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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교양읽기46] 인간은 하나님을 인간욕망의 도우미로 전락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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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의 짝퉁 神 식별법
십계명 제1, 2 계명, 다른 신을 네게 두거나 섬기지 말며, 우상은 어떤 형상으로도 만들지 말라는 계명은 고대인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닌 오늘을 사는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말씀이다. 다만 그 모양이 조금 바꿨을 뿐이다. 섹스와 돈, 끝없는 욕망에 대한 성취와 이를 위한 권력의 추구뿐 아니라 기독교로 둔갑한 문화의 가면을 쓴 짝퉁들이 할거하는 ‘우상공장’인 우리의 마음에서 가짜를 몰아내고 하나님을 제자리에 모셔야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하여 신학적, 성적, 종교적 및 문화적 우상 등 10가지의 우상의 유형과 이를 식별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였다. 이를 위하여 친숙한 성경의 얘기의 재해석과 권말목록을 활용한 심도 깊은 Tip은 독자로 하여금 독서의 즐거움을 더하게 한다.
|| 저자 팀 켈러(Timdthy Keller)목사(67세)는 미국 맨해턴의 리디머 장로교회의 담임목사로 재직 하면서 약 6천명의 교인을 둔 교회로 성장시켰다. ‘21세기의 C.S.루이스’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기독교변증가로도 영향력이 큰 구도자 중심의 복음전도자였고, 리디머교회를 통해 센터처치론을 정립하였다. 지역을 섬기는 사회참여에 적극적으로 헌신하여 한국에서도 새로운 세대를 위한 모델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조기은퇴 하여 리디머교회를 3개 교회로 분립하는 10년 장기계획인 리디머교회의 도시교회 개척네트워크인 ‘시티 투 시티’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 저서로는 《팀 켈러의 묵상》 《센터처치》 《탕부하나님》 등이 있다. 두란노, 2017. 14,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하나님을 말하다》 팀 켈러 지음 / 두란노 《우상의 시대 교회의 사명》톰 라이트 지음 / IVP
인간은 하나님을 인간욕망의 도우미로 전락 시켰다
‘쾌락의 역설’, 내가 만든 신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현호 기쁨의집 대표, 김형기 팔복교회 목사
인간의 마음은 우상공장“우상이란 무엇인가? 무엇이든 당신에게 하나님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무엇이든 하나님보다 더 크게 당신 마음과 생각을 차지하는 것이다.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것을 다른 데서 얻으려 한다면 그게 바로 우상이다.”
우상, 하나님보다 더 크게 생각하는 인간의 모든 시도김길구 21세기의 C.S.루이스라 불리는 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 입니다. 원제는 counterfeit gods입니다. 카운터핏은 가짜의, 모조의 라는 의미인데요, 저자는 도입부에서 우상,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경고의 말로 시작합니다. 김형기 ‘세상에는 실체보다 우상(偶像)이 더 많다’란 니이체의 말을 인용했는데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문득 가짜가 진짜를 대신하는 슈퍼리얼리티의 영화 <트루만쇼>의 거대한 가짜세트장에 내가 들어있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과연 하나님을 제대로 믿고 있는가? 하는 질문과 함께‥김현호 당시 종교백화점 고대 근동 지방에는 많은 이방신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가짜인지 아닌지를 비교적 구분하기 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고대종교의 그런 이방신들과는 또 다른 현대인들의 위장된 신들을 얘기합니다.김길구 우상은 금이나 은, 돌과 목재 등으로 형상을 만들어 예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말하는데 사도 바울에 와서는 탐심 등 정신적 영역까지도 포함한 개념으로 확대됩니다.김형기 구약에서도 바벨론 백성을 향해 ‘자신들의 힘을 자신들의 신’으로 묘사한 하박국 선지자나 이스라엘이 애급과 앗수르를 상대로 맺은 보호조약을 우상숭배로 질타한 에스겔과 예레미야 선지자의 예도 있어요. 저자는 ‘하나님보다 더 크게 생각을 차지하는 것.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것을 다른 데서 찾으려는 인간의 모든 시도가 바로 내가 만든 신, 곧 우상숭배라고 합니다.김현호 저자의 지적처럼 무엇이든 우상이 될 수 있고, 좋은 것 일수록 더욱 그러기 쉽겠죠. 나의 평생소원, 사랑, 돈, 성취, 권력, 문화와 종교, 은혜 없는 복음도 우상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대중문화가 소비자 중심으로 발전하다보니까 사람들의 종교성에 편승하여 내 입맛에 맞게 신들을 만들어 내고 그것들을 사랑하고 믿고 따르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목상이나 신상이 아니더라도, 이미 우리 마음속을 지배하는 가짜 신들이 널려 있습니다.전인격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과하지 않은 중요하고 사랑스런 것들이 바로 우상이 될 수 있다는 경종입니다.
▲ 팝아티스트의 거장 앤디 워홀作 <마를린 먼로> 복제화 된 이미지가 환한 미소에도 덧없이 느껴지는 것은 허상을 좇는 우리 삶이 투영됐기 때문일까?
내가 만든 신은 반드시 나를 배신한다!김길구 왜 이런 우상들이 횡횡할까요? 우리 삶의 자본주의화와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신앙마저도 내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도구가 됐다는 의미지요. 이런 체계에서 중요한 것은 욕구의 충족입니다. 우리의 신앙마저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예수를 닮아가는 제자로서의 삶이 아닌 종교소비자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김현호 교인들은 설교와 은혜의 소비자가 되고 목회자는 성도들을 온전케 하는 대신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위하여 노력한다면 예수님의 제자도와는 거리가 멀어지겠죠.김길구 이 책은 각장 마다 우리에게 친숙한 성경인물의 얘기를 통하여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과 평생소원, 야곱과 라헬과의 사랑이야기, 세리장 삭개오와 돈, 나아만과 성취, 느브갓네살과 권력, 요나를 통해온 문화와 종교가 그렇습니다. 팀 켈러는 다 아는 성경이야기를 새롭게 잘 풀어내는 재능이 있어요.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지만‥김형기 그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사랑편에서 7년을 고생한 야곱에게 라헬대신 속임수를 쓴 레아와의 가상대화에서 야곱이 레아에게 “나는 어둠 속에서 라헬을 불렀는데 당신이 대답했어요. 왜지?”라고 묻자 레아는 “당신의 아버지는 어둠 속에서 에서를 불렀는데 당신이 대답했어요? 왜죠?”라고 되묻어 야곱의 분노가 잦아들었다는 랍비의 주해를 인용했는데, 곳곳에 통찰을 얻을 수 있어 유익한 글 읽기였습니다.김현호 저는 야곱이 원치 않은 결혼을 한 레아는 사랑을 받지 못한 체 장남 르우벤(본다), 둘째 시므온(듣는다), 셋째 레위(연합하다)를 낳고도 마음을 얻지 못했으나 후대에 그 자식들을 통해 예수를 낳게 되는 내러티브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김형기 풍족한 소유와 소비는 우상이 될 수 있습니다. 표면적 우상숭배에서는 단호하기 쉬우나 숨겨진 내면의 근원적 우상숭배에 대해서는 통제하기가 더 힘듭니다. 거부인 록펠러, 포드, 카네기가 자선사업을 많이 했지만 돈이라는 마음 속 우상까지 제대로 제어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김현호 은혜 없는 복음은 가짜하나님을 만든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리나 은사를 강조하다보면 은혜에 의존성이 상실되고 교리의 정확성에 의존하게 되지요.김길구 성취는 우리시대의 술이다. 개인적인 성공과 성취는 여느 우상보다 더 우리에게 우리자신이 신이라는 잘못된 확신을 주게 됩니다.김현호 작은 성공에 우쭐해서 거짓된 안정감을 느끼며, 자신을 왜곡해 보기 시작하고, 제한된 분야의 성공을 모든 분야의 전문가처럼 행세한다면 우선 성공을 우상으로 삼는 징후로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내가 만든 우상, 그리고 그 식별법김길구 이 책 에필로그에 우상의 종류를 수록해 놓았는데 다 열거할 수 없겠고 그중 몇 개만 소개하면 우선 신학적 우상입니다. 교리적 오류는 하나님에 대한 신관을 심히 왜곡시켜 거짓 신을 만들게 되고요, 정치적·경제적 우상도 좌우파, 자유방임 등 어떤 단면을 절대화해 궁극의 해법을 삼거나 자유시장을 신격화 하거나 악마처럼 여기는 것도 우상이라고 볼 수 있고요.김현호 종교적 우상의 경우 도덕주의와 율법주의, 성공과 은사의 숭배, 종교를 빙자한 권력남용 등과 인종적·민족적 우상은 인종차별, 군국주의, 국수주의 등으로 민족적 자긍심도 지나쳐 적의나 압제로 변하면 우상이 됩니다.김형기 관계적 우상도 있는데요. 병적으로 의존하는 역기능적 가족관계, 부적절한 끌림, 자녀를 통한 대리인생을 사는 것 등이 해당됩니다. 관계에 대한 의무감, 집착 등이 지나치면 분별력을 잃어 양심을 거스리게 되지요. 성적 우상도 마찬가진데요. 포르노와 페티시즘 같은 중독은 친밀감과 수용을 약속할 뿐 실제로 가져다주지는 못합니다. 자신이나 파트너의 외모를 떠받드는 행위나 로맨틱한 이상주의자도 여기에 해당 되겠지요. 그리고 모든 ‘중독’도 우상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김길구 마지막으로 팀켈러의 우상퇴치법을 소개해 봅시다. 저자는 먼저 생각의 내용을 점검하라고 말합니다. 이를 위하여 대주교 윌리엄 템플이 ‘혼자 있을 때 하는 일이 곧 당신의 신앙이다.’이라는 말의 의미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로 ‘네 보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도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근거로 돈을 어떻게 쓰는지 보라는 것입니다. 김형기 그리고 꾸준히 기도하라고 권면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통제하기 힘든 자기감정에 주목하라고 합니다. 말씀의 묵상과 기도의 생활화를 통하여 하나님을 중심에 모시지 않으면 계속 대상만 바뀔 뿐 우상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됩니다.김현호 팀 켈레는 세속적인 관심이나 욕구충족에만 관심이 있는 가짜들과 결별하고 래디컬하게 온전히 예수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의 길을 가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합니다. 진짜냐 가짜냐?김형기 읽으면서 허구이긴 하지만 환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탐욕에 물든 악의 군주 사우론에게 압도적인 악의 실체를 느꼈다면, 이 책에서는 우리의 내면에 꽈리 튼 탐욕의 실체와 문화와 종교로 교묘히 위장한 가짜우상들이 우리 삶의 전 영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책이었습니다.김길구 수고하셨습니다. 이번호는 300쪽도 안 되는 작은 규격의 책이었습니다만 다룰 부분이 많아 토론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다음에는 3.1절 특집으로 씨알사상연구소 박재순소장의 《삼일운동의 정신과 철학》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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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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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오늘이 영원을 향한 비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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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 평범한 일상으로 본 그리스도인의 하루
로버트 뱅크스의 1편 《1세기 교회 예배이야기》에 이은 후속작으로 작년 8월 다른 나라에 앞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출간되어 관심을 끌었습니다. 1편에 이어 2편도 본문 60쪽 안팎의 정말 얇은 책으로 소설과 삽화로 1세기 로마의 일상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 생동감이 느껴진다. 분량이 적다고 얕봤다는 큰 코 다친다. 다루는 주제가 다양하며 주제도 만만치 않아 심도 있는 논의와 논쟁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그룹 모임의 교재로도 유용해 보인다. 이 책을 간증으로 읽었다는 역자는 저서의 “나의 새로운 신앙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할 최선의 방법은 가족과 일과사회생활이 뒤섞인 아주 전형적인 하루를 묘사하는 것“이라는 말에 필이 꽂혔단다. 그 일상이란 가족, 신분, 자녀, 학교, 옷, 목욕, 헤어스타일, 장식, 부적, 동성관계, 부부관계, 음담패설, 젠더, 직업, 신용, 가난과 부, 재난, 정치, 벤처, 금융업, 비즈니스협력, 직원 징계, QT, 구별과 어울림, 우상, 박해, 변화, 구제, 예배 등이다. 뱅크스가 안내하는 타임머신을 타고 따라가다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도 있지만 낯선 1C 로마의 역사와 풍경, 그리고 문화를 만난다. 물론 문화탐방 하는 가벼운 기분만으론 안 된다. 그 시대적 배경이 폭군 네로가 기독교인 박해의 명분으로 써먹은 로마대화재를 전후한 살벌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덮을 즈음 매일의 일상에서 생각 없이 소비하는 하루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나는 과연 그리스도인으로 하루를 살고 있는가?’
