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9-1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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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을미년(乙未年)은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이라는 영화(1991년) 제목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충격적인 사건 사고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난 테러(terror)는 문자 그대로 공포(恐怖)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독 불어권이 몸살을 앓았습니다. 프랑스 본토에서는 정월 샤를르 엡도 잡지사 테러 사건과 11월 파리 연쇄 테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시리아는 일 년 내내 이어진 난민 사태로 인해 지구촌의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시비지심(是非之心)을 동시에 자극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메르스가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서는 간통제가 폐지되었고 미국에서는 동성애가 합법화되었습니다. 모랄 해저드(moral hazard)에다 섹슈얼 해저드(sexual hazard)까지 가미될 예측불가능한 미래에 단정 지을 수 있는 것 한 가지는 이 문제들 때문에 앞으로 무척 시끄럽겠다는 전망 정도일 듯합니다.
   지금부터 꼭 한 갑자(甲子) 전인 1955년 을미년(乙未年), 프란시스 쉐퍼(Francis A. Schaeffer, 1912~1984) 목사는 스위스의 알프스 산록에 라브리(L’Abri) 공동체를 세웠습니다. 라브리(L’Abri)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은신처, 피난처’를 의미합니다. 유럽에 여행 차 들렀던 쉐퍼 박사는 유럽의 영적 실상을 보고 충격을 받고 아예 거처를 스위스로 옮겨 일종의 공동체를 세웠습니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과 문명과 사회에 대한 공공의 신뢰가 무너지고 영적으로 지독한 방황에 빠졌던 신앙인들뿐 아니라 학자, 예술가, 엔지니어 등 수많은 지성인들이 쉐퍼 목사와 함께 모여 쉼과 회복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복음을 통해 치유와 자유의 은총을 나누었고, 그 결과 유럽 사회가 영적으로 회개하고 회복하고 화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 나갔습니다.
  이보다 앞선 1940년에는 프랑스의 부르고뉴 지방 남부 손 에 로와르(Saone-et-Loire)에 위치한 떼제(Taize)에 스위스 출신의 개신교 수도자인 로제 수사(Brother Roger, 1915-2005)가 테제 공동체(The Taize Community)를 세웠습니다. 이곳은 어느 교단에도 소속되지 않은 초교파 단체로, 1950년대부터 매주 이곳 떼제(Taize)에는 특히 전세계에서 젊은이들이 몰려와 자발적인 예배와 기도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대전(world war)과 냉전(cold war)으로 인해 피멍이 들고 정신적인 여유와 신앙적인 공간을 잃어가던 청춘들이 이곳에서 진정한 휴식과 회개와 화해와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소 철학적이면서 학구풍이 강한 라브리 공동체와 달리 자유분방한 떼제(Taize)는 어느덧 한국의 젊은이들도 알음알음으로 많이 찾는 명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10년 전 창설자인 로제 수사가 한 여인에 의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테제는 더욱 회복과 화해를 외치며 오늘도 길을 잃고 방황하는 영혼들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 있어서 새로운 아노미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어수선하고 혼란스럽습니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교회마저 그 부패와 타락상이 세상의 가십거리로 전락한 참담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많은 신앙의 공동체들 또한 기나긴 힘들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말씀합니다. “이제라도 금식하고 울며 애통하고 마음을 다하여 내게로 돌아오라 하셨나니 너희는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올지어다 그는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애가 크시사 뜻을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나니, 주께서 혹시 마음과 뜻을 돌이키시고 그 뒤에 복을 내리사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 소제와 전제를 드리게 하지 아니하실는지 누가 알겠느냐”(욜 2:12~14). 새해는 회개와 화해와 회복이 득세하는 ‘ㅎㅎㅎ’의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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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ㅎ’이 득세하는 ‘ㅎ’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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