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은 실패했는가?
총선, 기독교 정당 운동, 그리고 제자훈련
2009년 11월, 국제제자훈련원 발행지인 「디사이플」은 한국형 제자훈련의 완성자라 불리는 목사님과의 대담 기사를 실었는데, 제목이 “나의 교회론과 제자 훈련은 엇박자가 된 것 같다”였습니다. 기사 일부를 그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이제 제자훈련은 한국 교회 안팎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올라와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은퇴 후 저는 제 목회가 자체적으로 자기모순을 갖고 있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합니다. 제 교회론에 부합한 교회는 너무 비대해져 버리면 그 정신을 살리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제 목회가 교회론과 제자훈련이 엇박자를 이룬 것 같습니다.”
2013년 9월, 한국 교계의 원로 한 분이 CBS 대담 프로에 나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장애인 복지에 힘썼고 담임목사가 분가하는 보기 드문 목회로 많은 이들의 존경과 신망이 두터웠던 분의 말이라 상당한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실패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목회 40년을 뒤돌아보고, 제가 롤모델로 삼았던 미국 대형 교회 목사들을 볼 때, 제가 그 허상을 좇아 왔어요. 목표가 잘못 설정됐어요. 그런 점에서 실패에요. 그 사람들이 하는 제자훈련도 해 보고 선교도 열심히 하고, 속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는 모르고 여기까지 왔어요. 다음 세대는 속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대 총선 전야입니다. 그 동안 한국교회와 한국정치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국가조찬기도회와 같은 모임이 존재했지만 대체로 ‘정교분리’라는 원칙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기독교 정당 운동의 바람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동성애, 할랄(이슬람)과 같은 중대한 이슈들 앞에서 이제는 직접적인 반대 입법이 시급하며 이 일을 위해서 기독교 정당 의원이 국회로 입성해야 하므로 정당투표와 비례대표가 중요하다는 구체적인 전략과 대안까지 제시하는 단계입니다. 물론 기독교 정당의 유래가 한국정치사에 없지는 않습니다. 1945년 해방 후 한경직 목사 등이 주도한 기독교사회민주당, 장로교와 감리교 목사들이 함께 주도한 기독교자유당 등이 있었습니다.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지난 총선과 달리 이번에는 어떻게 반응하고 호응할지 교계 안팎의 귀추(歸趨)가 주목됩니다.
그러나 이번 기독교 정당 운동을 조금 다른 각도로 한국교회 제자훈련의 일종의 파산선고라고 부르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평생 소속정당의 압력과 압력단체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노예제도 폐지에 헌신한 영국의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 1759-1833) 같은 크리스챤 국회의원이 우리에게는 왜 없는 것입니까? 핍박과 환란 속에서 주를 신뢰하고 사랑했던 한국교회는 많은 복을 받았습니다. 19대 국회의원 1/3 이상이 개신교인(전체의 37.1%)이라는 통계가 이를 방증(傍證)합니다. 천주교인을 합치면 국회의원 2/3가 기독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중에는 심도 있는 제자훈련을 받은 이들도 여럿일 겁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제자훈련과 달리, 그 동안의 한국교회 제자훈련은 정녕 실패했다는 얘기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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