◈ 《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 || 저자 로버트 뱅크스(Robert Banks)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신약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신학자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1세기 교회예배 이야기》 《바울의 공동체 사상》 《일상생활 속의 그리스도》 등이 있다. IVP, 2018. 6,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1세기 교회예배 이야기》 / 로버트 뱅크스 / IVP《십자가와 부활을 사는 일상 영웅》 / 팀 체스터 / CUP 《일상, 하나님의 신비》 / 마이클 프로스트 / IVP《처음으로 기독교인이라 불렸던 사람들》 / 래리 허타도 / 이와우《로마와 그리스도교》 / 김덕수 / 홍성사
기독교 교양 읽기 Ⅱ 〈1〉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현호 기쁨의집 대표, 김형기 팔복교회 목사
2015년 3월부터 총 45회 연재된 기독교교양읽기가 Ⅱ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그동안 수고하셨던 김수성 교수께서 개인사정으로 하차하시고, 경주 팔복교회 김형기 목사가 함께 합니다. 목사님은 서울대에서 교육학을, 장로교신학대학원과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하셨으며 1970년 후반 부산에서 양서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좋은 책읽기운동을 주도한 바 있습니다.
로마와 기독교 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책김길구 이 책은 본 코너 30회에 게재된 《1세기 교회예배 이야기》의 후속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으로 1편이 초대교회로의 회귀는 가능한가를 물었다면 이 책은 초대교인들의 하루 일상으로 우리를 초대하여 지금은 어떤지를 묻고 있습니다. 김형기 한 두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작은 책입니다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입니다. 신약학자인 저자가 1세기 타임머신을 타고 신앙과 생활을 하나로 접목하는 life story를 소설형식을 빌어서 재현한 창의적인 시도가 돋보이는데 이를 통하여 성서에 기록된 말씀들이 생활과 동떨어진 말씀이 아닌 지금 이 시대의 말씀으로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김현호 소설의 배경인 네로의 기독교인 박해의 빌미가 된 로마대화재가 AD 64년에 일어났으니 이교도였던 주인공 푸블리우스가 기독교인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시기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김길구 교세로 보면 12제자로 시작된 예수추종자들은 AD 40년경이 되면 1천 명이 되고 100년쯤 되면 1만 명 200년경에는 20만 명 300년에는 500~600만 명으로 증가합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그리스도인들이 궁극적으로 ‘세상을 뒤엎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매일의 삶 속에서 구별된 삶의 방식을 개발했기 때문이었다”. 고 합니다. 그럼 일상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김형기 우리가 직면한 개개인의 기호부터 가정생활과 자녀교육, 직장생활, 그리고 사소한 일거수일투족까지 기독교적 세계관과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그 믿음에 걸 맞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김현호 갓 믿은 주인공은 그의 가정부터 변화시킵니다. 당시 수직적 문화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아내와 자녀의 관계도 상호존중의 방식으로 바꾸고, 자녀들의 교육적 차별을 없애고 세상풍조를 따르지 않고 가정을 중심으로 신앙을 계승합니다. 특히 노예를 재산으로 여기며 육체적 언어적 폭력과 성적학대의 갑질문화에서 노예를 공정하고 정당하게 대해 함께 식사하고 별도의 숙소를 제공하는 등 의 파격적인 대우와 ‘여러해 전에 해방시킨 몇몇 노예를 확대가족’으로 묘사한 부분은 초대그리스도인들의 노예에 대한 전향적인 사고를 볼 수 있습니다.김형기 이 책은 철저한 고증을 통하여 당시의 사회상을 마치 드라마를 보듯 글과 삽화로 재현해 놓았는데‥당시의 의복, 목욕, 음식, 헤어스타일, 장식, 부적, 부부관계, 음담패설, 금융업 등의 깨알상식과 네로치세의 정치상황, 그리고 기독교인의 대처방법 등이 흥미롭네요. 특히 다신교 문화에서 가정 신단의 폐지와 로마인들의 남자 중심의 문란했던 성의식과 만연했던 동성애를 멀리한 것은 오늘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김현호 흥미로운 것은 만연했던 동성애의 원인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특이한 성향의 성적 친밀감에서 찾지 않고 여성차별적 시각에서 접근했네요. “여기에 난제가 하나 있다. 우리문화에서는 남자가 이성보다도 동성과 더 깊은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여긴다. (중략) 아내는 남자와 같은 지적 혹은 정서적 능력이 없으므로 완전한 우정이나 사랑을 발전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긴다.”는 대목입니다. 이런 불평등한 남녀관계를 수평적인 관계로 인식하고 권장한 초대교회는 분명 시대를 앞서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바울은 로마에 있는 우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미 우상에게 바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강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그것을 먹음으로써 믿음이 약화될 수도 있는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본문 50~51p 중 만찬회장의 모습
‘세상을 뒤엎은 힘’은 믿음 안에서 구별된 삶김길구 ‘실천적 무신론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으로는 그리스도인인데 행동은 그렇지 못한 교인을 일컫는 말이지요. 이 50쪽 분량의 얇은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렇지 않은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 책의 장점 같습니다.김형기 ‘나의 새로운 신앙이 내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할 최선은 방법은 가족과 일과 사회생활이 뒤섞인 아주 전형적인 하루를 묘사하는 것이다’란 말이 가슴에 와 닿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실천적 기독교인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리트머스시험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김현호 초대받은 만찬장에서 이루어지는 신격화된 황제에 대한 헌주는 하나님만을 섬기는 기독교인이나 유대인들에겐 지지도 부인도 할 수 없는 불편한 자리였을텐데 책속에서도 그 상황을 애매하게 묘사했더군요?김길구 동시대의 사도바울은 로마서에서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라고 했지만 성서 전체의 맥락으로 보면 불의한 권력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을 만을 말하지 않아요. 당시의 초대교회는 세계최강의 제국 로마의 지배아래 흩어져 있는 소규모의 가정공동체 집단에 불과했고, 이들이 직면한 과제는 적대적인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바꿀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 아닐까요?김형기 불의한 권력의 상징인 네로치세의 로마대화재와 기독교인들의 박해로 얘기를 옮겨 보지요. 우리가 흔히 얘기하듯 네로가 로마재개발을 위하여 일부로 방화를 하진 않았지만, 열흘간 계속된 화재로 제국의 수도인 인구 100만의 도시 중 절반이 연기로 사라졌습니다. 대참사로 흉흉해진 민심을 돌리기 위한 네로 황제의 선택은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화재의 주범으로 조작하여 많은 기독교인들희생되었습니다.김현호 유세비어스의 《교회사》에는 네로의 ‘비이성적인 광기’로 수천 명이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사도바울과 베드로가 순교했지요.김길구 반론도 있어요. 교회사가 출간 된 해가 312년으로 화재가 일어난 64년과 시차가 너무 커 다소 과장되었다는 설입니다. 당시의 로마지역의 기독교공동체는 3,000여명에 불과 했으며 교인들 중 10%선인 200~300명 정도의 신자들이 순교했다는 주장입니다.김현호 역사의 아이러니 중에 하나지만 이 박해 후에는 목표를 달성해서 그런지 네로의 박해도 시들해지고, 기독교인들의 누명도 벗겨지자 로마시민들 중에는 동정심도 생겨나면서 그리스도교가 더욱 왕성해 집니다. 순교의 피가 헛되지 않고 열매를 맺은 것이지요.
구제활동도 ‘예배’의 일환으로김길구 다시 돌아가서 참혹한 화재 현장에서 초대교인들이 박해 직전까지 구호활동을 펼치는 장면이 나옵니다.김현호 이 구제활동을 결의하기 위한 회의에서 구제사역을 ‘예배’의 일환으로 여기는 결의를 한 것입니다. 시편의 노래를 부르며 옷을 수집하여 나누어 주고, 음식을 주변 동네에 가서 나누어 주고… 김형기 선한사마리아인의 예처럼 이웃사랑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봉사는 당연하게 받아드려졌을 것이고.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겠지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에 의하면 로마인들은 인근에 있는 국가들, 지성(知性)은 그리스인보다, 체력은 게르만족보다, 기술력은 에트루리아인보다, 경제력은 카르타고인보다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나면 상류층들이 먼저 나서는 희생정신, 그리고 기부정신과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으로 평민들의 신뢰를 얻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사회적 분위기가 최강의 나라를 만들었다고 했으니까요.
- 끝으로 이 책의 부족한 면과 느낀 점 한마디씩 김형기 양도 적고 읽기도 편해 좋았습니다. 한정된 지면의 부족 때문이겠지만 그리스도인끼리의 토론과 대화의 부족, 개종에 따른 내면적 갈등과 심층묘사가 미흡했지 않았나 싶어요. 신앙과 생활을 접목시켜 우리자신을 돌아보게 하다는 면과 신선한 구상으로 신학적, 신앙적 주요 이슈들을 요약해서 잘 다뤄 그룹 활동교재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김현호 다 읽고 나니 크리스천의 하루는 하나님나라를 지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에서 복음의 가치를 어떻게 담을 건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성찰의 시간이었습니다.
