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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⑦] “순례는 영원한 삶을 위한 큰 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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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은 길 위에서 완성된다”
《여행》이란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선택하면 후회할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행이나 관광에 관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신학적이고 정치적인 관점에서 여행을 이야기한다.저자는 여행은 아브라함이 고향을 떠난 것을 비롯해 사도 바울의 전도 여행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전통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한다. 그래서 서두에 ‘기독교 신앙은 길 위에서 완성된다’며, 기독교는 ‘길 위의 신학’임을 강조한다.저자가 이야기하는 여행의 범주는 관광에서부터 피난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상당히 넓다. 여행, 관광, 이주, 순례, 방랑, 선교여행, 단기 집중여행 등 다양한 형식의 여행에 대해 언급한다. 그러나 여행의 목적은 분명하다. 단순히 관광하며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권력관계까지 들여다 볼 것을 요구한다.특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제국주의의 연성(軟性) 권력에도 휘둘리지 말아야 하고, 궁극적으로 신학적, 정치적 저항 행위가 되어야 제대로 된 여행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순수한 신학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신학자는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다.그러나 일반인들이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힘겹다. 그렇기에 여행을 떠나되, 지금부터라도 좀 더 보람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저자인 요르그 리거(Joerg Rieger)는 미국 달라스에 있는 남감리교 대학교 퍼킨스 신학대학의 구성신학 교수이다. 독일 태생으로 신학을 전공하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했다. 원제 Traveling. 포이에마, 2015. 9,8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여행! 언제 들어도 가슴 설레는 낱말이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이후 해외여행이 봇물 터지듯 급상승했다고 한다. 이제 우리의 삶에서 여행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이색적인 것을 접할 때 느끼는 신선함이 우리를 떠나게 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이번에 읽었던 책, 《여행, 관광인가 순례인가》는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고 역설한다.
#여행은 구약-기독교 전통과 연결돼김길구 : 이 책을 열자마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위대한 여행의 모험에 관해 얘기하면서 이 세상은 거대한 책이라 했고 여행자만큼 이 책을 많이 공부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꼼짝 않고 자기 집에만 박혀 있는 사람은 이 책을 한 페이지만 읽은 것이다.” 상당히 인상적인 말입니다.김현호 : 저자는 기독교 신앙에 있어 여행이란 구약-기독교 전통과 깊이 잇대어 있으며 신앙을 실천하는 현장은 바로 길 위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순례로서의 여행은 ‘길 위의 신학’이라고 정의합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신학과 관련지어 표현한 것 같습니다.김길구 : 아브라함이 우르를 떠난 것에서부터 광야 생활, 바벨론 포로 생활, 예수의 사역과 바울의 전도 여행 등 모두가 정적인 신앙이 아니라 끊임없는 길 위의 신앙입니다. 그렇기에 여행은 ‘나를 따르라’는 초대의 말씀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합니다.김수성 : 그런데 이 책에서는 ‘여행’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여행이나 관광보다는 훨씬 넓은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단순한 관광보다는 순례, 방랑, 이주, 피난 등 자의적 여행은 물론 어쩔 수 없이 정주지를 떠나 이국땅에 머무는 것까지도 포함합니다.김길구 : 저자는 ‘길 위의 신학’과 ‘사유화(思惟化) 신학’을 대립시켜 여행을 이야기합니다. 궁극적으로 여행은 ‘좁은 길로 들어가는’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정주하는 신학은 자칫 안정을 유지하는 ‘넓은 길’이 될 수도 있음을 언급합니다.김현호 : 교회가 일정 지역에 자리를 잡더라도 안주할 것이 아니라, 안디옥교회와 같이 끊임없이 인근 지역에 복음의 씨를 뿌리고 지원하는 동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최근 교계에서는 선교사를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대폭 줄어 걱정입니다. 헌신보다는 안주를 원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김길구 : 여행은 장차 들어갈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임을 새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의 안락함을 버리고 길에서 만남 사람들과 함께하는 신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 여행은 구약-기독교 전통과 깊이 잇대어 있다. 신앙을 실천하는 현장은 바로 길 위에서 일어나는 것이기에 순례로서의 여행은 ‘길 위의 신학’이라 할 수 있다. 〈그림은 Rene Magritte의 ‘The pilgrim’(1966)〉
# 길에서 자기를 찾고 하나님 만나야김수성 : 사실 저자가 강조하는 여행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즐기는 여행과 많은 차이가 납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패키지관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자유여행 스타일입니다.김길구 : 우리나라도 조금씩 변하고 있죠. 여태까지 구경꾼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직접 체험하는 순례나 트레킹으로 변하고 있고, 특히 젊은 층에서는 벌써부터 자유여행이나 배낭여행 붐이 불고 있습니다.김현호 : 문화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인근으로 성지 순례를 다녀오는 사람이 연간 2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성지 순례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단순히 관광에 치우친 면이 많다는 것이죠.김수성 : 조지 리처의 책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에 보면, ‘맥도날드화된 관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행사는 관광지의 사람, 문화, 제도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자유시간은 거의 없도록 빡빡하게 일정을 짠다는 것이죠.김길구 : 그렇더라도 주위에서 성지 순례를 다녀와 달라졌다는 분이 많은 것을 보면,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달라져야 할 부분도 많지만, 현재의 흐름을 보면 머지않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순례는 ‘영원한 삶을 위한 큰 투자’라는 말이 실감나는 날이 올 것입니다.김현호 :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돈만 지불하면 되는 관광은 편리함과 돈에 따른 대가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려고 합니다. 이에 비해 순례 정신으로 길을 떠나는 사람은 조그마한 것에서도 감사하게 됩니다.김수성 :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오신 분들의 말을 들으면, 엄청난 고생을 하였지만 기회만 된다면 또 가고 싶다고 합니다. 길 위에서 자기를 찾고 하나님을 만나기 때문이 아닐까요.김현호 : 저는 가끔 제주도 올레길을 걷습니다. 이 길을 만든 서명숙 씨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독일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올레길을 만들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성지가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갈맷길, 초량 산복도로 길이라도 순례의 정신이라면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김길구 : 최근 부산에서도 기독교 순례 길을 개척하는 노력이 꾸준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부산장신대에서 ‘부산의 기독교 유적지’ 가이드북을 만들어 순례길을 안내하는가 하면, 부산기독교총연합회에서는 몇 년째 부산의 선교 역사를 돌아보는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광복로 입구에 초기 선교사 첫 기착지 표지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부산의 신앙 성지 순례길 만들어야김현호 : 저는 몇 해 전부터 타 지역 기독인들과 부산의 청소년들에게 부산의 기독교역사를 간직한 초량교회, 장기려기념관, 부산진교회, 일신여학교기념관과 일신병원, 수정동성결교회, 삼일교회 등을 연결하는 지역 순례길을 몇 차례 안내해 왔습니다. 