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와 ‘파산’의 기로에 서 있는 침례병원
휴원도 6월15일까지 연장
ㆍ현재 병원의 상태
지난 2000년 동구 초량동에서 금정구 남산동으로 이전해온 침례병원은 26개 진료과목과 550병상, 7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부산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선교 의료기관이었다. 하지만 병원 경영 악화 때문에 현재는 4명의 의사와 200명이 안되는 직원들이 병원에 남아 병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하지만 병원 경영진의 휴원 결정으로 남아있는 직원들조차 미래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단수(1월20일)와 도시가스까지 끊긴(2월1일) 상태로 사람들의 발걸음조차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국세와 지방세는 체납돼 있고, 4대 보험료 미납금만 20억에 달한다. 또 외부업체와 퇴직자들의 압류소송과 병원 기자재 압류(빨간딱지), 남아있는 직원들은 지난 해 7월부터 제대로 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작년 10월까지 미지급 된 임금만 220억 원(퇴직자 미지급 임금, 퇴직금 포함)이 된다. 여기에 은행대출 290억 원, 약값 160억 원 등 총 993억(2016년 10월 기준)이 체불돼 있다.
김봉조 지부장은 “지난해 3월 부임한 정창진 경영원장은 아무런 대안을 제시 못하고 있고, 오히려 병원은 더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병원은 압류 소송과 파산신청에 내몰려 있다.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병원 회생은 힘들어진다”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유를 밝혔다.
ㆍ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란?
부실기업이 회생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기업의 부실정도가 낮아 회생 가능성이 높을 경우 은행 등 채권단이 모여 부실해진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율협약’과 이보다 부실정도가 심할 경우 채권단이 주도하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그리고 법원이 주도하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있다. 이중 기업회생절차는 가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식이다. 기업경영에서부터 회생방안, 파산 결정 등 모든 것을 법원이 주도하고,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이행하는 제도다.
법원은 회생절차 신청이 들어올 경우 권리제한을 하게 된다. 채권자들의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또는 담보권실행, 경매절차 등이 법률에 의해 금지되며, 이후 법원이 기업 상황을 파악한 후 기업을 회생시킬지(회생절차 개시 결정), 아니면 파산시킬지 결정하게 된다. 현재 침례병원은 권리제한 상태다.
만약 법원이 개시결정을 하게 되면 판사가 추천하는 관리인 선임이 이뤄지며, 이 관리인을 통해 앞으로 병원 경영이 이뤄지게 된다. 기존 침례병원 법인(기독교한국침례회 의료재단)은 병원 경영에 대한 권리행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 또 채무조정이 이뤄지는데, 모든 채권자가 손실을 감수해야 된다. 채무조정을 통해 병원이 현실적으로 갚을 수 있는 수준으로 채무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침례병원의 경우 ‘파산’보다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법원은 재정상황 뿐만 아니라 공익적인 차원에서 개시 결정을 판단하게 된다. 인구 25만 명이 넘는 금정구에서 침례병원은 유일한 종합병원이며,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기관이 비영리기관이라는 점과 회생신청을 경영진이 아닌 직원들이 했다는 것, 이미 상당수의 구조조정이 단행됐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음은 한국노총 침례병원 지부 김봉조 지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침례병원은 원래 민주노총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한국노총은 언제 출범했나?
- 작년부터 병원이 크게 어려워졌다. 병원 경영진과 민주노총에 여러 차례 건의해 보았지만, 이렇다한 대처를 내놓지도 못했다. 일부 답답함을 느낀 직원분들이 모여 한국노총 침례병원 지부를 발족했다.