김길구 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믿고 보는 톰 켈러의 《내가 만든 하나님》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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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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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교양읽기 44] “연탄은 작은 자들을 위한 따뜻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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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신학’은 생명신학이다
이 책은 연탄은행전국협의회에서 편집하였다. 한마디로 연탄은행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연탄은행보다는 밥상공동체가 먼저였다. 즉, 1998년 4월 원주시 원동 쌍다리 아래서 외환위기로 갈 곳을 잃은 노숙자들을 위해 무료 급식을 하면서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2002년 12월부터 연탄 무료 나눔을 시작하면서 연탄은행도 시작하였고, ‘연탄신학’으로 성경적 해석을 덧붙였다.이들에게 있어 연탄신학은 먼저 ‘작은 자의 신학’이다. 작은 자는 연탄 한 장에 의지하여 한 겨울을 보내는 춥고 외로운 우리 이웃이며, 날마다 따뜻한 밥상을 그리워하는 배고픈 우리 이웃이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신학’이다. 밥상과 연탄이 생명을 살리고, 생명을 돌보고, 생명을 지켜준다. ‘타자(他者)를 위한 신학’으로서, 연탄처럼 오직 타자의 생명과 행복을 위해 십자가의 길을 가는 신학이다. 그렇기에 연탄신학은 ‘눈물과 고난의 신학’이다. 연탄 한 장이 어려운 이웃에게 가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눈물이 있다. 연탄은행의 연탄은 눈물로 만들어진다. 또한 ‘소통의 신학’이다. 연탄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막혔던 벽을 허물고 소통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그리고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만약 예수께서 우리나라 이 땅에 오신다면 어떤 모습으로 오실까? 아마도 밥상과 연탄을 통해 고난 받는 이들을 위로하는 모습으로 오셨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연탄신학 이야기》 || 저자 정해창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원, 미국 리전트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현재 춘천제자교회 담임목사로서 오랫동안 춘천연탄은행과 밥상공동체를 사역하였다. 솔라피데, 2018. 18,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긍휼-예수님의 심장》 / 하재성 / SFC《여리고 가는 길》 / 팀 켈러 / 비아토르
“연탄은 작은 자들을 위한 따뜻한 나눔!”
▌좌담: 김길구,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예수는 아마 오늘 이 땅에 오신다면 밥상과 연탄 활동가가 되어, 골목을 누비며 연탄을 배달하고 굶주린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드리는 일을 몸소 행하셨을 것이다.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 위에서 죽기까지 불쌍한 우리를 너무 사랑하신 예수는 밥상과 연탄을 통해서 고난 받는 이들을 위로하며 한없는 사랑을 보여주셨을 것이다.” [본문 227쪽에서]
‘연탄’이 친근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김길구 오늘은 시기적으로 가장 적절한 주제를 가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연탄 나누기’를 이야기합니다. 최근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연탄을 때야만 겨울을 날 수 있는 가정이 너무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김현호 우리가 아파트에 살면서 도시가스로 편안하게 난방을 하면서 살다보니, 우리 주위에 아직도 연탄에 의지하며 살고 있고, 그것마저도 넉넉하게 사놓지 못해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자꾸 잊고 산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하게 됩니다.김수성 이 자리에 앉은 우리 모두 연탄에 관한 추억이 제법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연탄’을 이야기하면 어렵고 힘든 생활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물론이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김길구 아무래도 ‘나눔’을 떠올리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실 당시의 삶은 어렵고 궁핍했지만 이웃 간의 정은 아파트 생활과 비할 바가 아니죠. 연탄불에 고등어를 구우면 이웃집 아낙이 부르기도 전에 먼저 “이 집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네.”하면서 대문을 밀고 들어오곤 했습니다. 그렇기에 연탄에 관한 추억은 항상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김현호 거기에 더하여 지금도 연탄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활활 타오르는 연탄불과 겹치면서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요? 겨울철에 연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연탄은행’인 것 같습니다.김수성 이 책을 읽으면서 연탄은행에 관해 좀 더 공부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연탄은행의 ‘4C 가치’라는 것이 있더군요. ‘1) Christ-예수님을 중심으로, 2) Community-공동체를, 3) Care-섬기고, 4) Common welfare-모두를 위한 복지의 가치를 실현한다’입니다. 첫 번째가 바로 ‘예수님을 중심으로’입니다. 그래서 연탄은행 섬김이는 대부분 목사님입니다.
▲ ‘연탄신학’은 밥상공동체와 연탄은행을 통해 삶의 자리에서 ‘우리’를 살리는 신학이다. 그렇기에 행동하는 신앙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연탄은행뿐 아니라 다양한 봉사활동김길구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시는 이기주의적 인간에 대해 이타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죠. 연탄은 이렇듯 나눔은 물론이고, 여타 다른 면에서도 우리에게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김현호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겨울이 되면 연탄 나눔을 합니다. 그런데 그냥 물질적 후원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현장에 가서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하고 온 교인들과 이야기해보면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주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김수성 부산에도 연탄은행이 있습니다. 2004년 12월에 개설했으니 벌써 14년이 되었습니다. 서구 감천2동에서 시작하여 아미동으로 확산되었고, 이어서 영도구, 동구, 남구 등으로 퍼져나갔습니다. 2008년에는 ‘사랑의 쌀’ 나눔과 함께 아궁이 교체작업을 하는 등 활동범위도 넓혔습니다. 지금은 연탄은행 외에도 무료 급식, 반찬 나눔, 집수리, 푸드 뱅크, 공부방 등을 운영하면서 1년 내내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김길구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연탄 나눔에 신학을 붙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요?김현호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작은 자들을 위한 나눔신학’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도 캘커타에서 마더 데레사가 베풀었던 사랑의 손길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밥상공동체와 함께 운영하는 연탄은행에 대해 어느 누구도 단순한 베풂이라고 폄하하지는 못할 것입니다.김수성 그렇기는 해도 이 책으로만 이야기한다면 신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체계화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민-관-교회’ 연대로 복지 향상시켜야김길구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필자는 신학은 곧 인간학이 될 수밖에 없다는 변명(?)을 합니다. 즉, 신학은 곤궁한 처지에 놓인 우리의 현실을 결코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의 현실은 연탄신학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갑질’로 대표되는 가진 자들의 횡포는 물론, 밑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현실 등을 볼 때, 작은 자를 돌아보고 그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신학적 노력이 당연히 있어야 할 것입니다. 비록 서툴고 부족하기는 하지만 필요한 노력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김현호 이 책의 장점은 읽을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탄의 역사에서부터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글을 중간 중간 배치해 놓았습니다. 실천적인 면을 강조한 신학답게 실천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한 것입니다.김수성 저는 ‘철사로 묶은 연탄’을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것이거든요. 또한 신학적인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이 책에는 우리 교회가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음을 잘 보여줍니다.김길구 이 사업을 처음에 시작한 허기복 목사님의 사례에서 이를 볼 수 있습니다. 교회를 담임하다가 결국에는 사임하고 나와서 밥상공동체와 연탄은행을 운영하였다고 합니다. 즉, 교회 안이 아니라, 밖으로 나와서 이러한 사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사업은 ‘운동’이 될 수밖에 없고, 교회나 교인은 후원자 또는 봉사자로서만 참여하게 됩니다.김현호 교회가 이제부터라도 나서야 할 것입니다. 직접 도와줄 형편이 안 된다면, 교회 주위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정을 파악하여 관청이나 지원단체와 연결해주는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것이 결국에는 지역을 섬기는 교회로서의 모습 아닐까요?김길구 그동안 기독교회가 기득권에 속함으로써 상당히 거칠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무례한 기독교’라는 말이 회자한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민관(民官)에 더하여 교회가 연대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의 한계를 조금이라도 더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였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이것이 바로 ‘생명목회’ 아니겠습니까?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진정으로 기뻐하는 크리스마스 맞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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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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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43] “소란 없이 성평등으로 가는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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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청년들의 ‘미투’ 그리고 페미니즘
‘우리나라 교인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질문이었다. 후반부에 게재된 설문조사 내용과 분석한 글을 보면서는 또 다른 의문이 떠올랐다. ‘이 수치를 그대로 믿어도 될까?’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이었다.이 책을 읽는 동안, 최근 인천의 한 교회에서 일어난 그루밍 성폭행 피해자들의 ‘미투(Me Too)’ 폭로 뉴스화면을 보면서, ‘저게 사실이라면 한국 교회에서의 페미니즘은 더 이상 미루거나 방치할 것이 결코 아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살면서, 얼마 전 여성 장로가 장립 받는 것을 보고서는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던 ‘남자 교인’이기에, 교회 청년들의 ‘미투’ 폭로는 너무도 아프게 다가왔다.이 책은 모두 6명의 글이 게재되었다. 송인규(한국교회탐구센터 소장)는 보수주의 측면에서의 기독교회 페미니즘을 살펴보았고, 양혜원(일본 난잔종교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자 담론과 연계하여 한국 교회의 페미니즘을 분석했다. 백소영(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외래교수)은 기독교를 뛰어넘어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페미니즘을 소개하면서 교회도 이에 동참해야 하는 당위성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센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분석과 리뷰, 한국의 페미니즘을 시대적으로 요약한 내용이 실렸다.
◈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 이 책은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 편집한 것으로, 이 센터는 2011년 ‘하나님나라를 위한 교회, 한국 교회를 위한 탐구’를 모토로 설립되었다. IVP, 2018. 18,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페미니즘과기독교윤리》 / 구미정 외 공저 / 예영커뮤니케이션《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 / 백소영 / 뉴스앤조이
▌좌담: 김길구,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이것은 우리만 해방되는 사건이 아니다. 답을 가졌다고 생각하면서 가장 ‘비성경적’으로 살고 있는 가부장적 그리스도인들도 해방하는 사건이다. 그러니 이제 시작하자. 교회 안에서 ‘다름’이 들리도록, 보이도록 만드는 사건들을.” [백소영, ‘페미니스트 성서 해석으로 제안하는 교회 제도 개혁’ 끝말 중에서]
진정한 남녀평등 교회공동체 이뤄야김길구 최근 미투(Me Too)운동이 우리 사회의 부도덕성에 신랄한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와 함께 페미니즘에 대한 교회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 기독교인들도 페미니즘에 대해 좀 더 올바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김현호 이 책에는 복음주의 입장에서 바라본 페미니즘부터 진보적 입장까지 다양한 시각을 한데 모아놓았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입장을 신학적으로 갈무리한 책은 그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김수성 그러나 복음주의 입장에서는 ‘평등론’까지는 성경 해석에 따라 어느 정도 인정할 수도 있지만, 페미니즘의 경우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우려를 나타냅니다. 즉, 인정하기 어렵다는 뉘앙스입니다. 이에 비해 진보적 여성학자는 기독교가 페미니즘을 거부하면 페미니스트들은 결국 교회를 떠나게 된다며, 교회가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진정한 남녀평등 공동체를 이루어야 함을 강조합니다.김길구 필자 중 한 분은 ‘라브리’ 활동을 통해 페미니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교회 사역자 사모가 되자 자기가 생각했던 ‘제자론’의 허실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현실은 복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로 인식하였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학과로 진학해서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김수성 아무래도 출산과 육아 문제, 여기에 더하여 가사까지 겹치게 되면 아무래도 활동 영역이 좁아질 수밖에 없겠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가부장제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가 오래 전부터 자리 잡았고, 이러한 문화 바탕 위에 기독교가 전래됨으로써 다른 나라에 비해 더욱 가부장 중심의 교회 공동체로 성장한 것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김현호 그렇다고 할지라도 ‘라브리’는 가부장적 분위기가 가장 약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자훈련을 통해 남녀 구분 없이 사역하는 단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부분적으로 한계를 드러내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교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비하면 그래도 사역자 부부가 함께 협동간사로서 활동하는 기관입니다.