누군가가 나서 이런 순례를 정례화하고 좀 더 전문화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김길구 : 김현호 대표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교회가 이런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던 것을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초기 부산에서 활동했던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선교여행이나 순례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것이 우리 길을 성지로 삼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김현호 : 필요하다면 도시 교회가 기독교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지역의 농촌이나 어촌 교회와 연계하여 순례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 한 권 들고 떠나는 신앙의 유적 탐사도 좋은 순례길이 될 것입니다.김수성 : 저는 교회의 여름학교가 이런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내에서 벗어나 길 위에서 하나님을 찾는 순례 프로그램 같은 것으로 말입니다. 개 교회에 부담이 된다면 지역 교회가 공동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김길구 : 어떤 분은 일본의 저력을 소위 ‘오타쿠’ 문화에서 찾기도 합니다. 개개의 민간인들이 하나의 주제나 관심사에 대해 평생 파고들어 전문가보다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문화이죠. 북유럽의 힘도 이와 비슷한 민간인들의 평생공부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열풍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다음 달에는 피터 스카지로가 쓴 《정서적으로 건강한 영성》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흔들리며 걷는 길》 / 김기석 / 포이에마《信行여행, 한국기독교유적지 137》 / 이성필 / 세줄《부엔 카미노! 산티아고를 걷다》 / 구철헌 / 예영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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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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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⑥] 광복 70주년, 교회공동체가 화해 사역에 앞장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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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저자는 이 책 《화해의 제자도》 머리말에서 “화해는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며, “이 책은 당신을 위한 책이다”라고 선언한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는 누구나 화해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화해가 전문가 영역이 아니라는 말은, 화해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 전문가들은 분쟁이나 분열의 현장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것은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에 그친다.진정한 화해는 새로운 창조라는 하나님의 선물에 토대를 둔, 기독교적 비전에서 출발하는 긴 여정이다. 일상적인 모임에서, 일상의 공동체에서, 가장 분열이 심한 바로 그곳에서, 보통 사람들에 의해 서서히 일어나는 조용한 혁명이다. 그렇기에 화해하기 위해서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우리가 먼저 변화된 백성이 되어야 한다.히브리서 11장에 믿음으로 살았던 많은 이들은, ‘아직 보이지 않는’ 미래의 비전을 믿고 오늘 비합리적인 삶을 살았다. 성경은 이런 믿음의 증인들을 통해 아직 성취되지 않은 약속의 소망이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그렇기에 심각하게 깨어진 세상에서 교회가 먼저 해야 할 일은 하나님을 향한 부르짖음, 즉 탄식의 기도이다. 그래야 진정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가 현실 너머에 있는 새로운 세상을 우리 삶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이방인과 적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저자인 에마뉘엘 카통골레는 우간다 출신 사제로서 듀크대 신학대학원의 연구교수, 크리스 라이스는 〈어반 패밀리〉 편집자면서 ‘화해자협회’ 공동 설립자이다. IVP, 2013. 10,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이 책 끝 부분에 ‘하나님의 선교로 화해를 회복하기 위한 10가지’가 있다. 앞서 언급했던 내용을 10가지로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첫 번째는 이렇다. ‘화해는 하나님이 이 세상에 주시는 선물이다. 세상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나 우리의 행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새로운 창조라는 그분의 선물에서 시작된다.’
#갈수록 심화되는 우리 사회의 갈등김길구 :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이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최대 240조원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종교 분쟁으로 인한 터키를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합니다.김현호 :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생각했습니다. 교회, 사회, 그리고 남북관계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갈등이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었고,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는 사실입니다. 김길구 : 사회 갈등이라는 측면에서만 보아도 세대간, 지역간, 빈부간 갈등을 들 수 있죠. 여기에 더하여 최근 들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과 핵발전소, 세월호 문제 등 정부정책 등과 관련한 갈등이 심각하게 표면화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기독교적 해결방안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김수성 : 이 책에서 가장 공감했던 바는 ‘화해는 전문가 또는 운동가의 영역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사역이다’라는 전제입니다. 전문가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화해 노력은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에 그친다는 것이죠.김길구 : 화해의 여정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일상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화해에 관한 기독교적인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김현호 : 먼저 화해가 ‘하나님의 선물’ 또는 ‘하나님의 비전’이라는데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회의 갈등과 분열, 그리고 그 해결과정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때는 편향적이었고, 어떤 때는 극단적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드러냈습니다.김수성 : 지난번에 이 자리에서 논의했던 ‘슬로처치’가 생각납니다. 화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 속에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하고, 새로운 창조를 향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변할 수 없는 사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해의 여정은 회개로부터 시작해야김길구 : 이 책의 강점은 사회적 고통을 외면하는 도피처로 전락한 일부 교회뿐 아니라 다른 사회단체나 NGO 활동이 기독교적 화해와 무엇이 다른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제시한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김현호 : 그런 의미에서 교회의 지도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화해의 사역에 나서야 합니다. 이 책에서 사례로 제시했듯이 르완다에서 인종 학살이 일어났을 때, 자기가 근무하는 호텔에 피신한 투치 족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그 호텔의 매니저인 폴 루세사바기나가 목숨을 걸고 민병대와 협상하는 모습을 우리도 배워야 할 것입니다.김수성 : 이 책은 근본적으로 인종갈등과 그에 따른 빈부갈등을 기본으로 하여, 화해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각종 이데올로기에 따른 갈등, 정부 정책과 관련한 갈등이 유독 심각합니다. 교회 내에서조차 입장을 정리할 수 없는 갈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길구 : 그럴지라도 교회가 방관할 수는 없겠죠. 독일 통일의 씨앗이 되었던 것은 서독 교회연합회의 동독 교회 지원과 그에 따른 청소년 교류 등이었다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화해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선물인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겠죠.김현호 : 기독교 선교의 잘못된 비전 중 하나가 과거를 배제한 화해, 값싼 은혜라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화해를 위해서는 모두가 먼저 회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은혜에 관한 진리를 드러내는 표지이자 누룩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럴 때 진정한 화해의 여정이 시작될 것입니다.김수성 : 우리나라에서 갈등이 심화되는 근본적인 이유의 하나로 물질만능주의의 팽배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 성향이 높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빈부격차가 커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물질적·심적 여유가 점차 사라짐으로써 갈등이 더욱 첨예화되기도 합니다.
