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앞에 헌화, 바람직한가
쓸데없는 허례허식에 불과해
지난 2월 12일 고 허순길 목사의 장례식이 복음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되었다. 고인은 저보다 조금 연하이지만 저와 함게 고려신학교 제15회 동기동창이다. 그 때문에 허 목사의 별세 소식을 듣고 다음 날 오전에 서둘러 장례식장으로 갔다. 의례히 조화가 많이 세워져있을 것을 예상했는데 예상 밖에 조화가 한 개도 놓여있지 않았다. 분위기가 썰렁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빈소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고인의 영정(사진)도 없고 이름(명패)도 없고 국화(꽃)도 놓여있지 않았다. 부의함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고인의 유족도 빈소 안에 있지 않고 밖에 있었다.
나는 고인의 영정이 있는 곳에서도 그 앞에서 기도하지 않고 바로 유족에게 인사(절)을 하거니와 거기서는 빈소의 분위기만 보고 곧 밖으로 나와서 유족에게 인사를 드렸다. 부의함은 없지만 준비한 부의금을 유족에게 전하니 고인의 뜻이라고 설명하면서 극구 사양하며 받지 않으셨다. 조화도 여러 곳에서 들어오는 것을 고인의 뜻이라고 설명하고 정중히 사양하며 돌려보냈다고 한다.
테이블에 붙어있는 ‘알리는 글’을 보니 다음과 같았다. 「본 장례식장은 고 허순길 목사의 유언에 따라 부의금과 조화를 사양하오며 영정을 설치하지 않으며 유족에게 위로의 문안하는 것으로 상례를 대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고인은 사후에도 하나님보다 자신의 이름이 드러날까 하여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장례식도 간소했다. 고인의 약력소개, 추모사, 조사 등의 순서는 일체 없었다. 고인이 생전에 부탁하기를 허 목사는 드러나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만 드러나도록 장례식을 간소하게 거행하라고 하더란 것이다. 장지로 갈 때에도 가족들만 가서 하관하기로 하고 대형버스는 아예 준비하지도 않았다고 하며 조문객들에게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장의차는 리무진이 아니었고 응급구호차량인 밴이었다. 유족과 친지들은 각기 자기 차량으로 장지로 갔다. 고인의 묘는 평토장으로 하여 비석이 없으면 묘인지도 모를 정도로 만들었다고 한다.
고 허순길 목사의 장례식은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말만할 것이 아니라 그를 본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해보라. 헌화에 무슨 뜻이 있는가. 누구에게 바친단 말인가. 쓸데없는 허례허식 아닌가. 사진 앞에 서서 기도하는 그런 일도 하지 말아야한다. 유족이 빈소 안에 있는 경우 들어가자마자 바로 유족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 그것으로 조문이 충분하지 않은가. 기도할 수 있는 분위기이면 기도하면 더 좋겠고...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지요. 함께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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