 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면에서 남성목회자에 뒤처지지 않음에도 목회 현장에서 일정 직책이나 임무에 만족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이 마이너스 요인을 작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 교회에서도 여성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김수성 : 최근 젊은 여성 교인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는 자료가 나왔던 적이 있습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에서 20~40대 교회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교회 내에서 불평등한 성역할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김길구 : 여성리더십 스스로 ‘착한 그리스도인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성경에는 여성들도 남성 못지않은 놀라운 믿음과 담대함으로 순종의 미덕을 넘어 지도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드보라나 훌다 같은 구약시대의 여선지자, 안나와 루디아 등 초대교회 여성 지도자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 복음의 기본정신은 혁신이었다김현호 : 이 책 저자는 남녀동등을 성경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성경 구절로 갈라디아서 3장 28절을 제시합니다. 다른 어떤 성경 구절도 이 구절을 뛰어넘지는 못한다고 봅니다. “모두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라는 말씀은 예수 복음의 핵심이라는 것이죠.김길구 : 예수 복음의 기본정신은 혁신이었습니다. 복음을 올바로 선포할 때 교회는 항상 하나님 나라 구원의 현실화로 노예 해방과 여성 해방, 그리고 약자를 보호함으로써 만민의 인권이 증진되도록 했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하나님 앞에서 인간 본래의 모습을 회복시켜 모든 차별을 무너뜨렸습니다. 김수성 : 이러한 현상을 사회학적으로 보면, 기득권층이 자기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김현호 : 저자인 김세윤 교수도 이 점을 강조합니다. 당시 유대사회에서는 여성은 증인이 될 수 없었는데, 예수 부활에 대해서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한 여성들이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대교회에서도 이들의 증언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여 성서에 기록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여성의 동등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수성 : 문제는 교회의 실천의지입니다. 몇 년 전 장신대에서 지난 10년 동안 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여학생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목회자를 회피하는 이유로 남성 위주의 목회문화라는 응답이 48.8%였습니다. 이어서 여성목회자에 대한 불신이나 편견이 19.9%, 출산 및 육아 16.9%로 나타났습니다. 그나마 오래 전 감리교에서 예시했던 부부목회일 경우 신도들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길구 :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목회자에 대한 편견, 자체 노력 등도 시스템이 변하면 함께 변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감리교는 성별·세대별 할당제(15%) 의무화를 통과시켰습니다. 이렇게 되면 여성목회자와 여성장로의 참석이 대폭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이들의 의욕과 역할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개교회에서도 여성목회자 못지않게 여성장로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교회에서 남녀동등을 이룩하는 첩경일 것입니다.다음에는 박경수 교수 편저 《종교개혁, 그 현장을 가다》(대한기독교서회, 2013)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여교역자 입을 열다》 / 오인숙 외 / 새물결플러스《한국교회와 여성》 / 이덕주 외 / I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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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