▲ 화해의 길은 멀고 험하다. 그러나 교회 공동체가 하나님의 선물임을 믿고 앞장서 나갈 때, 평화는 새로운 창조로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림은 John A. Swanson의 ‘Celebration’〉
#교회는 진정한 평화, ‘샬롬’ 추구해야김길구 : 기독교적인 입장에서의 화해, 여기서 언급하는 평화는 상대적 평화, 소극적 평화가 아니라 절대적인 의미에서 평화, 샬롬(Shalom)을 의미합니다. 전쟁이 잠시 멈춘다고 평화라고 할 수 없고, 억압된 분위기에서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평화롭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김현호 : 요즘 교회에서는 ‘평화’보다는 ‘평안’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단순한 뉘앙스 차이가 아닌 근본적인 차이로 볼 수도 있습니다. 평안은 상대적이고 소극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실 만족적입니다. 개역개정판 성경의 ‘평안’이란 단어는 대부분 ‘평화’로 번역해야 할 단어입니다.김수성 : 저널리즘에서는 시민을 속이는 완곡한 표현에 유의하라고 강조합니다. 즉, ‘가격 인상’을 ‘가격 현실화’로, ‘경찰병력 투입’을 ‘공권력 투입’으로 말로 바꿔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기름 저장탱크를 ‘오일농장’이라는 말로 미화했던 기업도 있었습니다.김현호 : 평화의 반대는 폭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갈등도 물리적·언어적 폭력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하나님과 인간간의 평화를 위해 그리스도께서 성육신했다는 사실을 신앙고백하는 사람들인 만큼, 우리의 삶의 터전에서부터 화해를 일궈내야 할 것입니다.김수성 :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에 앞장섰던 송강호 박사가 생각나더군요. 밀양과 마찬가지로, 같은 마을주민들이 서로 반목하면서 원수 대하듯 하는 현실이 두렵기만 합니다.김현호 : 송강호 박사는 강정마을에서 평화운동을 하다가 구속되기를 수차례 반복하였는데, 지금은 마을주민들의 화해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화해의 제자도는 자신을 이처럼 화해의 제물로 드릴 때 성령의 열매들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크리스천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세상의 피스메이커로 부르심을 받았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김길구 : 이 책에서는 화해를 위해 교회 공동체가 나서야 함을 강조합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였지만, 일본에 대한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갑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분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 교회가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독일의 사례를 본받아, 한국 교회도 일본 교회를 적극 지원하면서 양국 국민이 화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다음 달에는 요르그 리거가 쓴 《여행, 관광인가 순례인가》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건강에 더욱 유의하기 바랍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종교의 두 얼굴-평화와 폭력》 / 박충구 / 홍성사《화해와 평화의 좁은 길》 / 홍정길 외 공저 / 홍성사《크리스천의 화해와 일치》 / 오야마 레이지 / 쿰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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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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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⑤] 가나안 성도 줄이려면 교회가 건강성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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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신앙은 길 위의 신앙이다”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은 교회를 ‘안 나가’는 성도들에 관한 책이다. 1부 ‘가나안의 현상학’에서는 교회를 떠난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을 분석한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회는 2013년 1월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힌 사람들 가운데 100만 명 정도가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일찍 영국의 ‘포스트에반젤리칼 운동’ 미국의 ‘이머징 교회’ 등이 나타났다. 2부 ‘가나안의 사회학’에서는 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로 교회에서의 숨 막힘, 위선, 그리고 분쟁을 든다. 그러면서 한국 교회의 문제점과 함께 대안을 모색한다. 특히 지속적으로 시행되는 많은 제자교육이 성도들을 계속 어린아이로 만들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성인용 기독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3부 ‘가나안의 신학’에서는 ‘교회론’을 다룬다. 가톨릭에서 주장하는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말의 맥락을 설명하고, 신약에서 교회로 번역했던 에클레시아(ekklesia)를 살핀다. 에클레시아는 그 자체가 영속적 가치나 신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고유명사가 아니다. 에클레시아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은 그것이 수행하는 기능들과 관련된다. 그렇기에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가나안 신앙은 ‘길 위의 신앙’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미지의 신앙이다. 그리고 ‘타자지향성’을 배우는 신앙이라고 정의한다. 저자인 양희송은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로서, 영국신학교 등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복음과 상황〉 편집장을 역임했다. 포이에마, 2014. 11,0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이 책에서 ‘가나안’은 ‘(교회에) 안 나가’를 거꾸로 쓴 것이다. ‘교회에 나가지 않는 그리스도인’을 가리킨다. 최소한 100만 명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제도 밖으로 나가 ‘길 위의 신앙’을 유지한다. 가끔 신앙을 포기하기도 하고 다른 ‘영성’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갈수록 40, 50대 중장년층도 늘어나김길구 : 먼저 가나안 성도의 현상부터 살펴보도록 합시다.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가나안 성도가 늘어나고, 이것이 한국 교회에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김현호 : 이 책에서는 주로 20, 30대 젊은이들의 교회 이탈을 다루고 있지만, 이 같은 생각을 가진 40, 50대 중장년들도 기독교서점에서 상당수 만날 수 있습니다. 교회를 떠나려 하는 성도, 가족 때문에 억지로 교회에 나간다는 사람도 의외로 많습니다.김수성 :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서 2013년 1월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은 교회를 떠나기 전 평균 14.2년 정도 교회를 다녔고, 최소한 6개월 이상 고민했다고 합니다. 즉, 교회의 중심부에서 일하던 핵심층들이 많다는 것입니다.김길구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한국 교회가 이제는 이런 문제를 쉬쉬하지 말고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교회의 변화 없이는 가나안의 귀환도 없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습니다. 그동안 ‘불편한 진실’로 취급하여 언급하지 않았던 것을 드러내자는 것이죠.김현호 : 가나안 또는 잠재적인 가나안 성도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왜 교회 밖 신앙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교회가 적극적으로 그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한국 교회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며 그런 것을 철저하게 찾아내야 합니다.김길구 :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 앞서 미국 등지에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머징 교회(emerging church)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나와 있듯 이머징 교회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갈래로 나뉘지만, 미국에서는 뚜렷한 현상 중의 하나입니다.김수성 : 책에도 나오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실험교회’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서도 교회에 나가지 않는 그리스도인의 숫자가 적지 않다. ‘가나안 성도 현상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하는 신학적·실천적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림은 Nakedpastor David Hayward의 Leaving the Church. 2014〉
#“잘못했습니다” 시인하는 자세 필요김길구 : 그렇다면 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김현호 : 기본적으로 한국 교회가 우리 시대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요? 글로벌화와 다원화 사회에서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맹목적인 ‘신앙’만 이야기하고, ‘기도’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김수성 : 이 책에서는 세 가지 원인을 들고 있죠. 첫째는 ‘숨 막힘’으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교회의 분위기나 관행입니다. 둘째는 ‘위선’을 듭니다. 특히 지도자들의 위선을 목격하고 나면 쉽게 이탈한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교회의 분쟁입니다. 이 세 가지는 쉽게 들을 수 있는 한국 교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김현호 : 교회 지도자들이 건강한 교회나 공동체에서 다양성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평신도도 마찬가지입니다. 70, 80년대에는 대학부나 청년부가 거의 자치적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선배들을 통해 교육을 받았죠. 그런데 교회가 효율화를 위해 간사제를 도입하면서 이런 자치 능력이 상실된 건 아닐까요?김길구 : 잘 믿기 위하여 교회를 떠난다는 가나안 성도들의 증가는 성장론에 가려진 교회론과 구원론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김현호 : 한국 교회가 성도들을 우민화한 결과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스스로 탁월하다고 여겼던 한국 교회의 설교나 교육 시스템이 성도들을 진리에 이르게 하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합니다.김길구 : 저자가 ‘성인용 기독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이유일 것입니다. 