여성입장 대변할 자리 배정조차 안돼김길구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적으로 본다면 유교적인 가부장제가 상당 부분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단적으로 비혼(非婚)이라 할 정도로 독신자가 늘어나고, 결혼을 해도 출산율은 세계 최저라는 뉴스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와 더불어 교회에서의 가부장적 인식은 아직도 더디게 변화하고 있습니다.김현호 교회에서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지요. 몇몇 보수적인 교단을 제외하고는 여성들도 목사와 장로 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였습니다. 물론 교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출석하는 교회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직분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여성 목회자들이 강대상에서 설교하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고요.김수성 물론 인식이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보면 온정주의라는 생각도 듭니다. 담임목사로 시무하는 여성 목회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여성 장로는요? 이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현재 교회 교인들의 상당수가 여성인데 여성 목사와 장로의 비율은 턱없이 부족하죠. 뿐만 아니라 이들이 맡고 있는 업무는 전도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김길구 교단 총회에 참석하는 여성 대의원 역시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즉, 가장 상위에 있는 의사결정기구에 참석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개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회에 참석할 수 있는 여성의 숫자는 극히 적습니다. 여성의 입장을 대변할 자리조차 마련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김수성 1970년대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전개된 ‘정치적 올바름(폴리티컬 코렉트니스)’ 운동이 있었습니다. 이 운동은 여성주의자들이 남성 중심이 성차별적 단어를 중립적인 단어로 바꿔 쓰자는 것으로, 단적인 예로 의장을 뜻하는 ‘chairman’을 ‘chairperson’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인종차별적인 용어를 비롯해 장애와 관련된 용어를 순화하였는데, 이제는 남성 중심의 단어를 중립적인 낱말로 바꾸자는 운동을 전개한 것입니다.
위원회 중심의 운영시스템 확산해야김길구 오늘 우리가 개념을 정확히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여성’이라는 접두어를 사용했습니다만, 직분이나 직업 앞에 ‘여’ 또는 ‘여성’을 붙이는 것도 사실은 가부장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도 여성목사, 여성장로, 여전도사, 여집사, 여교사, 여신자 등 성차별적인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합니다. 경우에 따라 남전도사, 남집사라고는 하지만 남성목사, 남성장로라고는 하지 않죠. 근본적인 인식부터 바뀌어야 합니다.김현호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은 ‘하나님 아버지’라는 말부터 ‘하나님 어버이’ 등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호칭 자체가 하나님의 속성을 남성으로만 편향되게 인식하게 한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복음주의자들은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김수성 마셜 맥루안이란 언론학자가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말을 했습니다. 즉, 같은 뉴스라도 어떤 매체를 통해 접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종이신문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과 같은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사람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도 달라진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어떤 낱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지는 것입니다.김길구 교회가 사회의 변화에 앞장서지는 못하더라도,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폐쇄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몇몇 교회에서도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부장제를 유지하면서 다만 여성들에게 시혜적으로 뭔가를 베풀려하지 말고, 근본적이고도 적극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김현호 최근 당회를 구성하기 어려운 작은 교회들의 경우, 위원회를 중심으로 교회 공동체를 꾸려가는 곳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교인 수가 얼마 되지 않는 교회여서 위원회 구성은 남성 여성 구분이 없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경우 여성이 더 많습니다. 즉, 여성들이 앞장서서 교회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죠. 큰 교회에서도 이런 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김수성 사실 페미니즘이 본격화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50년, 우리나라의 경우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가부장제에 맞서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인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여성들이 자체적으로 성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모임을 갖고,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능동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김길구 이 책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실제로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은 ‘평화를 깨는 이단아’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소란하지 않게 성 평등으로 가는 길은 없다.” 맞습니다. 공동체를 바로세우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다음에는 성탄절을 맞아 춘천제자교회 정해창 목사의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연탄 신학 이야기》(솔라피데, 2018)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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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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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42] 초기 선교사들, 부산항으로 입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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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각으로 본 한국 기독교 역사
이 책은 ‘부산에서 바라본 한국 기독교회사’라는 점을 내세운다. 그동안 대부분의 한국 기독교회사가 서울을 중심으로 씌어졌지만, 초기 선교사들이 이 땅에 첫발을 내디딘 곳이 부산임을 새삼 일깨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발자국이 너무도 희미하여 찾기조차 어렵지만, 그들의 흔적을 하나씩 좇아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한다.여기에 더하여 저자는 일제하 신사참배를 둘러싸고 배교와 순교의 갈림길에서 벌어졌던 목회자들의 ‘민낯’을 드러내 보이고, 이로 인해 해방 후 분열의 길로 갈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아픔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역사적 질곡도 부산이 주요 무대가 되어 일어났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 역사적 사실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이로 인해 오히려 ‘불교 도시’ 부산에 복음의 씨앗을 더욱더 흩뿌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며, 역사적 아이러니를 따듯한 시각으로 해석한다.또한 한국전쟁으로 인해 부산지역 기독교계에 나타난 두 가지 상반된 현상도 담담하게 풀어낸다. 북한지역에서 피란 내려온 교인들로 인해 부산경남지역의 교회가 오히려 더 발전할 기틀을 마련하게 된 점과,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시대적 사회 분위기와 환경으로 인해 부산이 다양한 이단이 발붙이고 발흥할 수 있는 요람이 된 점이다.
◈ 《다르게 다가서는 역사》 || 저자 탁지일은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세인트마이클칼리지에서 교회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부산장신대학교 교회사 교수로 재직하면서 월간 《현대종교》 이사장 겸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교회와 이단》 《찬송으로 듣는 교회사 이야기》 등이 있다. 예영커뮤니케이션, 2018. 13,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호주선교사 맥켄지의 발자취》 / 헬렌 맥켄지 / 대한기독교서회《부산경남지방 기독교회의 선구자들》 / 이상규 / 고신대학교출판부
초기 선교사들, 부산항으로 입국했다!기존의 교회사는 객관적인 사실마저 소홀히 취급해
▌좌담: 김길구,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특별손님: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
“대부분의 한국교회사 서술에는 첫 상주 선교사 알렌이 조선으로 가기 위해 1884년 9월 14일 상해를 떠났다고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알렌의 일기와 보고서에 따르면, 알렌은 9월 14일에 이미 조선 부산항에 도착해 있었다. 백낙준에서 시작된 이러한 오류는 … 1차 자료에 대한 재확인 없이 정설로 굳어져 왔다.” [본문 34쪽에서]
▲ 《다르게 다가서는 역사》는 부산에서 바라보면 한국의 교회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음을 지적하는 책이다(왼쪽으로부터 김수성, 김현호, 탁지일 교수, 김길구).
초기선교사들의 부산항 입국은 팩트!김길구 오늘은 이 책의 저자 탁지일 교수님을 모시고 진행하겠습니다. 복잡한 퇴근시간에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신 교수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환영). 이 책 제목에 ‘다르게’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다른 교회사와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지요?탁지일 한마디로 부산과 경남의 시각으로 바라본 기독교회사라는 점입니다. 여태까지 나온 교회사 대부분은 서울 중심 시각이었습니다. 각 교단에서 펴낸 역사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 선교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부산항을 통해 입국, 며칠 후 제물포항으로, 그리고 거기서 서울이나 평양 등으로 갔습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교회사 책에는 이 객관적인 사실조차도 소홀히 취급하고 있습니다.김현호 부산에서 특별히 한 일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탁지일 대부분의 학자들이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초기 선교사들이 부산항으로 들어온 후 부산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혀 만나지 못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김수성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알렌의 일기를 보면 부산의 왜색 도시, 일본인들의 도시로 표현했습니다. 선교사들의 그런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요?탁지일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초기 선교사들이 부산항을 통해 이 땅에 발을 내디딘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즉 팩트(fact)입니다. 이것은 사관(史觀)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교회사에는 선교사가 제물포항에 도착한 날짜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자칫, 본국이나 일본 등에서 바로 제물포항으로 입항해 서울로 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김길구 제물포가 서울의 관문이었다면, 부산항은 조선의 관문이었죠. 그런데도 서울의 학자들은 제물포만 언급하고 있군요. 그런데 이 사실이 중요한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탁지일 제가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부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기독교세가 상당히 약한 곳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초기 선교를 공부할 수 있는 역사적 유적이나 유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부산의 신학생들은 물론, 기독교인들이 비빌 언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몇 년 전에 광복동 입구에 선교사들의 ‘입국 표지석’을 세운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하디, 부산서의 고난이 부흥운동 촉발김현호 저는 캐나다 선교사인 로버트 하디가 원산부흥운동을 촉발하게 된 계기가, 부산 영도에서의 고난과 좌절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를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탁지일 하디는 토론토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엘리트 의사로서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영도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본국의 지원마저 끊기자 선교는커녕 직접 가족들의 생계비를 벌어야 했고, 영도의 거주지도 오가는 선교사들의 임시거처(road house)였습니다. 콜레라 등 전염병에 걸린 외국인 환자가 있으면 이곳에 격리 수용하기도 했고요.김수성 그렇더라도 부산에서의 어려움을 원산부흥운동과 연결하기에는 사실 관계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탁지일 한마디로 행간을 읽고 싶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원산에서 성경공부를 인도하다가 갑자기 공개적인 회개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어느 구절이 그를 자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성경구절에서 그는 부산에서의 고난과 역경을 떠올렸고, 그동안 남 탓만 하였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문제임을 고백한 것이지요.김길구 초기에 각 교단의 선교사들은 지역을 나눠 선교했습니다. 이러한 것이 신앙의 형태에 영향을 미쳤는가요? 탁지일 북쪽에서 선교했던 캐나다의 경우, 지역에 한정해서 선교한 것이 아니라 조선 사람들이 가는 곳이면 시베리아, 만주, 일본까지 따라갔고, 거기서 민족교육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에 비해 북장로교는 주로 서울과 평양, 경북 지역의 관료층이나 양반층을 대상으로 선교했습니다. 이렇듯 선교부에 따라 신앙 형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이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각 선교 교단과 담당한 지역이 서로 관련성이 있었던 점입니다. 남장로교의 경우 호남을 담당했는데 농업지역이라는 점, 북장로교와 북감리교가 담당한 서북지역은 상공업지역이라는 관련성이 있었습니다.
