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9-1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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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시레킨벤키저(Oci Reckitt Benckiser)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국내 대그룹 계열 회사였던 ‘옥시’를 2011년 외국 기업이 인수해서 붙인 회사명입니다. 이 회사가 그 때로부터 생산한 가습기 살균제 ‘옥시’가 최근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 제품 관련 정부가 확인된 피해자만 530명에 달하고 그 중 사망자만도 143명인데, 그 중 절반이 영유아를 비롯한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어른들의 탐욕 때문에 어린 생명들이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꺾였습니다.
  어린이날 모처럼 긴 연휴를 맞아 비행기 티켓은 물론 휴양지 콘도나 펜션까지도 벌써부터 예약이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장난감 가게나 백화점에는 어린 자녀를 유혹하는 선물들이 즐비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아이들은 그리 행복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입니다.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훨씬 낮은 몇 나라보다도 한참 밑에 있습니다. 초등학생의 12%, 중학생의 23%, 고등학생의 30%가 시시때때로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답한 리서치 결과도 본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생조차 방과 후에 학원 몇 개를 매일매일 전전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주5일근무제가 정착된 지 얼마인데 아직도 우리 아이들은 주말에도 주일에도 학교에 학원에 가야 합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것은 일종의 인권유린이며 아동학대입니다. 좀 더 창의적으로 표현한다면 일종의 ‘어린이인권’에 대한 침해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어째서 아무도 이런 현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걸까요?
  한국에서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동성애 반대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성애에 대해 미연방대법원이 합법화 취지로 판결을 내린 이후(2015.6) 옹호론자들이 환호성을 질렀지만 동시에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운동도 거세졌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에서는 정치인이나 공적 인물들은 물론 일상의 대화 속에서도 낙태찬성론자인지 낙태반대론자인지 밝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abortion controversy, ex. 2013.1.22.). 대부분의 신실한 기독교인들이 낙태를 반대합니다. 그들은 너무나 당연히 동성애를 반대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에는 힘이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다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들 모임인 ‘프로 라이프(pro life) 의사회’와 같은 곳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최초로 공식적인 낙태 실태 조사를 한 것은 2004년이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한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낙태는 연간 34만 건인데 모자보건법 상 이루어지는 낙태는 그 중 4.4%에 불과하고, 나머지 32만 건은 불법적인 낙태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5년 후 조사 결과 역시 출생아 대비 낙태건수는 OECD 국가 중 1위, 낙태율(가임여성 1,000명 당 낙태 건수) 세계 4위를 기록했습니다. 버려지는 영아의 경우는 정확하게 파악조차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인류 역사를 고찰해 보더라도 동성애는 성별 수요공급의 원리와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경우 남아선호사상에다가 의학의 발달과 퇴보하는 의료윤리가 합쳐져 여자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처 피워보지도 못하고 꺾여버리는 생명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공론화하지 않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성애 반대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동성애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낙태를 말하고 영아유기에 대해 말하며 어린이권리 특히 어린이생명의 존엄과 가치에 대해 너무도 무심한 이 사회에 주의를 환기하고 회개를 촉구하는 역할을 교회가 수행했어야 합니다. 목사들이 같은 주제로 설교하다가 잡혀갈까봐 두려워한다는 인상을 주는 정도로 어떻게 이 무심한 사회를 설득시키고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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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어린이에게,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생명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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