성도들에 대한 교육과 양육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성도들의 의식은 높아가는 데, 지도자들은 기존의 인식 틀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갭(gap)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김수성 : 지금은 누구든지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사회입니다. 최근 메르스 정보 공개 여부로 논란이 있었듯이, 교회와 관련한 사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교회는 불리한 것은 숨기려 하거나 덮어두려고만 했습니다. 이러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정보가 공개되는 시대에는 오히려 모르는 것은 ‘모르겠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시인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회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김길구 : 어렵기는 하지만,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자는 신학적으로 접근했으나 우리는 실천적으로 접근하도록 합시다. 역사적 경험으로 본다면, 교회가 사회의 변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회에서도 아노미(anomi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김현호 : 현실적으로 가나안 성도를 적극적으로 두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괴로워하면서 교회를 떠났다면, 교회 지도자들이 먼저 그 책임의 일부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더 이상 소외받지 않도록 열린 마음으로 소통해야 합니다.김수성 : 나는 사회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보고자 합니다. 오늘날 젊은이뿐만 아니라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모두가 불안한 나날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3포’니 ‘5포’니 하는 말로 대표되듯이 젊은이들은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중장년층은 앞으로 수입 없이 살아가야 할 날들이 너무 길어 불안합니다. 이런 심리상태에서는 교회 문제가 더 크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김길구 : 이럴 때일수록 교회가 성도들을 더욱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해줘야 합니다.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희망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불만도 줄어들겠죠.김현호 : 가나안 성도들에게도 한마디하고 싶습니다. 바깥에서 너무 오래 방황하지 말고 참다운 교회를 찾는 순례의 길을 포기하지 말아 달라 부탁합니다. 진심으로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섬김의 현장에 동참하여 함께 신앙생활을 할 때, 한국 교회의 문제도 하나씩 풀 수 있을 것입니다.김수성 : 이단이 득세하는 이유 중 하나도 교회를 등지는 성도들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선택에 어려움을 겪다보면 나중에 포기하게 됩니다. 교회가 다양성을 인정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김길구 : ‘추수꾼’ 등은 그런 약점을 파고드는 데는 뛰어나죠. 책에서도 언급했듯 교회 바깥으로 나온 성도들이 오히려 이들의 유혹에 넘어가기도 합니다. 혼자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자유로부터의 도피처’로 이단을 택해, 피동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 교회가 건강한 지역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다음 달에는 에마뉘엘 카통골레와 크리스 라이스 공저 《화해의 제자도》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청년들이 왜 교회를 떠나는가?》 / 데이비드 키네먼 / 이선숙 역 / 국제제자훈련원《이슈&미래》 / 미래목회포럼 편 / 예영커뮤니케이션
도/서/제/공
기쁨의 집 기독교서점초량 일본영사관 맞은편 051-464-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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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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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④] ‘파라오 시스템’에서 벗어나 진정한 쉼을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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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은 물질주의에 대한 저항이다”
이 책 《안식일은 저항이다》는 하나님의 안식일이 물질주의에 대한 ‘강력한 저항’임과 동시에 ‘확실한 대안’임을 강조한다.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자본주의가 심화하면서 갈수록 생산성만 추구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온통 더 생산하고 더 소비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사회에서 ‘쉼’이란 있을 수 없다. 마치 이집트의 파라오 치하에서 노예살이하던 이스라엘과 다를 바 없다.저자는 서문에서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무거운 짐을 진” 이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사람들이 이런 짐을 짊어지게 된 것은 끝없는 생산과 만족을 모르는 무한 생산시스템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자기 착취’로 치달음으로써 영혼마저 피폐해져 가는 것이 현실이다.저자는 이제 진정한 안식을 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십계명에 나타난 안식일의 본래 모습을 하나씩 보여준다. 안식일은 십계명의 모든 계명과 연결되는 ‘중요한 다리’이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물질주의 추구에 따른 불안과 강요, 배타주의, 과중한 일에 대한 저항임을 밝힌다.안식일은 자기만 쉬는 날이 아니라, 이웃도 반드시 함께 쉬어야 하는 날이다. 평등한 쉼의 날이다. 더 나아가 안식일은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돌보는 계기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안식일은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하는 날이다.저자인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예언자적 상상력》으로 널리 알려진 성경학자이자 구약학자이다. 원제 Sabbath as Resistance. 복있는사람, 2015. 10,000원.
[좌담: 김길구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이 책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구약학자인 월터 브루그만이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예언자적 상상력》에서 주장했던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다. 저자는 《예언자적 상상력》에서 현 교회의 정체성 상실은 소비주의와 문화에 순응한 결과라고 진단하고, 인간정신을 획일화하고 노예화하는 이런 ‘맘몬’의 지배에 맞서 교회공동체가 근원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 내용이 조금은 까다로운 부분도 있었지만, 오늘날 점점 퇴색해가는 안식일의 본래적인 의미를 돌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참가자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었다.
▲ 안식일은 말 그대로 ‘쉼의 날’이다. 모두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안식하는 날이다. 갈수록 쉼이 사라지는 현대의 삶에서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더욱 소중해지고 있다. 〈그림은 제인 레이의 그림책 ‘세상은 이렇게 시작되었단다’에서 일곱째 날의 모습.[마루벌, 2001]〉
김길구 : 저자는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불안, 강요, 배타주의 등에 대한 저항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책 제목에 ‘저항’이라는 낱말을 사용했습니다. 약간 자극적인 제목을 내세움으로써 안식일의 중요성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김현호 : 여기서는 (신학적인 논란은 있지만) 안식일과 주일을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안식일의 전통을 잃어버린 것은 근본적으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교회공동체의 약화, 그리고 종교개혁 이후 주일이 예배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김길구 : 저자는 더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의 안식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오늘날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스템은 옛 애굽의 파라오 치하나 다름없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무한 경쟁 시스템은 결국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니, 거기서 벗어나 하나님의 안식을 누리라는 것입니다.김현호 : 구약의 안식일 전통이 오늘날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다는 의미겠죠.김수성 : 그래서 안식일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말이 더욱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고도로 자본주의화된 오늘날 세상에서 진정한 의미로서의 ‘쉼’이란 실현불가능하다는 생각까지 드는데, 저자는 그럴수록 하나님의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고 강력하게 이야기합니다.김길구 : 파라오 치하의 애굽도 현재 사회나 다를 바 없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사람은 노예로 전락하여 살인적인 노동을 견뎌야 했습니다. 당시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의 안식일 계명은 정말 획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현호 : 안식일의 본래적 목적이 사회적 약자들도 반드시 쉬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너희가 종 되었을 때를 기억하라”고 누누이 강조한 의미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김길구 : 안식일은 그냥 대충 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구체적인 쉼을 요구합니다. 많은 교인들이 주일에 교회 가서 예배만 드리면 ‘주일 성수’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는 것이죠. ‘성도의 교제’ ‘이웃에 대한 배려’ 등 모두 함께 쉼을 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김현호 : 주일은 교회가 사회공동체라는 본래적인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안식일은 이웃을 위한 ‘베풂의 날’김길구 : 안식일은 강요에 대한 저항이라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는 끝없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안식일은 이러한 강요를 깨부수고, 다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는 날이라는 것입니다.