기독교 전래사를 상징하는 센터 필요김현호 부산경남지역은 호주 선교부가 담당했죠.탁지일 호주선교본부를 부산을 콕 집어 선교하기로 작정한 것은 헨리 데이비스의 순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선교를 위해 부산에 왔다가 다음날 죽음을 맞이한 그의 열정을 호주선교본부가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복병산 기슭에 있던 데이비스의 묘가 사라진 것입니다.김현호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데이비스의 묘비가 있었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일대가 개발되면서 아예 사라졌다고 하더군요.탁지일 안타까운 일이죠. 이 일대를 중심으로 호주선교부의 기독교 전래사를 기념할 수 있는 센터를 교계에서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이런 센터는 역사성, 접근성, 연계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데이비스의 묘가 있던 지역은 이 모두를 만족하는 입지라 할 수 있습니다.김길구 신사참배와 관련해 부산경남지역 교회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요?탁지일 지역마다 조금 차이는 있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평양 등 교회가 융성했던 곳은 신사참배 반대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이에 비해 서울과 같이 학교나 병원을 중심으로 선교하던 곳은 폐쇄를 피하기 위해 소극적으로나마 신사참배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러나 부산경남은 적극적인 친일과 함께 이에 강력하게 저항하던 인물을 배출한 곳이기도 합니다.김수성 그래서 부산경남을 ‘배교와 순교의 땅’이라고 불렀군요.김현호 당시 호주선교부는 절대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이 부산경남지역의 교회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요?탁지일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시 거창, 진주, 마산, 통영 등지에 산재해 있던 재산이 호주선교부가 일제에 의해 철수한 후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들 센터가 사라진 것은 분명히 선교에 마이너스 역할을 했을 겁니다.
부산, 이단 발흥에 좋은 조건 갖춘 곳김현호 신사참배 문제가 한편으로는 교단 분열이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죠. 그럼에도 이에 대한 참회의 모습은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김길구 부산이 이단의 요람이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되었죠?탁지일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먼저 부산은 본래부터 불교세가 강한데 비해, 기독교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유입된 교인으로 인해 갑자기 확산되는 등 기독교의 뿌리가 약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단이 생겨나더라도 일반시민들의 눈에는 차이가 없었고, 교세도 약하기 때문에 이를 통제할 힘도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이단이 발흥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김길구 상당히 의미 있는 지적인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한정된 지면으로 인해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많은 교인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신(新)사도행전을 써내려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다음에는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 펴낸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미투’운동과 관련하여 관심을 가질만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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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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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41]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고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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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해갈까?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한다.“그동안 우리는 미래에 대한 논의를 주로 기술 환경 변화에 국한시켜왔다. 그 결과 어떤 기계가 새로 발명되고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생활할지에 대해서면 논의해왔을 뿐,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인간 심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상상은 활발하지 않았다.” “…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시대에, 이 변화 앞에 인간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이런 질문들이 바로 이 책의 출발점이다.”그러면서 이전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모습으로부터 시작하여, 가족의 새로운 모습, 넘쳐나는 정보와 표현으로 인한 갈등 양상, 기술과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오히려 심화되는 인간 소외 현상, 치유의 상업화와 융합종교의 탄생,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새로운 방식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와 개개인에게까지 미칠 변화의 모습을 그려 보인다. 물론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개인이나 사회에 미칠 부정적인 모습이 주를 이룸으로써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모습을 막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는 책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하여 저자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기존 종교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묻는다.◈ 《다음 인간》 || 저자 이나미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딴 후, 뉴욕 융연구원에서 분석심리학 과정을 공부하고 유니언신학대학원에서 종교심리학을 공부했다. 저서로는 《융, 호랑이를 탄 한국인과 놀다》 《성경으로 배우는 심리학》 등이 있다. 시공사, 2014. 13,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인공지능 시대, 인간을 묻다》 / 박일준 / 동연《한국에서 심리학자로 살아보니》 / 이나미 / 유노북스
▌좌담: 김길구,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더, 호세아, 요엘, 아모스, 요나, 미가, 나훔, 스바냐, 스가랴, 말라기 등의 예언서로 가득한 구약성경에서 요한의 예언서로 끝나는 신약성경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의 핵심 정신은 하느님의 성스러운 계획이 어떻게 미래 세계에 실현되느냐를 보여주는 것이다. 예언서는 결국 미래를 위해 어떻게 현실을 준비할 것이냐에 대한 가르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에필로그’ 239쪽에서]
‘잉여 인간’으로 자조하는 젊은 세대김길구 올해 초에 《인공지능과 기독교 신앙》을 읽고서 변화하는 세상에 대해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세상의 변화, 사회적인 흐름을 언급했다면, 오늘 우리가 읽은 책은 이러한 변화가 개인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전망한 것입니다. 특히 저자는 융의 분석심리학에 기초하여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합니다만, 분명한 것은 부정적인 면이 많이 나타날 것이란 것입니다.김현호 첫 부분에서부터 젊은 층은 무감동, 무기력, 무관심에 젖어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정말 우울한 전망이죠. 몇 년 전에 한 취업사이트에서 20대들에게 ‘자신이 사회에 불필요한 사람이 되고 있다고 느낀 적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응답자 1744명의 67.1%, 특히 대학졸업생의 경우 70% 가까이가 “그렇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잉여 인간’으로 자조하고 있는 거죠.김수성 이들이 이렇게 의욕을 상실한 가운데 생활하게 되면 자칫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젊은이들(프리터족)이 지금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구석방 폐인(히키코모리)’ 문제도 심각합니다.김길구 한마디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갈수록 그런 일자리를 구하기는 더욱 힘들 것입니다. 한때 ‘고슴도치 신드롬’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최근 젊은 층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고슴도치 신드롬’이 심화된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김현호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에서는 오감 만족을 추구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맛집’에 집중하거나, 최고급 디저트를 추구하는 경향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랑하듯이 SNS에 부지런히 올리죠. 내적 충실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치중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 과학기술의 발달이 사회의 변화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개개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그 전망이 부정적이라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사진은 영국의 ‘채널4’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휴먼스〉 시즌2 광고화면]
‘가짜 가족’, R세대 등장과 양극화 현상김수성 또 하나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자발적 독신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미혼이 아니라 ‘비혼(非婚)’이란 말을 일반적으로 사용할 정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반혼(半婚) 커플’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같이 살아보고 혼인신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출산은 더욱 심각한 상태죠.김길구 한마디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책임질 일은 하지 않고, 혼자서 ‘속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흐름이라 할 수 있겠죠. 이로 인해 기존의 가족 시스템이 붕괴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책에서 언급했듯 돈을 지급하고 계약을 맺는 ‘가짜 가족’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김현호 제가 나가는 교회에서 독신자 셀을 맡고 있는데 갈수록 인원수가 늘어납니다. 그런데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얼핏 살펴보면,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취미나 공동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관계는 가족공동체와는 달리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끊을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연결고리라는 것입니다, 대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많습니다.김수성 일본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감정로봇도 서서히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나이든 노인을 대상으로 이야기도 나누고 간단한 심부름도 할 수 있는 로봇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농어촌 노인들을 대상으로 시험가동을 한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김길구 앞으로 ‘R세대’가 등장할 것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세상입니다. 모든 것을 로봇에 의존하는 세대라는 뜻입니다. 2015년부터 영국의 ‘채널4’에서 방영하고 있는 〈휴먼스(Humans)〉라는 드라마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식사를 준비하는가 하면, 가벼운 말상대가 되어주기도 합니다.김현호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공적으로 만들어 부착한 팔이나 다리를 사람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현실화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두 팔을 모두 잃은 사람에게 부착한 인공 팔을 뇌에서 생각만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하는 인공 다리도 마찬가지입니다.김수성 문제는 이러한 모든 것이 돈에 좌우된다는 것이죠. 아무리 좋은 기계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은 그림의 떡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 서비스에도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줄기세포 치료법 같은 것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예언자적 메시지를 선포할 때김길구 어떤 학자는 앞으로 탈종교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이 책에서는 융합종교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같은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체의 교리나 도덕성 등은 무시한 채 오로지 영성만을 추구하는 종교현상이 유행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서구사회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성을 힐링 방법의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죠.김현호 디모데후서 3장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비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하지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니 이 같은 자들에게서 네가 돌아서라. … 그러나 너는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라.” 김수성 죽음에 관한 전망도 우리 교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수명이 갈수록 길어짐으로써 나타날 존엄사 부분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앞으로 자살클럽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김길구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되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할 일을 잃고 자칫 잉여 인간, 무욕 인간으로 전락한다면, 삶이 덧없어지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이럴수록 교회가 이들에게 희망과 함께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김수성 과학이 점점 신의 영역에까지 침범하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자본주의 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가깝게는 우리 자녀들, 좀 더 멀리는 우리 손주들이 살아갈 세상이 이러하다면, 지금부터라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김현호 신구약 성경의 예언서가 단순히 다가올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런 미래가 오지 않도록 현실을 준비하라는 경고의 의미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변화를 주의 깊게 보고 우리부터 그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김길구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한창 젊었을 때 입버릇처럼 되뇌었던,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6:33)’는 말씀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부산장신대학교 탁지일 교수(교회사)가 쓴 《다르게 다가서는 역사》(예영커뮤니케이션, 2018)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이 책은 부산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회사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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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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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40] 《신》이 기독교 인문학 발전의 계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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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증명한다!