경영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경영원장 선출 자체가 불법이다. 의료법인 기독교한국침례회의료재단 정관 제26조(병원장) 4항에는 ‘병원장은 의료인으로 하고, 병원정년규정에 적용받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경영원장’이라는 말 자체도 없고, 현 정창진 경영원장은 의료인도 아니다. 이 문제를 제기하니까, 작년 6월28일 이사회가 정관을 개정했다. ‘병원장 중 의료원장은 의료인으로, 경영원장은 경영인으로 하되 병원정년규정에 적용받지 않는다’라고 변경했다. 정창진 경영원장이 3월25일 취임했으니, 이미 사람을 뽑고 그에 맞게 정관을 개정한 셈이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작년 9월 총회가 정관개정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사회는 보고만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는 총회의 허락을 받고 기관장이나 정관을 개정해 왔는데, 유독 이번만은 보고만으로 끝났다고 주장한다. 또 경영원장 모집 공고 당시 ‘재정공헌 가능한 자’로 자격을 규정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재정공헌도 없었다.
이 모든 걸 양보한다고 해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경영원장 취임 후 병원이 더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금융권에서 대출해온다는 말만 했지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경영원장 취임 후 퇴사한 직원의 수가 작년 9월 기준으로 409명이다. 그동안 병원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직원들의 희생으로 병원이 진료공백사태는 없었다. 경영진의 일방적인 휴원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
기업회생절차를 조합원들이 돈을 모아 신청했다고 들었다.
- 작년 7월부터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직원들 모두가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다. 이번 회생절차 신청도 개인들이 대출을 받아 신청했다. 이 분들은 임금 더 받기 위해 병원에 남아 있는 분들이 아니다. 병원이 정상화되어 다시 선교병원으로 복음이 전파되는 그 마음들이다. 휴원 상태에서도 매일 출근해서 예배를 드리고, 개원을 위해 병원 청소를 하고 있다. 이런 마음을 침례교 총회와 지역교회가 알아주셨으면 한다.
기업회생절차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지난 1월20경 단수가 되었고, 2월1일에는 가스가 중단되었다. 직원들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고 있다. 제1채권자인 농협은 강제경매를 진행 중이고, 병원을 떠난 퇴직자들은 파산신청 소송을 단행했다. 건강보험금 압류와 동아 S&G사의 강제경매도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병원 이사회와 경영원장은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이 산산조각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역사적 죄인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아있는 직원들이 이런 마음에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
현재 병원의 부채 상황은 어떤가?
- 작년 10월 기준이다. 재직자 및 퇴직자 미지급 임금(퇴직금 포함)만 220억이다. 여기에 4대 보험과 갑근세가 35억, 전기 및 용역 각종세금이 28억, 약품도매업체에 줄 돈이 160억, 보증금(임대)이 92억, 은행대출(농협)이 290억이다. 총 993억 수준이다.
최근 이단들이 병원에 관심을 가진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런 소문을 들어보았나?
- 물론이다. 하000 교회, 신00, 구원파 박00 등이 병원이 경매에 들어가면 입찰에 참가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나도 그런 소문을 듣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병원을 포기할 수 없다.
교단과 지역교계에 호소를 해 보았나?
- ‘침례병원 회생에 대한 보고서’라는 책자를 만들어 침례교단 총회 임원과 전국 지방회장 등 약 120여 분께 책자를 보냈다. 그런데 한통의 전화도 없었다. 말 그대로 무관심이다. 현재 남아있는 직원들은 침례교단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있다. 일부 직원은 (실망감 때문에)침례교단에서 장로교단으로 교회를 옮긴 분들도 계신다.
그래도 지역교회에는 감사한 분들이 많이 계시다. 작년 11월 ‘침례병원 회생을 위한 동의 및 확약서’에 서명해 주신 지역교회 목회자 및 성도님들이 4,200여명이나 된다. 그만큼 침례병원을 위해 관심을 가져 주시고, 기도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지역교회에 한 말씀 해 달라.
- 6.25 전쟁 때 설립되어 지난 60여 년 동안 환자치료와 복음전도를 해온 침례병원이 개원이래 가장 힘든 상황을 맞이했다. 지금 남아있는 직원들은 많이 외롭고 힘든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솔직히 두렵다. 하지만 이 선교병원을 포기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포기하는 것은 역사적 죄인으로 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도 나약한 인간이다. 병원과 남아있는 직원들이 힘을 내도록, 또 하나의 선교기관이 하나님 곁에서 떠나가지 않도록 기도와 관심을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