김수성 : 이 책을 읽으면서 재독(在獨) 철학자인 한병철 교수의 책 《피로사회》가 생각났습니다. 한 교수는 오늘날 우리 사회 시스템은 ‘자기 착취’를 강요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인은 끝없이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다가 결국에는 모든 것을 소진함으로써(burn out) 우울증 등에 시달리는 존재로 전락한다고 경고하였습니다.김현호 : 교회의 역할이 더욱 막중하다는 방증이겠죠. 교회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김수성 : 특히 컴퓨터와 인터넷을 비롯, 스마트폰이 급격하게 보급되면서 우리는 쉴 틈이 없는 생활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법적으로 근로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이러한 디지털 기기로 인해 365일 24시간 일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식일에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방인과 과부, 고아로 대변되는 가난한 이웃이죠. 안식일의 본래적인 의미가 경제활동에서 벗어나 쉼을 가지라는 것인데, 이들은 안식일에도 일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형편입니다.김현호 : 안식일은 이웃을 위해 베푸는 날이기도 합니다. 예수께서도 안식일의 본래 의미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신명기에 나타난 안식일의 의미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김길구 : 안식일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주일에 예배만 드리면 된다는 인식을 넘어서, 안식일 본래의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십계명에 나타난 하나님의 요구사항은 심오합니다. 물신(物神) 숭배로 인한 불안, 강요에 대해 저항하라고 합니다. 물질을 탐내는 것은 곧 이웃을 탐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김현호 : 물질주의에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죠.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쇼핑하고 소비하라고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포츠나 영화를 보러 가고, 야외로 나들이 가는 단순한 쉼에서 벗어나, 내 이웃의 약자들과 함께 하는 안식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김길구 : 지난번에 ‘슬로처치’에서 언급했듯이, 교회가 지역공동체의 중심이 되고 이웃을 ‘환대’하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이는 너희가 종에서 해방되었으니 마찬가지로 이웃을 환대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교회가 대안공동체 역할 감당해야김수성 : 그러기 위해서 교회에서 디지털 안식일 운동을 전개했으면 좋겠습니다. 주일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스마트폰을 비롯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아야,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고 또한 코이노니아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김현호 : 목회자를 비롯해 교회에서 유급으로 일하는 분들의 안식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주일에 일을 하는 대신 이들은 월요일을 안식일로 대신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철저히 쉼을 누릴 수 있도록 교인들이 협조해야 합니다.김수성 : 저자는 안식일을 안식년, 희년으로 확장시켜 언급합니다. 빚을 탕감해주는 등 가난한 이웃을 위한 안식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약의 정신은 철저히 약자에 대한 배려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김현호 : 축제로서의 안식일과 관련된 사항이라 생각합니다. 먼저 교회공동체가 주일을 중심으로 안식의 의미를 실현하는 등 정체성을 찾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이웃과 함께 떡을 나누고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쉼을 찾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김길구 : 앞으로 우리 사회는 빈부격차가 20대 80을 넘어 10대 90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교회가 대안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교회가 주일만큼은 모두가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달에는 양희송의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바쁜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줘서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안식일이냐 주일이냐》 / 김근주 외 지음 / 대장간《예수님과 안식일 그리고 주일》 / 양용의 지음 / 이레서원《안식》 / 마르바 던 지음 / IVP《안식》 / 아브라함 헤셸 지음 / 복있는사람
도/서/제/공
기쁨의 집 기독교서점초량 일본영사관 맞은편 051-464-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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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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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③] 아파하는 자와 함께 눈물 흘리는 교회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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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은 아픔으로써만 치유할 수 있다”
‘오두막에서 만난 상처와 치유 그리고 하나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듯이, 이 책은 윌리엄 폴 영(William Paul Young)의 소설 《오두막》을 소재로 설교했던 것들을 묶은 것이다.저자는 머리말에서 《오두막》에 대해 ‘이야기로 푼 조직신학’이라고 언급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상처, 아픔, 치유, 용서, 회복 등을 주제로 설교하면서 조직신학적인 문제를 많이 다루었다. 선악과와 자유의지, 삼위일체 하나님, 죄악과 구원 등. 이들 문제를 열린 마음으로 풀어낸 글에 집중하다보면, 책을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 상처 때문에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입힌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상처로 인한 아픔은 아픔으로써만 치유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도 고난을 피하지 않고 십자가의 고통을 겪었다. 아픔을 끌어안고 그 쓴물을 빨아들일 때, 아픔은 사랑과 결합하여 성숙한 열매로 변모한다. 상처를 입힌 사람을 용서하는 것도 엄청난 아픔을 동반한다. 그러나 용서함으로써 자유를 얻는 것은 오히려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용서와 치유는 ‘과정’이다.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의 과정이다. 서둘러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안에 잃어버린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될 때까지 치유와 회복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하나의 길이다.저자인 김영봉 목사는 현재 미국 버지니아 소재 와싱톤한인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 2011. 10,000원.
《오두막》
윌리엄 폴 영의 장편소설. 캠프를 갔다가 막내딸을 연쇄살인범에게 잃고 ‘거대한 슬픔’에 빠진 매켄지(맥)에게 편지 한 통이 전달된다. 막내딸이 살해된 오두막으로 오라는 내용이다. ‘파파’가 보냈다. 파파는 그의 아내가 하나님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이다. 오두막을 찾은 맥은 신경이 곤두선다. 그러나 아무도 없다. 지쳐 잠든 꿈속에서 그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만난다. 그동안 억눌렸던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고, 하나님께 화를 내며 부당함을 항의한다. 예수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치유를 받고, 성령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나님의 절대 사랑을 신뢰하게 된다. 상대를 용서하는 것이 곧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임을 체험한다. 그런 가운데 다양한 신학적 문제가 거론된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2009년 세계사에서 번역본을 출간했다. 신학적인 문제에 있어 번역상 문제가 좀 있다고 김영봉 목사는 지적한다.[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 192쪽 참조]
[좌담: 김길구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이 책은 저자의 ‘문화영성’ 네 번째 프로젝트이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시작으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선택해 연속 설교를 해 왔다고 한다. 이번에는 《오두막》을 소재로 열두 차례 설교를 하고 책으로 발간하였다. 그렇다면 설교집인데, 단순히 설교집이라 하기에는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진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 우리 교회가 ‘치유받은 치유자’ 되어야김길구 : 요즘 정호승 시인의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 시(詩)가 자주 생각납니다. 어차피 우리 삶은 상처입기 마련이지만, 세월호 사건과 네팔의 지진 참사를 접하면서 아픔이 더욱 짙어집니다. 상처와 치유, 그리고 용서를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김수성 :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가 받는 상처는 교회 안에서도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교인들이 자식들에게 상처되는 말을 함부로 한다든지, 위로한다며 찾아온 교우들이 한 말이 오히려 상처로 남았다는 고백 등이죠.김현호 : 교회에서 상처를 받는다는 말은, 상처를 제대로 치유받지 못한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치유의 메시지를 남발하기 때문이 아닐까요?김수성 : 우리 교회는 오히려 상처를 숨기려 하죠. “은혜가 안 된다”며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죠. 그로 인해 상처받은 교인은 더 큰 상처를 받고.김길구 : 소설 《오두막》에서는 하나님과 마주쳐야만 치유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헨리 나우웬의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말을 인용합니다. 그러면서 더 나아가 상처받은 상태로 머물러서는 결코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없으므로, ‘치유받은 치유자’가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김현호 : 세월호 사건 후 보여준 교회의 태도에서도 아직 치유받지 못한 치유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함께 고통과 상처를 나누기는커녕, 모금 한 번 하고는 할 일을 다했다는 듯 관심을 꺼버린 교회,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 교회에 사람들은 실망하였습니다.