이 책은 우선 방대하다. 900쪽이 넘는데다 고대 철학에서 현대 신학까지 가로지르며 하나님이 어떤 존재인가를 이야기한다. 즉, 서양문명에서 ‘하나님’을 어떤 분으로 인식하고, 신학적으로 이를 어떻게 증명했는가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하나의 주제를 증명하기 위해 세부적인 명제까지도 가능하면 상세하게 설명하는 방식을 사용한다.예를 들면, 3부 ‘하나님은 창조주다’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창조론이 왜 《고백론》 안에 있나’ ‘창조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창조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소주제로 내세워 하나씩 설명한다. 또한 이들 소주제를 설명하는 내용도 만만찮다. ‘태초는 언제인가’부터 시작해서 ‘영원이란 무엇인가’ ‘시간이란 무엇인가’ ‘천지란 무엇인가’ ‘창조의 여섯 날이 문자 그대로 6일인가’ ‘다윈의 진화론과 그 영향’ ‘창조론은 진화론을 수용할 수 있나’ 등 별도로 신학적/철학적 곁가지를 끄집어내 일일이 설명한다.이를 위해 플라톤과 신플라톤주의를 받아들였던 아우구스티누스를 중심으로 교부철학과 토마스 아퀴나스, 그리고 요한 칼빈을 비롯한 종교개혁자, 칼 바르트와 파울 틸리히 등 현대 신학자들의 주장까지 연결시켜 하나님을 증명한다. 책이 방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은, 나름대로 전문용어를 피하고 쉬운 낱말과 대화체 문장을 사용함으로써 독자들이 좀 더 친근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 《신》 || 저자 김용규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튀빙겐 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위르겐 몰트만과 에버하르트 융엘의 강의를 들었다. 저서로는 《데칼로그》 《생각의 시대》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 등이 있다. Ivp, 2018. 42,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데칼로그》 / 김용규 / 포이에마《하나님을 말하다》 / 팀 켈러 / 두란노
《신》이 기독교 인문학 발전의 계기되길
그럴 때 교회부흥도 담보할 수 있을 것
▌좌담: 김길구,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 유발 N. 하라리는 이제 인간이 신이 되고자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용규는 기독교 인문학으로 하나님을 증명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신앙과 이성의 균형을 유지할 것을 권면한다. [그림은 미켈란젤로가 그린 이탈리아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아담의 창조〉]
“하나님은 모든 존재물이 존재하는 바탕입니다. 즉, 모든 존재물은 하나님 안에서 존재를 부여받아 존재하지요. ‘하나님은 존재다’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겁니다. 따라서 하나님은 우주마저 자기 안에 포괄하며, 무소부재하고, 오직 하나님만이 존재할 뿐 하나님의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나님은 유일자다’라는 말은 바로 여기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존재는 또한 자신의 내적 법칙인 ‘말씀’으로 모든 존재물을 자기 안에 창조하지요. ‘하나님은 창조주다’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단히 자신의 피조물들과 관계하며 그들을 오직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어 가지요. ‘하나님은 인격적이다’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본문 56~57쪽에서]
인문학을 망라하여 신을 이야기하다
김길구 오늘로 ‘기독교 교양 읽기’가 마흔 번째를 맞이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는 900쪽이 넘는 아주 두꺼운 책을 택했습니다. 저자가 2010년에 펴냈던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의 개정증보판이라 할 수 있는, 《신》입니다. 이 책은 신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이 세대를 향해, 나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김현호 저자는 이 책에서 서양철학과 신학, 역사, 문학에 더해 현대 물리학 등을 망라하여, 인문학적으로 오늘도 우리 속에 살아계신 하나님을 이야기합니다. 최근 과학을 무기로 한 무신론자들을 비롯해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이 신적 존재로 바뀌고 있는 현실에서,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김수성 저자는 이 책의 목표를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에 대한 바르고 정치한 이해를 통해 서양문명의 심층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 책은 불신자나 일반 교인들을 대상으로 인문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기독교의 하나님을 증명하는데 집중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궁극적인 목표는 ‘인문학으로 하나님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길구 맞습니다.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란 부제가 있습니다만 저자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신을 떠난 인간’의 문제로 진단하면서 다시 신본주의적 관점에서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켈란젤로가 그린 이탈리아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중에서 〈아담의 창조〉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모습을, 책 맨 앞에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현호 이 그림에서 흰 수염을 휘날리며 막 창조된 아담과 손가락을 마주대려고 하는 할아버지 같은 모습의 하나님이, 실제로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의 모습에서 나온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당시 인문학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 르네상스인들은 제우스를 하나님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고 합니다.
‘인문학’과 ‘기독교 인문학’ 구분해야
김수성 그렇다면 ‘인문학적으로’ 하나님을 증명한다는 말에 있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길구 저자가 여기서 이야기하는 인문학은, 정확하게는 ‘기독교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르네상스 당시의 인문학은 신본주의에서 인본주의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에 비해 기독교 인문학은 당연히 하나님 나라가 그 주제가 되어야겠지요. 바울은 로마서에서 하나님 나라는 먹고 마시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고 했습니다. 기독교 인문학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호 그래서 저자는 먼저 그리스철학을 이야기하고 이어서 르네상스 초기 인문학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단테의 《신곡》에서 인용을 하고, 그것들을 기독교 인문학의 정점인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비롯한 다양한 저작과 상호 비교하면서 하나님을 속성을 찾아나가는군요.
김수성 역사적으로 본다면, 신이라는 코드로 서양사상의 두 기둥인 헬레니즘적 인문학과 히브리즘적 기독교 인문학을 가로 세로로 직조하면서, 하나님의 모습을 불신자나 일반 신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군요.
김길구 그래서 사회학자 등에게서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만, 신을 잃어버린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바는 적지 않다고 봅니다. 단적인 예로 헬레니즘 전통의 ‘불변성’과 히브리즘 전통의 ‘역동성’을 비교한 것은 하나님을 증명하는데 아주 중요한 키워드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통해 하나님의 인격성을 이야기합니다.
김현호 변하지 않는 제우스는 오늘날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책 속에 갇혀 옛날이야기로만 읽혀지는데 비해, 역동적인 하나님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오늘도 우리와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역사하고 있다고 구체화합니다.
김수성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 상호모순이 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도 누누이 지적하고 있듯이 초기 기독교사상에는 그리스 철학이 상당부분 흡입되었고, 아직도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교회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자기가 원하는 神 만들어
김길구 사실입니다. 기독교 역사가 증명하고 있듯이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교부철학시대에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더하여 신플라톤주의에다 기독교 옷만 입혀 교리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스토아철학이 기독교에 영향을 미칠 때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김현호 저는 대표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정점으로 동물-식물 등으로 계층화시킨 ‘자연의 사다리’가 기독교에 유입되어 ‘존재의 사다리’로 변형되었다는 것이 기억납니다. 이로 인해 하나님-천사-인간으로 서열화되고, 교회 안에서도 교황-주교-사제-평신도로 계층화되었죠. 사실 이 ‘존재의 사다리’는 사회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수성 저자는, 대표적인 신학자인 바울이나 아우구스티누스가 그리스 철학에 영향을 받기는 했음에도, 이에서 벗어나 ‘십자가의 은총’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 교리를 확립한 인물들이라고 지적합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이들의 사상을 물려받아 ‘존재의 사다리’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만인제사장설 등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아직도 직분을 계급으로 착각하는 교인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김길구 끝으로 아우구스티누스가 “네가 하나님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 뭐 그리 놀라운 일인가? 만일 네가 그분을 파악한다면, 그분은 하나님이 아니다.”라고 했던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면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하나님은 자칫, 내가 창조한 하나님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는 말입니다.
김수성 유명한 신화학자인 조셉 캠벨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신이라는 관념의 진정한 의미는 초(超)‘신학적’입니다. 이것은 정의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이 신비스러운 초신학, 살아 있는 모든 존재의 근원이자 종말이자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떠받치는 힘입니다.” 내가 만든 하나님을 내가 신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말입니다.
김현호 역사적으로 인간이 이성을 중시하면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죠. 근대주의의 물결이 몰아치면서 사람들은 하나님의 도움 없이도, 아니 ‘이성이라는 하나님’이 세계를 잘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자만했습니다. 그러나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포악하고 어리석은가를 실감했습니다. 그 결과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하였지만, 이제는 첨단 물질문명이 하나님을 대신하는 결과를 빚고 있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만의 하나님을 창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길구 이 책을 계기로 여러 사람이 다양한 저작물을 많이 출판하여 기독교 인문학을 더욱 발전시키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사회에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교회의 부흥도 새롭게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에는 제임스 K. A. 스미스가 쓴 《습관이 영성이다》(비아토르, 2018)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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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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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39]근본주의의 소중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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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근본주의가 남겨준 유산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라는 부제(副題)에서 알 수 있듯, 근본주의에 관한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근본주의가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저자의 이력에서 볼 수 있듯이, 근본주의의 문제점도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러면서 근본주의에서 우리가 배울 점을 부각시킨다.약점과 강점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약점을 바로잡으려고 강점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강점은 강점대로 살리고, 약점은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신앙에 있어 어느 하나만을 주장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래서 서로를 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근본주의에서 주장하는 개인 구원의 중요성과, 행동주의에서 강조하는 사회의 구조적인 억압 시스템의 타파는 어느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예수 그리스도와의 개인적인 관계는 나머지 다른 모든 것들의 기반이기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이 책에서 ‘톱밥’은 저자가 어렸을 때 참석했던 야외전도집회 천막 아래 바닥에 깔아놓았던 톱밥길, 이 길을 따라 집회장 앞으로 걸어 나가 무릎을 꿇고 회개하라는 요청을 받았던 길의 표상이다. 즉, 톱밥길은 ‘회개의 길’을 의미한다.◈ 《톱밥 향기》 || 저자 리처드 마우(Richard J. Mouw)는 미국 칼빈대학교 등에서 기독교 철학과 윤리학을 가르쳤고, 1993년부터 20년간 풀러신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문화와 일반 은총》 《아브라함 카이퍼》 등이 있다. 원제 The Smell of Sawdust(2000). SFC, 2016. 12,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무례한 기독교》 / 리처드 마우 / Ivp《하나님 나라를 상상하라》 / 제임스 스미스 / Ivp
복음주의의 강점은 여전히 소중하다
“인내와 겸손을 통해 ‘제2의 소박함’ 촉진해야”
▌좌담: 김길구,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 복음주의의 가장 큰 장점인 신앙적 순수성은 어떤 경우에라도 소중하다. 이 장점을 더욱 살리면서 단점을 고쳐나갈 때 한국 교회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사진은 2016년 버몬트주 벌링턴에서 개최된 부흥회에서 '톱밥길'을 따라 나와 기도하는 모습, 출처:greensboro.com]
“오늘날 복음주의자들 중 스스로를 점검하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너무 적다. 그러나 복음주의는 바로 자기반성이 특히 어울리는 운동이다. 운동은 방향감각을 필요로 한다. 어디에서 왔고, 현재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본문 37쪽에서]
신앙부흥운동의 뜨거운 열기 기억해야
김길구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마우는 철저한 칼빈주의자였던 아브라함 카이퍼의 사상을 미국 복음주의에 도입한 학자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즉,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이 행사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현호 아브라함 카이퍼는 네덜란드 신학자이자 정치가죠. 그는 국회의원을 거쳐 총리로 재직한 경력에서 볼 수 있듯이, 단순한 신학자가 아니라 현실 참여주의자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를 설립하는 등 오늘의 네덜란드가 있게 한 주역 중 한 명이었습니다.
김길구 리처드 마우가 이러한 사상의 영향으로 뒤에 ‘공공신학’의 실천자가 된 것은 우연한 결과가 아닙니다. 공공신학에서 신학은 창조, 역사, 문화, 사회, 인류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공적인 삶 속에서 교회의 위치와 교회의 사회적 형식, 그리고 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에 초점을 맞춥니다.
