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미국 크리스티 미술 경매장에서 사상 최고가의 작품이 나왔습니다. 스페인 출신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가 그린 ‘알제의 여인들(Les Femme d’Alger)’이 1억 7,936만 5천 달러(약 1965억)에 익명의 구매자에 팔린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피카소와 비슷한 시기 활약하면서 약간은 알력을 겪기도 했던 스위스 출신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L’Homme au Doigt)’ 또한 근소한 차이로 사상 세 번째인 동시에 조각으로는 최고가의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미술품은 어떤 작품일까요? 현재까지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가장 비싼 값으로 거래된 작품은 박수근의 ‘빨래터’로 45억 2,000만 원(2007년 5월), 이중섭의 ‘황소’가 35억 6,000만 원(2010년 6월), 김환기의 ‘꽃과 항아리’가 30억 5,000만 원(2007년 5월) 순으로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을 포함해서 국내 랭킹 10위까지 다 합쳐도 이번 피카소 작품의 20%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일반인들이 느끼기에는 상당한 액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저금리 현상에 부동산 경기마저 얼어붙자 예술품 수집에 눈을 돌리는 소위 ‘아트테크(art-tech)’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결과라고 합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파악해서 현재 거래액 1,000억 이하인 미술품 시장을 2018년까지 6,300억 규모로 키우겠다는 ‘미술 진흥 중장기 계획’을 작년에 내놓은 바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인해 미술품 시장의 과열 조짐에 대해 의문표를 제기합니다. 첫째, 국내에서도 미술품 거래와 관련된 양도소득세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었습니다만, 국제 미술품 시장을 양분하는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의 경우에도 최근 고가의 미술품 거래가 일종의 조세 회피의 수단으로 오용(誤用)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의 시각 때문입니다. 둘째, 천문학적으로 뛰어오른 가격이 일종의 빈부격차를 표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영국 경제학자 프레드 허시(Fred Hirsch)는 1970년대 영국의 상황을 분석하면서 원천적으로 극소수만이 향유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위치재(positional goods)’라고 정의했는데, 작금의 ‘미술품’은 그가 말한 위치재의 전형이라 해도 뭐라고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그런 상품같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미술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아마도 (사)한국화랑협회 주최로 지난 2002년부터 시작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아닐까 합니다. 2007년 5월 8일 서울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전세계 18개국 208개 화랑이 참가해 미술품 5,000여점을 전시·판매하는 제6회 KIAF가 열렸습니다. 백남준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 행사장에 청년들과 교사들을 인솔해 견학간 적이 있습니다. 교사 한 분이 개구쟁이 아들을 함께 데리고 가셨는데, 돌아다니다가 그만 진열해 놓은 항아리 조각을 떨어뜨려 깬 적이 있습니다. 행사진행요원들이 뛰어오고, 뜻밖의 상황에 많은 사람들도 걱정 어린 눈빛으로 모였습니다. 대경실색해서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외국 작가의 작품이라 2,000만 원 정도 간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행사 본부에 가서 보상이라든지 법적 책임의 분담 문제에 대해 상의하고, 인솔자로서 일단 명함을 건네고 당시 사역하던 대전으로 돌아왔습니다만, 그 날부터 잠도 못 자고 전화만 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기도는 또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사역을 시작하고 그렇게 절실하게 기도를 많이 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직도 깨진 작품을 보상하라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앤디 크라우치(Andy Crouch)는 『컬처 메이킹(Culture Making)』(IVP, 2009)에서 ‘문화창조자 예수’를 거론하면서 이제는 인간이 오히려 문화에 의해 거꾸로 변화되는 시대라고 탄식한 바 있습니다. 이번 최고가 경매를 보면서 저만 느낀 소회는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미술품은 어떤 작품일까요? 현재까지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가장 비싼 값으로 거래된 작품은 박수근의 ‘빨래터’로 45억 2,000만 원(2007년 5월), 이중섭의 ‘황소’가 35억 6,000만 원(2010년 6월), 김환기의 ‘꽃과 항아리’가 30억 5,000만 원(2007년 5월) 순으로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을 포함해서 국내 랭킹 10위까지 다 합쳐도 이번 피카소 작품의 20%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일반인들이 느끼기에는 상당한 액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저금리 현상에 부동산 경기마저 얼어붙자 예술품 수집에 눈을 돌리는 소위 ‘아트테크(art-tech)’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결과라고 합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파악해서 현재 거래액 1,000억 이하인 미술품 시장을 2018년까지 6,300억 규모로 키우겠다는 ‘미술 진흥 중장기 계획’을 작년에 내놓은 바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인해 미술품 시장의 과열 조짐에 대해 의문표를 제기합니다. 첫째, 국내에서도 미술품 거래와 관련된 양도소득세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었습니다만, 국제 미술품 시장을 양분하는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의 경우에도 최근 고가의 미술품 거래가 일종의 조세 회피의 수단으로 오용(誤用)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의 시각 때문입니다. 둘째, 천문학적으로 뛰어오른 가격이 일종의 빈부격차를 표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영국 경제학자 프레드 허시(Fred Hirsch)는 1970년대 영국의 상황을 분석하면서 원천적으로 극소수만이 향유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위치재(positional goods)’라고 정의했는데, 작금의 ‘미술품’은 그가 말한 위치재의 전형이라 해도 뭐라고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그런 상품같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미술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아마도 (사)한국화랑협회 주최로 지난 2002년부터 시작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아닐까 합니다. 2007년 5월 8일 서울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전세계 18개국 208개 화랑이 참가해 미술품 5,000여점을 전시·판매하는 제6회 KIAF가 열렸습니다. 백남준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 행사장에 청년들과 교사들을 인솔해 견학간 적이 있습니다. 교사 한 분이 개구쟁이 아들을 함께 데리고 가셨는데, 돌아다니다가 그만 진열해 놓은 항아리 조각을 떨어뜨려 깬 적이 있습니다. 행사진행요원들이 뛰어오고, 뜻밖의 상황에 많은 사람들도 걱정 어린 눈빛으로 모였습니다. 대경실색해서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외국 작가의 작품이라 2,000만 원 정도 간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행사 본부에 가서 보상이라든지 법적 책임의 분담 문제에 대해 상의하고, 인솔자로서 일단 명함을 건네고 당시 사역하던 대전으로 돌아왔습니다만, 그 날부터 잠도 못 자고 전화만 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기도는 또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사역을 시작하고 그렇게 절실하게 기도를 많이 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직도 깨진 작품을 보상하라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앤디 크라우치(Andy Crouch)는 『컬처 메이킹(Culture Making)』(IVP, 2009)에서 ‘문화창조자 예수’를 거론하면서 이제는 인간이 오히려 문화에 의해 거꾸로 변화되는 시대라고 탄식한 바 있습니다. 이번 최고가 경매를 보면서 저만 느낀 소회는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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