# 치유와 회복은 평생 계속해야 할 과정김길구 : 기독교에서는 죄와 불안의 문제를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오만과 과대평가로 인한 결과라고 봅니다. 반면 인본주의 심리학에서는 자기멸시, 증오, 그로 인한 자존감 상실에서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은 한줌의 흙과 하나님의 형상의 결합체입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균형 잡힌 인간관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진정으로 하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상처받은 존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죠.김현호 : 오늘날 교회가 하나님과 마주할 수 있는 ‘오두막’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교회가, 살아가면서 입었던 자기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하나님을 만남으로써 치유받을 수 있는 곳, 서로 위로하고 치유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김수성 : 그동안 교회가 맥도날드화되었기 때문에 치유의 능력을 잃어버린 것 아닐까요?김길구 : 우리 교회는 구원과 성화를 개인의 실존문제로만 제한하는 경향이 있어요. 지난날 대도(大盜) 조세형, 폭력조직배 김태촌 등의 사례에서 보듯, 회개가 너무 추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문제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진정한 치유와 회복에 대한 자기성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김수성 : 그래서 저자는 치유와 회복은 ‘과정’임을 강조합니다. 한순간에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죠.김현호 : 네덜란드의 신학자 헤르만 바빙크는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신학이 아니라 신앙이라고 정의한 적이 있습니다. 회개와 관련하여서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또한 교회의 역할에 있어, 치유가 가장 큰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치유를 단순히 하나의 수단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김길구 : 하나님을 어설프게 변호해서는 안 됩니다. 어정쩡한 신학이 오히려 하나님과 직면할 수 없게 만듭니다. 신학을 내세워 고통 문제를 회피하게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나님과 직접 대면해야 합니다.김현호 : 우리나라 교회가 그동안 회피해왔던 이혼자에 대한 문제, 자살 문제 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혼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큰 상처를 받습니다. 자살한 사람의 유가족은 평생 상처 속에서 살아갑니다. 교회가 이렇게 상처 입은 사람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가 교회에 던지는 교훈이 바로 그것입니다.김길구 : 영화 〈밀양〉에서처럼 ‘값싼 은혜’가 남발되기 때문이기도 하죠. 치유의 과정에는 성경의 욥처럼 하나님 앞에 나가 마주서는 용기가 요구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교회 시스템이 이런 진정한 구원을 가로막지는 않는지 한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신뢰는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관계 속에서 맺어지는 열매죠.” 《오두막》에서 성령께서 매켄지에게 한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은 인류를 향한 무한한 하나님의 사랑이다. 그 사랑의 관계 속에서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야 진정한 치유가 이루어진다. 〈그림은 샤갈의 ‘하얀 십자가’(1938)〉
# 교회가 상처입은 사람 외면해서는 안돼김현호 :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부터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더욱 철저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목회자들이 신자들의 상담 내용을 예로 들어 설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좋지 않은 일을 당한 경우라면 상담했던 신자에게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김수성 : 그로 인해 교회를 떠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의 치유 상담에 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설사 교육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총회나 노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보수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김길구 : 방황하는 성도들의 영적 치유를 위한 ‘치유목회’도 필요합니다. 구원은 한 개인에서 출발하여 성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웃 등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도 치유와 용서 등을 돕는 상담사나 복지사 등의 자격을 갖춘 전문 사역자들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봅니다.김수성 :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만 주어도 상당한 치유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설픈 위로나 조언보다는 그들과 함께 아파해주는 마음이 상담의 기본이라 할 것입니다.김현호 : 목회자든 교인이든, 교회가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보다는 자기 기준으로 결론을 내리고, 하나님의 뜻과는 관계없이 상담자 스스로가 심판자가 되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겠죠.김수성 : 이 책에서 ‘하나님이라는 이름의 우상’을 이야기합니다. 읽다가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참된 하나님은 늘 낯설게 다가온다는 말도 그러합니다. 하나님을 고정관념의 틀에 끼워 넣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요?김현호 :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오두막》의 매켄지처럼 “과연 하나님은 계시는가?”하고 묻습니다. 그럴 때 우리 교회는 “하나님은 당신들 곁에서 함께 눈물 흘리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치유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김길구 : 《오두막》은 기독교를 소재로 한 소설로,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80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입니다. 이 책은 다소 논쟁적인 신학적 문제들에 대한 소개와 해명, 오역으로 인한 오해 등도 있어 소설 이외의 관심거리도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상처와 치유에만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에는 월터 브루그만의 《안식일은 저항이다》(복있는사람, 2015)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그날,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 / 박영식 지음 / 새물결플러스《숨어계신 하나님》 / 김영봉 지음 / Ivp《크리스천 감정수업》 / 찰스 스텐리 지음 / 아드폰테스
도/서/제/공
기쁨의 집 기독교서점초량 일본영사관 맞은편 051-464-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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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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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②] 교회의 위기 … ‘슬로처치’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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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담: 김길구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
“변해도 너무 빨리 변한다!”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푸념이다.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말이다. 이런 흐름에 역행하듯, 세 사람이 ‘천천히’를 주제로 이야기하고자 모였다. 그런데 4월 9일 저녁 ‘기쁨의 집 기독교서점’ 한쪽에 자리한 테이블 주위에는 느긋함보다 ‘더 늦으면 안 된다’는 긴박감이 흘렀다.