김수성 한마디로 종교와 세상을 분리해서 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 그러니 세상살이도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군요. 상당히 현실참여적인 신학을 이야기한 학자가 근본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김길구 미국 기독교의 발전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를 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저자는 미국 기독교를 청교도 신앙으로 대표되는 1세대, 복음주의 신학과 자유주의 신학이 대립하던 2세대, 그리고 상호 문제점을 뛰어넘고자 하는 3세대로 구분하여 이야기합니다.
김현호 1세대는 신앙의 자유를 찾아 ‘하나님의 땅’으로 여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했던 청교도의 신앙을 그대로 이어받으려고 노력했던 세대라 할 수 있겠죠. 복음의 열정으로 똘똘 뭉친, ‘종교 대각성운동’으로 대표되는 순수한 신앙운동 시기였습니다.
김수성 이 책에서 언급된 ‘톱밥길’은 1세대 신앙인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시 자료를 보면 대형 천막 안에 수천 명의 신도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이 책의 표지 사진은 에디 마틴의 집회 때 모습인데, 이에 앞서 드와이트 무디의 신앙부흥운동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복음주의적이지만 독선적이지 않아야
김길구 1세대 신앙부흥운동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부각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지적하듯이 반(反)지성주의, 내세지향성, 분리주의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유럽에서 시작된 자유주의 신학이 미국 땅에도 들어옵니다. 그러자 이들 양 진영의 대립이 첨예화되고, 그런 가운데 근본주의가 부각됩니다.
김현호 근본주의는 당시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주장은 물론, 당시 팽배하던 다원주의와 사회주의, 새로운 철학 사조와 문화 운동 등 모든 것을 비판하며 오직 성경을 모토로 전도와 선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운동이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아직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요.
김수성 저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상황을 기억합니다. 1970년대에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교회성장론과는 달리, 한편에서는 역사비평과 양식비평, 편집비평 등의 방법론으로 기술한 신학서적들이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다 제3세계의 해방신학 서적까지 더해지자 기성교회에서는 이들 서적을 불온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김길구 아이러니하게도 교회성장에 관한 이론이 연구되었던 곳이 바로 풀러신학교였습니다. 이로 인해 풀러신학교가 나중에 비판을 받기도 했죠. 어쨌든 이들 두 진영의 대립은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드러냈습니다. 저자는 《무례한 기독교》라는 책에서 앞으로 나아갈 바를 적절하게 지적합니다. 첫째, 자유주의적이지 않지만 온건한 태도, 둘째, 타협하지는 않지만 정중한 태도, 셋째,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일종의 다짐, 넷째, 만약에 기독교가 자신이 있다면 더욱 세상에 대해서 겸허할 것을 주장합니다.
김현호 복음주의적이지만 독선적이지 않아야 한다, 지킬 것은 지키더라도 정중한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럼에도 대화를 단절해서는 안 된다. 교회와 세상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에서 벗어나 오히려 세상의 지식도 포용해야 한다는 뜻이죠. 오늘날 우리 한국 교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메시지라 하겠습니다.
김수성 사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교회역사를 살펴보면 정치권력과 타협한 사례가 너무도 많습니다. 특히 독재정권에 빌붙어 세력을 확장했는가 하면, 그러한 정권에 반발하는 세력을 간접적으로 탄압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후유증이 이제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외면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김현호 복음을 지킨다는 당위성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교회가 독선으로 빠져들기도 했죠. 그러면서 교회의 태도가 거칠어졌습니다. 이러한 것이 복음 전파를 오히려 위축시켰습니다. 이제는 부드럽고 상냥한 태도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모든 분야,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파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단점은 고치고 장점은 살려야
김길구 저자는 3세대 신앙으로 신(新)복음주의를 이야기합니다. 근본주의든 자유주의든 모두 한쪽으로 치우친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니 각자의 단점은 고치고 장점은 살려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근본주의의 강점으로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톱밥 향기’를 내세웁니다. 어렸을 때 느꼈던 그 열정과 순수, 이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기독교 신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죠.
김현호 실제로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했던 사람들에게는, 당시의 기억과 느낌이 신앙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어렸을 때 배웠던 것들에 허점이 많았던 것을 깨닫지만, 그럼에도 주일학교에서 체험했던 신앙적 순수성이 있기에 온전히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수성 근본주의 못지않게 자유주의 신학에 따른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게 근본주의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열성적인 신앙을 감정적으로 치부하고, 개인전도 중심의 활동을 폄하한 것이죠. 또한 주지주의와 계몽주의로 인해 경건주의가 나타나게 되었음을 새삼 일깨웁니다.
김길구 그렇기에 저자는 ‘제2의 소박함’을 강조합니다. 기왕에 드러난 단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것을 견뎌낸 믿음을 굳건히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두 가지 언급합니다. 인내와 겸손입니다. 독선주의를 떨치고 신실한 행동을 요구하는 제자도로 나가기 위한 덕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현호 한마디로 하면 ‘거룩한 현세지향성’이죠. 내세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현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되, 근본주의의 가장 큰 덕목인 거룩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인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교회 현실에서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수성 그동안 우리가 몇 차례 거론했던 지역을 섬기는 교회의 모습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길구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용상 우리 한국 교회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존재의의를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900쪽이 넘는 방대한 책이기는 하지만, 철학자인 김용규의 《신》(Ivp, 2018)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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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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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38] "너 지금 올 수 있겠지?" 이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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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관한 묵상집
이 책은 ‘장례예배’ 설교 모음집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목회하는 분들, 특히 신임 목회자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말씀을 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묻어난다. 아이를 출산하러 병원에 갔던 30대 산모가 주검이 되어 나온 사례가 있는가 하면, 가족과는 달리 교회에 나오지 않았던 고인에 대한 고별 예배, 우울증으로 자살한 신자의 죽음 앞에서 저자는 메시지의 한계를 절감한다.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신자들에게도 ‘심각한’ 의미를 부여한다. 신앙인들이 죽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냥 툭 던지는 메시지가 아니다. 고인이 평소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 그의 이력과 성품을 소개하면서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해석’한다. 고인의 이력을 보면, 미국에서 살았다는 것만 빼면, 우리네와 비슷한 삶의 여정이기에 그 의미가 진득하게 다가온다. 부록으로 게재한 ‘거룩하고 의미 있는 장례예배를 위해’는 목회자에게 실제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임종 과정에서의 목회’ ‘임종에서 애도까지’ ‘장례 설교에 대해’ 세 부분으로 나눠,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사항을 정리해 놓았다.
◈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 저자 김영봉 목사는 미국 남감리교대학교 퍼킨스신학교, 캐나다 맥매스터대학교에서 연구하고 협성신학교에서 신약학을 가르쳤다. 지금은 미국 와싱톤사귐의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가장 위험한 기도, 주기도》 《숨어계신 하나님》 등이 있다. Ivp, 2016. 11,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애도수첩》 / 캐시 피터슨 / 샘솟는기쁨《삶을 위한 죽음 이해》 / 김명선 / 대한기독교서회
“너, 지금 올 수 있겠니?”이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좌담: 김길구,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 “너, 지금 올 수 있겠니?”라는 주님의 질문은, ‘내 품에 안기는 것이 그곳에서 사는 것보다 더 복되다고 믿느냐?’라는 뜻이었습니다. [본문 20쪽. 그림 출처: everplans.com]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 것들’에 눈을 뜨게 됩니다.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존재가 있고, 흔들리지 않는 나라가 있으며, 흔들리지 않는 생명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것을 믿는 데까지 자라가야 하며, 그것을 사모하고 갈망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우리의 믿음이 거기까지 이르면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그뿐 아니라 주님 품에 안기는 것을 사모하고 열망하게 됩니다.” [‘여는 묵상’ 중에서]
고인의 삶을 성경에 비춰 ‘의미’ 부여
김길구 이 책에는 16편의 장례 설교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고인들의 죽음을 나름대로 분류해보니 절반 이상이 돌연사를 비롯해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다가 돌아가신 경우입니다. 물론 책 편집을 위해 사례를 선별했겠지만, 어쨌든 상당수는 장애나 병을 거쳐 죽음에 이른다는 데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김현호 이 책을 보면서 살아있는 자들이 돌아가신 분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떤 죽음이든을 막론하고, 품격 있는 죽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예의를 갖추는 것은 오로지 살아있는 자의 몫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의 장례문화가 예의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를 되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수성 저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저자가 맞춤 설교를 했다는 점에서 부러웠습니다. 인용한 성경구절도 우리가 장례식 때 흔히 보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인의 삶과 죽음에 적절한 성경을 인용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한 편의 시를 더하기도 하였습니다.
김길구 그러기 위해 저자는 고인이 어떻게 살아왔는가, 어떤 삶을 누렸는가에 대해 자료를 찾고 분석했다고 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고인의 삶을 성경에 비추어 ‘해석’하고 생전 삶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지요. ‘사귐과 섬김’에 초점을 맞춘 목회를 하였기에 이것이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형교회에서는 이런 장례 설교를 하기 힘든 게 현실 아닌가요?
김현호 대형 교회의 경우, 교구목사들이 집례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교인들의 사정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목회자는 교구목사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상당수 교인들이 장례 예배를 담임목사가 집례하고 설교하지 않으면 ‘섭섭해’ 한다는 것이지요.
김수성 이 책에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사례가 몇 건 있습니다.
유가족에 대해 지속적으로 배려해야
김길구 우선 고인에 대해, 칭찬 일색이거나 미화하지 않는 절제된 깊은 성찰을 들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과 불화가 잦고, 한번 등지면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다시 보지 않는 까칠한 화가를 회고한 설교가 그러합니다. 고인이 그린 그림을 소재로, 내면의 외로움과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고픈 고인의 열망을 하덕규의 노래 〈가시나무〉 가사에 빗댄 설교가 마음에 와 닿았어요.
김현호 자식들의 부탁으로, 교회에 나오지 않던 아버지에 장례 예배도 인상 깊었습니다. 교인 중에는 믿지 않는 분에 대한 장례 예배를 인정하지 않는 분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는 사람들이 모여 예배드릴 이유가 충분하다고 합니다. 우리가 결국 의지할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김수성 저는 우울증으로 자살한 분에 대한 장례 예배 때의 메시지가 새삼스러웠습니다. 자살이라는 외형적인 사건만을 보고 교리적으로 판단하는 교인들에 대한 권면입니다. 구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영역이므로, 인간이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을 침범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범하기 쉬운 잘못이죠.
김길구 그러면서 저자는 일반적인 자살과 고인의 죽음을 구분하죠.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회개할 기회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이다. 그러나 마음의 병도 질병이므로 우울증 등으로 인한 자살은 암과 같은 병으로 돌아가신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유가족과 주위 분들을 위로합니다.