물질주의 교회에 닥친 ‘당연한’ 위기김길구 : 그동안 우리나라 교회는 상당부분 미국 교회를 벤치마킹하여 성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미국 교회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슬로처치》는 우리나라 교회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대안까지 제시해줍니다.김현호 : 그동안 한국교회는 엄청나게 성장해 왔지만, 자신을 성찰하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습니다. ‘빨리빨리’에만 치중하다 보니 열매가 빈약할 수밖에 없었죠. ‘바쁠수록 빈곤하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김수성 : 이 책이 흥미로웠던 것은 교회 성장에도 ‘맥도날드화’가 적용되었다는 지적입니다. 교회의 본질과는 상반되는 패러다임인데,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교회가 성장해왔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죠.김길구 : 맥도날드화는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는 물질주의 가치관입니다. 교회가 여기에만 의존하려 했기에 위기가 닥친 것 아닐까요?김현호 : 중요한 지적입니다. 한국교회는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구역운동, 제자훈련, 셀교회운동 등. 그런데 이들 프로그램이 처음에는 신앙의 건강성을 위해 출발했는데, 확산되면서 모두 교회성장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어 버렸습니다.김길구 : 한국 교회가 이들 프로그램을 마케팅 측면에서 받아들였기 때문이죠. 프로그램의 프랜차이즈화라고 할까요.김현호 : 미국교회에서 유행했던 정형화된 사역자들, 성도들을 모으기 위한 표적 마케팅, 대중스타가 된 목회자들, 지역의 특수성을 무시한 교회성장 추진 등이 맥도날드화에 따른 부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길구 : 미국 교회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 교회 중에는 미국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 곳도 많으니까요.김현호 : 한국 교회의 경우, 형편이 다른데도 모두가 동일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면 교회가 성장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목회자와 교인의 차이, 사이즈의 차이, 주위환경의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소화불량이 올 수밖에 없었죠.김길구 : 이 책의 저자들은 평신도입니다. 그래서 목회자들이 놓치기 쉬운 실질적인 문제점을 보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좋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지역상점 이용하기 등 실천해야김수성 : 이 책에서 ‘지역성’을 중시한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교회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문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은 우리 현실에서도 적절한 것 같습니다.김길구 : 한국 교회가 지역성을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데이 교인(Sunday christian)을 양산했습니다. 교회는 예배 중심으로 흘렀고. 일상과 동떨어진 교회는 외부에서 공급되던 성장 동력이 차단되면 바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운동의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은 지역가꾸기, 도심재생, 주민자치 등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김수성 : 그동안 교회가 부동산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지역에 정착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부동산 재테크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교회가 앞장서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등을 전개함으로써 지역화하여야 할 것입니다.김현호 : 교회가 지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공동으로 사역하고 봉사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각 교회 구제비를 같이 모아 집중적으로 사용한다든지, 봉사 프로그램은 물론 전도도 같이 하는 겁니다. 그럴 경우 엄청난 파워를 형성할 것이고, 지역주민들의 교회에 대한 인식도 빠른 시간에 호전될 것입니다.김수성 : 여름성경학교 교재 제작이나 프로그램 개발도 공동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에게 공동으로 지역문화를 탐방하고, 신앙의 선배들을 찾는 일 등은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죠. 또한 어르신들에게 책 읽어주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김길구 : ‘노노케어(老老 care)’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네요. 무엇보다 마을사람들이 교회를 보는 눈이 달라지게 해야 합니다. 마을사람과 교회를 이어주는 프로그램이 절실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재단’을 조성해야 합니다.김수성 : 문득 농어촌에서 개척교회를 했던 목회자들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정주하기 위해 마을 이장처럼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교회의 지역화는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요?김현호 : 지역상점 이용하기, 지역문화 활성화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예배 후 공동 배식을 없애고 인근 식당들과 계약을 맺어 그 식당들을 이용하게 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가능하면 대형마트를 이용하지 않고 인근 구멍가게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고요.김길구 : 포틀럭(potluck) 식탁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교인들이 각각 조금씩 마련한 음식을 교회로 가져와 식탁을 차리고, 지역주민들을 초청해 함께 식사하는 것이죠.김수성 :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어렵겠지만, 수요일 예배나 금요일 구역예배에 적용시킬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합리적 체계는 오히려 비인간화의 첩경김길구 : 슬로처치를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김수성 : 슬로처치는 슬로푸드(slow food)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아직 체계화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한국 교회에서도 조금만 변형하면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사례가 많이 제시되어 있는 것입니다.김현호 : 이제 상가를 임대하여 교회를 개척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 같습니다. 상당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 개척교회보다 슬로처치의 정신에 따라 공동체 정신을 함유한 가정교회로부터 출발해야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신약교회의 정신이기도하고요.김수성 : 교회가 성장을 목적으로 함으로써, 목회자가 교회를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는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미국 수정교회의 경우 ‘상속’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 파산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죠.김현호 : 슬로처치는 공공성을 강조하는 교회입니다. 맺는말에 나와 있듯이 삶·숨·음식·우정을 실천해야죠. 합리성보다는 생태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김길구 : 본문에 교회는 ‘해석 공동체’라는 말이 나옵니다.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제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환대’와 ‘너그러움’을 실천하는 교회, 그게 슬로처치라 할 수 있겠죠.김수성 : 조지 리처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에서 ‘합리성의 불합리성’을 강조합니다. 효율성을 이야기하지만 그 효율성의 이익은 대부분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합리적 체계는 오히려 비인간화를 가져온다고 지적합니다.김길구 : 슬로처치가 사람답게 사는 일상을 추구한다는 말과 연결되는군요. 다음 달에는 미국에서 목회하는 김영봉 목사의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Ivp, 2011)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 슬로처치는 오래 참고 견디면서 천천히 변화를 이루어가는 하나님을 닮고자 한다. 그러나 맥도날드화에 물든 교회는 단기간 성장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제부터라도 지역의 고유한 맛과 향을 담아내는 믿음의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크리스탈 처치 모습. 메가처치의 상징이었던 이 교회는 목사 가족 간의 불화로 2012년 파산하였다. 현재 가톨릭교회가 인수하여 대성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 때를 기다리는 삶 필요
‘패스트(fast)’는 바쁘고, 호전적이며, 서두르고, 통제와 제압을 일삼는 삶의 방식이다. 사회학자 조지 리처(George Ritzer)가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라고 표현한 패스트문화 현상이 패스트푸드 매장을 출발점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조지 리처. 김종덕 역.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시유시, 2003. 참조]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슬로푸드(slow food)운동이 등장, 여러 사회운동에 영향을 주었다. 슬로처치(slow church)도 그중 하나다. 슬로처치는 확실한 개념이나 추진 방향은 이제야 논의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슬로처치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슬로처치는 궁극적으로 사람답게 사는 일상을 추구한다. 질적인 신앙의 성장을 추구하고,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화목하게 하는 사역을 하며, 환대와 나눔을 실천하는 생활을 중시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슬로처치의 모습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슬로처치가 지향하는 삶은 깊은 곳에 닻을 내리고 하나님과 동행하며 조용하게 때를 기다리는 삶이다. 만물이 창조의 절정인 종말론적 구원을 향해 나아간다는 신학적 전망을 유지한다. - 슬로처치는 지역의 고유한 맛과 향을 담아내는 믿음의 공동체를 지향한다. 교회는 지역문화의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 슬로처치는 탄식 혹은 회개에서 시작해 생태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공동체를 세우는 방법들을 강구한다. - 슬로처치는 하나님 나라의 풍성한 경제를 증언하기 위해 감사, 관대함, 환대를 실천해야 한다.공동 저자인 크리스토퍼 스미스(Christopher Smith)는 ‘잉글우드 북리뷰’ 편집자이고, 존 패티슨(John Pattison)은 ‘컨스파이어’의 편집장으로 《비사이드 바이블》를 저술하였다. 원제 Slow Church. 김윤희 역. 새물결플러스, 2015. 16,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일상교회-세상이 이웃삼고 싶은 교회》 / 탐 체스터·스티브 티미스 지음 / IVP《세이비어교회-미국을 움직이는 작은 공동체》 / 유성준 지음 / 평단《작은교회 이야기》 / 한희철 지음 / 포이에마
도/서/제/공
기독교서점 기쁨의 집(초량 일본영사관 맞은 편)
051)464-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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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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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①] 디지털 시대에 교회가 노년층의 자존감 세워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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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에서는 3월 개편에 맞춰 9면을 ‘문화’로 기획 했습니다. 지난 호에 게재된 ‘최병학 목사의 문화펼치기’에 이어 이번 호에는 ‘기독교 교양 읽기’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기독교 교양 읽기’는 김길구 부산YMCA 사무총장과 김수성 교수(경성대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 김현호 대표(기쁨의집)가 모여 사회적 이슈 및 교회가 직면한 현실과 과제에 대해 책, 전문가 등을 통해 알아보는 자리입니다. 매회 주제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며, 목회 및 설교에 접목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이 제공될 계획입니다. <편집자 주>
세 남자가 의기투합했다. 〈한국기독신문〉에서 멍석을 깔아준다는 데 어찌 마다하겠는가. 책을 읽고서 허심탄회하게 우리나라 교회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
이 세 남자의 조합이 재미있다. 김길구. 부산YMCA 사무총장. 명실 공히 부산 시민운동의 대표이다. 신학에 청소년지도, 사회복지 등 다양한 공부를 했다. 백양로교회 안수집사다. 이 모임의 좌장이다.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 멀티미디어를 전공했지만, 독서지도사 자격을 따는 등 ‘책읽기와 글쓰기’ 보급에 여생을 걸었다. 교회에 잘 나가지 않아 항상 야단맞는다. 김현호. 기쁨의 집 기독교서점 대표. 엄청난 독서가로서 20년 이상 독서운동을 하고 있다. 책 이야기만 나오면 밤을 새울 기세다. CBS에서 ‘행복한 책읽기’를 8년째 진행. 부산행복한교회 안수집사다.