김현호 유가족에 대한 배려도 감동적입니다. 사실 생각지도 못했던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은 유가족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줍니다. 그렇기에 장례 설교는 이들 유가족을 충분히 생각해야 하고, 장례식이 끝이 아니라 이들이 그 슬픔과 아픔에서 벗어나기까지 일정 기간 동안 계속해서 보살피고 배려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길구 특히 둘째 딸이 분만실에 들어갔다가 주검으로 나온 사실에 망연자실한 부모에게 목사인 저자도 할 말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신정론으로 변호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 ‘목사 노릇’을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진솔하게 고백합니다.
김수성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에서 로드리고 신부가 하나님을 향해 그렇게 많은 신자들이 죽어가는 데 “왜 당신은 계속 침묵하고 있느냐”고 절규하던 장면이 생각나게 합디다. 세월호 사건 때 몇몇 목회자가 어설프게 유가족을 위로했다가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했죠.
김현호 이럴 때는 저자와 같이, 유가족과 함께 아파하고 탄식하고 울어주는 목회자가 필요합니다. 그들과 함께 하나님께 대들기도 해야 합니다. 이런 모습에서 우리와 함께 하는 목회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두둔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이야기하다가는 오히려 하나님의 뜻을 왜곡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도 돋보여
김길구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부록입니다. 우선 미국과 한국의 장례 예배를 비교해볼 수 있는 점입니다. 또한 목회자가 주의하고 준비해야 할 점을 세세한 부분까지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장례 예배를 ‘고별예배’라는 부른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고 하듯이, 집례자가 말씀을 통해 고인의 인생을 정의한 것도 의미가 크고요.
김현호 임종 예배 때 성찬을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죽음을 앞둔 분들이 성찬을 통해 구원의 확신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휴대용 성찬기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이런 부분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김수성 부록의 내용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연세 높은 분들이 많은 우리나라 교회 현실에서 목회자들에게 좀 더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핵심적인 부분을 잘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목회를 새롭게 시작한 목사들에게는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는 지침서라 할 것입니다.
김길구 설교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장례 설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깊은 묵상을 통해 준비한 말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현호 뿐만 아니라 집례자가 고인의 삶을 통해 오히려 은혜를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흔치 않은 목회 고백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수성 이 책의 부제가 ‘삶과 죽음에 관한 설교 묵상’입니다. 죽음 못지않게 삶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지금 올 수 있겠니?’라는 제목의 글로 이 책을 시작합니다.
김길구 맞습니다. 저자는 설교를 통해 장례 예배에 참가한 신자들에게도 죽음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지를 적절하게 알려줍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더욱 다가오는 설교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풀러신학교 총장을 역임했던 리처드 마우의 《톱밥 향기》(SFC, 2016)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정리: 김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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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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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37] 기독교문화의 풍성한 발전이 곧, 복음 전파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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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십계명
요즘 기독교인들은 십계명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구태의연한 옛날 이스라엘의 법규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십계명을 현대적 의미로써 풀이한다. 문화의 옷을 입혀 보여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화현상으로만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어차피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신학적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종교는 문화의 옷을 입고 나타나므로, 십계명을 기독교문화로 표현해낼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래서일까, 십계명을 문자 그대로가 아닌, 현재 우리의 삶과 환경에서 확장하여 해석한다. 또한 그의 그림에 관한 지식을 보여주듯, 곳곳에서 다양한 명화를 꺼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괜찮은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신학적인 문제를 문화로 설명하려고 하니, 가끔 부대끼는 곳이 툭툭 튀어나와 앞뒤 맥락을 연결하며 읽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십계명을 문화적으로 해석하여 오늘날 우리에게 설명하고자 한 시도만큼은 충분히 흥미를 끌만하다.
이 책은 저자가 2015년에 《월간고신 생명나무》에 연재했던 글을 정리하고 다듬어서 펴낸 것이다. 당시 《월간고신 생명나무》에서는 한 해 전체를 십계명 특집으로 배정하고, ‘원문으로 읽는 십계명’ ‘문화로 읽는 십계명’ 등 다섯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 《십계명, 문화를 입다》 || 저자 안재경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경기도 남양주의 온생명교회 담임으로 시무하면서 웹진 〈개혁정론〉의 운영위원 및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고흐의 하나님》 《렘브란트의 하나님》 등이 있다. SFC, 2017. 10,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데칼로그-십계명,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김지찬 / 생명의말씀사
《삶의 목적과 의미》 / 마이클 호튼 / 부흥과개혁사
《오래된 새 길》 / 김기석 / 포이에마
기독교문화의 풍성한 발전이 곧, 복음 전파의 지름길이다
▌좌담: 김길구,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 십계명은 오늘 우리의 무분별한 문화에 비춰 새롭게 인식해야 할 중요한 규범이라 할 수 있다. [그림은 마르크 샤갈이 그린 ‘Moses Beholds All the Work’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십계명을 케케묵은 옛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라, 하지 말라’는 요구 또는 명령들의 모음집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람이 이룬 모든 것을 문화라고 한다면, 사람은 어느 누구도 문화를 피하거나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세상 문화로 말미암는 십계명에 관한 왜곡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리스도인은 문화로 인해 왜곡된 십계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결국 믿음까지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서문’ 중에서]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십계명
김길구 오늘날 우리 한국 기독교계가 고민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로 기독교문화의 침체 또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야기할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기독교문화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하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현호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기독교 예술단체가 설립되어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일반인들에게까지 어필하거나 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작품 활동은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수성 저자는 십계명 하나하나를 이야기하면서 대체로 독자에게 익숙한 그림을 먼저 끄집어내 소개합니다. 서문에서는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누구며 어디로 가는가?〉를, 제1계명에서는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를, 제6계명에서는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제시하였습니다.
김길구 계명을 이야기하기 위한 예시로서 그림 등 유명한 작품을 먼저 소개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데, 현대인들에게 다소 멀게만 느껴지는 십계명의 의미를 우선 그림을 통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저자는 그림과 관련된 책을 저술하기도 한 분이죠.
김현호 십계명을 현재 우리 사회의 현상과 비교하면서 설명한 것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단적인 예로 제3계명을 이야기하면서 오늘날 우리 교회에 제대로 된 ‘고백문화’를 만들어 가야함을 역설합니다. 그리고 제1계명에 ‘신들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제3계명에 ‘하나님의 이름을 찾아주세요’ 같이 친근한 제목을 붙인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타 종교에 비해 상당히 윤리적인 규범
김길구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볼까요. 사실 종교개혁 이후 기독교문화는 장르 간에 균형이 깨지게 됩니다. 특히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말씀을 내세움으로써 문자적인 면에서는 지속적으로 발전하였지만, 조각이나 회화 쪽은 상당히 침체일로를 걷습니다.
김현호 초대교회 이후 계속 논란은 있었지만,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성상을 일반화하였지요. 특히 문맹자가 많은 현실에서 그림이나 조각으로 이들에게 성경 말씀을 깨닫게 한다는 의도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방정교회에서는 이콘(icon)이 크게 발달하였죠.
김길구 루터와 츠빙글리, 칼빈 등 종교개혁자들은 성상을 강력하게 반대하였습니다. 루터는 이것이 ‘우상 숭배를 조장하는 행위’라며 ‘예배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어야 한다. 말씀은 우리에게 빛과 지침을 제공’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기에 기독교는 ‘책의 종교’로서 발전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기독교 미술은 상상력을 풍부하게 발휘하지 못하고, 성경 말씀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데 그칩니다.
김수성 기독교가 말씀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면, 십계명 역시 과소평가할 수 없는 의미를 가진 규범으로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십계명은 당시 인근 지역의 다른 신들에 대한 예배 행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윤리적인 생활규범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처음에 ‘내 앞에서 다른 신들을 섬기지 못한다’고 선포한 것부터 그러합니다.
김길구 당시 다른 신들에 대한 예배에서는 인신공양이나 신전 창녀들과의 결혼예식 등이 횡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하나님은 이스라엘민족에 대해서 ‘살인하지 못 한다’ ‘간음하지 못 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인명존중사상을 고취하고, 예배를 빙자한 난혼(亂婚)을 경계하라고 한 것입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앞선 윤리의식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현호 오늘날에도 십계명은 우리 믿음의 나침반으로 역할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항상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십계명은 나침반과 같이 결국 우리가 나아갈 바를 바르게 가리켜줍니다. 광야에서 헤매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올바로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었던 것과 같이.
김수성 십계명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궁극적으로 해방과 평등공동체로서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에서 비롯된 규범이라고 지적하는 분도 있습니다.
김길구 이집트에서 해방된 이들에게 하나님은 참인간다운 삶을 누리라고 명령한 것입니다. 안식일을 지키라는 계명은 이집트 종살이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달콤한 휴식의 시간입니다. 뿐만 아니라 가족간의 유대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김현호 그런데 주 5일 근무가 일반화된 오늘날의 현대인에게도 안식일은 찾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생산성 향상에 내몰린 현대인, 오로지 발전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쉬는 것이 사치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조금 더 깊게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도
김수성 디지털 네트워크가 우리의 안식을 빼앗아 가버렸죠. 쉴 사이 없이 울려대는 벨 소리와 문자 소리, 여기에 더하여 소셜 미디어(SNS)가 더해져 스스로 24시간 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한병철의 《피로사회》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아주 가볍게 터치하고 지나쳐버렸습니다.
김길구 이 책이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문화만 입힐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좀 더 깊이 있게 분석하면서 십계명 본래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참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입니다. 단적인 예로, 제8계명 ‘도둑 아닌 사람이 없다’에서 앤디 워홀의 〈마르린 먼로〉 작품을 인용하면서 천박한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가짜 복제에 대한 부분만 강조했습니다. 대중이 그에게 환호하는 이미지의 대중화, 과거 소수 특권층의 소유에 대한 표현의 보편화와 같은 의미는 간과하였습니다. 또한 미술사의 교과서라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서론은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로 시작됩니다. 기독교문화를 논하기에 앞서 인용된 사진 11컷 전부가 저명한 서양예술인의 작품인데, 성경을 소재로 한 것은 3건에 불과합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현호 신학적 의미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 때문이 아닐까요. 또한 잡지에 ‘문화로 읽는 십계명’이라는 타이틀로 연재해야 하는 한계도 작용했을 것이고요.
김수성 어쨌든 십계명에 문화의 옷을 입히는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갈수록 빈약해져가는 기독교문화의 토양에 대해 우리 모두의 관심을 촉구한 저작이라 생각합니다.
김길구 저자가 지적했듯이 현대는 이미지라는 우상이 지배하는 사회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주체성이 부족한 사람은 아예 이미지를 숭배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에서 기독교가 나가야 할 길은 기독교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발전시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김영봉 목사의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IVP, 2016)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정리: 김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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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