지난 3월 13일 저녁 김 사무총장 집무실에 모였다. 선택한 책은 《나이 드는 내가 좋다》였다. 둘러앉자마자 저마다 이야기 한 가닥씩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고령사회’ 진입 - 교회 기로에 서다!
김길구 : 이 책을 읽다 보니, 부산이 광역시 중에서 맨 먼저 ‘고령사회’가 된다는 최근 기사가 기억났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적으로는 65세 이상 비율이 12.7%인데 비해, 부산은 13.98%였습니다. 3월에는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접어든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교회의 고령화는 이보다 좀 더 심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현호 : 그래서 요즘 ‘노년목회’ ‘사별목회’ ‘저출산 고령화사회’와 같은, 노년을 위한 목회 세미나가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아름다운 노년을 준비하도록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뉴스앤넷, 2014년 6월 25일; 10월 28일; 11일 18일 기사 참조]
김길구 : 이 책도 궁극적으로는 ‘나이 듦을 회피하려고 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습니다.
김현호 : 교회에서 노인대학을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1주일에 한 번 건강 체조와 특강, 레크리에이션, 외부인사 특강 등을 진행하고 점심을 제공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자칫 시간 때우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교회가 어르신들에게 시혜(施惠) 차원에서 운영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김수성 : 어르신들이 자존감을 가지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기도 사회에서 무언가 역할을 하는 주체적인 존재라는 자존감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적용하기에 조금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현호 : 맞습니다. 그래서 노인대학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의식을 일깨우고 품위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베풂을 받기보다 베푸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전인적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합니다.
#노년층과 젊은이 연결 방안 모색해야
김길구 : 이 책에 어느 교회가 도입한 ‘짝기도’라는 예가 나옵니다. 서로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이지만, 어르신과 10대를 한 사람씩 짝지어 매일 서로를 위해 기도하도록 한 것이죠. 그리고 1년 후 만남의 자리를 가졌더니 어르신과 10대 사이에 진실하고 훈훈한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교회에서도 도입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아닐까요?
김수성 : 현재 우리나라 젊은 층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인터넷에 너무 의존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노년층과 청년층을 기도로 연결함으로써 교회에서부터 인간과 인간의 관계 회복의 중요성을 깨우쳐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김현호 : 가톨릭교회에서 하고 있는 대부(代父)·대모(代母) 제도를 도입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 서점에서 운영하는 독서캠프 중에 ‘이야기 회복’이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동화는 물론이고 사라져가는 우리 옛이야기를 서로 공부하고,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어린이집 등을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입니다. 잊혀져가는 옛이야기를 직접 쓰기도 합니다. 참가하는 분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김길구 : 부산YMCA가 운영하는 한 복지관에서 평범한 어르신들의 자서전을 발간하는 사업을 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구술(口述)하면 젊은 자원봉사자들이 그것을 받아 적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르신들의 기쁨은 말할 것도 없고, 자원봉사자들도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김현호 : 교회에서도 어르신들이 돌아가면서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자녀들에게 전달한다면, 자녀들은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부모들의 인생역정을 깨닫게 되어 존경심이 더해질 것입니다.
김수성 : 저는 그동안 어린이주일학교처럼 노인주일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령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이 때, 교회가 적극적으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노인주일학교를 운영한다면 이런 프로그램을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현호 : 자체적으로 인력을 개발할 수도 있겠죠.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 땅을 떠나기 전에 노년의 지혜를 다 풀어놓고 갈 수 있도록 하는 어르신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독서캠프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체험했습니다.
#교회가 노년공동체 디딤돌 역할해야
김길구 : 시민운동이라는 측면에서도 이런 경험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얼마 전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다가 은퇴하는 분이 재직 당시의 경험과 노하우를 젊은 공무원들에게 전수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투명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도 은퇴한 어르신들의 사회를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큰 작용을 할 것입니다.
김현호 :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교회가 홀로된 어르신들의 케어타운(care town)이랄 수 있는 ‘우정공동체’ 같은 것을 설립하는데도 도움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함께 살면서 서로 돕고 말벗도 하고 할 일도 찾는 공동체라 할 수 있죠. 그러면 노년층도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지역의 어르신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수성 : 부산의 경우, 앞으로 7년 후인 2022년쯤이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가는 것이죠. 현재 직장에서 은퇴하는 나이가 60세를 넘기지 못하는데 비해 평균수명은 80세를 넘어가는 현실에서, 교회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하루 빨리 교회가 대책을 세우고 시스템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김길구 : 이 책에서는 어르신들이 자기 역할을 찾고, 남을 도우면서 남은 생을 보람차게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스마트 시대에 노년층은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취급하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의 노노(老老)케어, 홀로된 어르신과 결연사업 추진 등 사목적(司牧的) 역할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두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다음에는 크리스토퍼 스미스와 존 패티슨이 쓴 《슬로 처치(Slow Church)》(새물결플러스)를 읽고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번역 출간된 책입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 김수성]
나이 듦…인생의 깊이를 더하다!
이 책 《나이 드는 내가 좋다》는 나이 드는 것이 서러움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노년에 겪게 되는 두려움, 외로움, 상실, 고통, 질병과 죽음의 문제를 주 안에서 힘차게 딛고 새롭게 일어설 것을 주문한다. 저자는 건강을 우상화하면서 수명 연장에만 집착하는 현실을 꼬집으면서, 하나님의 관심은 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깊이를 더하는데 있음을 강조한다. 인생의 깊이를 더하다! 이보다 귀한 삶이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늙는 것도 고통도 슬픔도 다 받아들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건강이 나빠지는 가운데서도 모험심을 시험할 줄 알고, 육체적으로는 기꺼이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면서도 젊은이들에게 부족한 지혜를 기꺼이 베푸는 삶을 누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겸손하게 일상에서 맞이하는 작고 아름다운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고통조차도 하나님의 찬양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앙금을 씻어버리고, 용서하고 용서받아야 한다. 그러면 이렇게 얻은 평화를 다시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슬픔이 덮칠지라도, 슬퍼하지만 말고 다른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며 새로운 기쁨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섬기면서 끝까지 신뢰하는 것이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그럴 때 죽음도 인간이 겪는 경험의 일부로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저자인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Johann Christoph Arnold)는 기독교 공동체 부르더호프의 목사이자 평화운동가이다. 원제 Rich in Years. 원마루 역. 포이에마. 11,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할아버지의 기도》 레이첼 나오미 레멘 지음 / 문예출판사
《나이 든다는 것》 헨리 나우웬 지음 / 포이에마
《빛 색깔 공기》 김동건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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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